여행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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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옷과 전주여행을가다 2019. 4. 23. 23:40
남을 쓰고 그리는 일은 언제나 어려웠다. 나는 나만 아니까. 남은 모르니까. 타인에 관해서 쓰는 건 자주 실패로 끝났다. 다른 사람이 되어 보려 시도하고 썼던 대사와 문장들은 늘 어설폈다. 어설프지 않으려면 아주 주의싶어야 하고 부지런해야 했으나 나는 남에 대해 쓰는 일에 성급하고 게을렀다. 내가 얼마나 나밖에 모르는 사람인지 독자들에게 뽀록나며 창피를 당했다. 매 문장에서 밑천을 들켜버린다니 글쓰기란 두려운 일 같았다. - 181-182쪽 누구나 남을 자기로밖에 통과시키지 못한다는 점을 두 눈으로 확인했을 때 나는 조금 위안이 되었던가, 아니 조금 슬펐던가.- 183쪽 별수없이 각자의 돈벌이는 계속되었다. 대학생과 잡지사 막내기자와 누드모델을 병행하는 동안 나는 틈틈이 글을 썼다. 주로 누드모델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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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통영여행을가다 2019. 3. 20. 21:03
다시, 통영에 다녀왔다. 처음에는 둘이었다가, 넷이 되고, 여섯이 되었다가, 다시 넷, 그리고 둘이 되었다. 넷이서는 근사한 해안도로를 따라 지는 해를 보러 갔다. 연휴라 사람들이 많았다. 미세먼지가 제일 덜한 지역이었는데도 날씨가 좋지 않아 일몰이 또렷이 보이지 않았다. 다찌집에 가서 해산물도 잔뜩 먹었다. 그 날의 다찌집은 예약이 꽉 차 있었다. 복작복작했다. 우리 중에는 취한 사람도 있었고, 맥주만 마신 사람도 있었다. 건배는 여러 번 했다. 숙소까지 간다고 대리를 불렀는데, 숙소가 가까웠고, 기사님은 걱정하지 말라더니 엉뚱한 집 앞에 주차를 하고 홀연히 사라지셨다. 숙소는 해저터널 근처의 자그마한 마당이 있는 옛날 집이었는데, 방이 두 개, 화장실이 두 개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 동네를 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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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여행을가다 2019. 1. 31. 21:33
작년 마지막 여행지는 포천이었다. 스파가 있는 펜션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펜션 홈페이지에 도착 시간을 알려주면 그 시간에 맞춰 스파에 물을 채워 놓는다고 했다. 휴게소도 들리고 한 시간쯤 늦게 도착했다. 그리 친절하진 않았던 주인 아주머니가 스파 사용법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따뜻한 물은 가득 채워져 있었다. 입욕제 금지. 사용하지 않을 때는 뚜껑을 덮어 놓을 것. 사용할 때는 뚜껑을 반으로 덮어 스파기 옆에 세워 놓을 것. 버튼 세 개를 가리키면서 1, 2, 3 이 순서대로예요. 끌 때는 3, 2, 1. 이렇게 끄세요. 1, 2, 3. 3, 2 1. 3번이 조명이었다. 스파욕조는 두 번 사용했다. 저녁 밥 먹고 나서 한 번, 아침에 일어나서 한 번. 이런 욕조는 얼마나 할까 하고 봤는데, 사용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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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여행을가다 2018. 11. 10. 06:51
항상 싸움은 내 쪽에서 시작한다. 그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의 입장은 또 다를 것이다. 어쨌든 시작은 항상 나다. 우리는 강릉에 오후 느즈막히 도착했다. 강릉까지 가는 동안, 주문진으로 가는 길과 같아서 지난 겨울 추억에 빠졌더랬다. 고속도로 거의 마지막에 주문진으로 가는 길과 강릉으로 가는 길이 달라졌다. 숙소는 촌스러운 감이 있지만, 사람들의 평대로 가격대비 좋았다. 깔끔했고,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근사했다. 경포바다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였다. 저녁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어 뭘 먹어야 할 것 같아서 숙소를 나갔는데,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하던 차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정말 마구마구 쏟아졌다. 장마비였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좋은 걸 먹자며 계속 걸어갔는데, 비가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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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여행을가다 2018. 10. 14. 21:19
창밖으로 나무가 보이는 숙소성애자인 나는 어디선가 강원도 홍천에 있다는 근사한 숙소 사진을 보고 언젠가 가봐야지 생각을 했더랬다. 칠월이었고, 둘다 금요일 연차를 냈다. 출발 전, 숙소에서 먹을 음식을 사러 마트에 들렀는데 아마도 장마를 앞두고 하는 할인 행사를 보고 마음이 동해 세차장에 갔다가 나름 거금이 드는 서비스를 받았더랬다. 몇 시간 뒤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 좁은 산길을 달릴 줄도 모르고. 차에 나뭇잎들이 닿을 때마다 안타까워하는 신음소리를 들으며 홍천의 깊은 산 속 숙소에 도착했다. 층층이 단독 복층 건물이 있었다. 제일 꼭대기 층에는 아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통유리로 된 휴식공간이 있었다. 도착했다는 전화를 하니, 인상 좋게 생기신 아저씨가 달려오셨다. 오늘 예약한 사람이 우리 뿐이라고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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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바다여행을가다 2018. 9. 11. 21:11
팔월말에는 울릉도에 다녀왔다. 같이 간 사람의 오랜 꿈이라 했다. 한 번은 친구들이랑 갔는데 배가 뜨지 않아 강원도에서만 있다 왔단다. 태풍이 지나간다 했기에 이번에도 그럴까봐 걱정했지만, 잘 다녀왔다. 준비하는 중에 경비가 너무 비싸 포기하고 나이 들어 패키지로 다녀올까 상의도 했지만, 이번에 다녀오길 잘한 것 같다. 좋은 추억이 되었다. 좀더 긴 얘길 쓰고 싶은데, 시간이 조금 더 지난 뒤에 쓰면 더 좋겠지, 라고 핑계를 대며 게을러서 못 쓰고 있다. 하루는 맑았고, 하루는 비가 왔는데, 맑은 날은 맑은 대로 비가 온 날은 비가 온 대로 좋았다. 나리 분지가 있는 내륙 쪽으로는 들어가질 않아서, 어디를 가든 곁에 바다가 있었다. 비린내 하나 없는 깊고 짙은 동해바다. 내가 보고 온 울릉도 바다 구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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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여행을가다 2018. 9. 2. 20:36
2018년 8월 31일 밤 10시 3분에 찍힌 31초짜리 영상. 우리는 8월 마지막 날 양양의 바닷가에 있었다. 횟집이 즐비한 거리를 걷다가 내가 짜증을 좀 내었고, 답답해하는 사람에게 우리는 회는 좋아하지 않지만 저렇게 밖에 있는 테이블에서 바닷바람을 느끼며 생선구이 같은 걸 먹고 싶은데 먹을 수 없잖아, 라고 말했다. 진작 그렇게 말하지, 하더니 한 가게를 보고 저기 가볼까? 했다. 받아든 메뉴판에 죄다 값비싼 회 메뉴여서 결국 일어나 조명이 밝은 밥집이라 별로일 것 같았던 전라도 식당에 갔다. 생선구이랑 황태찜을 두고 고민했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우리집은 생선구이가 유명하다고 하시길래 생선구이를 시켰다. 보통 맥주와 소주를 각각 시켜마시는데, 거기서는 막걸리를 마셔보고 싶었다. 처음엔 옥수수 막걸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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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여행을가다 2018. 7. 26. 21:58
오월에는 생일을 맞아 함께 제부도엘 갔다. 일 때문에 늦게 출발해서 다음날 일찍 나왔다. 대학교 때 엠티로 와본 적이 있을 것 같은데, 너무 오래되어 다 생소했다. 섬으로 들어가는 길이 근사하더라. 다른 때는 물에 잠겨 있는 길이라 생각하니 더욱 그랬다. 섬에 들어와서 옆으로 지나가는 건물을 보고, 저긴 니가 좋아하는 발코니도 있어서 예약하려고 계속 들여다 봤는데 방이 안 빠지더라는 말로 나를 감동시켰다. 물론 그 감동은 생일선물을 준비해오지 않은 죄로 모두 산산조각 났지만! 숙소에 짐을 놓고 구워먹을 고기를 사러 나왔는데, 조금 걷다보니 눈앞에 드넓은 바다가 나타났다. 속을 다 드러낸 갯벌이긴 하지만 바다는 바다. 사람들은 바다를 앞에 두고 조개를 구워먹고, 술을 마시고. 저 너머 해가 지고 있고,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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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와 함평여행을가다 2018. 7. 4. 15:39
우리 관계가 이랬는데, 그때 니가 가버려 가지구 지금 이렇게 소강상태야. 우리는 비가 쏟아지는 일본식 꼬치집 창가자리에 앉아 있었다. 니가 손가락을 들어 허공에 그래프를 만들었다. 왼쪽 아래에서 시작한 손가락이 미세하게 솟았다 가라앉았다 했다. 전체적으로는 상승곡선이었는데, 어느 순간 상승도 하강도 없이 일직선을 유지했다. 나는 그랬구나, 다시 올려보자, 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러니까, 니가 말하는 내가 가버린 그날 이후로 나는 너를 나의 틀에서 벗겨냈다. 이전의 나는 너를 내 틀 안에 데려다놓고 이것저것 이해하려고 애썼는데, 그게 자주 안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잘못된 거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내 틀이 아니라, 니 틀에서 이해해야 한 거였는데. 그러고 나니 너도, 나도 평온해졌다. 같이 지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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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여행을가다 2018. 5. 22. 14:30
기억을 더듬어 보니 전주에 여러번 갔었다. 마당이 이쁜 한옥집에서 두 번 잤고, 오래됐지만 깔끔한 시내의 호텔에서 두 번 잤다. 이번에는 지은지 오십년도 넘은 시내의 호텔에서 잤는데, 여기에 여섯명이 한꺼번에 투숙할 수 있는 침대방이 있다고 했다. 심지어 저렴했다. 모과가 전날, 샤워용품과 수건이 있는지 물어봐서 직접 전화를 했다. 전화해보니 친절하기까지 했다. 샤워용품과 수건 모두 있는 걸 확인하고, 정말 그 방에서 여섯 명이서 잘 수 있는지 물어봤다. 다섯 명이 침대에서 자고, 요가 있어 한 명은 바닥에서 자면 된다고, 여섯 명이 충분히 투숙할 수 있는 방이라고 했다. 와, 정말 그런 방이 있다니. 제일 먼저 방에 도착한 건 모과와 나. 우리는 터미널에서 남부시장까지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