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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휴가
    여행을가다 2018. 9. 2. 20:36



        2018년 8월 31일 밤 10시 3분에 찍힌 31초짜리 영상. 우리는 8월 마지막 날 양양의 바닷가에 있었다. 횟집이 즐비한 거리를 걷다가 내가 짜증을 좀 내었고, 답답해하는 사람에게 우리는 회는 좋아하지 않지만 저렇게 밖에 있는 테이블에서 바닷바람을 느끼며 생선구이 같은 걸 먹고 싶은데 먹을 수 없잖아, 라고 말했다. 진작 그렇게 말하지, 하더니 한 가게를 보고 저기 가볼까? 했다. 받아든 메뉴판에 죄다 값비싼 회 메뉴여서 결국 일어나 조명이 밝은 밥집이라 별로일 것 같았던 전라도 식당에 갔다. 생선구이랑 황태찜을 두고 고민했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우리집은 생선구이가 유명하다고 하시길래 생선구이를 시켰다. 보통 맥주와 소주를 각각 시켜마시는데, 거기서는 막걸리를 마셔보고 싶었다. 처음엔 옥수수 막걸리를 시키고, 두번째는 곰취 막걸리를 시켰다. 둘다 강원도산이었다. 1L짜리라 두 병 다 마시니 알딸딸했다. 생선구이와 밑반찬을 모두 다 깨끗하게 비우고 식당을 나섰다. 숙소에 들어가 먹으려고 맥주를 몇 캔 샀는데, 한 캔씩 바닷가에서 마시고 가는 게 좋겠다 싶었다. 색소폰 버스킹을 하는 아저씨 주변에 두세 커플이 앉아 있었다. 우리는 누군가 만들어 놓고, 즐거이 마시다 간 것이 분명한 스티로폼 테이블에 앉았다. 모래 주머니로 의자까지 만들어져 있었다. 자리에 앉아 각자의 맥주캔을 따니 눈 앞에 해 같은 주황빛 달이 보였다. 바다 위 구름 사이에 어여쁘게 떠올라 있었다. 그 자리에 앉아 커다란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이번 여행이 얼마나 고생스러웠는지, 그래서 얼마나 근사했는지 이야기했다. 싸우기도 했지만 함께 있어 참 좋았다고 이야기해주었다. 내가 찍은 금요일 밤 31초의 영상에는 그 절정의 시간이 담겼다. '광화문 연가'가 색소폰으로 연주되고 있고, 쏴아쏴아 파도소리가 6초에 한번씩 들려온다. 5초에 함께 간 사람이 (달이) 저기 올라간다, 라고 말한다. 16초에는 이 얼마나 아름다운 밤인가, 라고 흥얼거린다. 덧붙여 쓰레기만 없으면, 이라는 말도. 그리고 영상의 마지막엔 진짜 시원하다, 와, 대박, 이라고 말한다. 오늘 아침 선선한 동네를 산책하면서 이 영상을 반복해서 들었는데, 정말 적절한 타이밍에 잘 찍은 31초라고 생각했다. 단번에 그 날의 양양 밤바다가 떠오르는 영상이라고. 이번 여름에는 울릉도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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