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from 여행을가다 2018.07.26 21:58







   오월에는 생일을 맞아 함께 제부도엘 갔다. 일 때문에 늦게 출발해서 다음날 일찍 나왔다. 대학교 때 엠티로 와본 적이 있을 것 같은데, 너무 오래되어 다 생소했다. 섬으로 들어가는 길이 근사하더라. 다른 때는 물에 잠겨 있는 길이라 생각하니 더욱 그랬다. 섬에 들어와서 옆으로 지나가는 건물을 보고, 저긴 니가 좋아하는 발코니도 있어서 예약하려고 계속 들여다 봤는데 방이 안 빠지더라는 말로 나를 감동시켰다. 물론 그 감동은 생일선물을 준비해오지 않은 죄로 모두 산산조각 났지만! 숙소에 짐을 놓고 구워먹을 고기를 사러 나왔는데, 조금 걷다보니 눈앞에 드넓은 바다가 나타났다. 속을 다 드러낸 갯벌이긴 하지만 바다는 바다. 사람들은 바다를 앞에 두고 조개를 구워먹고, 술을 마시고. 저 너머 해가 지고 있고, 선선한 바람도 불었다. 중간에 야구도 하고, 이것저것 구경하면서 길 끝까지 걸어가 고기와 술, 햇반과 미역 등을 봉지 가득 샀다. 마트에서 나오니 해가 거의 다 졌더라. 어둑어둑해졌고, 짐은 무겁고, 배는 고프고. 그 어둑한 길을 짐을 나눠들고 이런저런 이야길하며 걸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예상했으나, 숙소 바베큐 공간에는 우리 밖에 없었다. 모두들 바닷가에 와서 조개구이를 먹는구나, 우리도 조개구이나 먹으러 갈 걸, 여기선 바다가 안 보여, 어차피 밤이라 거기서도 안 보일걸, 파도도 안 치니 바닷가인 줄도 모를거야, 주인아주머니가 맘껏 따드시라는 쌈채소에 넘어가버렸네, 조명이 너무 밝아 술이 안 들어가네, 하며 생일전야를 보냈다. 그 오월을 생각하니 마음에 남는 건, 같이 걸었던 길과 급조된 미역국 생일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