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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꿈 이야기 4 2007.08.31
  2. 잡지 스쿱에서 발견한 읽고 싶은 책들 2 2007.08.26
  3. 금요일 밤, 끄적대다2 2 2007.08.11
  4. 금요일 밤, 끄적대다 2007.08.11
  5. 여름밤의 행복 4 2007.08.01
  6. 스물아홉, 얼마나 억울했을까 2007.08.01
  7. 화이트보드에 쓴 글 2 2007.07.31
  8. 이런 내가 2007.07.28
  9. 그냥, 목요일 저녁. 2007.07.26
  10. 어떤 날은, 2007.07.24

꿈 이야기

from 모퉁이다방 2007. 8. 31. 14:02

01.

가끔. 아니 꽤 자주 말도 안 되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꿈을 꾼다.
알고는 있지만 친한 사이는 아닌 사람들.
고등학교 때는 감자를 닮은 과학 선생님이 꿈에 등장했는데
꿈을 꾸고 난 다음 날, 과학 선생님이 교실 앞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데
그 야시꼴랑한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선생님과 나는 한번도 서로를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었는데
나는 그 총각선생님의 꿈을 꾸고 난 후 왠지 그와 내가 굉장히 친해졌다는 느낌이었다.
그때부터 그 과학선생님을 좋아했다.

얼마전에는 이현우가 꿈에 나온 뒤로 왠지 티비에서 나오는 그를 보고
언젠가 우리가 한번쯤 만나 차나 술을 앞에 두고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던 것처럼.

그저께 내 꿈에 유지태와 문근영이 나왔다.
조그만 무대 위에 서야 했는데, 내게 주어진 건 짧은 소절의 노래였다.
그런데 그 가사와 음이 자꾸만 외워지지가 않았다.
꿈 속에서는 늘 그렇지 않나.
도망가야하는 상황인데 꼭 내 발은 영화 속 슬로모션처럼 움직일 때.
그 무대도 그랬다.
나는 가사와 음을 제대로 외우지 못한 채 무대 위에 섰고
누군가의 도움으로 노래를 부르고 그 무대를 내려왔다.
그러다 유지태를 만났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미소를 띄우고서는 상가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나는 아, 유지태.. 환호를 연발하며 그에게 다가갔고
그는 그런 나를 보고 방긋 아주 방긋 웃어주면서 설문지를 작성해달라고 했다.
그 말도 안되는 설문지를 작성한 다음 그는 나를 차에 태웠는데
앞자리에 문근영이 있었다.
문근영은 나를 한번 돌아보고는 예의 그 상콤한 미소로 언니, 언니를 연발했다.
옆에는 달콤한 미소를 띄우는 유지태와
앞에는 상콤한 미소를 날리는 문근영이.
아, 이것이 꿈이구나. 그렇지만 정말 행복하구나, 싶어 나는 깨고 싶지가 않았다.
진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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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요일, 황석영 작가님의 강연회에 갔다가 'SKOOB'이라는 잡지를 받아왔다. 그냥 받아서 가방 안에 넣어두었다. 오늘 집에서 뒤적거리다가 읽었는데 잡지가 꽤 괜찮은 거 같다. BOOKS를 거꾸로 뒤집은 말이라고 하는데, 세 인터넷 서점의 VIP회원에게 책 주문을 할 때마다 제공되는 잡지라고 한다. 따로 받아보려면 연회비를 따로 내야 된다고 하고.
  
   내가 받은 건 3호였는데, 황석영과 장정일, 이현세의 인터뷰에서부터 공지영의 연재소설과 신간소개 등 읽을만한 것들이 많았다. 민망하지만 이런 잡지는 화장실에서 시간을 조금 오래보낼 때 한토막씩 읽으면 정말 좋다. 가장 집중이 되는 시간에, 그리 길지도 짧지도 않은 글을 읽으면서 기억해두는거다. 생각보다 그 시간의 독서는 오래 남는다.

   4호를 보니깐 신경숙 인터뷰를 비롯해서 읽고 싶은 기사들이 많았는데, 세 인터넷 서점의 VIP도 아닌 나는 이 얇지만 알찬 비매 잡지를 어떻게 구해봐야하는건지. 연회비는 조금 부담되는데.

  아무튼 3호를 읽으면서 여러 기사들에서 읽고 싶은 책들을 메모했다. 요즘 책과 나름 사랑에 빠진 나, 무궁무진한 책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렌다구.


- 여름 인상에 대한 겨울 기록 / 도스토예프스키
- 두 도시 이야기 / 찰스 디킨스 
- 몰개월의 새 / 황석영
- 책의 자서전 / 안드레아 케르베이커
- 광기와 천재 / 고명섭
- 오늘의 거짓말 / 정이현
- 지중해 철학기행 / 클라우스 헬트
- 그리스 로마 철학기행 / 클라우스 헬트
- 산해경
- 설마 있을까 싶은 기이한 동물 추적기 / 만프레트 라이츠
- 스톤 다이어리 / 캐롤 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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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토요일 새벽이구나.
갑자기 왜 이렇게 글을 써 대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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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백은하님의 홈페이지에 들어갔는데
백은하님의 집을 찍은 사진들이 있었는데
그 공간이 눈에 익었다.
어디서 본듯한 공간들이다.
삼청동의 한옥 기와들이 내려다 보이는 예쁜 창문.
기억났다.

맞는지 모르겠지만, 배우 김호정씨가 살던 곳.
연극 갈매기가 먼저였나,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이 먼저였나?
어쨌든 두 작품 중 한 작품을 먼저 보고 김호정씨가 좋아졌다.
우아하고 지적이고 나긋나긋해 보이는 그녀의 분위기.
미니홈피를 알게됐는데, 지금은 닫혔지만 그 때는 사진들이 꽤 많았다.
촬영하거나 연극 연습하는 사진,
뒷풀이하면서 사람들이랑 찍은 사진.
특히 창문에서 내려다보는 눈이 소복하게 쌓인 삼청동 사진이나
창문에서 올려다보는 하늘의 사진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 창문가에서 먹었던 요리 사진들.
거의 스파게티였다. 참 맛나보였다지 .

그 창문이 정말 좋았는데,
길쭉한 창문들이었다. 그 앞에 조그만 식탁이 있었고,
그 너머 보이는 삼청동의 풍경이 환상적이었다.
매일매일 봐도 질릴 것 같지 않을 풍경들이었다.
김호정씨는 그 때 그 곳을 '마법의 창문'이라고 불렀던 거 같던데.
그 식탁에 앉아 해가 뜨는 것도 보고, 해가 지는 것도 본다고.

그런데 백은하씨 홈페이지에 집이라고 소개된 사진에
그 마법의 창문이 있었다.
오.
그때 김호정씨는 거기서 살다가 이사했다는 것까지 본 거 같은데.
그럼 누군가가 살다가 나오고, 백은하씨가 들어간건가?

아, 그냥 신기해서.
맞는지 아닌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그 집이 너무 예뻐서.
혼자서 살기에 딱 좋은 너무 예쁘고 아기자기한 집 같다.


그리고 갑자기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이 생각났다.
내가 그 영화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면.
김호정씨가 재응이의 트럼펫 연주 첫 소절을 듣는 순간 왈칵하던 장면.
해가 진 푸르스름한 동해 바다의 풍경에 울려퍼지던 트럼펫 소리.

요즘 김호정씨 뭐하실까?
미실도 못 봤는데, 좋은 영화로 만났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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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홍진경 부친상

라디오를 꾸준히 듣고 있다.
거의 케이비에스 쿨 에프엠을 듣는다.
황정민 아나운서 출산휴가때문에 요즘 진행하고 있는 박지윤 아나운서에
9시에 이현우, 11시엔 박수홍, 그리고 12시가 되면 홍진경.
오늘 못 들었는데, 포탈 검색어에 '홍진경 부친상'이라고 뜨더라.
기사보니깐 오늘 홍진경씨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고.

CMKM는 못 읽었는데, 그 책이 출판되고 난 즈음이었을 거다.
홍진경씨 미니홈피를 알게 됐는데, 거기 있는 글들에 반해버렸다.
조그만 사진들 밑에 자신의 일상이나 생각에 대한 글들을 써놓았는데
사실 홍진경씨가 글을 이렇게 맛깔나게 쓴다는 것에 놀랐다.
그녀의 글에는, 그래, 그녀 자신의 말처럼 음율이 있다.
그리고 문장들을 하나하나 따라 읽다보면 이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단번에 알겠다.
그녀는 섬세하고, 예민하기도 하고, 책을 많이 읽고,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
상처도 쉽게 받지만 쉽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
동네 개들이 멸종되지 않았고, 날아다니는 자동차도 아직 없지만,
자신은 조금 변했다고 말하는 사람.
일기를 써서 내 앞에서 종이를 들고 조곤조곤 발표하는 것 같은 그녀의 글들이 좋았다.
그러더니 그녀가 좋아졌다.

오늘 부친상을 당했다는 기사를 읽고
얼마 전, 미니홈피에 올라왔던 아버지에 관한 글이 떠올라 들어가봤는데
없어졌다. 지웠나보다.
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시다는 얘기였고,
화창한 봄날, 사람 많은 여의도 벚꽃길을 걸어가는데
아버지 생각이 너무 많이 났다고.
지나가는 아버지 나이즈음 되어보이시는 어떤 분의 좋은 옷, 좋은 가방을 보고
평생 아버지께 저런 선물 한번 해드리지 못했다고
이번에 건강해지시면 꼭 비싸고 좋은 선물 해 드릴거라는
그런 글이었다.
그냥 읽어내려가던 나도 울컥하던 글이였는데,
써내려간 그녀는 다시 읽게 될 때마다 많이 힘들었나보다.
글은 흔적도 없었다.

그녀가 가끔씩 쓰는 글을 기다리고
매일매일 12시면 내게 놀러와 조잘조잘거리며 좋은 음악들을 들려주니
나는 어느새 그녀가 내 지인같이 느껴져 버렸나보다.
그 기사를 보는데, 저 글이 생각났고, 정말 마음이 아팠다.

아프고 힘들겠지만, 마음을 잘 추스리길.
그리고 늘 그랬듯 가끔 내가 좋아하는 글을 올려주고,
매일 12시가 되면 내가 좋아하는 조잘거림으로 찾아와주길.
그녀가 매일 한곡씩 전해주는 DJ추천곡을 빨리 듣고 싶다.
그 노래들도 단번에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그런 곡들이다.
감성적이고 조금은 우울하지만 편안하고 오래된 옛날 노래들.


02. 엄마의 문자

엄마가 밤에 문자를 보내셨다.
일찍 주무셔서 밤에 문자를 잘 안 보내시는데.
창원 고모 할머니께서 돌아가셔서 거기 가고 있다고.

오늘 죽음이 바로 내 코 앞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홍진경씨의 아버지.
자주 뵙지 못했지만 창원 고모 할머니.
현실은 아니지만 읽고 있는 책 <바리데기>에서의 여러 죽음들.
<바리데기>를 읽고 있는데, 재밌어서 책장은 술술 넘어가는데
목이 턱턱 막혀서 속도가 더디다.
한 장 넘기면, 목이 턱 막히고 또 한 장 넘기면 가슴이 시려서
빨리 읽어내려갈 수가 없다.
그러면 또 쉬었다가 읽고, 읽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신지 벌써 3년인가, 4년인가.
할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셨는데,
엄마, 아빠는 그 얘기를 타지에 있는 우리에게 시시콜콜 안 하셨다.
그러다가 어느날 아빠가 전화를 하셨는데
목이 잔뜩 잠기셔서는 할아버지가 많이 위독하시다고,
얼마 안 남으신 거 같다고,
할아버지는 아빠에게 평생을 믿고 의지해온  커다란 기둥인데
그 기둥이 흔들리니까 아빠는 많이 힘이 든다고 말씀하셨다.
떨리는 목소리로 두 번이나 반복해서 흔들린다고.

그리고 얼마 안 지나서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상복을 입은 아빠를 보는데, 아빠의 등이 너무나 작아서 눈물이 왈칵 났다.
아빠가 전화기 너머로 건네줬던 그 말이 생각났다.
평생을 믿고 의지해온 내 기둥.
나는 그 기둥이 정말 오랫동안 지금처럼 튼튼하기를.
흔들리는 일 따위는 없었으면, 하고 바라지만
나도 계속 나이를 먹고 있고, 아빠는 계속 늙어가고 계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불효하는 못난 딸.


03. 매미

1시가 넘어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매미 소리가 났다.
맴맴.
너무나 선명하게.
그 소리를 따라가봤더니 신발장 부근에서 나더라.
집 안에 매미가 들어온 거였다.
나는 왠지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매미를 찾지도 않고
도로 불을 끄고 방 안으로 들어와서 매미 소리를 한동안 가만히 듣고 있었다.
수년을 땅 밑에 있다, 땅 위에서 올라와 단 며칠만 살다가는 매미.
오늘 밤 내내 죽음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죽음의 끝자락에 서 있는 그 녀석이 우리집 안으로 뛰어들어온 거다.
슬프기도 하고, 뭔가 으스스하기도 하고.
오늘 밤 내내 저렇게 울겠지 싶었는데, 금세 소리가 사라져버렸다.
우리집 현관에서 그 녀석의 생이 끝난걸까?
아니면 매미같은 건 있지도 않은걸까?

맴맴 맴맴.
이 소리가 머릿속을 맴돈다.
오늘은 매미꿈을 꿨음 좋겠다.
거기에 홍진경씨도, 그녀의 아버지도, 고모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아빠도,
바리의 언니들도, 할머니도, 엄마도, 아빠도 모두 등장하는 그런 꿈.
밤에 듣는 매미 소리 말고
낮에 듣는 매미 소리 같이
기똥차게 활달한 그런 꿈.
모두다 행복하고 아무도 헤어지지 않는 그런 꿈.  


04. 아, 다시 매미가 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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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의 행복

from 모퉁이다방 2007. 8. 1. 21:44

원래 여름은 지독하게 싫어했다.
끈적끈적 달라붙는 땀냄새같은 여름.
그런데 점점 여름이 좋아진다.
뭐 여름뿐인가.
봄은 봄이라서 좋고, 여름은 여름이라 좋고, 가을은 가을이라 좋다.
겨울은 말할 필요도 없는 거고.
여름은 지금 이 순간 때문에 좋다.
갑자기 내리는 여름밤의 소나기.
후덥지근했던 공기들이 갑자기 이렇게 촉촉하게 적셔질 때.
창문을 활짝 열어놓으면 바람을 따라 들어오는 여름 내음새.
톡톡 음악소리같은 빗소리.
찬물로 샤워 한번하고 스탠드 불빛만 켜두고
여름밤 어울리는 음악을 틀어놓고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책을 읽고 있으면,
이 순간 정말 행복하구나, 느껴진다.
정말 좋구나, 라고.

하루종일 비가 오다 말고 오다 말고 하는데
자꾸만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이 생각났다.
지금 OST를 찾아서 틀어놓고 위화의 <형제>를 읽고 있는데 너무 좋다.
적당히 슬프고 적당히 아름다운 음악과 글귀들.
나도 적당히 슬프고 적당히 아름다운 이가 되고픈 여름밤.
아무래도 OST와 DVD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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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고 일어나니 또 나쁜 소식이 도착해있었다. 스물아홉의 생을 마감한 심성민씨. 소중한 목숨들이 희생되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착잡해진다.

   심성민씨가 살해되었다는 기사를 읽는데, 경남 고성 출신이란다. 내 고향. 그리고 진주에서 고등학교를 나왔단다. 나도 고성에서 태어나 진주에서 고등학교 생활을 했다. 그리고 한 살 차이. 그리 넓지 않은 고성과 진주에서 우리는 어쩌면 마주쳤는지도 모르겠다. 같은 초등학교를 다녔을수도 있고 같은 동네에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가 밟은 땅을 내가 밟았고, 자주가는 슈퍼가 같았을지도 모르겠다. 접속의 한 장면처럼 서로 어깨를 부딪히며 스쳐 지나 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자 그가 마치 나의 지인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아주 많이 슬퍼졌다.  

   타지에서 얼마나 무서웠을까. 총알이 몸에 박히는 순간, 얼마나 두려웠을까. 이렇게 생을 마감하게 된 것이 얼마나 억울했을까. 그리고 남겨진 가족들의 고통은 얼마나 끔찍할까. 부디 더이상 희생자없이 무사히 귀국할 수 있기를.

   심성민씨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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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오늘 커피프린스 완전.
정말 중학교때 읽던 순정만화같은 이야기들인데,
서른이 가까워지는 지금에도 왜 이렇게 가슴이 떨리는지.
오늘 공유가 윤은혜를 더듬으면서 흘러준 눈물 한방울, 완전 소중했다.
바다까지 갔다 왔으면서 하룻밤 사이에 달라진 공유의 태도, 완전 마음 아프고.
아, 여전히 현실에서 있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이야기에 가슴 설레여하는 이유는 뭘까?

암튼 오늘은 그 사이에 흐르던 김연우의 노래.
그 가사들이 어찌나 또렷하게 박히던지.
나는 사랑이 뭔지 모르나봐요.



02. 라디오는 거의 쿨FM만 듣는데
순용씨와 호란씨가 나온다는 이유로 거의 매주 듣는 유일한 S본부 라디오 프로그램.
오늘 들을려고 틀었는데 추소영이랑 김구가 나왔네.
지난주에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지난주에 집 앞에서 술 마신다고 못 들었었는데.
오늘만 대타겠지?
8월에 마이앤트메리 홍대 타에서 공연한다고 떴던데, 완전 좋다. 히히-



03. 요 며칠 동생들이 놀러가서 밤에 혼자 있다.
얼마만에 이렇게 이틀을 혼자서 지내는지 모르겠다.
붙어있을 때는 징글징글, 각자 방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데
이렇게 떨어져있으니 조잘조잘거리는 동생들이 그립네.
예전에 서울 처음 올라와서 외로웠던 겨울밤들도 생각나고.
맥주로 외로움을 대신합니다아.



04. 화이트보드가 꼭 필요하다고 느껴져서 이마트까지 가서 급하게 샀는데
막상 사고보면 별로 쓰지도 않는다.
왜 이러는거야.
반성해야 된다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쓰고. 반복해야 되는데. 응?



05. 화이트 보드로 쓴 글.
내일이면 힘만 조금 주면 깨끗하고 깔끔하게 지울 수 있는 그런 글들.
야심만만에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팀 나왔는데, 보고 싶다 이 영화.
아름다운 밤이예요, 이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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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가

from 모퉁이다방 2007. 7. 28. 00:20

나는 점점 포악해지고 있다.
이런 내가 밉고 짜증난다.
 














이런 나라서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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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목요일 저녁.

from 모퉁이다방 2007. 7. 26. 21:38

01.
드디어 도서관에 위화의 '형제'가 들어왔다.
새 책 신청한 덕분에 도서관에서 제일 처음 이 책을 읽게 됐다.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이 새 책일 때,
아직 한번도 자국이 남지 않은 책에 첫 표지를 꾹꾹 눌러 접을 때의 느낌 최고다.
내가 좋아하는 위화님이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로 웃기고 울려주실지 궁금하다.
얼른 읽어야지. :)



02.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극장에서 다시 봤다.
역시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한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집에서 몇 번을 봤을 때도 눈물이 나오지 않았는데,
극장에 앉아 똑같은 장면들을 다시 보고 있는데
어느 순간 마음이 아파왔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다.
내게도 떠나야 할 때 너무나 즐거워서 떠날 수가 없는 학창시절이 있었으면,
미래에서 달려온 치야키를 평생 기다릴 사랑의 설레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꿈꾸는 10대처럼 생각해봤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순정만화같은 러브스토리는 여자의 마음을 울리나보다.
그런 충성스런 러브라인은 현실에서는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어도 말이다.
어쨌든 시간의 달리는 소녀의 여름이 너무 좋아서
나도 이 영화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03.
케이블에서 '팻걸'와 '당신이 그녀라면'을 봤다.
두 편 다 자매에 관한 이야기다.

'팻걸'은 10대인 두 자매의 첫경험에 대한 이야기.
언니는 날씬하고 예쁘고, 동생은 뚱뚱하고 예쁘지 않다.
동생은 외모와는 달리 첫경험과 사랑 사이의 순진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고,
동생은 조숙해서 첫경험과 사랑 사이의 엄연한 현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충격적인 결말.
두 사람은 서로를 질투하기도 하고 화를 내며 욕을 해대지만
서로에게 깊은이야기를 털어 놓을 수 있는 유일한 친구다.

'당신이 그녀라면'은 20-30대인 두 자매의 이야기.
언니는 통통하고 예쁘지 않고 일중독이다.
동생은 날씬하고 예쁘지만 난독증에 일을 하지 않는다.
언니는 늘 누군가에게 의지만 하고 현실을 회피하려 하는 동생이 걱정스럽고
동생은 벽장 한쪽 신지 않는 뽀족구두만 쌓아두는 언니가 걱정스럽다.
결국 언니는 늘 내게만은 오지 않을 것만 같던 사랑하는 사람을 찾고,
동생은 따뜻한 도시에서 일을 시작하고 난독증을 극복한다.
언니는 사랑하는 사람이 부족한 동생이지만 그녀를 아껴주길 바라고,
동생은 언니를 위해 결혼식에서 시를 낭송한다.
두 자매에게 정신질환으로 자살을 한 엄마의 기억을 나눈다.
늘 두 사람에게 상처였던 엄마의 존재.
엄마처럼 스스로 이 삶을 끊어내지 않을 것을 두 사람도 우리도 아는 해피엔딩.

나이가 들수록 신기한 관계가 자매관계인 것 같다.
물론 내가 여동생밖에 없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형제관계나 어릴 때 그렇게 부러웠던 남매관계보다
나이가 함께 먹어갈수록 진해지는 관계인 것만 같다.
지독한 질투와 한없는 애정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미묘한 관계.
 

04.
요새 제일 자주 보는 TV 프로가 뉴스다.
너무나 영화같은 상황에
사람이 사람 목숨으로 이리 잔혹하게 행동하다니.
부디 빨리 좋은 소식이 들려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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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은,

from 모퉁이다방 2007. 7. 24. 02:40

어떤 날은 중랑천가에서 맥주를 마십니다.
홀짝홀짝 술을 넘기고 있으면 주위는 어두워지고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집니다.
밤하늘의 별과 같아요.
그러면 나는 이곳에 지금 이순간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행복해집니다.

어떤 날은 환한 편의점 파라솔에서 맥주를 마십니다.
요즘 새로 나온 맥주가 꽤 깔끔하고 부드러워요.
지나가는 사람들 속에 비스듬히 앉아서 맥주를 목에 넘기면
이 세상에서 나만 굉장히 행복한 사람인듯한 착각이 듭니다.
그러면 또 마구마구 행복해집니다.

어떤 날은 헤어질것만 같은 연인들 가운데 있습니다.
정말로 헤어져버리는거 아닐까 걱정스러워요.
그러다 가만히 가운데 앉아 예전의 나를 생각합니다.
매일매일 싸워댔던 나를, 그런 나를 지겨워했던 너를.
나를 이내 서글퍼집니다. 우린 서로에게 좀 더 좋은 사람들이 될 수 있었을텐데.

어떤 날은 TV버튼을 누르자마자 케이블에서 '번지점프를 하다'가 방영되고 있는 걸 봅니다.
저런 지독한 사랑이 있었지, 생각합니다. 현생을 뛰어넘은 사랑.
그러다 처음 이 영화를 보았던 때를 생각합니다.
극장에서 두 번 이 영화를 봤는데, 두번째는 세 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심야 영화였어요.
술에 취해 들어간 극장 안에서 첫 영화를 내내 자버려 놓쳐버렸어요.
그리고 정신차려 눈을 뜨니 이병헌이 이은주 운동화 끈을 매어주고 있었어요.
왜 이리도 생생한지요. 벌써 7년 전 영화잖아요.

어떤 기억은 너무나 쉽게 잊혀져서 아련합니다.
어떤 기억은 너무나 생생해서 눈물이 납니다.
난 단지 당신도 어떤 날엔 나를 생각해주었으면 하는 바램뿐이예요.
아련하고 눈물나는 기억이 우리 사이에, 너와 나 사이에 존재했다는 걸
당신이 잊지 않아주길 바랄뿐입니다.

오늘은 문득 당신 생각이 납니다.
아주 문득이예요.
당신이 내 얼굴에 산산조각 난 유리조각을 박은 이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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