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다방'에 해당되는 글 450건

  1. 첫눈 오던 날 4 2007.11.20
  2. 6 2007.11.05
  3.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진짜 이야기 2 2007.10.30
  4. 김연수 작가와 팻 매스니 11 2007.10.30
  5. 감기 조심 2 2007.10.29
  6. 맛이 끝내줘요, 웨팅어 맥주 10 2007.10.23
  7. 청춘 쿠폰 2 2007.10.22
  8. 오늘 같이 2007.10.21
  9. 옆 집 아저씨 이사가는 날 6 2007.10.21
  10. 책 알뜰 교환 시장 8 2007.10.19

첫눈 오던 날

from 모퉁이다방 2007. 11. 20.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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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락 바스락.
알이 꽉 찬 열빙어와 차가운 맥주를 들이키는
첫눈 오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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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모퉁이다방 2007. 11. 5. 13:25



몇 년이 지나도 가슴에 박혀있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것은 나도 모르게 내 무의식 속을 둥둥 유영하다
어느 순간 내 앞에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요.
어느 때는 그것을 닮은 모습이기도 하고
어느 때는 그것을 닮지 않은 모습이기도 해요.
어느 때는 모르는 척 나를 외면하며 지나가 버리고
어느 때는 내 얼굴을 붙잡고 목 놓아 엉엉 울어대요.
그것과 마주한 아침이 되면
나는 그것이 내가 원하는 그것의 모습인지
단지 그것 자체인지 알 수 없어집니다.
쇠 야구 방망이의 경쾌한 스윙 소리와 함께
유리알들이 눈부신 햇살에 비춰 쪼개어 지던 어느 날
그 날만이 진실이예요.
그 날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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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저택에서 태어난 한 쌍둥이 자매가 있다. 이들의 엄마와 그녀의 오빠는 어려서부터 이해할 수 없는 장난들을 하며 낄낄거리며 즐거워 했다. 이를테면 오빠가 그녀의 팔목에 녹이 슨 철사로 스윽 그으면 그녀는 솟아나는 피를 보며 헤죽거리는 거다. 이 집안의 이상한 정신병의 기운은 되물림되고 있었다. 그들의 아버지에게서 오빠와 그녀에게로 그리고 사랑받지 못하고 자라난 쌍둥이 자매에게도. 쌍둥이 자매의 아버지도 확실하지 않다. 옆집에 살던 그녀와 로맨스를 즐긴 남자와 결혼은 하긴 했지만 다들 아이들의 아빠가 엄마의 오빠, 삼촌일 거라고 추측하고 있다.
   어쨌든 쌍둥이 자매는 태어났고, 버려진 듯 먼지로 휩쌓인 대저택에서 아이들의 엄마는 정신병원으로 이송되고 이들의 아버지일 지 모를 삼촌과 나이들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는 가정부와 무심한 정원사가 이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삼촌은 방 안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은지 오래이고 이 집의 문제점을 직시한 동네의 한 의사가 이 집에 가정교사를 불러 들인다. 그녀는 단정하고 깔끔했으며 아이들을 다루는 방법을 알았다. 그녀가 온 뒤로 집안은 점차 깨끗해졌고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쌍둥이 중 한 아이는 대체적으로 온순했지만, 한 아이는 다룰 수 없을 정도로 포악했다. 가정교사는 한 아이는 정상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한 아이는 확신할 수 없었다. 그녀는 이 아이들을 떨어뜨려 놓아보면 달라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떼어놓고 이 정상적이지 않은 두 아이들의 상태를 체크해 나가면 꽤 그럴듯한 하나의 연구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나면서부터 가족도, 친구도 없이 늘 둘 뿐이였던 정상적이지 않은 정신상태를 가진 두 아이를 떼어놓기로 결심했다. 두 아이를 위해서는 아니였다. 연구를 위해서. 의사를 설득시켜 이 연구가 성공한다면 학계에서 엄청난 실력자로 등극할 수 있을것이라는 바램때문에. 두 사람은 어느날 갑자기 몰래 두 아이를 떼어놓고, 울며 불며 자학하며 하루종일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감시했다. 날마다 연구결과랍시고 기록하면서. 늘 한 몸인 것처럼 함께였던 두 아이는 무서웠고, 서러웠고, 두려웠고, 슬펐다. 한 아이가 어느정도 상황을 체념해 나갈 사이, 한 아이는 더욱더 포악해졌다.
   그러다 어느날 가정교사는 유령을 본다. 분명 의사 집에 있어야 할 아이를 저택 앞에서 본 것이다. 그것도 두 아이는 함께 다정하게 놀고 있었다. 놀라 의사 집에 쫓아가서 의사에게 아이를 제대로 감시하지 않았다고 따졌으나 의사의 집에 아이가 있었다. 그리고 의사는 아이가 오후 내내 집에 자신과 함께 있었다고 말한다. 가정교사는 맥이 풀리고 이를 본 의사는 부축을 하다가 다짜고짜 키스를 한다. 그동안 연구랍시고 둘이 만나다가 눈이 맞았던 것이다. 이를 본 의사 부인은 가정교사를 내쫓고, 그날 오후 대저택의 정원사는 쌍둥이 중 한 아이를 집에 데려간다. 가정교사는 그 날 이후 인사도 없이 사라졌고 연구도 끝났고 어리고 여리고 성숙되지 못한 마음을 가진 아이들에게 깊은 상처의 골만 남겼다.
   어릴 때의 상처들이 성인이 되어서 얼마나 커다란 심리적으로 장애가 되는지 심리학 관련 서적에서 접했다. 나는 이 쌍둥이 아이들이 너무 불쌍했다. 부모의 사랑도 받지 못하고 자랐으면서, 이기적인 어른들의 말도 안되는 연구따위로 가장 나쁜 이별의 케이스를 맛 보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언제든 말도 없이 영영 떠날 수 있는 경험, 그리고 이 커다란 세상에 단 한 사람, 나 혼자뿐이라는 철저한 외로움 끝의 두려움.

   얼마 전에 읽은 <열세번째 이야기>의 내용이다. 이 책을 읽을 때 가정교사와 의사의 말도 안되는 욕심으로 시작된 연구로 인해 하루 아침에 생이별을 한 아이들이 안타깝고, 그 후에도 자라면서 어쩔 수 없이 겪게 될 여러 종류의 크고 작은 이별에 아이들이 어리석은 어른들 욕심에 일어난 이 말도 안되는 이별로 얼마나 큰 심적 고통과 마주하게 될지 마치 소설이 현실 속 이야기인 것처럼 내 마음이 아팠다. 괜히 어른이 내가 미안했고.

   그리고 오늘 본 기사. 물론 이 이야기와 백퍼센트 똑같은 건 아니지만 닮은 구석이 많아서. 이들은 자신이 쌍둥이인 것도 몰랐고, 함께 지내다 헤어진 것도 아니지만, 결국 욕심 많은 사람들이 시작한 어리석은 연구때문에 자매는 헤어졌다. 허영심에 가득 찬 의사는 너희들은 버려진 거고 어차피 각각 입양되어 갈 것이였다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뭔가 어른이면 어른다워야 하는 거 아닌가. 사람이면 사람다워야 하는 거 아닌가. 사람이 사람을 상대로 상대방에 겪게되는 아픔따위는 상관없이 위대한 연구결과로 상 받고 인정받으면 되는건가. 너무 마음에 안 든다.

   그냥 기사 보고 책 생각이 나서 끄적거려봤다. 뭐랄까. 뉴스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영화같은 현실이라는 표현보다는 현실같은 영화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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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김연수 작가와의 만남 자리에 다녀왔다. 작가님 책을 조금밖에 읽지 못한 주제에 초대 신청을 하고 정말로, 꼭, 반드시 초대되었으면 좋겠다고 빌고 있었는데, 당첨됐다는 메일이 왔다. 얼마나 좋았는지. 월요일이라 공연이 없는 연우 소극장에서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삐그덕 소리가 많이 나서 불편하긴 했지만 작가와 연극무대라니 왠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연수 작가님은 무대 중앙에 앉으셔서 강연을 좋아하지도 않고 잘하지도 못한다면서 책에 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자리였으면 한다면서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이번 책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의 제목에 관련된 이야기, 독일 대사관에서 자신을 독일로 보낸 이야기, 그 곳에 관한 느낌들, 생각들, 그래서 쓰게 된 이번 책에 관해서. 예전에 여성지에서 일하던 시절 이야기, 그리고 출판 저널에서 일하면서 소설을 썼던 경험에 대해 마치 친한 사람을 앞에 두고 수다를 떨듯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해 나갔다.


   어제의 이야기들 중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부분. 소설 쓰기에 관한.

   한번은 한 2시쯤 됐는데 무진장 무섭더라구요. 갑자기요. 지금은 제가 그런 생각 잘 안 하는데 소복을 입은 여자가 저희 아파트가 25층인데 창을 보고 있는데 그 창에 고개만 딱 (웃음) 느낌이죠. 그런 느낌이. 무섭더라구요. 혼자 있으니까. 다 자고 있는데. 겁이 딱 나는데 그때 제가 겁이 단숨에 없어진 게 뭐냐면 차라리 나를 잡아가라. (웃음) 힘들어 죽겠다. 소설 쓰는 거. 차라리 나를 잡아가라. (웃음) 그때 따닥따닥 하는 소리가 나잖아요. 키보드에서. 쓰면 타닥타닥 소리나고 안 쓰면 조용하고 쓰면 소리나고. (웃음) 창이 하나 이렇게 있고 타닥타닥 소리가 날 때 어떤 느낌이냐면 비행기 몰고 밤하늘을 날아가는 것 같은. 제가 조종을 하고 있고. 뭐랄까. 아주 행복한 순간의 느낌인데. 그 느낌은 잊을 수가 없어요. 가끔씩 그런 느낌을 가질 때가 있는데 주로 음악을 들을 때 그런 느낌을 받는데. 음악을 좋아하니까. 예전에 좋아하는 소설 중에 생텍지페리의 <야간비행>에서 남자주인공이 밤하늘을 계속 날라 다녀요. 그 사람이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서 외롭게 혼자 비행을 하는데 그 소설을 읽을 때마다 제가 들었던 음악이 'Are you going with me?'이라는 연주음악이 그 느낌과 비슷하거든요. 그 상태의 그런 어떤 느낌이 오더라구요. 내가 이야기를 만들고 있을 때의 이렇게 밤하늘을 날아가는 듯한. 정말 자유롭구나, 하는 느낌이. 그때 어떤 생각을 했냐면은 이게 너무 좋은 거예요. 계속 해보고 싶다. 평생할 수 있으면 제일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하면 내가 취직을 해서라도 계속 밤마다 이렇게 써보고 싶다. 하다못해 다른 일을 해서라도,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이 일은 계속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어요.
 

 
  타닥타닥. 이 소리의 감촉이 너무 좋다. 타자기의 자판을 누를 때 나는 타닥타닥. 키보드의 자판을 누를 때 나는 타닥타닥. 특히 노트북 자판의 타닥타닥 소리. 이 소리의 감촉 속에 이야기가 있고 나를 위로해줄 글자들이 묻어 있다. 그래서 나는 영화 속 주인공이 작가로 나오는 영화가 있으면 거의 다 본다. 영화 속에서 타닥타닥 소리를 듣고 있으면 그 영화가 아무리 엉망이라도 용서가 된다. 작가님의 입 속에서 발음되어지는 타닥타닥 소리도 참 좋았다.

   요즘에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요. 지금은 변했어요' 라는 인터뷰 기사를 발견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어제도 김연수 작가님이 예전에는 자신의 소설을 독자들이 보지 않아도, 어려운 단어들이 너무 많다고 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것이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달라졌다고. 지금은 소설이 소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예전에는 소설이란 원본, 진리를 찾는 것이라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10년이 지나니 그 원본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을 알았다고. 소통하는 글을 쓰고 싶다고. 이야기를 더 만들어나가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들이 좋았다. 나는 왜 이런 말들이 좋을걸까 생각해 봤다. 그 사람의 성향 자체는 크게 변화할리 없고, 그 뼈대 자체가 변하는 것을 원치도 않지만. 나는 그게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과 내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증거이기 때문인 것같다. 내가 이 사람과 같은 하늘 안에 동시대를 살아가며 내가 들이 마쉰 공기가 그가 내쉰 공기이기도 하고, 그가 들이 마쉰 공기가 내가 내쉰 공기이기도 하다는 것. 내가 나이가 들면서 생각들이 변해가듯이 그도 변해가고. 그러므로 내 생각들이 그리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어제 작가와의 만남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생각했다.

   아, 그리고 질의 응답 시간에 고3 담임인 선생님이 이제 글을 쓰기 시작하는 제자에게 전해주고 싶다고 한 말씀 부탁드린다고 하셨는데 작가님이 '열망은 백전백패예요'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에 내 마음 속 어딘가가 철퍼덕 무너져 버리는 소리가 들렸는데, 이내 자신의 이십대는 열망 그 자체였고, 백전백패였다고. 하지만 열망때문에 백전백패를 견뎌낼 수 있었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

   질의 응답 시간까지 끝내고 사인을 받았다. 작가님은 내 이름을 쓰고, 2007년 가을에 김연수, 라고 사각사각 펜소리를 내며 사인해 주셨다. 가을인지 겨울인지 모를 날씨 속에 둘러쌓여있던 10월이었는데 작가님의 곱디고운 글씨로 아직도, 여전히 가을이라는 것을 또렷하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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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조심

from 모퉁이다방 2007. 10. 29. 10:33



삼일동안 열감기인지 설사병인지 모를 엄청난 복통과 두통에 시달리며 죽다 살아났다.
몇 년만에 끙끙 앓아본건지.
아프다는 게 이런 거였구나, 새삼 깨달으며
절대 아프지 말아야지, 다짐에 다짐을 했다.
아, 두통없이 깔끔하게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아침이 꿈만 같구나.  

모두들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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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에 갔다가 이 맥주를 발견했다.
독일맥주인데 가격이 참으로 저렴했다.
500ml에 1600원 정도 했나보다.
맛있을 거 같아서 사가지고 들어왔는데,
완전 반해버렸다.
캔맥주에서 하우스맥주 맛이 난다.
하우스맥주는 가격도 비싼데다
하우스맥주집도 주위에 많지도 않은데
이렇게 간단하게 맥주 한 캔에 그 맛이 나다니.
물론 그만큼 깊은 맛은 안 나지만
비슷하게 깔끔한 맛이 난다.
내가 좋아하는 카스랑도 비슷한 가격이니
이제 자주 이마트에 가서 사 와야지.
이름은 웨팅어해페바이스.
캔에 간단한 설명이 있다. 이렇게 마시면 더 좋다는.

1. 컵에 먼저 3/4를 따른다.
2. 나머지를 효모가 잘 섞일 수 있도록 흔들어 돌린다.
3. 컵에 마저 따른다.

어제 가지고 오면서 혹시 조금 흔들렸나.
컵에 따르니깐 거품이 많이 났는데, 거품이 완전 부드러웠다.
완전 반해버렸음. :)

찾아보니 웨팅어라는 브랜드가 독일 맥주 판매 1위란다.
그리고 괴테도 즐겨마셨다는.
으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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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쿠폰

from 모퉁이다방 2007. 10. 22. 12:25
- 메일을 확인하다가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보낸 메일에서 이런 쿠폰을 발견했다.
주말에만 배포되는 듯 한데 이름하야 '청춘쿠폰'
국내도서를 주문하면 천원이 할인되는 쿠폰인데 이렇게 설명되어있다.

'푸르른 청춘, 교보문고가 후원하겠습니다'
매주 토요일에서 일요일 사이 회원정보상의 주민번호를 기준으로 1984년~1991년 출생고객만 발급받으실 수 있습니다.
모든 청춘 쿠폰은 국내도서 구매시만 사용하실 수 있으며, 주문금액 제한없이 주문건당 한 개씩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발급연령, 발급기한 제한이 있습니다.
'청춘쿠폰 쿠폰받기'

저도 청춘이랍니다. 주민번호 상으로 벌써 청춘에서 제외된 나이가 된 것이란 말입니까.
마음은 언제나 청춘인 사람은 받을 수 없는 겁니까.
왜 이따위로 쿠폰 이름을 지어서 월요일 아침부터 사람 마음을 후벼파는 겁니까.
아, 이상하게 꼭 받고 싶네. ㅠ


- 친구야.
이번에 알뜰 시장에 낼 책을 골라내다 몇년전인지도 헷갈릴 정도로 오래된 우리 사진을 봤어.
5년도 더 된 사진이 아닐까.
니가 서울에 와서 궁이며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사진 많이 찍었었잖아.
미안하다. 친구야.
나 그 사진들 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절대 절대 살 쪘을 때는 흔적을 남기지 말자.
정말 1초도 못 봐주겠더라. 너는 괜찮았어. 너는 그때가 지금보다 말랐었더라.
그런데 내가 가지고 있던 사진들은 거의 나 혼자 찍은 독사진이었는데.
나는 지금이 내가 생애에서 최대로 살이 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때도 만만치 않더라.
저주받은 이 살들, 언제쯤 떨어질까.
절대 이제 살이 포동포동하게 올랐을 때는 사진따위 흔적따위 남기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사진을 갈기갈기 찢어서 버릴 수 있는 것처럼 살도 어떻게 갈기갈기 찢어 버릴 수 없을까.


- 만두우동을 먹으려는 꿈을 꾸다 깨어났다.
꿈 속의 만두는 정말 특이하고 맛있어 보였는데.
그런데 만두우동이라는 게 있나.


- 달콤쌉싸름한 가을.
데미언 라이스를 듣는다.
환상적이구나. 가을과 쌀 아저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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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같이

from 모퉁이다방 2007. 10. 21. 14:50



















오늘 같이 이상한 꿈을 꾼 날에는
어쩐지 그곳에 가게 됩니다.

당신은 여전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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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 집 아저씨는 약간 대머리다. 옆 집 아저씨는 큰 키에 마른 체형이다. 옆 집 아저씨는 언제나 츄리닝 차림이다. 옆 집 아저씨는 셈을 잘한다. 옆 집 아저씨는 자주 동네를 느린 걸음으로 산책한다. 옆 집 아저씨 집 앞에서는 언제나 자주 타지 않는 듯한 탐나는 자전거가 있다.

   내가 옆 집 아저씨에 관해 알고 있는 건 이게 전부다. 아저씨를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건, 한 달에 딱 한 번. 아저씨는 그 달 초에 전기요금 청구서와 본인의 전기세 분량의 돈을 들고 우리집 문을 두드린다. 누구세요? 그러면 아저씨는 항상 옆 집이예요, 라고 하신다. 그리고 매달 17일마다 계량기를 체크해서 적어둔 네자리 숫자를 이용해서 뺄셈을 한 뒤 이번 달은 이만큼 나왔어요, 하시면서 돈과 청구서를 건네주신다.

   우리는 아저씨가 무엇을 하시는 분인지 궁금했다. 거의 대부분 집에 계셔서 극성스러운 택배 아저씨가 우리집 문을 계속해서 쿵쿵거리면 슬그머니 나와서 택배를 맡아주시고, 혼자 사시는 게 분명한데 낮에 가끔 여러 사람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면 우리는 아저씨 가족들이 온건가, 혹시 이혼을 하신건가, 기러기 아빠인가, 여러 추측을 하곤 했다.

    우리집에서 아저씨와 가장 길게 이야기를 나눠본 사람은 둘째 동생이다. 어느 날 낮에 동생은 집에 혼자 있다가 뭔가를 사러 나갔다 돌아왔는데 우리 집 앞에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동생은 슬그머니 그 틈에 끼여서 구경을 했는데 알고보니 우리 집 건물에 조그마한 불이 났던 거였다. 그 겨울 최고로 추운 밤이 지났고 우리 집 수도가 얼었다. 그래서 주인아저씨가 내려와서 이렇게 저렇게 손 봐줬는데 그게 잘못된 거였다. (늘 주인집은 우리집에 잔고장이 나면 스스로 해결해 보려고 하다가 큰 공사까지 가게 만든다는) 아무튼 사건은 해결됐고, 동생이 그 틈에 가만히 서 있는데 옆을 보니까 옆 집 아저씨가 어김없이 츄리닝 복장으로 서 있었다. 동생은 괜히 어색한 대화가 오고 갈까봐 슬금슬금 옆으로 피했는데 아저씨가 동생을 알아보고는 반갑게 인사를 하셨단다. 그때 우리집은 아저씨 집와 우리집이 같은 층에 있어서 전기세를 함께 내고 있었는데 그게 한 집으로 처리되어 있어서 누진세로 엄청난 전기요금을 내고 있었다. 아저씨가 그 문제를 동사무소에서 해결하고 왔다면서 다음 달부터 두 집으로 계산되어서 덜 나올 거라고 당당하고 늠름한 목소리로 전하시더란다. 동생은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아저씨와 헤어져 집으로 들어왔다.

   아무튼 그 뒤로 가끔 아저씨를 집 앞에서 전기세 문제로 마주치면서 우리는 늘 이 아저씨가 왜 작은 집에 혼자 사는지, 무슨 일을 하시길래 늘 집에 계시는지 궁금했다. 결국 궁금증은 해결되지 못했고, 어제 아저씨는 우리에게 마지막 전기요금을 넘겨주셨다. 셈을 잘하는 아저씨는 어제분까지 정확하게 네자리 숫자를 빼서 만오천원을 넘겨주시면서 잘 있으라는 말을 남겼다. 우리는 또 궁금해졌다. 아저씨는 어디로 가는 걸까. 가족들과 함께 지내게 되는 걸까. 아니면 아직도 결혼을 못한 총각이실까. 더 좋은 곳으로 이사를 하시는 걸까.

   오늘 아침, 문 밖으로 쿵쾅쿵쾅 이사짐 나르는 소리가 들렸다. 결국 정다운 이웃이 되지 못했던 우리는 문을 열어 잘 가시라는 인사정도도 하지 못하고 창 밖으로 아저씨의 짐이 실리는 모습만 훔쳐봤다. 깔끔한 작은 장농이 실리고, 나무색의 책상도 실리고, 텔레비전도 실리고, 이불보따리도 실리고. 늘 우리를 방문하셨던 아저씨라 그 집이 얼마 만큼의 크기인지 모르고 그저 주인집에서 옆 집은 방이 하나라는 말만 듣고, 밖에서보면 창이 하나뿐인 걸 보고 작을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아저씨의 짐은 제법 많았다. 트럭 하나에 아저씨의 짐이 빼꼼하게 들어찼다. 옆에는 아저씨의 어머니로 보이시는 분이 계셨고. 창 밖으로 훔쳐본 아저씨의 표정이 밝았다. 전기세를 넘겨줄 때도, 동네 어귀를 산책할 때도 볼 수 없었던 웃음이 넘치는 표정. 나는 확신했다. 아저씨는 더 좋은 곳으로 가시는 구나. 먼지를 폴폴 날리시며 떠나는 1년동안 궁금했던 아저씨의 집 안 짐들을 뒤로 하며 나는 어울리지도 않게 안녕, 이라고 왠지 부럽다,라고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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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알뜰 교환 시장

from 모퉁이다방 2007. 10. 19. 23:18
   제가 사는 면목동에 책 알뜰 교환 시장이 열렸어요. 도서관에 갈때마다 안내문이 붙여져 있어서 날짜를 기억해뒀다가 집에 안 보는 책들 가져가봐야지, 생각을 했었는데 오늘 비가 내리더라구요. 행사가 취소될 줄 알았는데, 다행히 오후 시간에 비가 그쳐서 쌀쌀한 날씨였지만 교환 시장이 열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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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서 다 읽은 책, 다른 책이랑 바꿔 읽자는 것이 이 행사의 취지구요. 그래서 집에서 안 읽는 책이나 다 읽은 책 들고 나갔어요. 1인당 3권씩 바꿀 수 있다고 해서 동생이랑 같이 6권을 들고 나갔는데, 나가보니까 권수는 제한이 없었나봐요. 굉장히 책 많이 가져오신 아저씨도 계시더라구요. 성인용, 어린이용 해서 봄, 여름, 가을, 겨울관으로 이름지어서 나눠져 있었구요. 제가 교환했던 성인용 도서에는 한 군데는 면목도서관에서 가지고 나온 책들이 있었구요. 이 책들은 거의 새 책이 많았어요. 그리고 다른 한 군데는 어느 수필가님이 다 기증하신 것 같더라구요. 오래된 책들이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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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로 예전 책이 많았는데, 교과서에서 봤던 고전들도 많이 나와있고, 시집도 많았어요. 책을 계속 바꾸어 가니까 새 책이 계속 생기구요. 제가 책 고르고 있는데 이상문학상 수상집이며 신경숙의 깊은 슬픔이며 좋은 책들을 품에 가득 안은 학생이 곁에 있어서 괴로웠습니다. 조금만 더 일찍 왔다면 저것은 내 것인데 하는 생각. 아, 그리고 책을 교환하러 오지 않아도 돈을 내고 구입할 수 있었어요. 헌 책은 정가의 10%만 받고, 새 책은 정가의 20%만 받는 거 같앴어요. 만원이면 10권이 넘게 가져갈 수 있다는. 비록 헌 책이긴 하지만, 손때 묻은 책도 정겹고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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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방에 관한 기억>, <선물>, <위단의 논어심득>, <끝났으니까 끝났다고 하지>, <아니, 이게 무슨 영어야?>를 가져갔어요. 주로 서평단에 뽑혀서 받은 책들이예요.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만 제가 구입했는데. 다 읽었고, 저랑은 안 맞아서 소설책임에도 불구하고 큰 맘 먹고 내 놓았어요. 그렇게 6권을 교환하고 알뜰 시장에 좋은 책들을 마구 발견하고 다시 집에 들어가서 4권을 더 가져와서 교환을 했어요. 그리하여 가지게 된 10권의 책.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정이현의 타인의 고독이 실린 이효석 문학상 수상집
2002년 올해의 좋은 소설
헤르만 헤서의 데미안, 싯다르타
공지영의 봉순이 언니
문학동네 작가상, 동정 없는 세상
전경린의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셰익스피어 희극선
주홍글씨

   좋아하는 작가, 좋아하는 책들로 쫙 바꿔왔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책들도 있는데 다시 한번 읽어보고 소장도 하려구요. 봉순이 언니를 제외하고는 책 상태도 새 책같이 좋아요. 책은 정말 좋아하는 책 아니면 한번 읽고 책장 속에서 묵혀두기 일쑤인데 이런 좋은 행사가 있어서 책을 교환하고 저렴한 가격에 나눌 수 있어서 좋은 거 같애요. 25일에도 한번 더 한다니까 또 시간 맞춰서 나가봐야겠어요. 이런 행사가 곳곳에서 자그마하게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사진 상태가 너무 안 좋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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