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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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모퉁이다방 2007. 11. 5. 13:25
몇 년이 지나도 가슴에 박혀있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것은 나도 모르게 내 무의식 속을 둥둥 유영하다 어느 순간 내 앞에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요. 어느 때는 그것을 닮은 모습이기도 하고 어느 때는 그것을 닮지 않은 모습이기도 해요. 어느 때는 모르는 척 나를 외면하며 지나가 버리고 어느 때는 내 얼굴을 붙잡고 목 놓아 엉엉 울어대요. 그것과 마주한 아침이 되면 나는 그것이 내가 원하는 그것의 모습인지 단지 그것 자체인지 알 수 없어집니다. 쇠 야구 방망이의 경쾌한 스윙 소리와 함께 유리알들이 눈부신 햇살에 비춰 쪼개어 지던 어느 날 그 날만이 진실이예요. 그 날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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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진짜 이야기모퉁이다방 2007. 10. 30. 19:04
대저택에서 태어난 한 쌍둥이 자매가 있다. 이들의 엄마와 그녀의 오빠는 어려서부터 이해할 수 없는 장난들을 하며 낄낄거리며 즐거워 했다. 이를테면 오빠가 그녀의 팔목에 녹이 슨 철사로 스윽 그으면 그녀는 솟아나는 피를 보며 헤죽거리는 거다. 이 집안의 이상한 정신병의 기운은 되물림되고 있었다. 그들의 아버지에게서 오빠와 그녀에게로 그리고 사랑받지 못하고 자라난 쌍둥이 자매에게도. 쌍둥이 자매의 아버지도 확실하지 않다. 옆집에 살던 그녀와 로맨스를 즐긴 남자와 결혼은 하긴 했지만 다들 아이들의 아빠가 엄마의 오빠, 삼촌일 거라고 추측하고 있다. 어쨌든 쌍둥이 자매는 태어났고, 버려진 듯 먼지로 휩쌓인 대저택에서 아이들의 엄마는 정신병원으로 이송되고 이들의 아버지일 지 모를 삼촌과 나이들어 제대로 일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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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작가와 팻 매스니모퉁이다방 2007. 10. 30. 13:15
어제 김연수 작가와의 만남 자리에 다녀왔다. 작가님 책을 조금밖에 읽지 못한 주제에 초대 신청을 하고 정말로, 꼭, 반드시 초대되었으면 좋겠다고 빌고 있었는데, 당첨됐다는 메일이 왔다. 얼마나 좋았는지. 월요일이라 공연이 없는 연우 소극장에서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삐그덕 소리가 많이 나서 불편하긴 했지만 작가와 연극무대라니 왠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연수 작가님은 무대 중앙에 앉으셔서 강연을 좋아하지도 않고 잘하지도 못한다면서 책에 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자리였으면 한다면서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이번 책 의 제목에 관련된 이야기, 독일 대사관에서 자신을 독일로 보낸 이야기, 그 곳에 관한 느낌들, 생각들, 그래서 쓰게 된 이번 책에 관해서. 예전에 여성지에서 일하던 시절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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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끝내줘요, 웨팅어 맥주모퉁이다방 2007. 10. 23. 21:49
이마트에 갔다가 이 맥주를 발견했다. 독일맥주인데 가격이 참으로 저렴했다. 500ml에 1600원 정도 했나보다. 맛있을 거 같아서 사가지고 들어왔는데, 완전 반해버렸다. 캔맥주에서 하우스맥주 맛이 난다. 하우스맥주는 가격도 비싼데다 하우스맥주집도 주위에 많지도 않은데 이렇게 간단하게 맥주 한 캔에 그 맛이 나다니. 물론 그만큼 깊은 맛은 안 나지만 비슷하게 깔끔한 맛이 난다. 내가 좋아하는 카스랑도 비슷한 가격이니 이제 자주 이마트에 가서 사 와야지. 이름은 웨팅어해페바이스. 캔에 간단한 설명이 있다. 이렇게 마시면 더 좋다는. 1. 컵에 먼저 3/4를 따른다. 2. 나머지를 효모가 잘 섞일 수 있도록 흔들어 돌린다. 3. 컵에 마저 따른다. 어제 가지고 오면서 혹시 조금 흔들렸나. 컵에 따르니깐 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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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쿠폰모퉁이다방 2007. 10. 22. 12:25
- 메일을 확인하다가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보낸 메일에서 이런 쿠폰을 발견했다. 주말에만 배포되는 듯 한데 이름하야 '청춘쿠폰' 국내도서를 주문하면 천원이 할인되는 쿠폰인데 이렇게 설명되어있다. '푸르른 청춘, 교보문고가 후원하겠습니다' 매주 토요일에서 일요일 사이 회원정보상의 주민번호를 기준으로 1984년~1991년 출생고객만 발급받으실 수 있습니다. 모든 청춘 쿠폰은 국내도서 구매시만 사용하실 수 있으며, 주문금액 제한없이 주문건당 한 개씩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발급연령, 발급기한 제한이 있습니다. '청춘쿠폰 쿠폰받기' 저도 청춘이랍니다. 주민번호 상으로 벌써 청춘에서 제외된 나이가 된 것이란 말입니까. 마음은 언제나 청춘인 사람은 받을 수 없는 겁니까. 왜 이따위로 쿠폰 이름을 지어서 월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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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집 아저씨 이사가는 날모퉁이다방 2007. 10. 21. 13:54
옆 집 아저씨는 약간 대머리다. 옆 집 아저씨는 큰 키에 마른 체형이다. 옆 집 아저씨는 언제나 츄리닝 차림이다. 옆 집 아저씨는 셈을 잘한다. 옆 집 아저씨는 자주 동네를 느린 걸음으로 산책한다. 옆 집 아저씨 집 앞에서는 언제나 자주 타지 않는 듯한 탐나는 자전거가 있다. 내가 옆 집 아저씨에 관해 알고 있는 건 이게 전부다. 아저씨를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건, 한 달에 딱 한 번. 아저씨는 그 달 초에 전기요금 청구서와 본인의 전기세 분량의 돈을 들고 우리집 문을 두드린다. 누구세요? 그러면 아저씨는 항상 옆 집이예요, 라고 하신다. 그리고 매달 17일마다 계량기를 체크해서 적어둔 네자리 숫자를 이용해서 뺄셈을 한 뒤 이번 달은 이만큼 나왔어요, 하시면서 돈과 청구서를 건네주신다. 우리는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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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알뜰 교환 시장모퉁이다방 2007. 10. 19. 23:18
제가 사는 면목동에 책 알뜰 교환 시장이 열렸어요. 도서관에 갈때마다 안내문이 붙여져 있어서 날짜를 기억해뒀다가 집에 안 보는 책들 가져가봐야지, 생각을 했었는데 오늘 비가 내리더라구요. 행사가 취소될 줄 알았는데, 다행히 오후 시간에 비가 그쳐서 쌀쌀한 날씨였지만 교환 시장이 열렸어요. 집에서 다 읽은 책, 다른 책이랑 바꿔 읽자는 것이 이 행사의 취지구요. 그래서 집에서 안 읽는 책이나 다 읽은 책 들고 나갔어요. 1인당 3권씩 바꿀 수 있다고 해서 동생이랑 같이 6권을 들고 나갔는데, 나가보니까 권수는 제한이 없었나봐요. 굉장히 책 많이 가져오신 아저씨도 계시더라구요. 성인용, 어린이용 해서 봄, 여름, 가을, 겨울관으로 이름지어서 나눠져 있었구요. 제가 교환했던 성인용 도서에는 한 군데는 면목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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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쇼, 라디오 그리고 비모퉁이다방 2007. 10. 18. 23:47
- 이우일씨 홈페이지 갔다가 안 사실. 김영하 작가 새 책이 나온단다. 조선일보에 연재해온 80년생에 관한 이야기라고 했는데, 한 회도 못 읽었었다. 빨리 나오는구나. 예스24에서 예약주문하면 친필사인본도 한정 증정한단다. 정말 올 하반기에 쏟아지는 책들 때문에 행복해 죽을 지경. 며칠 있으면 책값이 오른다는데. 책 많이 안 사보지만 살 사람은 사보니깐 이익을 내자는 건가. 자세한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책값이 점점 부담이 되어가고 있는 건 사실이다. 요즘 대부분은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정말 소장하고 싶은 책만 인터넷에서 주문한다. 아무튼 반가워요. 김영하 작가님. 이번에도 감사히, 잘 읽겠습니다아. :) - 요즘 KBS 쿨FM에서 가을개편특집으로 주는 빈티지 라디오가 너무 갖고 싶다. 주파수 숫자에 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