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우일씨 홈페이지 갔다가 안 사실.
김영하 작가 새 책이 나온단다.
조선일보에 연재해온 <퀴즈쇼>
80년생에 관한 이야기라고 했는데, 한 회도 못 읽었었다.
빨리 나오는구나.
예스24에서 예약주문하면 친필사인본도 한정 증정한단다.
정말 올 하반기에 쏟아지는 책들 때문에 행복해 죽을 지경.
며칠 있으면 책값이 오른다는데.
책 많이 안 사보지만 살 사람은 사보니깐 이익을 내자는 건가.
자세한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책값이 점점 부담이 되어가고 있는 건 사실이다.
요즘 대부분은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정말 소장하고 싶은 책만 인터넷에서 주문한다.
아무튼 반가워요. 김영하 작가님.
이번에도 감사히, 잘 읽겠습니다아. :)


- 요즘 KBS 쿨FM에서 가을개편특집으로 주는 빈티지 라디오가 너무 갖고 싶다.
주파수 숫자에 맞게 891개를 대방출하고 있는데.
아침부터 밤까지
이현우, 홍진경, 윤도현, 이금희씨 방송까지 모두 달라고 메세지를 보내는데
당첨이 안된다. 금요일까지일텐데.
오늘 나의 최종목표는 테이씨.
기다리시오. 제가 콩으로 메세지를 날릴테니.
빈티지 라디오 갖고 싶어용.


- 날씨가 다시 조금 따뜻해졌다.
내일은 비가 온다더니.
왠지 해물파전이 땡길것만 같다.
얼큰한 수제비와 생태탕도.
따끈하게 데워진 정종에 오뎅국물도.
오래간만에 빗소리를 듣겠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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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 4

from 모퉁이다방 2007. 10. 17. 21:29

- 오늘 하루종일 몸소 느꼈다.
겨울이 오고 있다는 걸.
추워졌다.
1년내내 목과 코에 이상이 있는 동생은 감기에 걸리셨고.
가습기가 없으므로 끙끙대는 동생을 위해 빨래를 돌린다.
오늘 밤은 방을 가로질러 촉촉한 수건들을 널어놓고
동생의 코 안도, 나의 꿈도 촉촉해지길.


- 기대와 실망,
희망과 좌절이
날실과 씨실처럼 자연스럽게 엮여진 채
노력없이 허무한 오늘이 또 이렇게 흘러간다.


- 아, 김연수 블로그 발견.
제목부터 반해버린 이번 책,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그의 블로그에서는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들이 잔뜩 줄지어 흘러나온다.
이 책은 올 가을, 왠지 제일 마지막에 읽도록 아껴두고 싶다.


- 엔젤인어스, 라떼도 맛나더니
핫도그세트도 맛나다.
늦은 점심으로 조용한 2층, 푹신푹신한 쇼파에 기대 아메리카노와 함께 마시니
단숨에 행복해졌다.
요즘 커피는 왠만하면 엔젤인어스와 언제나 사랑하는 자판기 커피.  
커피맛이 최상인 여러가지 요인들이 있겠지만
내게 단연코 최고의 요인은
코 끝을 감싸는 쌀쌀한 날씨라는 데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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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둑

from 모퉁이다방 2007. 10. 9. 01:45

자전거를 도둑 맞고 난 후에 알았다.
자전거를 산 그 날부터 나는 자전거를 이리도 쉽게 이리도 빨리 도둑 맞을 것을 알았다는 걸.
그래서 매일 끙끙거리며 2층 집까지 꾸역꾸역, 삐질삐질 들고 올라왔고
그때문에 자전거를 한번 타기까지 결심하게 되는 시간이 길어졌다.
점점 자전거 체인을 정성들여 닦지 않게 되었고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어느 날 갑자기 무슨 결심이라고 한 듯
복잡한 현관꼴을 보아줄 수 없어 자전거를 마당으로 내렸다.
삼일을 마당에 두었다.
왠지 1층 아줌마가 너는 왜 거기 서 있어서 귀찮게 하냐며 자전거에게 눈치를 주는 것 같아
자전거를 끌고 역 앞 자전거 보관대에 세워놓았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자전거가 무사함을 확인했다.
그리고 다음날 같은 곳을 지나가면서도 나는 자전거의 존재를 잊었다.
그리고 다음날 그곳을 지나면서 나의 자전거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시에서 너무나 나약하게 만들어 놓은 자전거 보관대는
밤새 땀 한방울의 노력도 없이 쉽게 절단기에 부서졌겠지.
그렇게 나의 자전거는 나를 떠났다.
내가 자전거를 떠나보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늘 이 자전거를 언제까지 탈 수 있게 될지 불안했었으니까.
얼추 세어보니 나는 나의 고귀하고 사랑스러웠던 자전거를 스무번 남짓밖에 타질 못했구나.

장난으로 자전거 훔쳐가는 도둑X XX. 잡히면 가만 안 둔다.
내가 몇일 밤을 고민해가면서 고른 건데.
없는 돈에 살까말까 얼마나 고민하면서 살건데.
현관에만 두니깐 옮기기 힘들어서 본격적으로 타고 다녀볼라고 밑에 내려놓은건데.
옆에 비닐도 안 베낀 새 자전거도 많더만.
내 안전장치가 그렇게 만만했냐고.
자전거 보관대 자물쇠 채울 때 꼭 바퀴 올려놓는 밑 받침대랑 연결해서 채워야 한다는 교훈을 남기고 내 곁을 떠난 자전거야.
너를 훔쳐 간 주인에게 헌신하지 말고 무작정, 바로, 초스피드로 너를 망가뜨리렴.
그게 너를 아끼고 사랑했던 본 주인을 위한 거란다.

열쇠꾸러미에서 자물쇠 열쇠를 빼어내며.
안녕.
너를 잊지는 못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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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야.
첫 눈에 너를 보고 반해버렸어.
자꾸 생각이 나.
너를 훔쳐 집으로 데려오고 싶다는 생각뿐이야.
방 구석에 너를 놓아두고
아침 저녁 마른 수건으로 호호 닦아내며
너를 깔고 앉아
음악을 듣고 책을 보면
얼마나 편할까, 하는 생각뿐이야.
자꾸만 눈 앞에서 니가 아른거려.
그껏 의자와 사랑에 빠지다니.
너에게 한 번 앉아보지도 못한 주제에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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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토리 초대장 서른장 정도 있어요.
초대장 원하시는 분들 댓글 달아주시면 보내 드릴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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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에서 <레이크 하우스>를 해주더라.
밖에는 비가 내리고 TV에서는 시카고의 겨울이 펼쳐지고
이런 날은 정말 집에 콕 박혀있어도 행복하다는 느낌으로 충만해진다.
이렇게 날씨와 케이블 영화 편성표가 딱 맞아떨어지는 날에는
편성 담당자가 누군지 살짝 궁금해진다.

<레이크 하우스>에 관한 네이버 네티즌 리뷰 중에
<시월애>가 흰죽이라면, <레이크 하우스>는 영양죽이라는 표현이 있었다.
정말 괜찮은 표현인 것 같다.
<시월애>는 여백의 미가 풍부했던 영화였고,
<레이크 하우스>는 그 여백들을
제인 오스틴의 <설득>같은 책과 같은
아기자기하고 소소한 장치들로 메꾸어서 꽉찬 느낌이다.
일마레보다 레이크하우스 집 자체도 풍성하다.
서해의 황량한 느낌이 강했던 일마레보다
레이크하우스는 집 안의 나무들이나 속이 훤히 보이는 유리들 때문에
더 꽉차있는 느낌이다.
그래도 일마레의 집으로 이어지던 긴 나무다리의 느낌은 정말 좋았다.

<레이크 하우스>같은 영화는 극장에서 한번 보기 보다
집에서 생각날 때마다 틀어보고 싶은 류의 영화라서
DVD를 찾아보니깐, 지금 소니행사로 시월애랑 같이 9천원대에 팔고 있더라.
사야지. :)


추석도 끝났고
비도 오고
추석때 부쳤던 전들을 싸들고 올라왔는데,
아무리해도 할머니 댁에서 엄마들이 끓어주는 잡탕의 맛이 안난다.
비록 며칠만에 2kg가 쪘지만 (다이어트한 거 완전 꽝됐다. ㅠ.ㅠ)
추석 내내 풍요로운 반찬들과 맛난 삼겹살 파티를 하고
마지막 날 얼큰한 잡탕의 국물로 속을 달래주고 나면
아, 또 이렇게 명절이 끝나가는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돌아오는 길에 버스가 너무 막혀 답답해 죽는 줄 알았지만
버스를 타면 꼭 들르는 휴게소의 빼먹을 수 없는 호두과자와 각종 휴게소 음식들을
휴게소에 닿기도 전에 고르고 있는걸 보면
명절은 정녕 내게 온갖 기름진 음식들의 향연이구나, 싶다.

그나저나 도로 살 뺄 수 있을까.
이렇게 비가 오니 본능적으로 술이 땡기는데.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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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티스토리 초대장 5장 있어요.
필요하신 분, 답글 달아주세요.
제가 아는 분이면 좋겠지만, 지인들 중에 여기 블로그 아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으니.
확실히 티스토리로 옮기고 나서 이런저런 글을 많이 쓰게 되는 거 같다.
영화보고 그냥 넘겨버렸을 생각들,
책 읽고 그냥 묻혀버렸을 좋은 글귀들.
나이가 들어가서 그런지, 어릴 때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기억력이 점점 쇠퇴해가고 있다.
분명히 읽은 책인거 같은데, 내용이 전혀 기억이 안 나는 책이 많다.
영화도 마찬가지고.
일기는 예전부터 안 썼고, 다이어리도 늘 연초에만 열심히 써댔으니
내가 뭘 보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시간이 지나버리면 감감무소식이였는데
블로그를 하면서부터 소소하게 기록하고
또 글을 쓰면서 여러가지 되집어서 생각하게 되니까 좋은 것 같다.
미니홈피는 너무 지인들이라 쓰지 못했던 그런 말과 생각들을 주저리할 수 있어 좋고.

암튼 티스토리 강추.
답글 달아주세용. :)


02.
며칠전에 형을 잃은 동생의 남자친구는 장례를 마치고 진주로 돌아가
일요일에 복귀하는데
동생에게 전화를 할 때, 가끔 나를 바꿔달라고 그런다.
그렇게 전화기를 받으면 그 애가 끊임없이 훌쩍거린다.
서럽게 서럽게.
누나, 너무 외로워요.
누나, 이렇게 빨리 가 버린 형이 미워요.
그렇게 그 애가 꺼이꺼이 울면 나도 따라서 금방 눈물이 나는데
그 애한테 힘이 될만한 위로를 해줘야 하는데
나는 정말 아무 말도 못하겠다.
힘 내라는 말도,
그만 울라는 말도,
겨우겨우 통화의 말미에 조심스럽게 꺼낸다.

형이 서울에서 사고가 나서 의정부 병원에 다녀왔는데
그 애의 형을 처음 봤다.
그 애는 계속 우리를 보며 울면서
제가 시체를 처음 봤는데요, 그게 형 시체였어요.
시체를 보면 무서울 줄 알았는데, 우리 형이였는데 정말 시체같지 않았어요.
제가 손을 잡았는데 손은 차가웠는데 금방 일어날 거 같았어요.
하면서 꺼이꺼이.
이번 추석때 형이 내려온다고 해서 양주 사서 아껴놨는데, 형이랑 같이 마실라구요.
형이 여자친구한테 사과 3개를 받았는데, 하나를 안 먹고 아껴놨대요.
추석 때 내려와서 엄마주려구요.

미안. 나는 니 슬픔을 백퍼센트 온전히 느끼지 못해서.
정말 미안. 나는 그 찢어져 버릴 거 같은 아프고 아린 너에게 아무 말도 해주지 못해서.
니가 나라고 생각해 보면
빨리 기운차리고 힘내라는 말도
이제는 그만 형을 보내라는 말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어서. 미안.
누나가 다음에 휴가 나오면 진짜 맛있는 거 해 줄께. 응.


03.
추석에 내려가는 게 마냥 신나지만은 않은 거보면 나 나이든 거 맞지?
햐. 그래도 보름달에 소원은 빌거다.
언젠가는 이루어질지도 모른다는 말도 안되는 어린아이같은 바램이 아직 있거든.
그런 거 보면 나 아직 어린 거 맞지?
오늘 밤은 간만에 걷기도 하지 않고, 맥주도 한 잔 하고,
내일 길고긴 귀성길에 지겹지 않게 들을 음악들을 MP3에 가득 채운다.
아, 도서관에 가서 책도 빌렸다.
두꺼운 책. 옛날부터 읽고 싶었는데 이제 빌리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04.
아차. 내일은 동생 생일이구나.
이 아이는 보름달의 기운을 받고 태어났음에 틀림없어.
(태왕사신기 휴유증이다. 너무 재밌다구. 재미없을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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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비가 내린다.

말도 안 되게 갑작스럽게
동생의 남자친구 형이 죽었다.
그 아이의 형은 한번도 만나보진 못했지만.
착하고 여린 그 아이에게 단 하나뿐인 형.
군대에서 연락을 받고 부모님과 함께 서울로 올라와서
이 말도 안 되는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지.

하루종일 비가 내리는데
형을 잃은 여린 그 아이 생각에
자꾸만 마음이 가라앉는다.

한동안 영화를 멀리했던 내가
사랑의 레시피가 보고싶었던 이유가 있었구나.

얼마 전에 보고싶다는 연락에 답도 못해주고
매번 동생이 자고 나면, 누나 뭐하냐고 물어와도 답도 못 해줬는데.
이번에 휴가 나오면 맛난 거 같이 많이 먹어야지, 생각했는데.

자꾸 그 아이 눈이 생각나서...
만나면 무슨 말부터 해줘야 할까.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겠다.
한 숨 푹 자고 일어나면
비 오기 전처럼 평온하고 변한 거 하나 없는.

이렇게 갑작스럽게.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말도 안 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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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으로 1974 Way Home 깔아주시고.

01.
머리를 했다.
백만년 전에 머리 잘라서 요즘 머리가 지긋지긋했었는데
짧게 자르고, 볶았다.
최대한 저렴하게 하려고 뽀글이 파마를 해서
잘 나올거라고 생각 안 했는데 그래도 제법 잘 나온듯하다.
왜 미용실에는 정가가 붙여져 있지 않는걸까?
기장 추가없이 몇만원, 이라고 커다랗게 붙여놔도
들어가서 머리하기 시작하면 가격이 달라진다.
약은 뭘로 하시겠어요?
몇만원, 몇만원, 몇만원 있는데. (꼭 제일 싼 가격은 제일 끝에 작게 얘기한다.)
머리결 안 상할려면 몇만원정도는 해줘야 되요. 안 그러면 머리 다 상해, 라고 한다.
나랑 머리하는 사람들은 다들 소심해서 머리가 마음에 안 들어도
미용실 안에서는 절대 티를 안 된다.
잘 나왔죠, 물어보면 배시시 웃으면서 네, 그런다.
미용실 바로 나오면 죽을상을 하고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풀어댄다.
그리고 기분 안 좋으니깐 맛있는 거나 먹자, 그러고.
오늘은 나는 맛있는 거 안 먹어도 배 불렀고,
동생은 눈에 불을 켜고 맛있는 집 찾아댕겼다.
결국 맛도 없었고, 밥 먹고 나오니까 비가 오기 시작했다.


02.
헌혈을 했다.
딱 한번 약속시간까지 시간이 너무 남아서 강변역에서 한 적이 있는데
비가 오는데 우산이 없어서 헌혈하면 우산 준다고 해서 들어갔다.
동생은 빈혈끼가 있어서 헌혈이 안 된다 했고
너무나 건강한 나는 헌혈을 백만번 해도 됩니다, 라고 했다.
신청서에 전에 헌혈을 한 날짜를 기입하라고 되어 있었는데,
강변역에서의 그 날이 몇년도였는지도 기억이 안 났다.
작년즈음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2004년도란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거 아닌가, 라고
내 몸에서 호수를 타고 나오는 검무죽죽한 피를 보면서 생각했다.
나는 도저히 시간의 속도를 따라가질 못하겠다.
언제부턴가 그 녀석은 뛰기 시작했고, 나는 느릿느릿 걷기 시작했으니까.
 

03.
비가 온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는데
앞 자리에 앉은 젊은 커플이 입을 쪽쪽 맞추고 난리다.
뒤에 사람들이 있는데 말이다!
이런 꼴 나는 못 보겠단 말이다!
혼자서 광분하고 있는데, 그 커플의 뒷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창 밖만 보고 있다.
다들 비 내리는 모양만 조용히 바라보고 있다.
누구는 저렇게 열정적인데, 누구는 이렇게 고요하다.
저렇게 열정적일 때가 언제였던가.
가끔 나는 시간을 혼자 멀리 보내놓고, 내 걸어온 길을 가만히 돌아본다.
어떤 날은 이 길을 다시 달려가 되돌아 가고싶을만큼 그립기도 하지만
어떤 날은 그냥 이쯤에서 이 길을 추억하는 게 다행이다 싶을 때도 있다.


04.
정말 좋다.
몬도 그로소의 1974 Way Home.
1974년 그 길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나는 이 음악을 들으면서 피곤한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서는 바로 그 순간,
현관에서 맡을 수 있는 우리집만의 느낌, 촉감, 냄새.
그런 것들을 떠올린다.
얼마나 편안한지, 얼마나 따스한지, 얼마나 포근한지.
비 오는 날 들으니까 정말 죽이는구나.
노곤해지면서 잠이 들 것만 같은 이 기분.
이렇게 잠들면 정말 달콤한 꿈을 꿀 것만 같은 느낌.


05.
위시리스트
그랜드민트 페스티벌, 이아립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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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그리샴의 <사라진 배심원>

존 그리샴 소설을 한번도 못 읽어봤는데.
케이블에서 더스틴 호프, 존 쿠샥, 레이첼 웨이즈의 <런 어웨이> 영화를 봤다.
<사라진 배심원>을 원작으로 한 영화였는데,
<사라진 배심원>에서는 담배회사와 대항하는 내용이라는데
<런 어웨이>에서는 총기회사와 대항하는 내용이었다.
간만에 재밌게 본 법정영화였다.
배우들도 빵빵하고 반전이라고 있기는 하지만
요즘 반전에 하도 길들여져서 보다보면 딱 알 수 있다.
반전이 중요하다기보다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메세지가 중요했다.
미국에서 계속 일어나고 있는 총기난사 사고에 대해서
총기를 난사한 가해자가 아닌, 그 매개체가 되는 총기를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서 무분별하게 팔고 있는 총기회사에 대한 고발과 함께 미국의 배심원 제도에 대해서 자세히 볼 수 있는 영화였다.
원작이 궁금해서 찜해둠.
 




이정명의 <바람의 화원>

어제 TV, 책을 말하다에 소개된 소설책이다.
팩션소설인데, 김홍도와 신윤복과 정조에 관한 이야기를 소설로 엮었다고 한다.
추리 스릴러 형식을 취하고 있다고 하는데
두권짜린데 패널들 얘기에 따르면 한번 손에 쥐면 멈출 수 없을정도로 재밌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가 알고 있는 과거의 인물들을 역사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이야기의 틀에 집어넣은 것인데, 역사적인 자료는 없지만 작가는 이 소설에서 김홍도와 신윤복을 사제시간으로 설정을 하고 써 내려갔다고 한다.
김홍도에 비해 신윤복은 역사적인 기록이 단 두 줄뿐이라고 한다.
단 두 줄이기 때문에 역사적 상상의 나래를 활짝 필 수 있는 것 같다.
패널로 나온 큐레이터 분은 이 소설로 인해 우리가 평소에 그냥 지나쳤던 김홍도와 신윤복의 미술 작품들을 유심히 들여다보게 되는 것만으로도 이 소설의 미덕인 것 같다고 한다.
정조가 실제로 화가들에게 궁 밖의 서민들의 생활을 그려오라면서 같은 풍경을 보고 각자의 그림을 그려오는 과제를 내렸다고 한다. (김홍도와 신윤복에게 그 과제가 떨어졌는지는 역사적으로 볼 때 확실하지는 않다고 한다. 사제지간인 것도 확신할 수 없듯이) 이 때 두 사람이 그린 화풍이 굉장히 대조적이었다고 하는데, 이 부분들이 소설 속에 굉장히 긴박감이 넘치게 묘사가 되었다고.
재밌을 거 같다. 빨리 읽어봐야지.





손승현의 <원은 부서지지 않는다>

역시 TV, 책을 말하다에 소개된 책.
손승현이라는 사진작가가 아메리카 원주민의 이야기를 다룬 에세이집.
서부극을 떠올릴 때, 백인이 황량한 들판을 말과 함께 가로지르며 쌍권총을 휘두르는 멋진 모습을 상상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승리한 역사의 각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진집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그 멋져보이는 서부극의 이면에는 미국사회의 소외된 이면, 아메리카 원주민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현실이 지금 얼마나 열악한지, 서부개척당시 얼마나 많은 원주민들이 죽어나갔는지를 보여주는 의미있는 에세이집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가 쓰는 '인디언'이라는 용어는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
이 용어 역시 승리한 백인들에 의한 것이고, 실제로 '원주민'이라고 써야 한다고.
학살당한 조상들을 기리면서 미래를 향해 원주민 말타기 행사에 참여하면서 작가가 찍은 사진들과 글들이라고 한다.
책 소개 부분에 나왔던 책 속 한 글귀가 인상적이었다.
원주민 사회에서 말(言)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원주민들은 말을 통한 약속은 무조건 지키고 믿는다고 한다. 그런데 백인들은 개척 당시 원주민들에게 백여개의 약속을 했지만 단 하나의 말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작가가 직접 스튜디오에 나와서 이야기를 했는데, 원주민이 작가에게 원주민 이름이 지어줬다고 한다.
'차가운 물 속을 걷다' 라고.
작가가 사진을 찍기 위해 살얼음이 있는 차가운 물 속에 뛰어들어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고 행사의 마지막 날 지어주었다고 한다.
그들의 진심이, 작가의 진심이 느껴졌다.
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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