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하고 싶은 일이 세 가지 있었다. 하나는 벚꽃 필 적에 관광버스 타고 꽃구경 가는 것. 또 하나는 전주영화제 가서 볕 좋은 날 산책하는 것. 마지막 하나는 길상사에 가는 것. 딱 하나만 했다. 부처님 오신 날, 오늘, 길상사에 갔다. 버스에서 내려 성북동 골목길을 따라, 작년 겨울에 갔던 그 길을 따라 길상사에 갔다. 해가 있을 때 가서 해가 지고 달이 뜰 때까지 있었다. 연등도 하나 달았다. 가족들 이름을 나란히 쓰고 모두 건강하길 바란다고 썼다. 그 연등에 불이 밝혀지는 것도 봤다. 연등을 밝힘으로써 얻게 되는 8가지 공덕 중에 '두려움이 없어지며'가 있었다. 내 두려움이 없어지길 바라며. 김창완 아저씨가 기타치고 노래부르는 걸 뒤로 하고 성북동 길을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