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다방'에 해당되는 글 450건

  1. 다크씨 2017.01.10
  2. 자존감 수업 후 2016.12.07
  3. 맥주학교 4 2016.11.27
  4. 분노 5 2016.11.07
  5. 시월의 연차 4 2016.10.26
  6. 9월의 일들 6 2016.10.22
  7. 8월의 일들 4 2016.10.03
  8. 오늘의 일기 2016.09.28
  9. 건축가를 만나는 시간 2 2016.09.26
  10. 봉암수원지 2016.09.21

다크씨

from 모퉁이다방 2017. 1. 10. 23:01




   두 명이 나갔고, 두 명이 들어왔다. 이번주로 야근이 끝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야근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야근이 확정되는 오후가 되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이대로 괜찮을까. 그러다 퇴근할 무렵이 되면, 또 생각한다. 그래, 이대로도 괜찮겠지. 아직까지는. 월급을 받고, 좋아하는 책을 사 읽고, 좋아하는 영화를 사 보고, 좋아하는 맥주를 사 마시는 일. 어제까지는 최민석 작가의 <베를린 일기>를 읽었다. 올해 베를린에 갈 수 있을까. 2주 휴가 동안 베를린에 가 있는 상상을 한다. <베를린 일기>에 포르투갈의 포르투 이야기가 나왔는데, 최민석 작가에게도 좋은 기억으로 남은 곳이었다. 오늘 아침에는 새로 읽을 책을 골라야 했는데, 소설이었으면 했다. 맞다, 지난 달에 황정은의 신간을 사 놓았다. 출근길에 두 장 정도 읽었는데, 느낌이 좋았다. 황정은을 좋아하지만, 황정은의 모든 소설이 좋았던 건 아니었다. 퇴근길에 김연수 작가와 김애란 작가가 블랙리스트에 올랐었다는 기사를 봤다. 젠장. 퇴근길에는 이 구절을 읽었다. 황정은 새 소설집의 첫 소설 중,


   내가 해 지기 직전까지 놀다가 집으로 돌아갔거든. 문이 잠겨 있더라. 나는 열쇠를 가지고 있지 않았어. 손발도 더럽고 배도 고프고 날도 추워서 빨리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데 열쇠가 없는 거야. 야 그럴 땐 정말 죽겠지 않겠냐. 이 문만 통과하면 내 것이 다 있는데, 내가 아는 것들, 따뜻하고 거칠거칠하거나 부드럽거나 각이 지거나 닿은 것들, 내 머리 냄새가 밴 베개 같은 것들이 전부 있는데, 엄지보다도 짧은 열쇠가 하나가 없어서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란 말이야. (....)

- p. 24


   응암역에 도착했고, 걸어가면서 나도 모르게 '아, 좋다'라고 말했다. 그래, 이대로도 괜찮다. 따뜻한 오뎅과 오뎅국물에 오래 담겨진 계란이 먹고 싶고, 걸쭉한 흑맥주도 먹고 싶어졌다. 결국 마트에 들렀다. 오뎅은 포기하고, 만원에 가까운 흑맥주 한 병을 골랐다. 이 녀석이 오늘 나의 저녁. 집에 와 병따개로 뚜껑을 땄다. 얼마전 마트 행사에서 얻은 튤립 모양의 근사한 맥주잔을 꺼냈다. 병을 기울이니 걸쭉하고 끈끈한 흑맥주가 잔으로 흘러 들어갔다. 초콜렛 맛이 나는 맥주를 마시고 싶었는데, 한 모금 마시니 그 맛이 났다. 괜찮네, 내일은 야근도 안 할테니, 아침에 이지 잉글리쉬 방송은 꼭 듣자, 다짐하게 되는 9.8도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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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수업 후

from 모퉁이다방 2016. 12. 7. 23:37





   화요일에는 자존감 수업을 들으러 갔다.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서 동생을 만나 40분만에 양꼬치를 구워 먹고, 칭따오 댓병을 나눠 마셨다. 계산해달라고 하니, 주인 아저씨가 아니, 이렇게 빨리 드셨어요? 놀라셨다. 급히 갈 데가 있어서요. 강연은 마감이 되었고, 이미 시작되었다. 흰머리가 무성한, 마르고 얼굴이 선해 보이는 분이 마이크를 잡고 있었다. 저 분이 작가님이시구나. 작가님이 말씀하셨다. 많은 자존감 책이 있는데, 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건 머리말 때문인 것 같아요. 보통은 나는 어디서 공부를 했고, 어떤 사람에게 배웠으며 같은 잘난 이야기를 하는데, 저는 그렇게 시작하지 않았거든요. 책을 다 읽은 동생에 따르면, 작가님도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었고, 그걸 어떻게 쌓아 올려나갔는지를 특별하지 않게, 나와 비슷하게, 이야기해준단다. 그게 이 책의 장점이란다. 그날 좋은 말을 꽤 많이 들었는데, 취기가 올라 메모하지 않았으므로, 그 말들은 머리가 아닌 마음에 남았다. 누군가 질문을 했다. 성격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작가님이 내향적인 성격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는 늘 나의 내향적인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작가님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지금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나의 어떤 부분은 나의 내향적인 성격 때문에 형성되었다. 나는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깊고, 세심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사람. 괜히 눈물이 핑 돌았다.


   강연이 끝나고 화장실이 급해 뒤돌아서 나가려는데, 누군가 내 화장실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모과였다. 모과는 언니가 올 줄 알고 있었어요, 라는 표정으로 흐뭇하게 웃으면서 서 있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서점 옆에 있는 술집에 들어갔다. 동생과 모과는 시옷의 모임 때 한번 만난 사이. 모과씨 왜 이렇게 여성스러워졌어요? 언니 피부가 왜 이렇게 좋아요? 등의 훈훈한 덕담을 주고 받으며 기네스 잔을 부딪쳤다. 우리는 이 날 밤, 우연에 대해 이야기했고, 자존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작가님의 나이를 추측하다 검색해봤고, 그가 나와 세넷살 차이라는 것에 놀랐다. 모과가 키우는 고양이 모란이의 안부를 물었고, 우리가 그 날 밤 가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 다가올 연말의 시옷의 모임에 대해 이야기했고, 만 오천원 이하의 선물은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까 골똘했다. 읽기 어려웠던 책에 대해 이야기했고, 요즘 듣고 있는 음악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진을 찍어, 우리의 우연을 자랑했고, 혼자 들었던 음악을 함께 들어보았다. 맛있었던 기본안주의 구입처를 알아냈으며, 반 넘게 남은 안주 먹태를 포장했다. 12시가 되기 전에 각자의 택시를 타고 헤어졌다. 그리고 각자의 집에서 이런 인사를 나눴다.


잘자, 정말 반가웠던 모과!

잘자요, 다정했던 금언니!


나는 하루하루 나의 속도대로 반갑고도, 다정하게 나의 자존감을 쌓아 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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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학교

from 모퉁이다방 2016. 11. 27. 23:06


   11월 마지막 토요일, 우리는 강남역에 있는 한 쿠킹스튜디오에 모였다. 비가 온다고 했는데, 눈이 마구 쏟아지던 날이었다. 첫 눈. 스튜디오의 창 밖으로 첫 눈이 마구 쏟아지고 있었다. 맥주와 어울리는 음식을 알아보는 맥주학교의 마지막 시간이었다. 이론 수업을 하고, 시음 맥주와 음식을 먹고, 수료식을 했다. 수료증에는 각자의 이름과 생년월일이 적혀 있었다. 한 사람의 이름이 불리고, 앞으로 나가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수료증을 받았다. 어떤 사람은 교장선생님과 악수를 했고, 어떤 사람은 포옹을 했다. 그리고 돌아가면서 지난 6주동안 어떠했는지 소감을 이야기했다. 나는 나이가 들면서 맥주친구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떠나가고 있는데, 이곳에서 새로운 맥주친구를 알게 되어서, 알지 못했던 맥주의 세계를 알게 되어서 무척 좋았다고 말했다. 정말 내게는 새로운 맥주친구들이 생겼다. 어떤 맥주친구는 어떤 시간이 기다려지는 게 정말 오랜만이었다며, 매일 토요일을 설레여하며 기다렸다고 말했다. 우리는 모두 1학년 수업은 끝나지만, 계속 이렇게 모여서 좋은 맥주를 마시며 좋은 시간을 가지자고 말하며 술잔을 부딪쳤다.


   좋아하는 걸 좀더 깊게 알고 싶어서 고민 끝에 신청한 수업이었다. 매주 토요일마다 새로운 맥주를 만나고, 사람들과 조금씩 친해져 갔다. 맥주에는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그냥 짠-하고 금방 탄생한 맥주는 없었다. 각자의 맛이 있었고, 각자의 사연이 있었다. 한 병의 맥주가, 한 캔의 맥주가, 한 잔의 맥주가 어떻게 내 앞에 놓이게 되었는지 조금씩 공부하고 마시는 재미가 커다랬다. 맛있다, 맛없다로만 맥주 맛을 표현하던 내가, 부족하지만 그 맛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서로가 느낀 맛을 이야기하고, 듣고, 다시 마셔보면 느낄 수 없던 맛들이 느껴졌다. 맥주를 마시는 즐거움 뿐만 아니라, 이야기하는 즐거움도 알게 됐다. 모두들 그동안 맥주를 다양하게 많이 마셔본 사람들이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밀맥주가 느끼하다고 생각했던 내가 밀맥주를 즐기게 됐다. IPA는 더 사랑하게 됐다. 마지막 수업의 뒤풀이에서 현희씨가 제안했다. 한 사람씩 맥주를 어떻게 이렇게까지 사랑하게 되었는지 얘기해봐요. 현희씨는 공부하러 갔던 아일랜드에서 매일매일 맛본 맥주에 대해 이야기했고, 한근님은 회사를 그만두고 떠난 포클랜드에서 맛 본 맥주와 여유로웠던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관연씨는 자신의 병을 가져와 맥주를 채워가는 유럽의 어느 마을을 이야기했다. 제이제이는 내가 첫번째 수업 뒤풀이에서 병이 귀여워서 고가에도 불구하고 구입했던 맥주를 내 스타일이 아니라며 다 마시라고 주어서 저 누나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해줬다.





















   우리가 만든 맥주는 맛이 없었지만, 취기가 오르니 그 맛도 그럴 듯 했다. 누군가 이제 우리 맥주는 만들지 말고, 사서 마십시다, 라고 말해서 다같이 웃었다. 그러니까 가을동안 맥주 덕분에, 함께 한 사람들 덕분에 좋은 시간을 보냈다. 나는 이제 내 인생의 맥주를 찾기위해 더욱 다양하게, 그리고 건강하게 마셔보겠다!





우리는 마음껏 맥주를 즐길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
꼬치꼬치 따져볼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래도 맥주에는 길고 긴, 복잡한, 그리고 엄청나게 다양한 이야기가 스며있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알아보자는 초대에 기꺼이 응한다면,
단순히 고르고 맛만 보던 순간을 뿌듯하고 다채로운 시간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의미 있는 순간으로 맥주 한 병을 마시면서, 그게 어떤 맥주라도,
특정한 맛이나 느낌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기후와 농업의 얽히고 설킨 관계에 푹 빠질지도 모른다.
거기에는 사회와 종교도, 경제와 지리도, 과학과 사상까지도,
잔잔한 소용돌이에서 집어삼킨 듯한 파도까지,
인간의 역사가 만든 수많은 굴곡이 맥주 한 모금에 배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 <만화로 보는 맥주의 역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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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from 모퉁이다방 2016. 11. 7.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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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연차

from 모퉁이다방 2016. 10. 26. 21:22



   작년 말에 십만원짜리 적금을 들었더랬다. 제일 짧은 기간으로 6개월 만기 상품이었다. 6월에 만기가 되었다는 문자가 왔었다. 그동안 은행갈 시간이 없어 연차를 맞이하여 은행에 갔다. 기다리는 동안 최순실 관련 뉴스를 봤고, 내 차례의 번호가 울렸다. 만기된 적금이 있어서요, 라고 말하고 신분증을 건넸는데, 검색을 해본 직원이 만기된 적금이 있다고 하셨죠? 라고 되물었다. 흠, 결론은 만기된 적금은 자동으로 내 계좌에 이체된 거였다. 그것도 6월에. 6월에 나는 60만원이 생겼는데, 그것도 모르고 월급이 좀더 들어왔구나, 이딴 생각도 하지 않고, 어느새 다 써버린 것이다. 어느 카드값에 충당된 게 분명하다. 이런 경제관념이 없는 한심한 것아. 은행을 들어가기 전엔 60만원을 어떻게 할까 설레였었는데, 은행을 나서는 나는 빈털털이였다. 흑-


   여의도에 있는 아버지 병원에 가면서도, 몇번을 갔던 길인데도 내려야 할 정류장을 지나버렸다. 그래서 일찍 도착해 맛있는 병원 커피를 사먹으려는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으며, 예약을 했는데도 일반 내과로 가서 처방을 받으라는 간호사의 말에 짜증을 내버렸다. 결국 간호사는 내 이야길 듣더니, 소화기 내과에서 '바로' 진료를 볼 수 있게 해줬고, '그래서 약은 다 드신거죠?'가 다였던 5분도 안되는 진료가 끝난 뒤, 2만원이 넘는 진료비를 지불했다. 담당 의사 선생님은 한달동안 병가를 내셨다. 우표를 사려고 병원에서 우체국까지 걸었는데, 미세먼지 때문인지 공기가 뿌옇고 눈이 따끔거렸다. 우체국에서는 규격외 엽서 우표값이 270원이 아니라 390원이라는 말을 들었다.


   하루종일 고생했지만 찝찝한 기분이 가시지 않았다. (당연하지. 으이구) 동네로 와 몇 일 전에 찜해놓은 돈까스집에 가려는데, 처음으로 내려본 정류장은 돈까스집이랑 많이 멀었다. 한 정거장 걷고 있는데, 야쿠르트 아주머니가 보였다. 나는 얼마 전부터 최신식 기계를 겸비한 야쿠르트 아주머니를 발견하면 꼭 무언가를 사 먹는데, 주로 키리이다. 그 전에는 응암동에 있던 야쿠르트 아주머니 덕분에 키리를 치즈만 따로 판다는 사실을 알았다. 오늘은 과자가 있는 키리 한 통, 치즈만 있는 키리 한 통을 구입했다. 각각 4,500원과 5,500원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알겠다고 하며 카드를 건넸다. 아주머니는 결제를 했는데, 이상하다며 만원이 결제가 되었다고 했다. 이상하다, 만천원이 결제되어야 하는데. 나는 그럼 현금 천원이 있으니 드리겠다고 했다. 계속 이상하다를 연발하던 아주머니는 천원을 받았다. 이어폰을 끼고 다시 걷기 시작했는데, 꽤 지난 뒤 누군가 뒤에서 등을 두드렸다.


   사천 오백원에 오천 오백원이니 만원이 맞는 거예요. 만원이 맞는 거죠? 그렇죠?


   아주머니는 천원을 다시 건네주고 돌아가셨다. 아, 이런 경제관념 없는 한심한 것에게 천원을 되돌려 주시지 않으셔도 되는데. 고마워라. 고맙습니다. 아, 나도 엉망인데, 나라는 더 엉망이다. 야쿠르트 아주머니만 엉망이 아니네. 겨우 천원 때문에 최신식 기계를 놔두고 달려오시다니. 어제부터 나라가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아니지, 어제부터가 맞나. 아무튼 11월부터는 경제관념 좀 챙기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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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일들

from 모퉁이다방 2016. 10. 22. 01:35


11월이 오기 전에 9월의 일들을 기록해둔다.

세상에 11월이라니, 올해도 다 갔다. 흑흑-



9월의 첫 불금에는 나탈리 포트만의 영화를 보았다.

흠, 몇몇 영상만 기억에 남는다. 영화를 보고 불광천을 걸었다.




면세점에서 사온 삿포로 클래식 맥주를 아껴 마시는 밤.




동생이 신기한 커피집에 다녀왔다.

인스타를 통해서만 영업시간을 공지한단다. 

시간도 매번 일정하지 않다고.




9월에도 많이 다녔다.

썸데이 페스티벌에 다녀왔고,




삼척바다도 보고 왔다.




삼척으로 가는 셔틀버스에서 귀한 여행지를 발견했다.




여행에서 돌아와보니 일본에서 이런 멋진 선물이 도착해 있었다.

어떤 선물로 보답해야할지 아직도 생각 중이다.




여행에서 쓴 엽서를 보냈는데,

한 장은 도착하지 않았다 했고,

한 장은 도착했다고 했다.

한 장의 행방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집에서 한 정거장 거리에 맛난 빵집이 있다.

이 날은 만원 이상 계산을 하면 문학동네 비매품 책을 준다고 해서,

따뜻한 라떼를 마시고 왔다.




오래 기다렸던 영화 <요노스케 이야기>를 봤다.

이 영화에 대해 정말정말 잘 쓰고 싶다.

그래서 리뷰 쓰는 걸 아껴두고 있다.

이러다 똥 될지도 모르겠다. 흑-

결론은, 점점 요노스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

단번에는 싫다. 그러면 요노스케가 아닌 것 같다.




9월의 두번째 불금도 역시 극장에서.

영화를 잘 선택하면 한적한 극장에서 완벽한 불금을 즐길 수 있다.

물론 맥주와 함께 :)




맥주 두 잔 세트를 시켜놓고, 한잔씩 가져다 달라고 했다.

스크래치 카드를 줘서 긁었는데 무려 관람권이 나왔다.

덕분에 첫잔을 아주 맛나게 마셨다.




아마도 9월의 세번째 토요일.

동생이 가 보았던 영업시간 인스타 공지 커피집에 갔다.

동생이 조용히 해야된다 해서 숨소리까지 조절하며 커피를 마셨다.




두오모에선 동생과 싸웠지만 두오모에서 화해했다.

두오모는, 흠, 비싸긴 하다.




동생은 노홍철의 광팬이다.

그의 긍정기운을 보고 있노라면, 막 힘이 솟는단다.




그래서 따라가 땀을 흘리며 줄을 서고, 책까지 사고, 사인을 받았다.

노홍철이 말했다. 두번째 오시는 거죠?

내가 말했다. 아니요. 처음 온 건데요.

아, 그러시구나. 한번 뵌 적 있는 거 같애서요.

두번째로 오도록 할게요.

아니에요, 그러실 필요 없어요. 괜히 부담되요, 부담되요-

좋은 사람, 이었다.




철든책방에서 산 책.

친구들을 기다리며 버스 정류장 벤치에 앉아 봤는데, 좋았다. 조용해서.

책도, 정류장도-




한강에 갔고, 작년에 은경이가 선물해준 의자를 처음 펴봤다.

각자의 의자가 있어서, 각자의 의자를 펼쳤다.

주인들을 닮은 개성만발의 의자들.

그리고 뚜벅이인 나에겐 안성맞춤인 작고 편안한 의자.




여름이 간다.




운전자 + 임산부 + 맥주한캔자 + 맥주성애자






그 날의 풍경.




미용실을 바꿨다.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박연준의 <소란>이 책꽂이에 꽂혀 있는 곳이었다. 고양이도 성큼성큼 다니고.

단골이 되기로 했다.




니스와 바르셀로나에 다녀온 친구의 선물.

맥주는 무려 한정판.




친구가 하와이에서 사다준 오바마가 이제 더이상 뛸수 없다고 슬그머니 고백을 했다.




동묘.




냉장고 잔반처리.




추석을 앞두고 세자매 합체.

고향으로 떠나기 전, 동네의 아나고 맛집에서 1차를 하고,

그 옆 맥주집에서 2차를 했다.

싸우지 말자, 우리. 다짐에 다짐-




장유 가는 길.




작은 아버지네, 우리들.




산책을 하고 일부러 편의점에 갔다.

요즘 유행이라는 투게더 시그니쳐 아포가토를 만들어 먹으려고.

먹은 가족들, 모두 대만족.




밀양에 가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뵈었다.




에잇, 타이밍타이밍-




마산으로 가서 온 가족이 아구찜을 먹었다.




마산 골목길.




엄마가 맥주 한 잔 할래? 하셨다.

안주가 완전 칼슘 덩어리.




고향에서, 오붓하게, 세 자매의 독서.




찌짐 들고 외할머니댁 가는 길.

엄마아빠는 얼마 전에 노무현 대통령 생가를 다녀왔고, 엄마는 거기서 양말을 샀단다.

아버지는 박근혜를 좋아한다.




<낮의 목욕탕과 술>을 읽고난 뒤, 목욕탕을 유심히 보게 된다.

사실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말이다.




엄마가 처음 갔고, 아빠를 이끌었다.

엄마아빠가 막내를 데리고 갔고, 막내까지 이끌었다.

결국 이날, 세 사람이 동생과 나를 이끌었다.

진짜 통영 돼지갈비 맛집! 외관이 옛날식으로 허름해서 더 마음에 든다.




안녕, 고향아.

곧 또 올끄마-




연휴 마지막날은 동생과 상암에서 <카페 소사이어티>.




해가, 아니 연휴가 지는 풍경도 봤다.




축구경기가 있었던 덕분에 생맥주도 마셨다.




연휴가 끝나고 다시 시작된 일상.

연휴 휴유증을 견뎌내기 위해 걸었다.

그리고 마주한 풍경.




왓챠플레이에 가입했다.

<스펙타큘라 나우>, 꽤 괜찮았다.




퇴근길.




작심삼일. 또 다시 시작된 작심삼일.

이지 잉글리시.




건축가 서현을 만나러 이전한 북바이북에 처음 갔는데, 많이 달라졌더라.

한 번밖에 안 가봤지만, 이전 북바이북이 정이 더 가긴 한다.




동생은 9월에 태어났다.




나만 빼고 다들 한라산파.

생일 축하했오-




<오므라이스 잼잼> 보고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규동 먹으러 상암 간 날.

사실 내 목표는 <브릿지 존스의 베이비>보다 규동이었다.

그런데, 상암 지구당은 문을 닫은 것인가!




집에서 야키소바 해 먹었는데,

막내가 한입만 맛보겠다고 하고 의자에 제대로 앉았다.

내가 만들었지만, 맛있었다는.




월요일 출근 때문에 우울해 있던 일요일이었는데, 좋았다.

<런던시계탑 밑에서 사랑을 찾을 확률>




인스타에서 보고 런던포그티를 주문해 마셨다.

기분이 조금 가라 앉을 때 무척 좋다는 코멘트가 있었다.

바닐라 시럽 때문인가, 몽글몽글 우유 거품 때문인가, 기분이 조금 좋아지더라.

옵션에서 우유거품 '많이'를 설정하는 게 더 좋았음!




시옷의 책을 읽으러, 궁금했던 동네 책방에 처음 가 보았고,




마지막주 금요일에 모임을 했다. 많이들 늦긴 했지만, 와 주어서 좋았다는.

나도 늦게 간 주제에 이렇게 말하고 있다. 헤헤-


막걸리에 돼지갈비찜에 부침개를 먹고 있는데,

하진씨가 핸드폰을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방금 시월이 되었어요.


그렇게, 시월이 와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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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일들

from 모퉁이다방 2016. 10. 3. 00:24


많이 늦은 2016년 8월의 기록들.

8월은 한여름이니까, 맥주를 많이 마셔주었다.

한여름이 아니라도 많이 마시... 하하하




늦은 복날을 챙겼다. Y씨는 들깨, 나는 녹두. Y씨는 다시는 들깨를 시키지 않겠다고 했다.




오늘 뭐 먹지? 삿포로 편을 보고 배운 캔맥주를 생맥주로 변신시키는 기술! 얍!




S의 마음. S는 이 책을 선물해주면서 언니가 좋아할 거야, 라고 말했는데 정말 그랬다.




집에서 셋이서 불금. 각자 먹고 싶은 걸 말한 결과랄까. 스시와 스테이크.




끄덕끄덕끄덕.




동생들과 엄마 아빠와 다녀온 한여름의 거제.




거제 찍고 홋카이도.




두번째, 삿포로.




여행을 다녀와서 주말과 광복절 덕분에 휴가가 이어졌는데 늦잠을 자지 못하겠더라. 그리하여 조조.




나의 산티아고.




7월에 본 영화의 포토티켓도 찾았다.




 s가 베트남 다녀오면서 선물해준 맥주안주 개시.




그리고 토요일 밤, 연락이 왔다.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우리가 함께 고등학교 시간을 보낸 진주.




이 책을 소개받은 순간부터 운명처럼 느껴졌는데, 정말 그랬다.




덕분에 고향집.




공이 예전에 소개해준 지우개를 문구점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구입.




고향.




아빠를 아빠의 단골맛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아빠가 곱창전골에 국자로 국물을 끼얹어 주는데, 마음이 좀 이상했다.




엄마에게 일본에서 사온 과자를 가져갔는데, 다음부턴 과자 같은 건 사오지 말라고 하셨다. 흐흐 ㅠ




미식가 아빠가 나오자마자 맛이 별로였제? 라고 말한 터미널 앞의 돼지국밥집.




서울, 동네, 달.




시옷의 책. 목욕탕에 가고 싶어졌다.




한여름, 아침커피.




목요일마다 나가서 점심외식을 한다. 간만에 까사미아 피자.

 



퇴근.




거미.




드라마 <청춘시대>를 열심히 봤다. 드라마 보고 아이스크림이 급 땡겨서.




친구가 오타루에서 엽서를 썼었다. 엽서가 도착하고 나서야 알았다. 고맙고 미안했다.




약속없는 불금엔 치맥. 바삭하게 튀겨달라고 했는데, 정말 바삭 튀겨주셨다.




간만에 B를 만났다. 착한 콩국수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정직한 콩물맛.




영화를 예매해놨는데, 마침 그날이 상암에서 빅뱅 콘서트를 하는 날이었다.




합정의 패밀리레스토랑에서 간단한 안주를 시켜놓고 시원한 맥주를 마셨다.




마트에서 새로운 맥주를 발견했다. 마셔보았다.




소중한, 아침커피 시간.




팔월에 내게 온 책들.




삿포로에서 사온 오타루 에코백. 삿포로와 오타루 중에 고민했는데, 오타루를 사길 잘했다.




시옷의 모임날.




연희동에서 모였다.




모과의 옥상에서 음악도 듣고 별도 보고 맥주도 마셨다.




S가 존 버거의 다큐 영화를 보여줬다.




S와 나, K. 토요일 존버거 영화를 보고 신촌에서 낮맥. 이틀 연속 만나는 우리들.

 



S는 엽서를 소중히 여긴다. S가 먼곳에서 온 엽서의 우표를 보여줬다.




S랑 둘이서 마땅한 곳을 찾아 한참을 헤맨뒤 2차.




그날의 구름.




친구랑 삿포로에서 양고기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그래서 찾은 서울의 양고기집.




괜찮을 거야.




잘 살고 싶다.




잘 살 수 있다!




노래방에서 이소라의 노래를 불렀고, 니 생각을 하다 울어버렸다.




팔월에 받은 선물들, 고마운 마음들.




다시는 없을,




2016년 8월의 노을.




친구가 선물해준 여름 향초에 불을 붙였다.




풍성한, 이마트 지하.




재밌어서 이상했던.




여름라떼.




점심샐러드.




그 날의 광화문.




처음 가본 자그마한 극장 에무시네마에서 <범죄의 여왕>을 봤다. 꽤 재밌었다.




재빨리 진행한 뒷풀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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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팔월을 보냈고, 팔월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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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from 모퉁이다방 2016. 9. 28. 23:48





   7분 뒤에 오는 버스를 타려고 일어섰는데, 동료가 말을 걸었다. 동료가 자신의 슬럼프를 고백했다. 나는 그이의 슬럼프를 듣고, 나의 지난 슬럼프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실 지금도 슬럼프가 아닌 건 아니다. 어쨌든 우리는 내일을 살아내야 하므로, 힘을 내자고 했다.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고, 1분 뒤에 온다는 버스를 탔다. 합정의 안경점에서 한번 사용해보고 싶었던 렌즈 이름을 말했는데, 취급하지 않는 제품이라고 했다. 대신 새 제품을 추천받아 샀다. 렌즈 네 개를 덤으로 줬다. 마트에 들러 제일 길다란 알뜰 소시지를 샀다. 금요일에 계란물을 묻혀 소시지 반찬을 해야지. 후배에게서 연락이 왔고, 답을 보내니 내가 제일 늦게 답을 했다고 했다. 메시지에서 내 목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S는 오늘도 열심히 어푸어푸- 수영을 하러 갔다. 응암을 지나쳐 역촌에서 내렸다. 1번 출구로 나가 1층의 빵집에서 빵을 샀다. 견과가 들어간 허브향의 바게트와 통통한 크로와상, 담백한 통밀스콘을 각각 하나씩 샀다. 직원 분이 "뒷자리가 뭐였죠?" 라고 물어보고, 오늘의 적립금을 적립해줬다. "핸드폰 뒷자리가 어떻게 되세요?"가 아니라 "뒷자리가 뭐였죠?" 라니. 참으로 다정한 말이다! 어쩌면 정말 나를 기억하는 지도 모르겠다. 빵집에 은평영화제 팜플렛이 있었다. 10월 2일 리스트가 <싱 스트리트>, <우리들>, <한 여름의 판타지아>다. 와우! 직원 분이 포장한 빵을 건네주며, 영화제에도 꼭 오세요, 한다. 역시, 다정한 사람. 


  3층으로 올라와 오랫동안 궁금했던 카페에 왔다. 계단에 김민철의 문장이 쓰여 있다. 달지 않은 밀크티를 원한다고 하니, 직접 티백을 우려 주겠다고 한다. 수저받침 +티백받침 = 다정한 곳이다. 아침에도 읽었던 시옷의 책을 저녁에 이어 읽는다. 일기의 매력에 대해 생각하다, 그렇다면 나도 매력 발산을 해보자며 책을 옆으로 치워두고 다이어리에 오늘의 일기를 써 나간다. 내 앞으로 COFFEE, SANDWICH 철자가 커다랗게 적혀져 있다. 카페가 열시에 마감을 하면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을 사서 빨대를 꽂고 집으로 돌아가는 상상을 한다. 밤이 축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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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날에는 내 삶이 꽤 괜찮은 것 같다. 그런데 또 어떤 날에는 내 삶이 이모양이꼴로 여겨진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가. 그 답을 찾기 위해, 책도 읽고, 극장에도 간다. 요즘은 한동안 또 이모양이꼴 모드가 되어서, 정신을 차리기 위해 건축가의 강연을 들으러 갔다. 그를 만나고 불광천을 걸어 집으로 왔는데, 만나러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현이라는 건축가는 민머리에 저음의 목소리가 무척 좋은 사람이었다. 어떤 단어들을 굉장히 부드럽게 발음했는데, 그 톤이 참 좋았다. '건축가는 무슨 생각으로 집을 지을까?'라고 쓰인 화면을 띄어 놓고, 실은 이 중간에 '서현'이라는 이름이 들어가야 된다고 했다. '건축가 서현은 무슨 생각으로 집을 지을까?' 그리고 자신이 설계한 세 채의 집을 소개해줬다. 세 채의 집을 소개해주는 척 했지만, 사실은 세 명의 건물주를 소개해주는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이 날, 세 명의 건물주를 소개받았다. 서현은 설계를 의뢰를 한 사람의 특징을 충분하게 파악한 뒤, 그에 맞는 건물을 설계했다. 마지막으로 소개한 건물의 건물주는 요구사항이 거의 없었던 사람이었다. 그 사람을 모르고선 집을 지을 수 없었던 건축가는 그를 데리고 을지로의 노가리 골목에 가서 6시부터 11시까지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단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 사람을 알 수 있었고, 그이에 어울리는 설계를 할 수 있었단다. 그이의 집에는 동그란 빛이 들어온다. 그 빛은 365일 모두 달라서 어떤 날은 정말 동그랗고, 어떤 날은 비스듬하고, 어떤 날은 하트를 만든다. 그는 감격하며 그 집에서 살아가고 있단다. 그와의 궁합, 가치 있는 것. 건물주와 이야기해보면 그는 이것들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가치 있는 것에 대한 관념이 다른 사람의 건물은 절대 설계할 수 없다고 했다.


  눈을 뜨고 보면 건축가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어요.


   그가 말했다. 단 하나의 빛도 허투로 만든 게 없다고. 우연같지만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치밀하게 계산된 빛이라고. 강연을 들으러 온 어떤 분이 질문하셨다. 어떤 건축소재를 가장 아끼냐고. 건축가는 말했다. 어떤 건축소재에도 거부감이 없다고. 그렇지만 유리라는 소재를 무척 아끼고, 잘 활용하고 싶다고 했다. 유리는 빛과 만나면서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이고, 비물질적인 느낌을 선사하는데, 그것에 매료되어 있다고 했다. 유리를 잘 활용하고 싶어서 지금도 그것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어떤 분은 이런 질문을 하셨다. 건축의 영감은 어떻게 얻으시나요? 건축가는 그런 거 없는데, 하면 소탈하게 웃더니, 무작정 걷는 걸 좋아해요, 라고 말했다. 잠실에서 살고 있는대 학교인 한양대까지 무작정 걸은 적도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걷기는 굉장히 좋은 생각의 도구예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너무 좋아해요.


   이 말을 건축가를 만난 그 시간에 메모해뒀는데, 분명 그가 한 말일 텐데, 무슨 말의 끝에 나온 말인지 도저히 기억이 안난다. 뭐였을까. (집을 짓는 일을) 너무너무 좋아해요. (그 사람이 그 집을) 너무너무 좋아해요. (유리를) 너무너무 좋아해요. 뭐든 간에 나는 저 '너무너무'라는 말에 마음이 동해서 저 말을 적어두었다. 그리고 나도 '너무너무' 좋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아주아주' 열심히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사람이 되어 보자고 다짐하면서 불광천을 걸어 집으로 돌아온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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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암수원지

from 모퉁이다방 2016. 9. 21. 21:42






   추석 때 온가족이 마산 봉암수원지에 갔다. 마산이 창원이랑 통합되어 창원이 되었지만, 내게는 마산은 마산이다. 저수지를 반바퀴 돌고 정자 앞 나무에 모여 다같이 단체사진을 찍었다. 작은아빠는 찍겠습니다, 말씀하시고 계속 핸드폰을 들여다 보기만 하셨다. 막내삼촌이 찍는 겁니까, 묻자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시더니 버튼을 누르더니 동영상을 찍었다고 허허 소리내어 웃으셨다. 덕분에 우리는 움직이는 단체 사진을 소장하게 됐다. 다시 저수지를 반바퀴 돌아 나와서 마산 아구찜을 먹고 헤어졌다. 나는 나무과 물이 가득한 길을 걸으면서 얼마 전에 본 <나의 산티아고> 영화를 떠올렸다. 추석이 지나면 유럽으로 혼자 떠난다던 혜진씨도 떠올랐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 아주 긴 길을 혼자 걸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나의 산티아고>의 주인공은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며 투덜투덜 걷다가 어느 날 변한다. 마음이 달라지니, 표정도 달라진다. 곧 몸도 달라지게 된다. 그녀의 충고대로, 온전히 혼자 걸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길이 있고, 그 길을 그저 걸어가는 것인데, 왜 우리는 치유되는 것일까. 오늘 고민하다 (요즘 초절약모드이므로) 적립금을 긁어모아 책 한 권을 주문했다. 가을에는 새로운 길을 좀더 자주 걸어보고 싶다. 찾아보니 마산 봉암수원지는 1930년 일제시대에 만들어졌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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