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다방'에 해당되는 글 450건

  1. 교토와 독일할머니 2 2017.12.26
  2. 탕국 2017.12.23
  3. 닷새 12 2017.12.22
  4. 지난 가을 6 2017.12.16
  5. 십이월 14 2017.12.12
  6. 비포선셋 2017.12.06
  7. 문어카레 2 2017.11.25
  8. 구닥, 네번째 롤 2017.11.15
  9. 주말 4 2017.11.13
  10. 목요일 4 2017.11.09

교토와 독일할머니

from 모퉁이다방 2017. 12. 26. 23:06



   연휴 이틀 동안 XTM에서 <또 오해영>을 연속방송해줬다. 일요일에 우연히 발견하고 종일 보고 있었다. 케이블이라 광고가 길어서 광고 할 동안 마트에 다녀오거나 설거지를 하거나 했다. 다시 봐도 좋더라. 오해영이 잔디밭에 가만히 앉아 울적한 마음을 지워보려 애쓰는 장면. 해영이는 주문을 왼다. "마음이 울적할 때는 행복한 것을 떠올려보아요." 에릭이 여자 혼자 사는 티 내지 말라며 현관 앞에 자신의 커다란 구두를 무심하게 가져다 놓던 어떤 밤의 기억. 오늘 나는 오해영의 주문을 생각해냈다. 마음이 울적할 때는 행복한 것을 떠올려보아요. 커다란 구두 같은 로맨틱한 기억은 최근에 없으므로, 어제 오후 친구와 함께 보낸 크리스마스 오후를 떠올렸다. 우리는 이대역에서 만났다. 반대 방향으로 타는 바람에 걸어가도 충분한 거리에 오천원 넘는 택시비를 지불했다. 그래도 무사히 도착해 담백하고 건강한 두부요리를 따뜻하게 먹었다. 나는 그간의 이야기를 친구에게 들려줬는데, 친구가 재미있어 해서 기분이 좋았다. 두부집에서 오래 있었고, 같이 많이 웃었다. 합정까지 전철을 타고 와 나는 남색 운동화를 사고, 친구는 하얀색 목티를 샀다. 커피집에 커피를 마시러 갔고, 오래되고 오래되지 않은 이야기를 두서없이 두런두런 나눴다. 친구가 선물해준 교토 책을 다 읽었다고, 나중에 나이가 들면 내 취향이 고스란히 담긴 카페 같은 걸 하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고 하니, 친구는 그럴려면 니 건물이어야 해, 라고 현실적인 조언을 해줬다. 가지 못한 강릉의 바다 이야길 했고, 언젠가 가게 될 교토의 백만원짜리 료칸 이야기도 나눴다. 가고 싶은 제주도의 근사한 숙소 이야기도 했다. 우리는 오래 만나지 못했는데, 서로에 대한 소소한 것들을 꽤 많이 기억하고 있었다. 고마웠다. 친구는 책을 두 권 더 추천해줬는데, 오늘 그 책들을 기억해봤다. 교토에서 한달동안 머물며 자기 자신에게 편지를 쓴 남자의 책과 퀴즈쇼에서 우승을 한 뒤 그 상금으로 한달에 한도시 살기의 꿈을 실현한 독일 할머니의 책. 그 분의 글도 역시 편지란다. 언젠가 우리도 한 도시에서 한 달 정도 살아볼 수 있을까, 어느 작은 지방도시에서 그러면 어떨까 상상해봤다. 생각만 해도 좋더라. 특별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한 달. 헤어지고 친구는 즐거운 크리스마스였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나는 친구가 보고 싶었다던 영화를 선물로 보냈다. 조용한 시간에, 조용히 보라고. 분명 좋을 거라고. 오늘은 마음이 좀 힘들었는데, 어제의 고요한 기억이 오후를 버티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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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국

from 모퉁이다방 2017. 12. 23. 23:01



   동생이 끓여준 미역국이 끝이 보였다. 갑자기 명절 때 먹는 탕국이 생각났다. 레시피를 찾아보려고 검색해보니 탕국이 경상도 음식이었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명절 음식은 해물이 가득 들어간 탕국이랑 야들야들하게 익혀 적당한 두께로 자른 문어. 문어는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보다 소금이 들어간 참기름장에 먹는 걸 좋아한다. 엄마한테 레시피를 물으니 소고기도 들어가네. 엄마가 알려준 레시피에서 소고기는 뺐다. 멸치와 다시다 국물을 낸 뒤에 마트에 다녀왔다. 해물을 듬뿍 넣고 싶어 홍합살과 새우살과 바지락살, 굴을 사고 알래스카산 말린 황태도 샀다. 내일 먹으려고 두부도 사고, 아몬드도 샀다. 계란도 떨어져 6개 대란 한 통을 샀다. 다코야끼볼 과자를 사려다가 오늘 사둔 통밀 스콘이 있으니 참았다. 집에 와 두부와 계란는 냉장고에 넣고, 해물을 모두 체에 넣어 차가운 물에 씻었다. 육수를 우리며 잘게 잘라둔 무와 두부를 넣고, 차갑게 씻은 해물도 넣고, 알래스카산 황태도 가위로 잘게 잘라 넣었다. 그리고 참기름과 들기름을 넣고 (참기름도 끝이 보이네) 달달 볶았다. 그럴듯한 냄새가 나기 시작해 멸치다시다육수를 냄비 가득 붓고 중간불로 맞췄다. 엄마가 주고 간 보이차를 내려 마시며 중간중간 냄비를 체크했다. 국자로 재료를 골고루 섞어주며 마법을 걸었다. 건강해져라, 건강해져라. 오늘의 저녁 약속은 취소되었지만, 다음 번에 만날 때 더 좋은 시간이 되리라. 그나저나 두부는 너무 일찍 넣었네. 내일은 따듯한 탕국을 따끈따끈하게 새로 지은 밥이랑 먹을 거다. 아몬드와 두부, 우유를 넣고 고소한 콩물도 만들어 먹고, 닭가슴살을 넣은 담백한 만두도 쪄 먹어야지. 비나 눈이 온다니까, 통밀스콘은 커피를 따뜻하게 내려서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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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

from 모퉁이다방 2017. 12. 22. 07:54



   닷새동안 침대 두 개가 들어가고 조금 남을 만치의 공간을 온전히 가졌다. 침대는 하나였고, 앞과 옆으로는 커튼이 쳐져 있었다. 침대에 앉아 오른쪽의 커튼을 치면 창문이었다. 창가에 손에 자주 닿는 물건들을 놓아두고 썼다. 수첩과 펜, 책과 립밤, 휴지와 이어폰, 엽서와 물통. 첫 날은 동생이 함께 왔고, 다음 날에 동생과 엄마가 왔다. 다음 날에는 친구들이 와주었다. 그 다음 날엔 혼자였다. 밤에 동생이 퇴근을 하고 와 무거운 짐을 가지고 가줬다. 마지막 날엔 아침밥을 먹고, 책을 읽다가, 옷을 갈아입고, 원무과에 가서 정산을 하고, 퇴원증을 간호사에게 건네주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다. 지난 두어달 겁이 났던 순간들도 있었지만, 결정을 하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마음을 아프게 한 사람도 있었지만, 담아두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닷새 동안은 편안했다. 밥을 먹지 못할 때는 먹고 싶은 것들을 적어 내려갔다. 몽글몽글 스크램블, 잘 구워진 소고기, 아삭아삭한 양배추에 된장, 해물이 들어간 보글보글 된장찌개, 함께 먹는 샤브샤브, 밤의 피크닉에 나온 쑥팥떡. 모두들 친절했다. 마지막 날이 되자 아쉬울 지경이었는데, 소등이 된 뒤 쥐도새도 모르게 빠져들었던 꿀잠과 새벽 일찍 일어나 조용히 화장실을 다녀와서 독서등을 켜고 했던 새벽독서의 따스한 분위기가 그리울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있으면 아침이 가까워지고 의사 선생님이 회진을 돌았다. 미소를 지으며, 어떠세요? 라고 물었고, 나는 매번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라고 말했다. 마지막 날에는 선생님이 이렇게 일찍 일어나 책 읽고 있어요? 라고 이야기해주셨다. 무통주사 때문인지 별로 아프지 않았고, 하루하루 기력이 회복되는 게 느껴졌다. 그제보다 어제가 나았고, 어제보다 오늘이 나았다. 선생님은 그럼 우리는 1월에 봐요, 라고 올해 마지막 인사를 했다.


   어제는 퇴원을 무사히 하고 오후에 집 소파에 가만히 앉아 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무사히 끝난 것이 고맙고 감사했다. 많은 것들이 생각나면서 눈물이 막 쏟아졌다. 혼자 가만히 울었다. 몸의 털을 정성스럽게 밀어준 조무사 분은 수술실로 갈 때 긴장하지 말라고, 절대 그럴 필요가 없다고 여러 번 말해주셨고, 담요를 목 아래까지 꼭 덮어주셨다. 수술실에서 주치의 선생님은 일부러 얼굴을 보이며 미소를 지으며 괜찮다고 말해주셨다. 회복실에서 들리던 목소리도 생각이 난다. 엄마와 동생은 수술을 하는 동안 내 몸에서 나온 혹을 봤는데, 그리 크지 않더라고 말해줬다. 수술 다음 날에는 바로 걸을 수 있어 조무사에게 부탁해 시원하게 머리를 감았는데, 머리가 젖어 있으니 간호사가 커튼을 열더니 머리 감으셨네요, 라고 웃어주었다. 하루동안은 수액과 무통과 한몸이 되어 걸어다녔다. 그 무게를 기억해본다. 곤히 자고 있으면 새벽에 간호사가 핸드폰 플래쉬를 조심스럽게 밝히며 들어와 체온과 혈압과 수액을 체크해줬다. 친구는 제주 마을이 담긴 엽서와 출근할 때 이쁘게 입고 가라며 꽃이 새겨진 파란색 스웨터를 선물해줬다. 엽서는 창가에 꽂아뒀다. 또 다른 친구는 택시비 하기엔 너무 많은 돈을 쥐어주며 퇴원할 때 꼭 택시 타고 가라고 적어줬다. 엄마는 당일에 올라와 당일에 내려갔는데, 용돈과 먹을 수 있게 되면 먹으라며 과자와 두유를 남기고 갔다. 매일매일 안부를 물어봐주던 사람들이 있었고, 병원에 있는 동안 세상을 떠난 사람도 있었다. 눈이 엄청나게 왔는데, 내다보기만 하니까 실감이 잘 나질 않았다. 엽서를 세 장 썼고, 책을 세 권 읽었다. 친구는 교토의 책을 선물로 주고 갔고, 나는 다 읽은 온다 리쿠의 책을 집으로 가는 친구에게 주었다. 주치의 선생님은 늘 조용히 와서 조용히 말하고 병실을 나갔다. 나흘 내내 짙은 남색 패딩을 항상 입고 계셨다.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먹지 못하던 시간과, 먹기 시작한 시간, 걸어본 시간에 대해 생각했다.


   고민하다가 이 곳은 잊지 않으려고 쓰는 곳이니까, 집에 와 하룻밤을 보내니 그 시간들이 내 기억 속에서 금세 사라져버릴 것 같아서, 이 곳에 그 시간들을 남겨둔다. 친구는 오래 전 같은 병원에서 시간을 보낸 적이 있는데, 그 시간을 기억해두기 위해 병원에 있는 내내 함께 했던 팔목의 팔찌를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단다. 나도 집에 와서 내 이름과 나이, 의사 선생님 이름이 함께 적힌 팔찌를 가위로 잘라 투명한 테이프로 붙여서 지갑 속에 깊이 넣어뒀다. 다가오기 전에는 안 왔으면 좋았을 시간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경험해보니 (이렇게 말해도 될까) 좋은 시간이었다. 앞으로 더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 고마운 마음을 잊지 말고 언젠가 꼭 갚아야 된다고도 생각했다.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노력하고 싶다는 생각도. 읽던 책에 피천득의 문구가 인용되어 있었는데, 너무 좋아 여러 번 읽었다. 그리고 피천득의 수필을 주문했다. "여러 사람을 좋아하며 아무도 미워하지 아니하며, 몇몇 사람을 끔찍이 사랑하며 살고 싶다. 그리고 나는 점잖게 늙어가고 싶다. 내가 늙고 서영이가 크면 눈 내리는 서울 거리를 같이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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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

from 모퉁이다방 2017. 12. 16. 22:10


    가을의 사진들을 모아놓고 보니, 죄다 먹고 마신 사진들이구나. 나는 먹고 마실 때 가장 행복한가 보다. 2017년 가을도 수고했다아. 요즘 맥주를 전혀 마시고 있지 않는 상태에서 지난 가을 맥주 사진들을 보니 뭔가 만감이 교차하네. 맥주를 마시지 않는 나날들은 생각보다 괜찮다. 마시지 않는 날들이 꽤 되니, 생각이 아예 나질 않는데, 그럼에도 술모임에는 꼬박꼬박 참석하고 있다. 무알콜 맥주를 사들고. 사람들이 저마다의 속도로 적당하게 취해가는 걸 보는 게 꽤 좋다.



































































































   이 가을의 끝에 내게 온 일. 소윤이는 짧은 서울행에 잠깐 시간을 내 보자고 했다. 이 속 깊은 어린 친구는 내가 더 걱정할까봐 의연하고도 단단하게 다 잘 될 거라고, 언니는 더 튼튼해질 거라고 얘기해줬다. 내 얘길 듣고 고심해서 고른 게 분명한 소윤이의 문장들을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읽다가, 따뜻해져서 눈물이 났다. 아주 큰 위안이 되었다. "인생이란 것은 우리의 염원을 다지는 골짜기이자 삶에게 다쳐가며 다져지는 것이다. 고생은 가능하면 피해가면 좋겠지만 부딪혔을 때는 반드시 스스로 답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곁엔 늘 또다른 누군가가 반드시 함께한다. 이겨낼 힘을 주는 누군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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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월

from 모퉁이다방 2017. 12. 12. 04:29



  일요일에는 사당역에서 고기를 먹었다. 고기 좋아하세요? 라고 묻더니, 10분이나 늦게 나타났다. 5층인 줄 알았던 4층의 고깃집은 분위기가 꽤나 좋았다. 고가도로가 훤히 내려다보였다. 레스토랑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던 그가 고기를 잘 구울 수 있다고 했다. 나는 가만히 앉아서 다 구워져 내 앞접시에 올려지는 고기를 젓가락으로 집어 먹었다. 이건 좀 부담스러운 것 같아요. 그러면 불판 위에 올려놓을테니 집어 가라고 했다. 이번 가을과 겨울에는 왠일인지 주변 사람들이 자꾸 사람을 소개해줬다. 위안이 되는 사람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터라 소개해주면 무조건 만난다고 했다. 한 번 만난 사람도 있고, 두 번 만난 사람도 있다. 그는 세 번 만난 사람이었다. 나는 내가 좀 담백한 사람을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너무 과한 사람은 부담스러웠다. 속내가 보일 듯 잘 보이지 않던 사람이었다. 사당에서는 좀 달랐다. 꽤 많이 보였다. 나는 맥주 한 병을 시켜 마시라고 했다. 다음 번엔 같이 마시자는 말은 할까말까 하다가 참았다. 어쩌면 그에겐 내가 속내가 보이지 않는 사람일 거다. 낯을 많이 가리는 내게 두 번 만나고 만, 속이 너무 잘 보였던 사람은 천천히 오는 사람인거죠? 라고 물었다. 밤에 커피를 마셔도 아무렇지도 않은 그와 나는 자리를 옮겨 마주보고 각자 따뜻하고 차가운 커피를 마셨다. 그는 이직을 하고 좋은 일이 많아졌다고 했다. 매일 칼퇴도 하구요, 차도 바꿨구요, 그리고. 나는 그가 말하지 않은 좋은 일에 대해 생각했다. 지하철을 타니 버스를 탄다고 했던 그에게 바로 연락이 왔다. 전철 타셨어요? 집에 도착할 무렵에는 이런 문자가 왔다. 전 계속 만나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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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선셋

from 모퉁이다방 2017. 12. 6. 22:00



   지난 주의 일. 연차였고, 아침 일찍부터 움직였다. 충무로의 병원에 갔다가 광화문까지 걸었다. 든든한 걸 먹고 싶어 광화문 국밥에 갔다. 깔끔하게 맛나더라. 좋아하는 오짓어 젓갈도 반찬으로 나왔다. 바 자리에 앉아 그릇을 싹싹 비웠다. 영화를 바로 볼까 커피를 한 잔 마실까 고민하다가 테라로사에 갔다. 그 전주에 친구랑 처음 갔는데 엄청 맛있는 머핀을 발견했거든. 그날 친구는 십년도 더 된 일을 말하면서 그때의 생각들을 후회한다고 했다. 그때는 나와는 먼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시간이 지나 친구에게도 찾아왔다고. 그때 그 일이 내 일이 아니여서 정말 다행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던 것을 후회한다고 했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좋은 사람인 거라고 말해줬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훨씬 많다고. 그때 함께 먹었던 머핀을 하나 시키고, 그때 마셨던 핸드드립커피도 시켰다. 머핀은 세 개를 더 포장했다. 하나는 동생을 줬고, 두 개는 주말에 친구집에 놀러갈 때 가져갔다. 머핀에는 단호박과 크림치즈가 들어가 있다. 단호박이 맛있을 때여서 머핀이 이리 맛있는 건가. 창가 바 자리에 앉아 소윤이가 작년 생일에 선물해준 책을 꺼냈다. 연두색 어여쁜 표지의 <브루클린>. 책장에서 오랫동안 묵혀둔 뒤, 영화의 영상들이 희미해질 때쯤 꺼냈는데 읽기 시작하니 영상들이 금새 또렷해지더라. 아일리시가 미국에 입성도 하기 전인데 벌써 세 번이나 울어버렸다. 책 선물은 어쩜 이럴까. 고작 만원 남짓인데, 그 책이 품고 있는 세계는 어마어마하게 넓고 깊어서 나는 그 세계 전체를 선물받는 거다. 그러니까 고작 만원 남짓이 아닌 거다. 잠시 책을 덮어두고 그 광활한 세계에 대해 생각했다.


   극장 시간표를 보고 전철을 탔다. 두 개의 영화 중에 고민하다가 울적한 영화는 오늘 보고 싶지 않다며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골랐는데. 흠흠흠. 한때 나는 영화관에서 쿨쿨 잘도 자는 아이였다. 돈을 내고 봐도 잘도 그랬다. 최근에 그런 일이 전혀 없었는데. 모든 영화시간들이 내게 소중했는데. 자고 말았다. 아침 일찍 나와서 추운데 많이도 돌아다녔지. 따뜻한 극장에 들어오자마자 노곤함이 느껴졌지. 그럴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너무 기대를 해서 그런지, 영화가 별로였다. 지루했다. 옆옆 자리의 여자 아이도 계속 몸을 비꼬는 걸 보았다구. 기억나는 건 몇밤을 자는 기차여행의 낭만, 깜깜한 밤과 눈이 끊임없이 이어지던 광경, 우리의 탐정 선생님이 찰스 디킨스 소설을 읽으며 너무나 재밌다는 웃음소리를 내던 장면들, 그 문고판의 자그마한 책을 항상 손에 쥐고 있던 식당칸 풍경. 아무튼 나는 잤다. 그러고 나와 춥지만 오늘 끝까지 걸어보자며 집까지 불광천 길을 걸었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하늘이 분홍빛으로 예쁘게 바뀌고 있었다. 아, 이뻐라. 사진을 찍었지만, 역시나 실제 빛깔만큼 잘 나오지 못했다. 그래서 걸으면서 눈에 계속 담아뒀다. 그렇게 40여 분을 걷고 응암역으로 올라가려고 몸을 틀다가 내가 걸어온 길을 뒤돌아 봤는데, 아아, 거기에 더 예쁜 빛깔의 하늘이 있었다. 지금까지 본 여리여리한 분홍빛이 아니라, 선명한 주홍빛의 노을과 곧 다가올 짙은 밤의 어둠이 또렷하게 새겨져 있었다. 순간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인생도 이런 거구나. 뒤돌아보면 더 아름다운 발자욱들이 새겨져 있겠구나. 등 뒤에서 말없이 따라와 준 하늘이 정말,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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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카레

from 모퉁이다방 2017. 11. 25. 00:40




   이번 주는 길고, 힘들었다. 많은 생각을 했는데, 무엇 하나 녹록치 않구나 생각했다. 관계란 뭘까. 이번 주의 결론은, 언제든 깨어지기 쉬운 것. 누군가의 노력이 있다면, 다시 이어붙일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이전만큼 튼튼해질 순 없을 것이다. 요즘 들어 지난 사람들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때 그 사람, 그렇게 힘들었을텐데, 나는 아무런 도움이 되질 못했네, 하고.


   요즘 저녁을 가볍게 먹으려고 하고 있다. 맥주는 (무척 아쉽지만) 마시지 않은 지 몇 주 되었다. 신기하게 마시지 않게 되자, 별로 생각이 나질 않는다. 언젠가 한 잔을 아주 찐-하고 맛나게 마실 그 날을 기다리며. 겨울이니, 병맥주를 사야지. 깊은 맛이 나는 진한 걸로. 유리컵을 씻어 냉장고에 넣어뒀다 꺼내야지. 삿포로 맥주박물관에서 사온 병따개로 병을 따서 꿀꺽꿀꺽 소리가 나게 잘 따라야지. 적당하게 거품을 만들어서, 안주 없이 천천히 음미해가며 마셔야지.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잘 마신 뒤, 역시 좋았어, 하고 뿌듯해 해야지. 이번 주 저녁 메뉴에 현미율무시리얼도 있었고, 우울해서 큰 맘 먹고 산 호주산 소고기 안심도 있었다. 그리고 이마트에서 파는 자숙문어도 있었다. 문어는 소금을 넣은 참기름장에 찍어 먹는 걸 제일 좋아하는데, 건강하게 먹는다고 쌈다시마를 곁들여 초고추장에 찍어 먹었다. 한번에 다 먹질 못해 냉장고에 남겨뒀는데, 다음날 카레를 만들 때 문어 생각이 났다. 한번 넣어볼까. 그렇게 시작된 냉장고 잔반 처리 카레. 결과는, 무려 인생카레. 3일동안 동생이랑 정말 맛있다고 감탄을 하며 잘 먹었다.


   그래서 힘든 평일을 잊고, 주말을 잘 보내기 위해 루시드 폴이 우정출연한 알쓸신잡을 다 보고, 재빨리 마감 전 이마트에 갔다. 자숙문어는 마감 직전이라 세일할 줄 알았는데, 정가 그대로 팔더라. 브로콜리도 사고, 방울토마토도 샀다. 카레는 백세카레. 저번 인생카레를 만들 때는 '약간 매운맛'을 샀는데, 좀 매운 감이 있어서 이번에는 '순한 맛'을 샀다. 마트 가기 전에 동생이랑 인생카레 맛을 떠올리며 회사 그만두고 카레집을 하자고 계획해봤다. 문어카레에 맥주도 팔자. 카레는 양을 한정해서 팔고, 맛있는 문구들이 그득한 책도 같이 팔자. 커피는 안 될 것 같아. 카레 냄새가 너무 심하잖아. 카레냄새가 책에 배지 않을까. 이딴 고민은 다 필요없었다. 마트가서 일부 재료만 샀는데, 팔기엔 엄청 비싼 재료들임을 깨달았다. 아, 이래서 맛있었던 거구나. 비싼 것들이 듬뿍 들어가서. 회사를 계속, 흑흑-


    만드는 방법은 일반 카레 만드는 것과 똑같다. 아, 친구가 좋은 버터를 많이 줘서 올리브유와 버터를 함께 넣고 볶은 건 평소랑 달랐다. 재료를 볶고, 물을 넣고, 카레가루를 푼다. 문어는 아무래도 오래 끓이면 질겨 질 것 같아 카레가루를 풀고 넣었다. 자글자글 카레의 형태가 될 때까지 끓여주면 완성. 그리고 모두 아시겠지만, 어제(만든)의 카레가 제일 맛나다. 카레는 시간이 더해지면 더 깊어지나보다. 재료는 양파, 브로콜리, 완두콩, 방울토마토, 자숙문어. 문어는 잘게 썰어서. 마지막에 우유 조금. 요거트를 넣어도 된다. 내일 만들어 먹으려고 브로콜리를 식초물에 담가뒀다. 아, 기대되는 주말 카레 되시겠다. 카레에게 다음 주를 버틸 용기를 달라고 하는 건 무리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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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은 역시 카레입니다. 거기에 보태고 싶은 것은 카레우동!

   원래 카레우동은 메이지시대 도쿄에서 처음 만들었다고 하지만, 오사카와 교토의 카레우동도 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교토부청 앞 '야마비코'의 '스지 카레우동'은 최고의 보양식이다.

   "여름이면 일주일에 한 번은 나도 모르게 이쪽으로 발이 움직인다니까."

   "그 집 맛은 중독성이 있어." 교토의 친구들이 말한다. 흐르는 땀도 끈적거리는 여름 교토의 한낮에 '스지 카레우동'의 격렬한 한 방은 통쾌하다. 젓가락으로 들어 올리면 쫄깃한 우동이 튀어 오른다. 삶은 물은 버리고 다시 삶기를 여섯 번, 부드럽고 푹 고은 소의 힘줄이 녹아내린다. 파워풀한 매운맛, 뜨거움이 혀 위에서 기쁨의 춤을 춘다. 땀을 비 오듯 흘리며 먹고 나면 샤워를 한 것 같다. 참고로 '야마비코'에는 여름 한정 '냉 스지 카레소면'도 있다. 그리고 카레우동 팬이라면 난젠지 근처 '히노데 우동'의 '달콤 카레우동'도 강력 추천하고 싶다. 푹푹 찌는 무더운 교토를 걸을 용기가 솟는다.

- 181-182쪽, <한밤중에 잼을 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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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닥, 네번째 롤

from 모퉁이다방 2017. 11. 15. 21:51


   오늘은 일을 하다 아빠 생각이 났다. 아빠는 집을 설계하는 일을 하시는데, 예전에는 모두들 손으로 설계도를 그렸다. 사무실에 가면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커다란 책상들이 있었고, 커다란 종이들에 건물 도면들이 곧게 그려져 있었다. 시대가 변했고, 아빠는 그 속도를 쫓아가지 못했다. 캐드며, 그 딴 것들을 배워뒀어야 했는데. 이제는 누구도 손으로 설계도를 그리지 않는 것 같다. 내 일이 그러하듯 메일로 중요한 자료들을 주고 받고. 아빠는 그것들에 익숙하지 못하고. 오늘 전화로 자료를 요청하는데, 잘 모르고 보낸 것이 다라고 계속 이야기하셔서 짜증이 났다. 그런데 가만 듣고 보니 우리 아빠 같은 거다. 제가 잘 몰라서 그래요, 하시길래 그럼 필요한 부분들을 다 적어 보낼테니 다시 보내달라고 했다. 차장님은 인터넷은 할 줄 모르지만, 그 책을 꼭 사야 한다고 전화주신 나이 드신 고객 분을 그냥 넘기지 못하고, 타팀과 몇 번을 소통하고, 고객 분과도 몇 차례 통화를 한 뒤에 결국 구입할 수 있게 해주셨다. 아빠에게도, 출판사 사장님에게도, 그 나이 드신 고객 분에게도, 좋은 관계자가 많았으면 좋겠다. 모른다고 핀잔 주지 않고, 내 일처럼 해결해 주는. 나도, 우리도 언젠가 그렇게 될 거니까.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지만, 어찌된 일인지 계속 찍고 있는, 구닥의 네번째 롤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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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from 모퉁이다방 2017. 11. 13. 22:04









   지난 주말에는 1시간 40분 거리에 있는 친구네 집에 다녀왔다. 친구는 스테이크도 구워주고, 스크램블도 만들어 주고, 양파도 구워 주었다. 스무살 때 돈이 없었던 우리는 친구에게 찾아가 술을 사달라고 했었다. 자주 그랬다. 친구는 언제나 군말없이 사주었기 때문에 언제나 돈이 넉넉하게 있는 줄 알았다. 사실은 그게 얼마 남지 않은 용돈이었고, 다시 부모님께 전화를 해 조금 더 보내달라고 부탁하는 줄은 정말 몰랐다. 그랬던 키가 크고 삐쩍 마르기만 했던 친구는 이제 구연동화를 하며 아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아빠가 되었다.


   또 다른 친구는 샐러드를 만들어주고, 내가 오니까 청소를 실렁실렁 했다고 남편에게 칭찬 받고,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이게 그때 대만에서 니가 사준 다기라며 그 다기로 내가 가지고 간 보이차를 따뜻하게 내려주었다. 우리는 아가가 낮잠을 자는 동안 친구의 자랑이기도 한 커다랗고 길다란 나무 식탁에 마주 앉아 그동안의 이야기를 나눴다. 한때 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씩 꼭 보는 사이였는데, 이번에는 몇 달만에 보는 거였다. 친구에게 동네 친구들이 제법 생겼다.

   아가는, 지난 번에 내가 물티슈 뚜껑을 닫아준다고 손을 뻗었다가 핸드폰을 넘어 뜨렸는데, 한창 집중해서 뽀로로 영상을 보는 중이었다. 그때 무섭게 나를 째려봐서 나도, 동생도, 친구들도 모두 생각했더랬다. 나를 (너를) 싫어하나봐. 그렇지만 이번엔 좋아하는 풍선을 많이 사가서 그런지, 많이 웃어 주고, 뽀뽀도 네번이나 해줬다. 아가들은 정말 쑥쑥 크더라. 이제 아가는 좋아하는 것들을 앞의 한 글자씩 말하곤 한다. 빼빼로 달라고 할 때, 빼에-. 포도 달라고 할 땐, 포오-. 아빠, 엄마랑 애착인형은 마지막 글자까지 말할 수 있다. 에에블-린.

   거실에서 친구와 나란히 누워 티비를 보다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보니 새벽이었다. 늘 원룸에 있다 혼자 넓은 거실에 누워 있으니 적요한 느낌이 들었다. 예전의 나는 잠들기 전의 새벽을 좋아했는데, 지금의 나는 깨어난 후의 새벽이 좋다. 금방 아침이 와버려서 더 애틋하다. 그 새벽들을 모아서 주머니에 품고 다니다 가끔 꺼내 보고 싶다. 쓸쓸한데 따뜻한 구석이 있다. 친구네 집에 근사해보이는 소금과 후추가 있었는데, 가락시장 역 수입식품 파는 상점에 비슷한 것이 있어서 사왔다. 친구가 버터도 한가득 챙겨주고, 모짜렐라 치즈도 주고, 말린 감도 싸줬다. 그리고 다시 1시간 40분 버스와 전철을 타고 집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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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from 모퉁이다방 2017. 11. 9. 21:21




   지난 한주동안 마음이 사막같았다. 결국 두 달 뒤에 살펴보기로 한 일을, 두 달이 되기 전에 하기로 했다. 차장님이 두 달을 기다리는 동안 너무 힘들거라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정말 그렇더라. 괜찮고 마음을 잘 다스리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주에 혓바늘도 나고 눈이 시뻘겋게 충혈이 되었다. 책도 안 읽히고, 음악도 안 들렸다. 안되겠다 싶어 연차를 내고 아침 일찍 병원에 다녀왔다. 덕분에 괜찮아졌고, 안심이 됐다. 가보니 결론은 그냥 두 달 기다려도 되었던 거였는데, 그렇게 초조하고 겁이 나고 서러웠댔다. 오늘 가길 잘했다. 마음과 몸은 정말 연결되어 있는 게 맞는 게, 새벽에 욱씬거렸던 것이 오전에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제 마음 편히 기다리면 된다.


   마음이 나아지니, 먹고 싶고, 걷고 싶고, 읽고 싶고, 보고 싶어졌다. 오늘은 아침에 지하철 한 번, 오후에 버스 한 번 탄 것만 빼면 내내 걸어다녔다. 충무로에서 을지로를 거쳐 광화문까지 걸어가 미쉐린 가이드에 나왔다던 집에 가서 설농탕 한 그릇을 먹었다. 사실 그렇게 맛있는 지는 잘 모르겠는데, 국물이 깔끔하더라. 안국동에 가서는 보이차를 샀다. 친구 생각이 나 한 통을 더 샀다. 친구는 최근에 내게 차를 선물했는데, 오키나와 한정판이었다. 검색해보니 오키나와에서만 나는 과일이 들어간 차였다. 마시면 상콤한 것이 정말 남쪽의 맛 같다. 걸어가던 길에 우체국도 있어 우표도 사뒀는데, 지금까지 알고 있던 규외 엽서 우표 가격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규외 엽서는 350원, 규외 편지는 420원이란다. 420원 우표만 20장 샀다. 


   궁금했던 안국 프릳츠에 가서 크로와상과 따뜻한 커피도 마셔주었다. 프릳츠 마당에 석탑이 있는데, 석탑을 보며 커피를 마시는 것이 꽤 좋았다. 창덕궁이 옆에 있어, 궁 안의 단풍이 밖에서 보기에도 무척 아름다워서 들어가고 싶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더라. 가까운 시간대는 다 매진이었다. 그래서 버스를 타고 상암으로 와 영화를 봤다. <러빙 빈센트>. 고흐가 세상을 떠나고 1년 후의 이야기. 10년동안 107명의 아티스트가 완성한 6만 여점의 유화로 만든 애니메이션. 슬펐지만 따스했다. '아르망 룰랭의 여행'으로 정리할 수도 있는 게, 아르망 룰랭이 고흐를 찾아 억지로 떠난 이 여행에서 성장한다. 성장하지 않는 이야기가 어디 있냐마는 이렇게 타지역에서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를 나는 좋아하는 것 같다. 나 자신이 그러고 싶은데, 잘 되지 않기 때문인 것도 같고. 여러 생각이 났다. 곡예사 언니가 권한 반 고흐 소설을 읽고, 닥터 후 고흐 편을 보지 못한 것도 생각이 났고, 지난 해 이 즈음 시옷의 책으로 다시 읽은 고흐와 테오의 편지들도 생각났고, 그 이야기를 나누던 장소와 분위기도 생각이 났다. 나는 그때 어마어마하게 많은 포스트잇을 붙여서 책 선정자였던 소윤이를 감동하게 만들었댔다. 그때 기석이가 소개해준 책도 사놓고 아직 읽지 못했는데, 이번주에 읽어야 겠다.


   집에 와서는 샐러드로 저녁을 만들어 먹고, 오후에 안국동에서 산 보이차를 우려 보았다. 적당한 분량으로 단단하게 뭉쳐 있는 차다. 차가게에서는 분명히 반으로 잘 부서진다고 했는데, 손으로는 도저히 부숴지지 않아 가위로 힘겹게 잘랐다. 약간 진하게 우려졌는데, 끝맛이 깔끔했다. 회사사람들에게 나눠줄 티백에 메모를 남겼다. 한주 사이 사이가 소원해진 사람이 있는데, 어떤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친하든 친하지 않든 내 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이해가 되는 건 아니다. 당연하게도 그렇다. 서운할 때도 있고, 그 사람은 의도치 않았겠지만 상처 받을 때도 있다. 그러면 나도 그렇게 행동하고 싶어진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보면 이해되지 않는 일은 없는 것 같다. 오늘 본 영화의 마지막처럼, 사는 동안 깊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실수해도, 다음 번에는 그러지 않도록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도 또 실수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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