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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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들의 히치하이킹극장에가다 2014. 2. 4. 21:55
설날에는 사촌동생들이랑 볼링도 치고, 인기 만발이라는 도 봤다. 은 너무 기대해서인지 생각보다는 그냥 그랬다. 연휴 마지막 날 올라왔다. 고성에서 가는 표가 없어 사천까지 와서 탔다. 올라오는 길은 생각보다 안 막혀서 금방 왔다. 이번 명절은 나름 괜찮았다. 재밌기까지 했다. 서른 다섯 싱글의 명절이 재밌었다니. 그래서 더 신나게 마무리하기 위해 동생이랑 나는 네네 파닭 치킨을 시키고, 냉장고에 있는 캔맥주를 꺼내놓고, 이 영화를 봤다. . 극장에서 보고 싶었는데, 엘지티비에 올라와 있더라. 연휴 마지막 날이니까, 뒤가 볼록한 옛날 티비에 무려 만원짜리 영화를 봤다. 결과는 대만족. 처음엔 뭐 이렇게 개고생하면서 그 풍경 좋은 유럽에서 이동하는 영상만 찍고 있나 싶었는데, 중반쯤 가니 그 개고생 때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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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출한 여자극장에가다 2014. 1. 28. 22:04
일요일이었고, 복층에 있었다. 내가 복층에 있는 이유는 자거나, 읽거나, 보는 것. 이후로 복층에서 마음 붙이고 이어보는 드라마가 없었다. 이것저것 뒤적거리다 얼마 못 보곤 했는데. 그냥 누워 있다 네이버 검색하다 우연히 봤는데, 대박! 완전 재밌다. 박희본. 얘는 누구지? 에서 시작해서 낯익은 얼굴들도 보이고, 각 회마다 다른 감독이네 그러는 사이 6화가 끝났다. 1화가 10분 남짓이라 금방 볼 수 있다. 출출한 여자의 이름은 제갈재영. 32살에 여행사에서 근무한다. 얼마 전에 거의 무명에 가까운 개그맨 남자친구랑 헤어졌다. 그에겐 단 하나의 유행어가 있었다. 그녀의 요즘 즐거움은 오직 퇴근 후 먹는 음식. 비밀번호까지 다 외워 주인이 있든 없든 번호 누르고 막 들어오는 친구 우정과의 맥주를 곁들인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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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호른극장에가다 2014. 1. 18. 22:14
낮잠을 자고 일어나 샤워를 했다. 갑자기 영화를 봐야겠단 생각이 들어 시간표를 부랴부랴 검색하고 지하철을 탔다. 6시 15분에 시작하는 네덜란드 영화 . 잔잔하게 마음을 적시는 영화인 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좀 달랐다. 굉장히 명확한데, 쉽게 이해가 되지는 않는 영화였다. 돌아올 때는 걸어왔다. 처음엔 바람이 매서웠는데 걸다보니 따뜻해졌다. 집으로 돌아와 찾아본 영화 관련 기사 중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 "이 영화는 누군가를 변화시킬 수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누군가를 꼭 껴안아줄 수는 있을 것 같다. 영화에는 이미 삶에 찌들어 더이상 변화할 수 없을 것 같은 사람이 자신을 가두고 있던 것을 깨뜨리고 나오는 순간의 아름다움이 뭉클하게 담긴다." (씨네21) "불편한 유머코드-이상한 매력-왠지 모를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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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극장에가다 2014. 1. 11. 13:42
우리는 대학교 1학년 때 만났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친구다. 다툴 때도 있었지만, 함께할 때가 많았다. 어떤 일로 마음 상할 때도 있었지만, 함께 해서 위로받는 일이 많았다. 친구가 중국에 가 있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다. 친구도 중국에서 한 번의 이별을 겪었다. 처음으로 국제전화카드를 샀는데, 전화를 하면 거의 친구의 룸메이트가 받았던 것 같다.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옛 일이지만 공중전화 부스 안에서 나는 내 상황을 전하며 울먹거렸던 것 같다. 친구는 믿어지지 않는다며, 위로의 말을 건넸던 것 같다. 그때, 그리고 또 한번의 중국생활을 제외하곤 우리는 늘 부르면 달려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하숙집 위 아래층에 산 적도 있다. 친구는 크리스마스 때면 약속이 없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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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극장에가다 2013. 12. 3. 22:00
마지막 회 마지막 장면이 참 따뜻해서 여러 번 돌려 봤다. 씨네큐브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를 미리 볼 수 있었다. . 오늘 지난 부산영화제 때 누군가 찍은 GV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봤다. 영화는 병원의 실수(일단 그렇다고 하자)로 아이가 뒤바뀐 두 가족의 이야기이다. 6년 뒤 두 가족은 그 사실을 알게 된다. 사진 속 아이가 한 아이인데, 벌써 저렇게 큰 아이다. 부모들은 각자의 아이를 무척 사랑하고, 단 한번도 내 자식이 아니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갑작스런 폭설처럼, 그렇게 찾아온 소식. 두 가족은 어찌해야 할 줄을 모른다. 바꿔야 하나. 하지만 쉽게 바꿀 수가 없다. 내 자식이라고 물고 빨고 키워온 세월이 육년. 바꾸지 말아야 하나. 사실을 안 이상 그럴 수도 없다. 일단 두 가족이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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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희극장에가다 2013. 11. 4. 21:21
아마도. 토요일 날 집에서 뒹굴다가 를 보지 않았다면, 일요일 날 굳이 광화문까지 나가서 를 보지 않았을 거다. 토요일 날, 나는 를 보고 핸드폰 검색 창에 '모항'이라고도 검색해 보고, '이자벨 위페르'라고도 검색해보고, '홍상수'라고도 검색해봤다. 일요일, 일어나 보니 비도 그쳤다. 맥모닝 세트 시켜먹고 뒹굴거리다 그래, 보러 가자고 생각했다. 씻고 나오니 광화문까지 늦을 것 같아 택시를 탔다. 택시까지 타고 가서 볼 영화인가, 생각하다 창밖의 노오란 은행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 가을이었지. 크레딧 올라갈 때 보니 영화 속 상호가 실제 상호와 똑같았다. 핫썬 치킨, 아리랑, 카페 공드리 등등. 누군가 홍상수 여행 패키지를 만들어주면 좋을텐데. 주인공들이 앉았던 벤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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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극장에가다 2013. 10. 28. 21:50
사실 이 보고 싶었다. 는 내게 여전히 좋은 드라마다. 그 중에서도 손예진-김갑수 부녀지간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손예진이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아버지 김갑수의 라디오 방송에 목소리를 꾸며 전화를 하는 장면들은 짠했다. 자신의 고민을 나눌 사람이 필요했던 딸. 딸의 변조된 목소리를 단번에 알아차리는 아버지. 의 소개 영상을 티비에서 보고 깜짝 놀랐다. 그 아버지와 딸이 나오는데, 딸이 아버지를 의심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살인범이라고. 그 영상을 보는 순간 가슴이 쪼그라들어서 당장 보고 싶었는데, 평들이 그리 좋지 않아서 망설이다 오늘 보기로 했는데 어쩐지 용기가 나지 않았다. 시간표를 보고 나름 평이 좋아서 선택한 . 흠. 좀 복잡했다. 복잡하게 만든 영화였다. 메세지는 알겠는데, 내게는 좀 어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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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허니와 클로버극장에가다 2013. 10. 27. 19:06
휴대폰을 스피커에 연결하고 멜론의 플레이 리스트를 랜덤으로 선정하고 앉았다. 첫 곡은 내가 정한 곡. 오지은의 서울살이는. GMF에서 오지은이 이 노래를 부르다 울었단다. 그 이야기를 듣고 어쩐지 이 노래를 계속 듣게 된다. 그 다음으로 랜덤 재생된 곡이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여름부터 나는 질투에 빠져 있었다. 내가 못났다는 자괴감에 이어 너희들이 가진 모든 것들이 부러웠다. 내게 없다고 생각되는 모든 것들이 부러웠다. 못난 내 자신에 화도 났다. 술자리에서 여러 번 울었다. 울고 나면 창피했다. 내 질투심이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서른 네 살의 내가 너무 어른답지 못해서 두려웠다. 어느 날, 내 질투심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친구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며 밀란 쿤데라의 에 대해 이야기했다. 더이상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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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엮다극장에가다 2013. 7. 21. 15:10
Y언니와 오랜만에 만나 부천영화제에 다녀왔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딱 한 편. 올해 영화도 좋았다. . 사전은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만들까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이 영화는 사전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영업부에서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던 마지메가 사전편집부로 스카우트 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사전편집부에는 몇 십년이 넘게 사전 만드는 일만 해온 사람도 있고, 전혀 사전일이랑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오다기리 조도 있고, 척하면 딱인 아주머니 계약직 직원도 있다. 그저 혼자서 책 읽고, 혼자서 밥 먹고, 혼자서 생활하는 일에 익숙한 마지메가 이 사전편집부에서 일하게 되면서 '함께' 하는 법을 배워간다는 이야기이다. 마지메가 사전편집부에 들어오던 해 시작되었던 '다도해' 사전 작업은 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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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플라워 - 불량품들의 섬극장에가다 2013. 6. 11. 21:31
친구랑 1시간 정도 땡볕을 걸고 를 본 날이었다. 제일 앞 자리에 앉아 2시간 넘게 영화를 보고 집으로 와 에어컨 필터를 꺼내 빡빡 문질러 씼었다. 무척 더운 날이었다. 그 날은 에어컨을 켜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언제고 견딜 수 없는 더위가 닥쳐 올 것 같았다. 필터를 다시 끼워 넣고 샤워를 했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슬슬 어두워 지고 있었다. 뭘할까 고민하다가 이 영화 생각이 났다. 누군가 좋다고 했는데 볼까 말까 망설이다 리모콘을 들었다. 3500원 결제를 하고 재생. 그 뒤로부터 이 영화만 생각하고 있다. 매일 아침, 매일 저녁 OST를 듣는다. 아무래도 책을 사고, OST CD도 사야 할 것 같다. DVD가 나오면 DVD도 사야겠다. 멜론에서 들을 수 있는 OST 곡은 고작 네 곡 정도. 일단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