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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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밀라, 지은, 우리서재를쌓다 2013. 1. 24. 21:51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어제 꿈을 꿨다. 꿈에 지금은 만나고 있지 않지만, 가끔 보고파지는 사람이 나왔다. 그 사람이 내 옆에 꼭 붙어 있었다. 그런데 그가 내게 하는 말이 다 거짓이었다. 그는 도망쳐 나온 거였고, 쫓기고 있는 거였는데, 내겐 평온하다 했다. 행복하다 했다. 꿈에서도 나는 그걸 알고 있었다. 그의 말들과 행동이 거짓이라는 걸. 꿈에서도 나는 생각했다. 이건 너무하잖아. 그리고 슬퍼졌다. 어제 그 꿈을 꾸기 전에, 집에 오는 길에 아주 밝은 달과 아주 선명한 별을 봤다. 별들이 많았다. 작년 추석에 서울로 올라오기 전에 엄마와 통영에 갔다. 나는 중학교 때까지 거기서 아주 가까운 곳에서 살았다. 통영이 충무였던 시절. 이렇게 동양의 나폴리가 될 줄 몰랐던 시절. 나는 바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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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서재쌓기기억의기억 2013. 1. 21. 22:21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주말엔 숲으로.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원숭이와 게의 전쟁. 우연한 산보.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 나를 닮은 집짓기. 삶의 속도, 행복의 방향. 두근두근 혼자가는 등산여행. 비자나무 숲. 아버지와 함께한 마지막 날들. 바닷가의 모든 날들. 슬픈 외국어.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지지 않는다는 말. 눈의 여행자. 건축가, 빵집에서 온 편지를 받다. 제7일. 대설주의보. 정체성. 야만적인 앨리스씨. 매거진 B - 기네스. 고독한 미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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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내 인생의 전부예요 - 우연한 걸작서재를쌓다 2013. 1. 15. 21:32
벌써 지난해 겨울의 일. 친구가 읽고 있던 책이었다.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친구가 좋은 책이라며 읽어보라고 선물해준 책이다. 총 열 개의 챕터로 되어 있는데, 좋은 챕터도 있었고, 그냥 눈으로만 읽은 챕터도 있었다. 평범하지 않은 예술가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떤 부분은 소설 같기도 했다. 그리고 어떤 구절들은 정말 좋아서 잠시 읽던 페이지를 덮어두기도 했다. 특히 챕터의 마지막 문장들이 그러면 쉽게 다음 챕터로 넘어가질 못했다. 하루를 쉬었다 다시 읽었다. 피에르 보나르의 경우가 그랬다. 이 책에서 제일 처음에 소개되는 화가이다. 보나르는 평생 한 여자에게 중독되었다. 한 여자만 사랑한 건 아니다. 다른 여자도 있었다. 보나르는 한 여자에게 평생 중독되었다. 그를 중독시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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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 바질서재를쌓다 2012. 12. 13. 22:55
1F/B1 일층, 지하 일층 김중혁 지음/문학동네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일곱 편의 단편을 모두 다 읽고도 계속 생각이 났다. 소설은 이별 이야기로 시작한다. 박상훈과 지윤서가 헤어졌다. 첫 문단은 이렇다. "이별은 육체적인 단어다. 헤어진다는 것이고, 그래서 다시는 가까워질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멀어진다는 것이다. 이별이라는 단어의 물리적인 실체가, 거리에 대한 실감이, 박상훈을 괴롭게 했다. 사흘이 지나자 어딘가 아파왔다. 아프긴 했지만 상처를 집어낼 수는 없었다. 살을 파고 뼈를 헤집어 상처를 들어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상처는 계속 이동했다. 때로는 무릎이 아팠고, 때로는 등이 아팠고, 때로는 발뒤꿈치가 아팠다. 모든 고통은 이별로부터 왔다. 닷새가 지나자 모든 뼈마디가 욱신거렸다.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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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서재를쌓다 2012. 9. 10. 22:08
토요일에는 친구가 바람을 쐬러 가자고 했다. 우리는 해질 무렵에 만났다. 광화문에서 비빔밥 한그릇씩을 먹고 경복궁역까지 걸어가 버스를 타고 부암동까지 갔다. 해가 지고 나무들이 많아 으슥한 길을 둘이서 뚜벅뚜벅 걸어 올라갔다. 산모퉁이 카페. 친구가 얼마 전에 여길 처음 와 봤는데, 이곳 야경이 너무 좋아서 내게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올라오는 길에 땀을 많이 흘려 차가운 커피와 차가운 유자차를 시켰다. 주말이라 서울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명당자리는 만석이었다. 명당자리에 자리가 나면 언제든 옮길 수 있는 위치에 자리잡고 앉아 커피를 마시고, 밀린 이야기를 하고, 이어폰 한 쪽씩을 끼고 음악을 들었다. 그리고 거짓말 같이 자리가 났다. 명당자리. 명당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하는 동안 한쪽 하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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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내지 않고 핀란드까지서재를쌓다 2012. 8. 19. 16:45
화내지 않고 핀란드까지 박정석 지음/시공사 그녀와 함께 한 터키, 불가리아, 루마니아, 폴란드, 발트3국, 핀란드 여행. 화내지 않고 핀란드까지. 핀란드는 지구의 북쪽 끝에 있다. 춥고 매우 조용하다. 여태 추우면서 조용하지 않은 곳을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나. 그 나라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은 가이드북에 나와 있지 않은 소소한 것들, 설명하고 싶지만 불가능한 것들, 직접 가서 보지 않고서는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미묘한 몇 가지다. 글이나 사진이 아니라 오직 스스로의 눈과 귀, 피부를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특징들. 바싹 말라 보기보다 아주 쉽게 불이 붙고 놀랄 만큼 화력이 세던 자작나무 장작.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푸른 빛은 물론 잔잔한 정도 또한 하늘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하던 호수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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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셋, 여름비행 - 비행운서재를쌓다 2012. 8. 7. 21:41
비행운 김애란 지음/문학과지성사 나는 이 책을 7월 6일에 주문해 7월 21일에 받았다. 첫장은 7월 23일에 넘겼고, 마지막 장은 8월 6일에 넘겼다. 언젠가 김애란을 만난 적이 있다. 작가와의 만남 자리였다. 오래된 기억이지만 기억을 더듬어보면 그녀는 청바지에 까만 구두를 신었다. 조곤조곤 조금은 수줍게 이야기를 하는데, 말을 잘했다. 어떤 말들은 수첩에 적어놓고 싶을 정도로 의미있었고, 어떤 말들은 웃겼다. 정말 웃겼다. 그녀는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지난 번 장편도 빨리 주문한 덕분에 사인본으로 받았다. 그때는 사인을 한 필기구도 별로였고, 글씨도 별로였는데, 이번엔 제법 근사하다. 2012년 7월이라는 날짜 밑에 '여름비행'이라고 적어줬다. 그녀와 나는 동갑. 얼마 전 결혼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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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마시고 여행할 나를 위해 - 열대식당서재를쌓다 2012. 8. 6. 20:40
열대식당 박정석 지음/시공사 내게도 단골집이 있고, 좋아하는 메뉴가 있다. 투다리에서는 깻잎말이와 감자베이컨말이. 너무 멀어서 이제는 못가지만 양재역에는 오동통한 닭을 아주 바싹 튀겨주는 통닭집이 있다. 시장건물 지하에 있고, 바로 옆에 다른 물건을 파는 가게들이 있어 정신이 없지만, 여기 통닭이 진리다. 닭똥집 튀김도. 맥주도 아주 싸다. 양도 엄청 많다. 요즘의 네네치킨과는 비교가 안된다. ('양'이! 네네치킨도 아낀다. 사실 아끼지 않는 통닭은 없음.) 얼마 전, 비오는 날 홍대의 술집에서는 기가 막힌 훈제연어 샐러드를 먹었다. 훈제연어를 좋아해서 여러 곳에서 몇 번 시도해봤는데 모두 다 실패. 비린맛이 나거나, 짜거나 둘 중 하나였는데, 여기 샐러드는 사르르 녹았다. 금방 통닭을 먹고 와서 연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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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의 눈 - 심장이 둘인 큰 강서재를쌓다 2012. 7. 13. 23:11
금요일. 마트에 들렀다 집에 바로 들어왔다. 훈제연어와 맥주를 사들고 들어왔다. 현관문을 닫자마자 비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니 엽서도 와 있었다. 이번주에 못 본 를 봤다. 훈제 연어를 3분동안 흐르는 물에 두고 해동시켰다가 맥주와 함께 먹었다. 조금 느끼해지기 시작할 때쯤 뜨겁게 달군 팬에 연어를 구웠다. 자악자악 연어 구워지는 소리가 들리고, 쏴아쏴아 쏟아지는 빗소리도 들렸다. 나는 오늘 헤밍웨이만 생각하고 있다. 지난 주 목요일부터 수업을 듣고 있다. 어떤 소설을 읽고, 그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수업이다. 처음에는 그냥 여름이 허무하게 가 버리는 게 아까워서 큰맘 먹고 결제했는데, 두 번 수업을 듣다 보니 이건 정말 좋은 수업이다. 올 여름을 나름 잘 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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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서재를쌓다 2012. 7. 8. 23:32
- 줄리언 반스 책을 지금까지 세 권 정도 시도했던 거 같다. 한 권은 끝까지 읽었던 것 같고, 한 권은 얼마 못 읽고 덮었던 것 같다. 단숨에 읽은 책은 이 책이 처음. 다 읽었는데, 모르겠다. 줄리언 반스가 원서 150페이지의 이 책을 두고, 자신은 이 책이 300페이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는데, 무슨 말인지 알겠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니까, 뭐지?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 하나, 생각이 든다. 내가 잘 이해한 건지. 내가 생각한 게 맞는 건지. 한글 제목은 왜 이따위인지 혼란스러워진다. 처음부터 다시 읽게 되면, 이 소설은 처음과 전혀 다른 소설이 되는 것이다. 똑같은 문장들이고, 똑같은 사건인데 두번째 읽을 때는 다른 이야기가 되는 소설. - 어떤 스포일러에도 노출되지 않고 읽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