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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밀라, 지은, 우리
    서재를쌓다 2013. 1. 24. 21:51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어제 꿈을 꿨다. 꿈에 지금은 만나고 있지 않지만, 가끔 보고파지는 사람이 나왔다. 그 사람이 내 옆에 꼭 붙어 있었다. 그런데 그가 내게 하는 말이 다 거짓이었다. 그는 도망쳐 나온 거였고, 쫓기고 있는 거였는데, 내겐 평온하다 했다. 행복하다 했다. 꿈에서도 나는 그걸 알고 있었다. 그의 말들과 행동이 거짓이라는 걸. 꿈에서도 나는 생각했다. 이건 너무하잖아. 그리고 슬퍼졌다. 어제 그 꿈을 꾸기 전에, 집에 오는 길에 아주 밝은 달과 아주 선명한 별을 봤다. 별들이 많았다.

     

        작년 추석에 서울로 올라오기 전에 엄마와 통영에 갔다. 나는 중학교 때까지 거기서 아주 가까운 곳에서 살았다. 통영이 충무였던 시절. 이렇게 동양의 나폴리가 될 줄 몰랐던 시절. 나는 바다가 있는 곳에서 성장했는데, 의외로 바다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 답답해서 바다를 보러 간다든지, 신이 나서 바다를 보러 갔다든지 그런 기억이 없다. 그냥 진한 굴 껍데기 냄새 뿐이다. 아무튼 통영에 가서 엄마랑 바다를 옆에 두고 걸었다. 통영의 바다는 고향의 바다와 다르게 정말 반짝반짝 빛났다.

     

        소설을 읽으면서 그때 본 통영의 바다를 생각했다. 동피랑 마을 꼭대기에 불었던 바람도 생각했다. 초판 3쇄. 작가님이 너무 인기가 많아져서 조금 심드렁한 마음으로 (왠지는 몰라도) 천천히 구입했다. 다른 책들 주문하면서 슬쩍 집어 넣었다. 그러고도 한참. 몇 장을 읽다가 또 심드렁해져 다시 책들 사이에 끼어 두었었다. 12월 어느 날, 책 표지와 책등을 가만히 들여다보다 다시 읽기 시작했다.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마음이 아파서, 행복해졌다. 이번 책은 영화 같다. 장면들이 머릿 속에 생생하게 그려졌다. 카밀라, 동백꽃, 지은, 양관, 진남. 특히 마지막 장 '2012년의 카밀라, 혹은 1984년의 정지은'. 내가 이 책에서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다. 카밀라에서 정지은으로 바뀌는 순간, 페이지도 바뀐다. 앞장에는 카밀라가 뒷장에는 정지은이 서 있다. 이 장면이 나는 영화처럼 생생하게 그려진다. 아, 좋았어. 벅찬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심연이 존재한다. 깊고 어둡고 서늘한 심연이다. 살아오면서 여러 번 그 심연 앞에서 주춤거렸다. 심연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건너갈 수 없다."

        나를 혼잣말하는 고독한 사람으로 만드는 게 바로 그 심연이다. 심연에서, 거기서, 건너가지 못한 채, 그럼에도 뭔가 말할 때, 가닿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심연 저편의 당신을 향해 말을 걸 때, 그때 내 소설이 시작됐다."

    - 작가의 말 중에서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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