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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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여행서재를쌓다 2014. 2. 12. 21:23
군산에 가게 된 이유 중에 하나가 최갑수였다. 어느 토요일, 늦은 아침으로 죽을 사 먹고 들른 커피집에서 보게 된 최갑수 시인의 글 때문이었다. 최갑수 시인은 군산에 가라고 했다. 특별한 일 없이 가을을 쓸쓸히 보냈다면, 철길이 있고 예쁜 창문을 볼 수 있는 군산으로 여행을 떠나라고 했다. 그 글이 좋아서 결국 잡지까지 샀다. 여러 번 읽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군산에 가야지. 군산에 갔고, 철길과 예쁜 창문을 보지 못했지만, 쓸쓸한 기분이 더해져 돌아왔지만, 좋았다. 쓸쓸해서 마음에 남는 군산이었다. 또 어딘가 나를 떠나게 만들어 줄 것만 같아서 산 책이다. . 사실 처음에는 좀 실망했다. 여행지마다 소개하는 글이 너무 짧았다. 한 페이지에서 세 페이지 정도다. 에 실린 긴 글을 기대했던 내게는 너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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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절반은 맛이다서재를쌓다 2014. 2. 5. 22:32
생각해보니 이번 겨울에는 주로 먹는 이야기를 읽었다. 음식 이야기를 읽으면 왜 이렇게 신이 나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에는 트위터에서 '하루키 레시피'를 팔로우했다. 하루키의 작품 속 레시피들을 트윗해주는데, 오늘은 이런 트윗이 올라왔다. "후카에리는 얼그레이를 마시고 토스트에 딸기잼을 발라 먹었다. 그녀는 마치 옷의 주름을 그리는 렘브란트처럼 주의깊게 시간을 들여 토스트에 잼을 발랐다." 의 문장이란다. 먹는 이야기를 쓴 책 뿐만 아니라 먹는 이야기를 하는 영상도 좋아한다. 을 즐겨보는데, 얼마 전에 못생긴 생선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보는 내내 침이 꼴깍꼴깍 넘어갔다. 속초에 갔을 때 '도치알탕'이라는 간판을 봤는데, 그저그런 알탕이라고 생각했다. (나는야 알탕마니아) 을 보니 보통 알탕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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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린디합을서재를쌓다 2014. 1. 27. 22:48
언니가 그랬다. 손보미 읽어봤니? 내가 아직이라고 했고, 언니가 말했다. 한번 읽어봐. 이상해. 읽어보면 아마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알거야. 손보미의 첫 소설집을 읽었다. 그때 언니의 말이 생각났다. 정말 희안하게도, 신기하게도 그때 언니의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다. 좋은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해서 이상하다는 말. 좋은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한데 내 경우에는 좋은 쪽으로 저울의 바늘이 좀 더 많이 가 있다. 동생이 얼굴에 자그마한 혹이 나 수술을 했는데, 평일에 휴가를 내고 병원에 같이 갔다. 동생이 수술을 하는 동안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조용했다. 아침을 못 먹은 터라 배가 고팠다. 그렇다고 혼자 뭘 먹을 수가 없었다. 수술하는 동생에 대한 배신, 따위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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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맛, 규슈를 먹다서재를쌓다 2014. 1. 16. 20:15
사실 표지에 반했다. 잘 지은 밥에 명란젓 한 쪽. 진짜 맛있어 보인다. 제목도 . 재미나게 읽었다. 여행 에세이를 읽고 싶은데, 읽다 보면 실망스러운 책이 많았다. 사진만 너무 많거나, 감성적이기만 한 책. 뭔가 정보와 감성이 섞인 여행책을 읽고 싶었는데, 이 책은 재미났다. 일본 규슈의 맛집들을 찾아다니며 쓴 책인데, 그 음식들의 역사를 함께 살펴본다. 이 음식이 어찌하여 일본 땅에 뿌리내려 사랑을 받고 있는지, 어떻게 변형되었는지, 그 음식의 맛집에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 추천사에서 요리사 박찬일은 이렇게 말한다. "그가 일본행 비행기를 버스처럼 타고 다니느라 집 몇 채를 날려 먹었다는 소문도, 그를 앞세우고 가면 오직 손으로 모든 걸 말하는 쇼쿠닌들을 친구 삼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는 관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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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미, 칠월의 솔서재를쌓다 2014. 1. 11. 22:30
'2013년 11월의 우리, 김연수'라는 연두색 싸인이 있는 책. 다른 곳에서 먼저 읽었던 소설은 읽지 않았다. 깊은 밤 기린의 말, 주쌩뚜디피니를 듣던 터널의 밤, 푸른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가지 즐거움. 면목동에 살 때 파주 회사까지 1시간 여를 전철을 타야 했다. 출근할 때 1시간, 퇴근할 때 1시간. 그 시간이 아까워 열심히 책을 읽었다. 물론 잠이 모자라 졸고,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하는 시간들이 더 많긴 했지만 그래도 책을 많이 읽었다. 책을 읽는 장소로 전철이 최고였다. 집중이 최고로 잘됐다. 응암동으로 이사를 하고 전철을 타는 시간이 10여 분으로 줄었다. 단편 하나를 읽기에도 짧은 시간이고, 금새 합정역에 도착하니 책 읽는 시간이 줄었다. 요즘 책이 잘 읽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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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서재쌓기기억의기억 2014. 1. 11. 13:16
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 1, 2.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일본의 맛, 규슈를 먹다. 그들에게 린디합을.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당신에게, 여행. 오므라이스 잼잼 1. 오므라이스 잼잼 2. 오므라이스 잼잼 3. 다른 길.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 서울을 먹다. 엄마, 일단 가고봅시다! 엄마, 결국은 해피엔딩이야. 하루키의 여행법. 청춘의 문장들+ 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 새로운 오키나와 여행. 오므라이스 잼잼 4. 소년이 온다. 매미 울음소리 그칠 무렵. 한낮에 뜬 달. 햇살이 비치는 언덕길. 남빛. 도쿄의 북카페. 잠깐 저기까지만. 마음이 풀리는 작은 여행. 내 누나. 꿈꾸는 하와이. 이 고도를 사랑한다. 가장 잔인한 달. 순간의 꽃. 도쿄 일상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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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적인 앨리스씨서재를쌓다 2013. 11. 30. 01:58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많은 아버지가 있고, 많은 어머니가 있다. 많은 아들이 있고, 많은 형제가 있다. 이 소설은 그 중 한 명의 아버지, 한 명의 어머니, 두 명의 아들, 한 형제의 이야기. '씨발'년인 어머니와 폭력을 방관하는 아버지를 부모로 둔 앨리시어와 그의 동생의 이야기다. 처음엔 뭔가 싶었다. 잘 읽히지 않고 자주 책장이 덮혔다. 이런 식의 이야기 진행이 책장을 빠르게 넘기게 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황정은이 말하는 당신,이 누굴까 생각했다. 짧은 소설인데, 속도가 더뎠다. 그러다 마지막 장이 가까워지고, 마침내 책을 덮게 되었을 때 뭔가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마음에 남았다. 황정은을 직접 본 적이 있다. 홍대에서 했던 작가와의 만남이었는데, 그 때 황정은이 이렇게 말했던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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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허니와 클로버극장에가다 2013. 10. 27. 19:06
휴대폰을 스피커에 연결하고 멜론의 플레이 리스트를 랜덤으로 선정하고 앉았다. 첫 곡은 내가 정한 곡. 오지은의 서울살이는. GMF에서 오지은이 이 노래를 부르다 울었단다. 그 이야기를 듣고 어쩐지 이 노래를 계속 듣게 된다. 그 다음으로 랜덤 재생된 곡이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여름부터 나는 질투에 빠져 있었다. 내가 못났다는 자괴감에 이어 너희들이 가진 모든 것들이 부러웠다. 내게 없다고 생각되는 모든 것들이 부러웠다. 못난 내 자신에 화도 났다. 술자리에서 여러 번 울었다. 울고 나면 창피했다. 내 질투심이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서른 네 살의 내가 너무 어른답지 못해서 두려웠다. 어느 날, 내 질투심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친구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며 밀란 쿤데라의 에 대해 이야기했다. 더이상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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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녕 소설, 대설주의보서재를쌓다 2013. 9. 25. 22:26
추석 동안 나와 함께 한 책. 이번 추석에 이 책과 나의 궁합이 잘 맞았다. 를 읽고 눈이 내리는 소설이 좀더 보고 싶어서 읽은 책이다. 소설집인데, 표제작인 '대설주의보'에서 눈이 많이 내린다. 펑펑 내려서 대설주의보까지 내려지고, 강원도의 절에서 여자와 만나기로 했던 남자는 발이 묶인다. 인연이었던 남자와 여자가 긴 세월을 둘러 다시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다. 소설집 중에서 이 소설이 가장 마음에 남는다. 특히 마지막 장면. 갤로퍼는 유턴을 한 다음 곧 눈발 속으로 사라졌다. 윤수는 가방에서 모자를 꺼내 눌러쓰고 주차장을 모로 지나쳐 걷기 시작했다. 산문을 지나 계곡으로 들어갈수록 바람이 잦아들어 그다지 추운 느낌은 없었다. 길은 완만했으나 정강이까지 눈이 차올라 걸음이 더뎠다. 손전등을 빌려오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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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대로도 괜찮아요 - 마스다 미리서재를쌓다 2013. 9. 15. 22:41
결국 맥주를 사러 나갔다. Y씨에게 이 책들을 빌렸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처음 세 권의 책을 빌려 읽어서 그런지 마스다 미리 책은 계속 빌려 읽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사지 않고 기다렸다. 이번에 책을 대거 구입한 Y씨가 비닐도 뜯지 않은 이 책들을 빌려줬다. 오후 내내 잠에 취해 있었다. 영화가 보고 싶어서 무료영화를 찾아보다 를 틀어놓고 잠이 들었다. 그 전에는 Y언니가 추천한 2회를 보다 중간중간 잠이 들었다. 할 때쯤 잠에서 깨 추석을 앞둔 주말에 이게 뭔가, 생각이 들면서 정신이 들었다. 를 보고 마스다 미리 만화를 읽기 시작했다. 를 읽은 후에 맥주가 땡겼다. 망설이고 망설이다 편의점에 다녀왔다. 요즘 나의 홈메이드 안주는 번데기. 통조림 국물을 다 따라내고 물을 약간 넣어 끓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