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256 원스 - 남자와 여자가 노래할 때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요.) 남자가 스크린 앞에 섭니다. 어째선지 모르지만 상처난 기타를 메고 빈 케이스를 앞에 두었어요. 그리고 어쿠스틱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합니다. 멜로디는 슬퍼요. 가사는 더 애절하구요. 슬픈 사랑의 종말을 노래하는 남자의 표정은 내 마음 속 언젠가의 기억을 울컥 떠올리게 합니다. 나는 그의 빈 케이스에 칠천원을 넣어주었지만, 어쩐지 액수가 너무 적은 거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남자는 두시간 내내 노래 했거든요. 두시간 내내 내 마음을 울렸거든요. 오늘 밤은 남자가 불러주었던 멜로디가 머리속을 떠나지 않을 것 같네요. 따라라라 따라라라. 여자가 그 남자 앞에 섭니다. 노래하는 남자에게 말을 걸더니 다음 날에 애완동물처럼 진공청소기를 질질 끌고 옵니다. 남자.. 2007. 10. 2. 레이크 하우스와 명절 휴우증 케이블에서 를 해주더라. 밖에는 비가 내리고 TV에서는 시카고의 겨울이 펼쳐지고 이런 날은 정말 집에 콕 박혀있어도 행복하다는 느낌으로 충만해진다. 이렇게 날씨와 케이블 영화 편성표가 딱 맞아떨어지는 날에는 편성 담당자가 누군지 살짝 궁금해진다. 에 관한 네이버 네티즌 리뷰 중에 가 흰죽이라면, 는 영양죽이라는 표현이 있었다. 정말 괜찮은 표현인 것 같다. 는 여백의 미가 풍부했던 영화였고, 는 그 여백들을 제인 오스틴의 같은 책과 같은 아기자기하고 소소한 장치들로 메꾸어서 꽉찬 느낌이다. 일마레보다 레이크하우스 집 자체도 풍성하다. 서해의 황량한 느낌이 강했던 일마레보다 레이크하우스는 집 안의 나무들이나 속이 훤히 보이는 유리들 때문에 더 꽉차있는 느낌이다. 그래도 일마레의 집으로 이어지던 긴 나무다리.. 2007. 9. 27. 영화 '행복'에 관한 잔상들 늘 그렇다. 좋았든 별로였든 허진호 영화는 보고 나면 머릿속에서 여러번 곱씹어보게 된다. 어제 을 보고 오늘 든 이런저런 생각들. 하나. 허진호 영화 속 여자들을 생각해보면 얼굴이나 분위기는 부드럽고 여리고 보듬아주고 싶은 이미지로 비슷비슷하지만 영화 속 그들은 남자들보다 더 적극적이다. 심은하는 늘 먼저 한석규의 사진관을 방문하는 입장이었고, 의 이영애는 먼저 라면을 먹고 가라고 하더니 자고 갈래요? 라고 했고, 의 손예진도 술에 취해 농담조로 이야기하긴 했지만, 두 사람에게 복수하게 우리 사귈래요, 라는 과감한 멘트를 날렸다. 그리고 의 임수정도 저 옮는 병 아니예요,라며 그를 유혹했다. 둘. 영화 속에서 유난히 거울을 보는 씬이 많이 등장하는데 은희(임수정)이 거울을 보는 씬들은 대개 초반부였다. .. 2007. 9. 21. 영화 '행복'을 보고 투덜거리다 허진호 감독님께. 감독님. 오늘 시사회를 보고 나왔는데 맥주 생각이 간절했어요. 영화를 보면 술, 담배하면 몸 다 망친다는 교훈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왜 그렇게 술이 땡기던지요. 같이 간 친구랑 좋아하는 술집에 가서 한 잔 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시간이 너무 늦어서 그냥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맥주 두 병을 샀습니다. 그리고 영화 생각을 하면서 한 병 마셨어요. 친구도 집에 들어가서 한 잔 한다고 했으니 어쩌면 장소만 다르지 우리는 함께 술 한잔 하는건지도 모르겠어요. 감독님 영화를 처음 본 건 진주의 극장이었어요. 친구가 소개해준 남자아이와 함께 봤는데, 영화가 그 아이만큼이나 심드렁했어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저 사실 그때 졸았는지도 모르겠어요. 지루하다는 느낌만 남아있거든요. 그러다 대학생이.. 2007. 9. 21. 사랑의 레시피 - 내 이름은 조이예요 내 이름은 조이.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난 빨간색을 좋아해요. 내겐 빨간색이 들어간 알록달록한 목도리, 빨간색 털모자, 따뜻한 빨간색 장갑이 있어요. 흠. 흠. 사실은요. 그래요. 사실은, 얼마 전에 엄마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냈어요. 케이트 이모를 만나러 뉴욕으로 가던 중이였는데. 오랜만에 이모를 만난다는 사실에 엄마와 난 무척이나 들떠있었는데. 끔찍한 사고가 나고 말았어요. 나는 조금 다쳤고 엄마를 잃었죠. 난 단 한번도 엄마가 없는 세상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이 세상엔 우리 두 사람이 전부였거든요. 아빠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다구요. 가끔 아빠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난 엄마 하나만으로 충분했어요. 정말이예요. 정말이지 공작새 털로 눈을 가리며 장난을 치던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나는 엄마를 .. 2007. 9. 18. 오프 로드 - 평범한 사람들은 길을 떠나지 않는걸까? 의 주인공은 '총'이다. 총 한 자루가 길을 떠나는 로드무비. 방아쇠를 당길 수 밖에 없게 생겨먹은 총 한 자루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정에 관한 영화다. 돈이 필요한 첫번째 남자가 있다. 지하주차장에서 문을 따며 푼돈을 챙겨 먹고 있던 중에 한 경찰관이 자살을 한 차를 발견한다. 원래 총은 경찰관 소유였다. 범죄를 저지른 악한 사람을 잡지 위해 주어진 총. 그 총에 번쩍한 첫번째 남자는 총을 훔쳤고, 돈을 마련하기 위해 그 총을 휘두르며 은행을 털었다. 두번째 남자 역시 돈이 필요했다. 아버지는 병상에 계시고, 택시로 하루 벌어 살기가 힘들다. 죽을 결심으로 생명보험까지 들어놓은 남자. 남자의 여자는 자신이 근무하는 은행에서 돈 5억을 빼돌리겠다고 한다. 은행 앞에서 망설이며 주저하고 있던 찰라,.. 2007. 8. 28. 이전 1 ··· 37 38 39 40 41 42 4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