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84 첫날, 인천에서 타이페이 2014년 11월 1일 토요일의 일. 타이페이에 갑작스럽게 여행을 가게 된 건, 때문이었다. 친구와 나는 라오스에서 신나게 놀아대는 꽃청춘들의 여행을 즐겁고 그리고 부럽게 보았고, 우리도 저때 저랬어야 했는데 생각했고, 지금이라도 가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2014년 남은 휴가를 탈탈 털어보니 딱 3일 있었다. 3일을 주말에 붙이면 라오스에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았다. 10월의 어느 토요일 오후, 우리는 광화문의 커피숍에서 만나 계획을 짰다. 언젠가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에세이처럼 시간날 때 조금씩 읽어보려고 샀던 라오스 가이드북도 내게 있었다. 그런데 막상 가려고 보니 라오스는 이동시간이 너무 길었다. 여유있게 가면 문제될 게 없는데, 5일로는 빠듯해보였다. 여유롭게 여행하지 못할 게 뻔했다. 더군.. 2015. 1. 7. 타이페이에서 먹은 것들 대개 귀국해서 한 달이나 두 달쯤 지나고 나서 작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경험적으로 그 정도 간격을 두는 것이 결과가 좋은 것 같다. 그 동안 가라앉아야 할 것은 가라앉고, 떠올라야 할 것은 떠오른다. 그리고 떠오른 기억만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하나의 굵은 라인이 형성된다. 잊어버리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다만 그 이상 오래 내버려 두면 잊어버리는 것이 너무 많아 문제다. 모든 일에는 어디까지나 '적당한 시기'라는 것이 있다. - 7쪽, 이 구절을 읽은 뒤로부터 여행기는 한두 달 정도 지나서 쓰는 것이 좋다, 는 하루키의 여행기법을 실천해보려고 하고 있다. 가라앉아야 할 것은 가라앉고, 떠올라야 할 것만이 떠오르는, 잊어버리는 것도 중요한 일인 하루키의 여행기 작성법. 과연 .. 2014. 12. 25. 김남희가 매혹된 라틴아메리카 사랑에 빠진 아이가 있다. 최근에. 그 애는 순식간에 그 사람에게 빠졌다. 좋아하게 됐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 전화가 오면 전화를 받자마자 웃고, 늘 그 사람 생각을 한다. 왜 그 사람은 나한테 이 말을 하지 않을까? 그 사람은 나를 안 좋아하나봐. 나를 마주할 때마다 그 사람 이야기 뿐이다. 그 사람을 만나고부터 밤에 잠을 잘 못 자고, 입맛도 없어졌단다. 주말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 예쁜 집에서 살고 싶어졌어, 라며 청소를 하기 시작하기도 한다. 평소에 절대 청소를 하지 않는 아이가. 사랑의 힘은 이런 거구나. 긍정적인 기운이 그 아이 주위에 가득했다. 그래, 연애, 해 볼만 한 거구나 생각했다. 아이가 사랑에 빠진 동안 이 책들을 읽었다. 김남희가 1년 동안 라틴 아메리카를 여행하고 온 얘기. 그 책.. 2014. 12. 4. 늦여름, 경주 8월, 늦여름. 혼자 경주에 다녀왔다. 여름에 외롭고 쓸쓸하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다들 행복한데 나만 그렇지 않은 것 같은 느낌. 역시 나는 더운 날씨랑 안 맞나봐. 그래서 혼자 어디론가 가보자고 결심했고, 그렇다면 경주가 어떨까 생각했다. 경주라면 볼 거리가 많으니 혼자여도 괜찮을 것 같았다. 첫날은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인터넷 검색을 하다 봐둔 인도 카레 집엘 갔다. 좌식 탁자에 앉아 카레와 맥주를 먹는데, 주인언니가 이런 저런 말을 걸어왔다. 그 중에 그런 얘기도 했을 거다. 이번 여름이 내겐 좀 외롭다는 말. 그렇게 이런저런 대화를 하며 꽤 시간을 보냈는데, 주인언니가 부탁이 있다고 했다. 경주에 오래 머무른다고 하니 오늘 저녁시간에 조금만 자기를 도와달라고. 밥값도 안 받고, 맥주값도 .. 2014. 11. 22. 10월 도쿄 여행, 먹은 것들 2014년 10월 4일에서 7일까지. 3박 4일동안 도쿄에서 먹은 것들. 4일내내 내 갤럭시 핸드폰은 비행기 모드였다. 도쿄에 하루 더 있는 Y언니랑 키치조지에서 헤어지고, 신주쿠에서 코인라커 찾느라 정신없이 헤매다가 겨우 넥스를 탔다. 올 때도 넥스를 타고 왔는데, 올 때랑 갈 때랑 같은 방향의 창가에 앉아 있었다. 올 때는 오전 풍경. 갈 때는 오후 풍경. 같은 풍경인데도 느낌이 달랐다. 공항에 도착해 수속을 하고 면세점에서 남은 돈으로 자그마한 핸드크림을 몽땅 샀다. 다음에 올 걸 생각해서 돈을 남기진 말자고 생각했다. 미련없이 돈을 탈탈 털었다. 그래도 약간의 동전이 남아 식당에 들어가 에비수 생맥주 작은 사이즈로 하나 시켰다. 식당의 창가 바 자리에 앉아 맥주를 마셨다. 활주로를 마주한 자리였다.. 2014. 11. 12. 키치죠지의 청춘시대 청춘시대 둘이서 몇번이나 여기에 왔던지. 행복했던 그 시절 그리고 지금도 행복합니다. - 추억의 벤치 2003.07 결국 태풍 때문에 가마쿠라와 에노시마는 못 갔다. 그게 이번 여행에서 제일 아쉬웠다. 마지막 날, 신주쿠 역 코인 라커에 짐을 넣어두고 키치조지에 갔다. 그리고 이노카시라 공원에서 저 벤치를 만났다. 벤치마다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우리가 앉았던 벤치의 옆옆 벤치에서는 한 할아버지가 붓같은 도구를 들고 벤치를 청소 중이셨다. 아주 작은 먼지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이 구석구석 꼼꼼하게 쓸고 계셨다. 그 할아버지는 딱 그 벤치 하나만 오랫동안 청소하셨다. 이 벤치들은 뭘까 궁금했다. 이 문구를 새긴 사람들은 누군지, 이 곳에 어떤 추억이 있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청춘의 .. 2014. 10. 30. 이전 1 ··· 4 5 6 7 8 9 10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