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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날, 인천에서 타이페이
    여행을가다 2015. 1. 7. 07:55

     

     

     

        2014년 11월 1일 토요일의 일. 타이페이에 갑작스럽게 여행을 가게 된 건, <꽃청춘> 때문이었다. 친구와 나는 라오스에서 신나게 놀아대는 꽃청춘들의 여행을 즐겁고 그리고 부럽게 보았고, 우리도 저때 저랬어야 했는데 생각했고, 지금이라도 가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2014년 남은 휴가를 탈탈 털어보니 딱 3일 있었다. 3일을 주말에 붙이면 라오스에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았다. 10월의 어느 토요일 오후, 우리는 광화문의 커피숍에서 만나 계획을 짰다. 언젠가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에세이처럼 시간날 때 조금씩 읽어보려고 샀던 라오스 가이드북도 내게 있었다. 그런데 막상 가려고 보니 라오스는 이동시간이 너무 길었다. 여유있게 가면 문제될 게 없는데, 5일로는 빠듯해보였다. 여유롭게 여행하지 못할 게 뻔했다. 더군다나 라오스에 가면 무조건 물에 들어가야 해서  그것도 문제. 그러려면 일단 살도 빼야했고, 그보다 먼저 친구는 수영을 배웠지만, 나는 물이 무.섭.다. 라오스 못 가겠다, 는 말이 나올 줄 알았단다. 친구는. 그렇지만 이번에 꼭 어디든 여행을 가야겠다고 결심한 친구는, '대만'이라는 또다른 카드를 들고 나왔다. 대만은 라오스만큼 저렴했고, 이동시간도 별로 들지 않았다. 인천에서 타이페이까지 2시간이고, 타이페이는 그리 크지 않은 도시다. 그리고 무엇보다 맛있는 것들이 많았다. 가자, 타이페이로.

     

       결정을 하고 비행기편과 숙소를 찾아보는데 이것도 만만치 않았다. 11월이니 휴가철도 아니고 비수기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니었던 모양. 11월이 되면 무더웠던 대만에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기간. 사람들이 많이들 대만을 가더라. 그래서 고가의 비행기표만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고 싶었던 저렴한 호텔은 벌써 만실이었다. 이번 여행은 최대한 저렴하게 가는 게 목표라 우리는 기다리고 기다렸다. 여행 직전에 땡처리 비행기표가 풀릴 거라 생각했다. 방도 나타날 거라 생각했다. 만일 끝까지 없으면 다른 나라로 가자고 이야기하며 맥주잔을 부딪히고 헤어졌던 어느 날 밤. 집으로 돌아가는 전철 안에서 우리가 그렇게 바라던 중화항공 좌석이 생긴 걸 발견했다. 아침 9시 10분 출발 비행기였다. 그 뒤로는 모든 게 순조로웠다. 묵고 싶었던 숙소는 일요일부터 예약을 하고, 그 전에는 근처의 좀 더 좋은 호텔을 예약했다. 마지막 남은 2인실이라고 했다. 중화항공은 코드쉐어로 대한항공 비행기로 바뀌었고, 사설환전소에서 환전도 저렴하게 했다.

     

        그리고 출발 전날. 친구는 혼자 남을 남편의 반찬을 왕창 만들어둔다고, 나는 짐을 한꺼번에 싼다고 늦게 잠들었다. 자명종이 울리지 않았고(그렇게 믿고 있다), 공항 리무진 첫차 출발 20분 전에 기적적으로 잠에서 깼다. 세수하고 옷만 갈아 입고 후다닥 뛰쳐 나왔다. 횡단보도를 건너니 저 멀리 리무진 불빛이 보였다. 헐. 정말 이건 기적이다. 리무진을 타고(리무진도 거의 만석) 친구에게 연락을 하니 그쪽도 마찬가지였다. 자명종 없이 기적적인 본능으로 일어나 리무진을 겨우 탔다고. 면세점에서는 괜히 쿠폰 안 쓰면 될 걸 그걸 또 쓴다고 쓸데없는 지출을 했다. 우리 이제 이러지 말자고, 소소한 욕심 따위 버리자고 다짐했다. 친구 덕분에 라운지를 처음 가게 됐는데, 쿠폰 써보겠다고 면세점'들'을 돌아다닌 덕분에 여유롭게 즐기지도 못했다. 드디어 비행기 타고, 출발. 2시간 뒤면 대만이다. 비행기 안에서 <왓 이프>를 봤다. 친구 사이에서 사랑을 느끼는 남녀의 이야기인데, 비행 시간이 짧아 끝까지 보지 못했다. 많이 걷고, 많이 먹기. 5일 동안의 우리의 목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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