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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언니 말은 나는 목련꽃이 너무 예뻐 꽃이고 싶어요, 라고 말했다. 언니는 한참 있다 자지러지게 웃으며 나는 니가 꽃 사고 싶어요, 라고 말하는 줄 알았어, 한다. 그러니까 언니 말은 너는 꽃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나는 빨강머리앤 DVD를 어떻게 사게 되었는지 말했다. 너무 비싸서 남자친구 생기면 사 달라고 할 작정이였는데 그냥 사 버렸어요. 언니는 잘 했어, 언제 생길지도 모르잖아, 한다. 그러니까 언니 말은 당분간 니가 남자친구 생길 일은 결코 없다는 뜻이다. 2008. 4. 3.
은어가 살던 곳 - 봄을 만나는 길 방 안에 우두커니 앉아 따닥따닥 빗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습니다. 커피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우산을 펴들고 집 앞에서 거품이 소복히 얹혀진 커피를 사고 들어오는 길에 갑자기 '은어가 살던 곳'이 생각이 납니다. 당장 집에 가서 그 단막극을 다시 보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따딱따딱. 우산으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엠피쓰리 속의 음악보다 더 훌륭합니다. 아, 요즘 루시드 폴의 '삼청동'을 반복해서 듣고 있습니다. 너무 좋아요. - 컴퓨터를 켜니 샛노란 봄 빛깔의 현미씨가 저를 맞아줍니다. 나풀거리는 롱 스커트를 입고 샛노란 머플러를 목에 두르고 그녀는 하동 터미널에서 내립니다. 높은 샌들은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어째 여행에 어울리지 않는다 싶었다구요. 결국 그 샌들 덕분에 기가 막히게 눈부신 여행을 했지요. 나.. 2008. 3. 24.
4월이야기 - 친구에게 이렇게 봄이 찾아와 주셨으니 를 봐줘야 한다. 작년 인터넷 서점에서 DVD를 발견하고는 당장 주문했다. 그리고 책장 안에 고이 꽂아두고는 봄이 오기만 기다렸다. 대학교 1학년 즈음이였던 것 같다. 집에 내려가 있던 여름방학, 우리집은 우즈키를 닮은 내 친구의 동네로 옮겨져 있었다. 친구와 나는 여름 밤에 자주 만났다. 버스를 타지 않아도 금방 만날 수 있는 거리에 우리가 살고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와 나는 자주 복도 창 밖에 고개를 내밀고 수다를 떨었다. 저녁시간에 훌쩍 여럿이서 야자를 빼먹고 학교에서 가까운 노래방에 놀러 가곤 했다. 노래방 언니는 늘 요구르트 하나씩을 줬었다. 의자 위에서 몸을 떨며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다 학교로 걸어오는 길에 방금 부른 노래를 흥얼거리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별이 .. 2008. 3. 19.
새싹 봄이 왔다. 창문을 활짝 열어둬야지. 모두들 이렇게 노력하고 있으니 나도 분발해야지. 힘을 내자. :) 고 했는데 눈이 오네. 3월의 함박눈. 그리고 거짓말같이 그쳤다. 2008. 3. 4.
두번째 봄 꽃집에서 사 온 긴기니아. 며칠 전부터 하나 둘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하더니 활짝 피었다. 고 빛깔이 어찌나 예쁜지. 우리집에 찾아온 두번째 봄. 정말 봄이 여기저기에서 몰려오고 있다. :) 2008. 2. 25.
배달되어온 봄 어제, 봄이 배달되어왔다. :) 2008. 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