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과지성사4

너무 오래 머물렀을 때 - 여름의 끝자락, 시를 읽다 너무 오래 머물렀을 때 이성미 지음/문학과지성사 도서관에 들렀다. 시를 잘 읽지도 않는 주제에 시를 읽고 싶은 날이란 생각에 시집을 빌렸다. 이성미 시인의 라는 시집이었다. 집에서 도서관까지 가는 시간은 걸어서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데, 제일 빠른 길은 이렇게 가는 길이다. 대문을 나서 '오이마트'에서 좌회전해서 횡단보도를 건넌다. 내가 순간적인 판단으로 '컷트머리로 잘라달라고 한 미용실'에서 좌회전해서 2분정도 걸어가면 도서관이 있다. 4층이 내가 늘 가는 종합자료실이다. 크리스마스 아침 도서관 가는 길에 우리 자매가 종종 이용하는 술집이 즐비해 있다. '황룡성'이라는 중국집을 닮은 치킨집은 얼마 전 '푸닥푸닥'이라는 이름으로 개업하며 떡이며, 머릿고기를 돌렸다. 이 집은 조명이 푸른 색이다. 역시 '.. 2008. 8. 27.
아오이가든 - 때를 밀어야겠다 아오이가든 편혜영 지음/문학과지성사 돌아보니 시퍼런 마을이 있다. 하나의 저수지(첫째, 둘째, 셋째가 산다), 하나의 아파트(그 곳엔 개구리비가 내린다), 하나의 맨홀(임신한 어른의 배를 가진 아이가 있다), 하나의 동굴(빨간 터틀넥을 입은 여자의 시체), 하나의 세탁소(그는 하얀 양말을 신은 발로 금붕어를 터뜨려 죽인다), 하나의 박람회(개와 아이가 피를 흘리며 싸운다), 하나의 숲(고양이를 약으로 먹는 할머니가 있다), 하나의 방(친척의 아이를 낳은), 하나의 강(토막난 시체들이 차례로 낚여지는)으로 구성된 아오이 마을. 그런데 희안한 일이다. 피와 쥐, 구더기들이 난무하는 이 마을을 굽이굽이 지나쳐온 내 몸에 한 방울의 피도, 한 마리의 구더기도 옮겨 붙지 않았다. 깨끗하다. 배를 갈라 자궁을 싹뚝.. 2008. 8. 12.
김중혁의 두 권의 소설집 네이버 검색창에 '김연수'라고 치면 오른쪽 연관검색어에 김중혁, 박민규, 김현수, 미스코리아(미스코리아 김연수가 있는 모양이지?)가 뜬다. '김중혁'이라고 치면 간단하게 딱 한 사람과 연관된다. 김연수. (문태준 시인은 연관검색이 아예 없구나) 그러니까 김연수와 김중혁은 연관검색의 관계. 김중혁 작가의 과 를 읽었다. 역시 김천. 1970년의(1971년까지, 김중혁 작가는 71년생이니깐) 김천에는 어떤 문학적 태동의 기운이 넘실거렸던 게 틀림없다. 얼마 전, 문태준 시인의 '가재미'를 읽고 마음이 먹먹해져 검색창에 문태준만 다섯 번 쳐대며 그의 인터뷰 기사들을 읽었다. '자동피아노'를 시작으로 '펭귄뉴스'까지 김중혁 작가를 만난 동안에 느낀 점이란 이런 거다. 한 문장만 쓸 수 있는 작가의 말이 있었다면.. 2008. 7. 12.
오늘의 거짓말 - 서울내기같은 그녀의 소설들 오늘의 거짓말 정이현 지음/문학과지성사 정이현 작가의 소설은 에 이어서 두번째예요. 첫번째 단편집 은 읽을 생각만 하다가 아직까지 못 읽었어요. 지난 여름 강연회에서 새 책에 사인까지 받아와 놓고서는 고이 책장에 모셔두다가 얼마 전에 잃어버렸어요. 마침 동생이 이 책을 선물받아 왔던 게 있어서 바로 읽긴 했는데, 한 집에 같은 책 두 권이 뭐가 필요있냐고 그렇게 된건지. 누군가 주워서 읽고 있겠죠? 잃어버리니 을 빨리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책마저 사라지기전에. 정이현 작가는 서울내기 같아요. 서울에서 태어나서 서울을 한번도 떠나 살아본 적 없는 사람이요. 실제로 프로필을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했구요. 제가 지방에서 올라와서 그런지 서울내기들은 딱 보면 알 수 있어요. 저같이 지방에서 올라온 .. 2008. 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