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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중혁의 두 권의 소설집
    서재를쌓다 2008. 7. 12. 22:51

       네이버 검색창에 '김연수'라고 치면 오른쪽 연관검색어에 김중혁, 박민규, 김현수, 미스코리아(미스코리아 김연수가 있는 모양이지?)가 뜬다. '김중혁'이라고 치면 간단하게 딱 한 사람과 연관된다. 김연수. (문태준 시인은 연관검색이 아예 없구나) 그러니까 김연수와 김중혁은 연관검색의 관계. 김중혁 작가의 <악기들의 도서관>과 <펭귄뉴스>를 읽었다. 역시 김천. 1970년의(1971년까지, 김중혁 작가는 71년생이니깐) 김천에는 어떤 문학적 태동의 기운이 넘실거렸던 게 틀림없다. 얼마 전, 문태준 시인의 '가재미'를 읽고 마음이 먹먹해져 검색창에 문태준만 다섯 번 쳐대며 그의 인터뷰 기사들을 읽었다.

       '자동피아노'를 시작으로 '펭귄뉴스'까지 김중혁 작가를 만난 동안에 느낀 점이란 이런 거다. 한 문장만 쓸 수 있는 작가의 말이 있었다면 그는 이렇게 쓰지 않았을까. '나는 쓰는동안 굉장히 재밌었으니, 당신도 재미있게 읽어주길 바랄뿐. 땡.' <펭귄뉴스>의 뒷부분에 수록된 작품은 (특히 '펭귄뉴스') 지루했으나, 대부분의 소설들을 나는 신나게, 그의 상상력에 감탄하며, 재미나게 야금야금 읽었다. <펭귄뉴스>가 발표된 역순으로 수록된 것이라니 그는 '점점 잘 쓰고 있는 작가'라는 것. 그러니 지금 쓰고 있다는 장편도, 발표되어질 다른 소설들도 무척이나 기대된다는 것.


       <악기들의 도서관>을 읽고 이런 메모를 했다. '만약 메뉴얼 잡지가 있다면? 만약 악기소리 대여점이라는 게 있다면? 재밌게 면접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10년을 같은 노선을 다닌 버스가 어느 날 노선을 이탈하는 일이 벌어졌다면?' 그런 생각을 한 거다. 만약 무엇무엇이 존재한다면 이 세상은 더 흥미로워지지 않을까, 는 작가의 상상력이 이렇게 신나는 소설들을 만들어낸 거라고. 같은 방법으로 <펭귄뉴스>를 읽고는 이런 메모를 할 수 있겠다. '시각장애인에게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세상의 물건들을 묘사해주는 라디오 방송이 있다면? 개념발명가가 있다면? 나무로 만든 에스키모 지도가 있대매? 자전거 바퀴 회전수로 표시된 지도가 있다면?' 이런 식. 작가의 상상력에 이야기의 살이 붙여져 발명되어진 소설들.

       두 권의 책 중에서 마지막 장이 끝난 뒤에도 다음 장에 쉽게 침을 묻히지 못했던 소설은 '무용지물 박물관'이었다. 나는 정말 이런 라디오 방송이 있었음 좋겠다고 생각했다. 매일밤 잠들기 전, 10분쯤은 눈을 감고 라디오를 듣는 거다.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사물의 기억따위는 말끔하게 지워버리고 DJ가 들려주는 잠수함과 에펠탑, 암스테르담의 쉬폴 공항을 머릿 속에서 선을 하나씩 그어가며 쓱삭쓱삭 그려내는 거다. 어떤 날은 정말 내가 한번도 보지 못한, 가보지 못한, 사진으로조차 본 적도 없는 사물이 방송되어질수도 있겠지. 그러면 정말 이건 시각장애인용 라디오 방송이 아니라, 언제나 눈을 감고 무언가를 꿈꾸는 사람들의 방송이 되는 거다. 세상엔 눈을 뜨고 볼 수 있는 것보다 눈을 감아야지 볼 수 있는 것들이 훨씬 더 많다는 걸 일러주는 방송. 그러다 스르르 잠이 들어 노랗고 노란 잠수함이 깊고 깊은 바닷속을 매끄럽게 유영하는 꿈을 기분 좋게 꿀 수도 있는 일. 물론 DJ는 목소리 좋은 김중혁 작가였음 좋겠다. '오늘도 돌아온 이 시간, 김중혁의 무용지물 박물관입니다'로 시작하는. 아, 언젠가 내 사진을 신청사연으로 보내 무용지물 박물관에서 소개시켜달라고 해 보는 상상을 해 봤다. 그는 어떻게 나를 표현해줄까. 뚜렷하고 아름다운 말들이면 좋겠는데. '면목동에 사는 골드소울님은 돌고래의 매끈한 피부를 가지셨군요. 눈은 고등어 눈알처럼 빛나고...' 이런 식이랄까.  

       흠. 결론이란 건 없지만, 굳이 이 글을 마무리하는 결론을 써 보자면, 뭐 그거다. 당신은 계속 신나게 쓰시길, 다음 작품도 나는 신나게 읽어주는 독자가 기꺼이 되어드릴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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