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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18

달콤한 나의 도시 - 2006년과 2008년의 서울 아직도 이따위 일에 가슴이 먹먹해지다니. 서둘러 익스플로어 창을 닫고 냉장고를 열어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그리고 '달콤한 나의 도시'를 펼쳐놓고 통통 튀어다니는 문장들을 때려잡아 머릿 속에 꾸역꾸역 집어 넣었다. 결국 은수는 김영수를 떠나보냈다. 서른 둘, 다시 혼자가 된 은수는 내리는 비를 맛 보고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서울의 맛이라고 했다. 때마침 책을 다 읽은 이 곳의 서울에도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창 밖으로 손을 뻗어 비를 맛보았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서울의 맛. 이건 2006년 8월의 나의 흔적. 2006년 8월의 나의 말이다. 2006년. 이런 말도 덧붙였다. 그 아이는 또 다시 연애를 시작하고, 나는 여전히 연애를 하지 않는다. 이제 우리 사이에는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 2008. 8. 5.
드라마 달콤한 인생, 안녕 나는 이 드라마를 아주 열심히 봤다. 주말 밤, 집에 있을 경우 꼬박꼬박 챙겨 봤다. 거의 대부분의 주말 밤에 집에 있었기때문에 거의 다 본 셈이다. 그건 전적으로 드라마의 초반, 오타루에서의 화면들 때문이었다. 언젠가 혼자, 혹은 누군가와 단둘이 홋카이도를 여행하고 싶은 소망이 내게 있다. 그건 영화 탓도 있겠지만 내 마음을 더 움직이게 만든 건 윤대녕의 때문이었다. 오래전에 읽어서 이 소설의 배경이 정확하게 어디였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눈이 아주 많이 왔고, 이미 눈이 아주 많이 쌓였던 곳. 소설 속 소설가는 어느날 그 곳으로 떠나고, 그 곳에서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고,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거품 많은 일본 맥주를 마셨다. 아니, 나는 그렇게 기억한다. 내 기억이 완전히 잘못된 것인지.. 2008. 7. 22.
섹시 보이스 앤 로보 - 우주에서 나 자신뿐이니까 고백하건데 나는 10화의 어떤 부분을 술에 취해 열 번 이상 되돌려봤다. 한 때는 꿈과 희망만 가득했던 만화가와 그의 부인이 있었다. 만화가는 성공했고 돈도 많아졌지만 점쟁이의 말을 맹신해 자신은 곧 죽을 것이고 다음 생에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것인지를 걱정한다. 그의 부인은 꿈과 희망과 사랑이 가득했던 과거를 그리워한다. 정전이 찾아온 순간, 도시는 어둠에 휩싸인다. 성공한 만화가도 과거가 그리운 부인도. '우린 아직 어두운 길을 둘이서 걷고 있어'라고 만화가가 말하는 순간,도시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길 위의 사람 앞에 마법처럼 스르르 불을 밝힌다 아. 이렇게 아름다운 순간. 성공한 만화가는 탄성을 낮게 내지른다. 그리고 자신의 눈에 비친 네모난 창문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는 꿈과 희망과 사랑과.. 2008. 3. 28.
막돼먹은 영애씨 - 영애씨가 돌아왔다 영애씨가 돌아왔다. 금요일 11시. 3시즌 첫 회를 손꼽아 기다리면서 영애씨가 돌아와줘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여전히 막돼먹은 채로 말이다. 내가 영애씨와 사랑에 빠진 순간은 바로 그 때. 명절 때 여전히 뚱뚱한 채로, 여전히 노처녀인 채로 남아있다고 나무라는 친척들을 뒤로 한 채 집을 나온 영애씨가 놀이터에서 꺼억꺼억 울던 그 순간, 나는 그녀에게 반해버렸다. 어쩜 이렇게 리얼한지. 어쩌면 내 이야기같은 에피소드들인지. 나도 영애씨를 따라 찔끔거리면서 울어버렸다. 그녀가 사랑에 빠졌을 때 나도 두근거렸고, 그녀가 서러워하며 술을 마셔댔을 때 나도 함께 마셨다. 아, 나의 영애씨. 영애씨와 더불어 돌아온 몸만 청결한 도라이 지원씨, 양다리에 빠진 그녀를 사랑하는 윤과장, 기러기 아빠 사장님, 귀여운.. 2008. 3. 9.
엄마가 뿔났다 - 뿔 난 엄마의 따뜻한 푸념들 저는 김수현 작가의 가족 주말극을 좋아해서 KBS의 를 봤습니다. '부셔버릴거야'의 도, 배경음악이 아직도 기억나는 도, 과 도 눈물을 찔끔 흘리면서 보는 나도 절로 심각해져 몰입해서 애청했었지만, 김수현 작가의 작품 중에 가장 좋아했던 작품들은 대박이의 , 친척들이 북적북적 모여살아 사건사고가 많았던 , 개성 강한 세 며느리가 한 가족이 되었던 , 자폐아 아이를 두었던 와 같은 하하하 웃으면서 유쾌하게 볼 수 있는 가족 주말극입니다. 대가족이 바글거리면서 평범하고도 특별한 사건사고를 저지르면서 아웅다웅 살아가는 모습을 주말 저녁즈음에 보고 있으면 뭔가 내 마음도 복잡복잡거리면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뿌듯해지곤 합니다. 애청하면서도 김수현 드라마는 대사가 저렇게 많네, 등장인물들이 따.. 2008. 2. 3.
메리처럼, 즐거운 돼지갈비 파티 지난 여름, 기다리는 재미로 여름을 견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푹 빠져있었습니다. 힘이 나는 캐릭터들을 무더운 여름 붙잡고 있으면서 얼마나 웃고 울었던지. 우리의 씩씩하고 활달한 메리 메리는 무엇이든 겁나게 잘 먹었지요. 먹을 것만 앞에 있으면 새초롬하게 '굿-'이라면서 엄지손가락을 살짝 치켜 올리고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을 지으면서, 냠냠. 엄마 몰래 먹는 고깃국도, 엄마가 아끼는 인삼주도, 대구의 공짜 피자도 잘 맛나게도 먹어치웠지요. 하지만 메리가 제일 좋아했던 것, 그녀가 환장했던 것은 다름아닌 고기 고기! 고찾사의 열혈 멤버이기도 한 메리처럼 고기를 좋아라 하는 저. 돼지갈비로 포식했답니다. 인터파크 마트에서 번쩍 눈에 띄이는 양념 돼지고기 발견. 돼지갈비 매운맛과 순한맛이 각각 1k.. 2008. 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