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김수현 작가의 가족 주말극을 좋아해서 KBS의 <엄마가 뿔났다>를 봤습니다. '부셔버릴거야'의 <청춘의 덫>도, 배경음악이 아직도 기억나는 <불꽃>도, <완전한 사랑>과 <내 남자의 여자>도 눈물을 찔끔 흘리면서 보는 나도 절로 심각해져 몰입해서 애청했었지만, 김수현 작가의 작품 중에 가장 좋아했던 작품들은 대박이의 <사랑이 뭐길래>, 친척들이 북적북적 모여살아 사건사고가 많았던 <목욕탕집 남자들>, 개성 강한 세 며느리가 한 가족이 되었던 <내 사랑 누굴까>, 자폐아 아이를 두었던 <부모님 전상서>와 같은 하하하 웃으면서 유쾌하게 볼 수 있는 가족 주말극입니다. 대가족이 바글거리면서 평범하고도 특별한 사건사고를 저지르면서 아웅다웅 살아가는 모습을 주말 저녁즈음에 보고 있으면 뭔가 내 마음도 복잡복잡거리면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뿌듯해지곤 합니다.

    애청하면서도 김수현 드라마는 대사가 저렇게 많네, 등장인물들이 따발총같이 다 저렇게 대사를 하네, 나왔던 배우들이 또 변함없이 나오네, 여자들은 결혼하면 매번 집에 들어 앉네, 등의 볼멘소리를 하곤 했어요. 이번 <엄마가 뿔났다>에도 여전한 것들이였죠. 따발총의 대사, 김수현 군단의 재등장. 그런데 첫 를 보면서 그것들이 없으면 김수현 드라마는 흥이 안 날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탁구치듯 빠른 속도로 톡하면 탁하고 받아치는 대사들, 그리고 그 엄청난 양의 리듬과 흥을 잘 려서 해야만 그 맛이 충분히 살아나는 대사빨을 가장  연기해낼 수 있는 김수현 작가로부터 인정을 받은 배우들. 아마도 이번에 등장한 뉴페이스들도 작가에게 인정을 받게 되면 다음 드라마에서 또 볼 수 있겠죠. 그건 충분히 김수현식 대사들을 몸으로 잘 습득하여 연기해내었다는 뜻이니까요. 첫 회에서는 뉴 페이스 신은경의 대사처리가 왠지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곧 입에 착착 달라붙는 연기를 보여줄거라 생각합니다.


  김수현의 가족주말극은 늘 대가족을 이야기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사는 것은 물론이고 고모 할머니도 같은 건물에 살기도 했지요. 이번 <엄마가 뿔났다>에는 마당이 있는 2층 건물 옆 작은 별채에 백일섭의 쌍둥이 동생 강부자 고모가 신기가 있어 누가 죽는지 잘도 알아맞춰 무서운 딸과 함께 지내고 있어요. 이 집에서 살고 있는 식구만 해도 하나, 둘... 일곱 정도 되네요. 얼마 전에 박완서의 <친절한 복희씨>를 읽었습니다. 그 책을 읽으면서 내내 생각했어요. 누가 이런 노년의 즐거움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겠냐구요. 어떤 젊은 작가들도 할 수 없는 적나라한 노년의 생각들이 그 책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어요. 때로는 젊음을 질투한다는 고백에서부터, 노년이 되어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이중성에 대해, 기억을 잃어가는 슬픈 순간에 대해,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너무나 행복한 어떤 한 순간에 대해서요.

   누가 이런 이야기를 해 주겠어요? 예전에는 멜로물만 일색이였던 우리 드라마가 이제는 많은 이야기들을 하고 있지요. 그 중에서도 김수현 작가는 늘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지요. 지금은 핵가족 일색이라 느낄 수 없는 대가족의 행복을,  집 안의 어른으로부터 배우는 지혜들을, 함께 살아가는 것이 불편한 것보다 따뜻한 것이 더 많다는 사실들을요. 북적거리는 대가족에서 지내보지 못했고, 그것이 단지 너무나 골치 아픈 일일 거라고만 생각했던 제게는 김수현의 가족주말극은 하나의 대리만족이자 간접경험입니다. 노년의 박완서 작가처럼 누가 이런 이야기를 해 주겠어요? 43년생 작가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지요.


   <부모님 전상서>는 아버지의 다정한 전상서였는데, <엄마가 뿔났다>는 어머니의 따뜻한 푸념이 섞인 나레이션이 담겨져 있습니다. 김혜자 엄마의 나지막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시청자들에게 가족 소개를 하고, 한숨섞인 푸념으로 첫회를 마무리했습니다. 두번째, 세번째 이야기에는 엄마의 어떤 독백을 들려줄지 궁금해져요. 벌써 장남에게서 엄청난 사건이 터졌으니 이 마음 좋은 엄마의 자식 걱정은 바람잘 날이 없을 것 같네요. 따뜻한 주말 드라마로 자리잡아주길 안방에서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
   지난 여름, <메리 대구 공방전> 기다리는 재미로 여름을 견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푹 빠져있었습니다. 힘이 나는 캐릭터들을 무더운 여름 붙잡고 있으면서 얼마나 웃고 울었던지. 우리의 씩씩하고 활달한 메리 메리는 무엇이든 겁나게 잘 먹었지요. 먹을 것만 앞에 있으면 새초롬하게 '굿-'이라면서 엄지손가락을 살짝 치켜 올리고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을 지으면서, 냠냠. 엄마 몰래 먹는 고깃국도, 엄마가 아끼는 인삼주도, 대구의 공짜 피자도 잘 맛나게도 먹어치웠지요. 하지만 메리가 제일 좋아했던 것, 그녀가 환장했던 것은 다름아닌 고기 고기!

  
고찾사의 열혈 멤버이기도 한 메리처럼 고기를 좋아라 하는 저. 돼지갈비로 포식했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인터파크 마트에서 번쩍 눈에 띄이는 양념 돼지고기 발견. 돼지갈비 매운맛과 순한맛이 각각 1kg씩해서 만원이 안 되는 상품을 발견했어요. 2kg에 9,900원이고 상품평도 꽤 좋아서 망설임없이 바로 구입.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분 티비에서 가끔 뵈었는데 이렇게 만나니 반가웠어요. 꽁꽁 냉동된 상태에서 배송되어 왔어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글지글 불판에 올립니다. 양이 꽤 많아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먹기 좋게 가위로 쓱싹.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마늘을 잘게 썰어서 깻잎과 함께. 매운맛은 정말 입 안이 얼얼할 정도로 매운데 맛있어요. 원래 매운 게 중독성이 강하잖아요. 순한 맛도 맛있구요. 양념이 싱겁거나 짜지 않고 딱 적당해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남은 국물에 밥과 다진 파를 넣어 볶아 먹는 센스.


   정말 굿. 메리처럼 엄지손가락 새초롬하게 뜨면서. 저렴한 가격에 배부르게 먹었어요. 고기는 정말 끊을 수 없어요. 이렇게 많이 먹고도 메리처럼 살이 찌기는 커녕 마르기까지 한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아요. 아, 현실과 드라마 사이의 간극은 너무나 크도다. 뭐 맛있게 먹으면 그게 최고지요. 그렇지, 메리? ;}
,

   제가 즐겨 본 주말연속극을 돌이켜보니 주로 왁자지껄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고, 그에 못지 않게 앓는 소리도 떠나지 않는 대가족 이야기예요. 무겁고 진지하기만 한 스토리의 드라마들은 왠지 주말에까지 보고싶지가 않아요. 즐겁고 따뜻한 이야기들만 주말에는 땡겨요. 그래서 요 몇개월동안 주말에는 당연히 <며느리 전성시대>를 유쾌하게 시청했습니다.

   벌써 내일이 마지막 회더군요. 복수와 미진이가 티격거리면서 결혼을 하네, 마네하는 시점에서부터 맛을 들이기 시작해서 종방을 한 회 앞 둔 지금까지 참 재밌게 시청했습니다. 처음에는 족발집 복수네 분위기가 너무 <사랑이 뭐길래>의 대발이네 같은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사랑이 뭐길래> 방영 될 당시에는 충분히 공감이 되었던 보수적인 아버지 상이였지만 지금도 저렇게 보수적인 가정이 존재하나, 시대착오적인 것 아닌가 생각이 들었죠. 시할머니는 권위적이고 시어머니는 그 밑에서 벌벌 떨고 여자는 출가외인이라는 말이 계속 나오구요. 아들 꼭 낳을 필요없다는 기사가 나오는 시대인데 말이죠.

   그런 저의 생각을 무너뜨린 <며느리 전성시대>에서 내내 반복되었던 정신 하나. 바로 역지사지의 정신이 저를 매주 이 드라마 앞에 앉게 만들었어요. 입장 바꿔서 생각해보자는. 이 드라마가 방영 내내 가장 중요하게 보여주었던 타인에 대한 이해에 관한 이야기요. 미진이를 시집 보낼 때 우리 딸이 족발집에 시집가서 고생만 하는 거 아닌가 걱정했던 미진의 엄마, 인경의 걱정은 고스란히 겹사돈을 맺어 인우와 결혼하는 딸 복남에 대한 근심으로 이어지잖아요. 천하의 서미순 여사가 사돈에게 굽실거릴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말이죠. 복남이가 사돈 총각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걸 안 서미순 여사가 방 안에서 예전 생각들을 하면서 아차, 하는 순간에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요. 새언니였던 미진이 시누이가 되고, 아가씨였던 복남이 올케가 되어버린 역지사지의 재미도 그렇구요. 나는 절대 그럴 일 없을 거다고 호언장담하지만 그 상황이 되면 별 수없이 그렇게 되어버리는 것이 사람 마음이죠. <며느리 전성시대>는 그런 마음을 겹사돈을 만들어 버리면서 유쾌하게 풀어냈어요.

   항상 염두해주어야 하지만, 늘 잊어버리고 마는 내가 만일 너라면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내가 만일 그애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수도 있었겠지, 라고 넓게 이해하고 지나가는 역지사지의 정신을 드라마가 끝나는 한 회 한 회마다 되뇌였었죠. 그래, 잊지 말자. 역지사지의 정신, 하면서요.


   <며느리 전성시대>를 보면서 예전 <보고 또 보고> 드라마 생각도 많이 났어요. 시대가 흘러서 그런건지 작가와 드라마 성향의 차이인건지 겹사돈 문제도 반대가 심하긴 했지만 <보고 또 보고>보다 유연하게 넘어가더라구요. <보고 또 보고> 때는 김지수가 거의 죽기 직전까지 갔었잖아요. 뭐 인우도 끙끙 앓긴 했지만요. <보고 또 보고>는 시집살이도 엄청났었죠. 당시에 처음 겹사돈을 접했었는데, 꽤 놀랐어요. 저렇게도 가족이 되는구나 하구요. 지금은 자주 드라마 소재로 쓰여지더라구요. 많이 유연해진 것 같아요.

   즐거웠어요. 며느리들. 그리고 타이틀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그에 못지 않게 멋졌던 남자들두요. 몇 대가 모여 옹기종기, 아웅다웅거리며 살아보지 못한 제게는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때로는 부러운 대가족 드라마를 보면서 이상적인 대가족을 꿈꿔보기도 해요. 가족이란 조금씩들 양보하고 이해하면 따뜻해지는 것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홈드라마가 저는 좋아요. 특히 주말 시간대에는요.

   <며느리 전성시대> 후속작으로 김수현 드라마더군요. 저 김수현 작가의 주말 홈드라마도 좋아해요. <목욕탕집 남자들>에서부터 <부모님 전상서>까지 매 주 너무 재밌어서 외출하지도 않고 꼬박꼬박 TV앞에서 닥본사했었어요. <엄마가 뿔났다>도 많이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오늘 미진이와 복남이 돌아가신 할머니가 직접 몰고 온 아기 복돼지를 덥석 안았으니 할머니가 돌아가신 빈 자리에 새로운 두 생명이 태어나겠네요. 혹시 쌍둥이들일지도 모르니 둘 이상의 생명일지도. 가족이란 이렇게 무언가를 남기고 떠나는 이가 있고, 남은 가족들이 목 놓아 슬퍼하고, 무언가를 남기려고 태어나는 생명이 있고, 모든 가족들이 다 함께 행복해하는 건가 봐요. 마지막 회 잘 보겠습니다. 며느리팀 수고하셨어요.    


   아, 그리고 서영희씨. 고 예쁜 얼굴 귀엽게 가려주고 커다란 뿔테안경 마지막까지 안 벗어줘서 고마웠어요. 저 영희씨 그 안경 정말 좋아했거든요. 가지고 싶을 정도로요. 원래도 귀엽지만 고 안경때문에 복남이 짱 귀여웠어요. 이러니 오늘 비록 오버했지만 훈훈했던 서미순 여사의 시상식 멘트를 제가 이어가는듯 하네요. 네. 며느리들, 남편들 모두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좋은 작품들로 곧 만나요들.
,

2008 영화처럼

from 기억의기억 2008. 1. 1. 00:09

굿 나잇.
클로버필드.
뜨거운 것이 좋아.
6년째 연애중.

쓰리 타임즈.
밀레니엄 맘보.
빨간 풍선.
어톤먼트.
주노.

추격자.
마이블루베리나이츠.

GP506.
댄 인 러브.
버킷 리스트.
테이큰.

섹스앤더시티.

다크 나이트.

스마트 피플.

텐텐.
멋진 하루.

고고70.
비몽.
사과.
구구는 고양이다.
미쓰 홍당무.
도쿄!
나는, 인어공주.

미인도.
오스트레일리아.

과속스캔들.
트로픽 썬더.
이스턴 프라미스.

- - - - -

바그다드 카페.
귀를 기울이면.
4월이야기.
안토니아스 라인.
친니친니.
노팅힐.
프랭키와 쟈니.
레인 오버 미.

- - - - -

수박.
섹시 보이스 앤 로보.

,

   무더운 여름이였습니다. 해마다 여름이 왜 이렇게 견디기 힘들 정도로 점점 무더워지는지. 올해는 정말 참기 힘들었어요. 불면증이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는 제가 더워서 잠이 오지 않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으니까요. 할 말 다 했죠. 추워 죽겠는 한 겨울에 무슨 여름 타령이냐구요? 이제 한 해도 저물고 올해 제게 위안을 던져주었던 좋은 드라마들을 추억하다보니 그 한여름 땡볕의 더위 속에서 잘 살아 나가자고, 너는 충분히 잘 하고 있다고 힘을 준 <메리 대구 공방전>이 생각이 나세요. 기억하시죠? 삐삐소리 메리메리 이하나와 번개머리 대구대구 지현우가 최고의 귀여움과 깜찍함으로 무장한 백수로 등장한 드라마요. 많은 드라마가 제게 기쁨과 즐거움과 공감을 불러일으켜주지만, 그래서 그렇게 시간에 맞춰 티비 앞에 앉게 만들지만 <메리 대구 공방전>만큼 저를 위로해 준 드라마는 없었어요. 20대 맞춤 위안형 드라마라고 할까요? 특히 대사들이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수첩 한 귀퉁이에 적어두곤 했는데요. 올해가 지나가기 전에 다시 한번 들춰봅니다. 그리고 또 위안받아요. 그래, 꿈을 지닌 20대들. 그래, 너희들. 그만하면 잘 해나가고 있다고. 그러니 꿈을 버리지도 말고 잊어버리지도 말자구요. 언젠가 그 꿈이 거짓말처럼 이뤄지면 우리도 메리, 대구처럼 호탕하고 귀엽게 하하하하 세상을 향해 웃어주자구요. 



   수, 목요일을 약속없이 만들게 하고, 무진장 기다리게 만들었던 <메리 대구 공방전>. 지금도 가희동 골목길에 가면요 메리, 대구가 소란스럽게 아웅다웅 싸우면서 잘 지내고 있을 것만 같아요. 현실이 고달픈 사람들, 꿈이 있어 행복한 사람들, 사랑이 없어 불행한 사람들, 사랑할 수 있어 행복한 사람들이 있는 사람들이 <메리 대구 공방전> 속 모습을 하고 꼭 살고 있을 것만 같은, 꼭 살고 있었으면 좋겠을 그 정갈한 가회동 골목길에요. 고마웠어요. 메리, 대구.  

,


    9회말 2아웃 첫방송때 마음에 척척 달라붙는 대사들에 이끌려 닥본사의 애청자가 되겠노라고 다짐했던 마음은 온데간데 사라져버렸다. 아직 스물두살인 막내동생은 이 드라마에 홀짝 빠져 꼭 닥본사를 하며, 중요한 약속 때문에 빠뜨린 날은 그 밤이 채 가기도 전에 다시보기를 해서 챙겨본다. 뭐가 그렇게 재밌냐고 물었을 때 귀찮은듯이 대답을 안 하더니 저번회부터 정주가 나오지 않는다며 갑자기 재미가 없어졌다는 걸 보니 이태성 때문이었다.

   나는 처음부터 난희가 좋았다. 신춘문예에 당선되서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인 난희, 직장생활은 겨우 버티고 있는 중이고, 서른에 가까워온 생의 허무함을 서른즈음에로 노래하는, 포장마차에서 절망과 희망을 섞은 폭탄주를 들이키며 푸념할 수 있는 그녀. 어떤 때는 나 같기도 하고 어떤 때는 나 같지 않아서 좋았던 난희.

   그런데 첫방송 이후 몇 편을 닥본사하다 보니 난희가 푸념할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녀는 꿈이 있다. 비록 계속 실패하고 있긴 하지만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작가라는 목표가 젊은 나이를 꼭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고 나이가 먹을수록 글은 더욱 깊어질테니 언젠가 이렇게 노력하다보면 그 꿈이 이루어질 것은 분명하다고 본다. 그리고 그 때까지 최소한의 아니, 풍요롭지 않아도 평범한 경제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 말로는 월급도 못 받는다 하지만 월급은 꼬박꼬박 밀려서라도 나오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저번주에 보니깐 매출이 올랐다고 사장이 수산시장에서 회까지 쏘시더라. 그리고 연하의 팔팔하고 잘생긴 남자친구. 저번주에 헤어진 듯 했지만, 아무튼 연하의 풋풋하고 순수해서 부담스럽긴 했지만 그로 인해 서른에도 스무살의 열정적인 연애를 맛보지 않았나. 마지막으로 제일 부러운 30년지기 친구 형태. 똥모양이라고 놀려댈 수 있는 남자'친구', 자주 가는 포장마차에서 우연히 만나는 친구이며 언제든 술잔을 함께 마주쳐주는 친구, 지나간 유행가를 길거리에서 함께 부르면서 쪽팔려하지 않을 수 있는 친구, 어떤 때는 남자친구이면서 어떤 때는 여자친구이기도 한 언제든 내게서 도망가지 않을 것만은 분명한 친구, 게다가 잘 생겼고 잘 나간다.

   됐다. 이 정도면 난희는 충분히 행복하다. 매일밤 포장마차나 맥주를 마시며 푸념할 필요는 없다고! 그럼에도 난희는 푸념한다. 뭐 꿈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어린 남자친구와의 미래가 걱정된다고 이런 푸념따위는 그래, 들어줄 만하다. 내가 이 드라마를 조금씩 멀리 하게 된 이유는 바로 그 난희가 수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희가 아니 수애가 외모에 대해서 푸념을 하는 순간들 때문이다. 수애는 예쁘다. 수애는 갸날플정도로 날씬하다. 그리고 수애는 어리다. 아니다 실수했구나. 지금 검색해보니 수애 80년생이다. 올해 28살, 그렇게 어리지 않구나. 왜 어리다고 생각했던 거지? 그럼 다시. 수애는 무척이나 어려보인다. 그런 수애가 말한다. 자신보다 도저히 더 어려보이는 것 같지는 않은 후배를 보고, "젊은 여자 봤을 때, 고거 참 싱싱하네 하는 거 보면 나 늙은 거 맞죠?" 그리고 어이없게도 또 이렇게 말한다. "고뇬 참 탱탱하네." 등등. 나는 예쁘고 아름답고 탱탱한 수애가 저런 대사를 날릴 때 정말 공감되지가 않는다. 내가 말하고 싶다고, 수애한데. 고뇬 참 탱탱하네.

   그래도 이 드라마, 대사가 너무 좋다. 마치 작가가 직접 경험해 본 것만 같은 지극히 현실적인 서른즈음 마음에 자석처럼 착착 달라붙는 대사들. 그동안 닥본사하지 못한 회들은 대본보기해야겠다. 나는 도저히 수애의 푸념을 듣지 못하겠다. 난희가 아무리 자학을 해도, 수애는 빛나므로.


 
,

은찬의 서툰 고백

from 티비를보다 2007. 7. 26. 22:45

   요새 내 주위엔 온통 커피프린스 보는 사람들. 다들 고 말랑말랑한 순정드라마에 빠져버렸다. 메리메리가 가고난 빈자리를 깔끔하게 채워주었음.

   그리고 자주 놀러가는 백은하 기자님의 홈피에서 너무나 감성적인 글을 발견했다. 은찬이 한성에게 고백하는 씬에서 떠오른 예전 대학 신입생 시절의 서툰 고백에 관한 것인데, 나는 이 글이 좋아서 하루에도 몇번씩 가서 읽고 있다. 이 글 속에 그려진 그 가을의 풍경과 두근거림과 눈물이 머릿속에 또렷하게 펼쳐진다.

   신입생때는 다들 서툰 고백에 설레여하고 마음 아파하는 법. 내 친구의 비오는 날 삐삐 음성 고백 뒤에 기숙사 방 구석에서 원샷으로 들이켰던 소주 한 병의 추억따위가 너무나 귀엽고 풋풋해서 절대 잊혀지지 않는, 다들 하나씩은 간직하고 있는 결국에는 실패로 끝나는 신입생의 서툰 고백.

,

2007 영화처럼

from 기억의기억 2007. 6. 6. 12:56
미스 리틀 선샤인.    
허브.                               
올드 미스 다이어리.
디파티드.                                    
아포칼립토.                      
그놈 목소리.
더 퀸.    
                                   
1번가의 기적.                    
스쿠프.
클릭.                                         
바람피기 좋은 날.              
아버지의 깃발.
텍사스 전기톱 연쇄 살인사건 제로. 
바벨.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태양의 노래.                               
브레이크업.                      
좋지 아니한가.
행복을 찾아서.                            
넘버23.                            
페인티드 베일.
날아라 허동구.                            
일루셔니스트.                   
뷰티풀 선데이.

300.    
                                     
극락도 살인 사건.

검은집.
두번째 사랑.

해부학 교실.

샴.
시간을 달리는 소녀.
초속 5센티미터.
화려한 휴가.

기담.
1408.
조디악.
영광의 날들.
오프 로드.

사랑의 레시피.
행복.

원스.
본 얼티메이텀.
내니 다이어리.
브레이브 원.

카핑 베토벤.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
판타스틱 자살소동.

히어로.
더 버터플라이.
색, 계.
로스트 라이언즈.
라비앙 로즈.
웨스트32번가.
이브닝.
셰리 베이비.
어거스트 러쉬.
안경.
마이클 클레이튼.

싸움.
파라노이드 파크.
택시 블루스.
마법에 걸린 사랑.
다즐링 주식회사.
Mr. 후아유.
이토록 뜨거운 순간.

- - - - - - - - - -

사랑에 관한 세가지 이야기.            
악마는 프리다를 입는다.      
청춘만화.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호로비츠를 위하여.             
나쁜 교육.
사랑에 빠지는 아주 특별한 법칙.    
러브존스.                          
나 없는 내 인생.
잘 살아보세.                               
16블록.                             
허니와 클로버.
플라이트 플랜.                            
드리머.                             
안개와 모래의 집.
소설보다 이상한.                         
열혈남아.                          
조용한 세상.
타인의 삶.                                  
뷰티풀 마인드.                   
라이딩 위드 보이즈.
시크릿 윈도우.
올모스트 페이머스.
당신이 그녀라면.
팻걸.
여름이 가기전에.

본 아이덴티티
본 슈프리머시.
심슨 가족 더 무비.
디 아워스.
블라인드 가이.
낫싱 엘스.
노스 컨츄리.
나홀로 집에.

그레이 아나토미.                          
노다메 칸타빌레.
돌아온 시효경찰.
히어로.
위기의 주부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