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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콤한 나의 도시 - 2006년과 2008년의 서울
    티비를보다 2008. 8. 5. 16:25
    아직도 이따위 일에 가슴이 먹먹해지다니. 서둘러 익스플로어 창을 닫고 냉장고를 열어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그리고 '달콤한 나의 도시'를 펼쳐놓고 통통 튀어다니는 문장들을 때려잡아 머릿 속에 꾸역꾸역 집어 넣었다. 결국 은수는 김영수를 떠나보냈다. 서른 둘, 다시 혼자가 된 은수는 내리는 비를 맛 보고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서울의 맛이라고 했다. 때마침 책을 다 읽은 이 곳의 서울에도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창 밖으로 손을 뻗어 비를 맛보았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서울의 맛.


    이건 2006년 8월의 나의 흔적. 2006년 8월의 나의 말이다.
    2006년. 이런 말도 덧붙였다.


    그 아이는 또 다시 연애를 시작하고, 나는 여전히 연애를 하지 않는다.
    이제 우리 사이에는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는 서울의 비가 내릴 뿐.


    2006년. 이런 문장은 오려두었다.                                                                 


    사랑이 저무는 느낌은 어떻게 오는가. 누군가와 이별할 순간이 도래하면 엉뚱하게도 오래전 운동회가 생각난다.  줄다리기 시합. 청군과 백군이 동아줄 하나를 마주 잡고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그때 불현듯 한쪽에서 동아줄을 홱 놔버린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모든 것이 덧 없다는 듯. 그럼 다른 한쪽은 어떻게 될까. 게임의 승자가 되겠지만 그걸 진짜 이겼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게임이 끝나버렸는데 누가 승리자이고 패배자인지를 가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2008년. 달콤한 나의 도시가 끝났다. 나는 마치 연애하듯 이 드라마를 보았다. 처음에는 무척 아꼈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방영시간을 기다렸다. 남유를 응원하고 그녀가 꽤 멋지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친구는 드라마를 보다가 너무 좋아서 뛰쳐나가 남유와 오은수가 마시는 맥주잔과 비슷한 잔을 사들고 들어와 혼자 꿀꺽대며 마셨다고 문자를 보내왔다. 그러다 나는 오은수가 조금은 비겁하고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친구들 앞에서 자신을 더 드러내지 않는 것이 미웠다. 한 순간에 이 드라마를 향한 내 마음은 심드렁해져버렸다. 금요일 밤에 약속을 잡았다. 기다리지 않았다. 가끔 지나가다 드문드문 봤다. 나의 연애는 항상 그렇다. 있을 때 잘할 것을. 늘 후회투성인 것을. 가고나면 그리운 것을.


    마지막 장면의 대사. 참 좋았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오은수예요. 반가워요. 윤태경입니다.


    영수와 헤어진 은수는 태경과 봄날같은 연애를 다시 시작할 것이다. 드라마에서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쨍쩅한 여름 햇살만이 그득했다. 은수가 스쿠터를 타고 달릴 때 볼을 스치는 바람처럼 기분 좋은 연애가 펼쳐질 게 틀림없는 해피엔딩이었다. 이제 변덕스런 마음으로 안타깝게 놓쳤던 이야기들을 다시 봐야겠다. 이건 2008년 8월의 나의 흔적, 나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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