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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비를보다66

블랙독 금요일 밤이니 한 잔 해야했다. 간만에 의왕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후기가 좋아 찜해두었던 시장 안 통닭집에 갔다. 오래 장사를 했다는 평에 비해 인테리어가 세련되어서 주문하고서 맛을 의심했었다. 일단 생맥 맛은 합격. 혼자서 일을 하는 직원도 친절하진 않지만, 불친절하지도 않았다. 서비스 과자 맛도 좋았다. 통닭은 반반을 시켰는데 후라이드에서 카레맛이 은근하게 났다. 좋아하는 광화문의 통닭집도 반죽에 카레가루를 쓰는데. 의왕역의 이곳도 맛이 괜찮았다. 오백 두 잔을 신나게 마시고 통닭이 조금 남아 포장해달라고 했다. 그러고도 그냥 들어가기 아쉬워 뜨끈뜨끈한 오뎅탕을 먹을 참으로 근처 이자카야에 갔다. 옆 테이블이 무척 시끄러워서 괜히 왔다 싶었는데, 기본 안주가 줄줄이 나왔다. 괜찮은 거 같다 싶었을 때.. 2020. 1. 3.
유퀴즈 ​ 월요일과 수요일, 금요일에는 거의 옆사람이 먼저 퇴근해 있고, 내가 여덟시 즈음에 집에 도착한다. 살이 찌고 있는 심각성을 깨닫고 있지만 그래도 아쉬워 뭔가 간단하게 하거나 시켜서 먹는다. 저녁에는 항상 티비 앞에 상을 펴놓고 나란히 앉아 먹는다. 한글날을 앞둔 화요일 밤, 그러니까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공휴일을 앞둔 아주아주 신나는 밤에 멕시카나에 치킨을 시켰다. 후라이드 반, 양념 반. 맥주를 시키지 않았다고 해서 말이 되냐고 다시 전화를 하라고 했다. 멕시카나 주인분이 말씀하시길, 뜨근뜨근한 치킨과 함께 배달하면 미지근해져서 그런지 맛이 없다는 항의가 많이 들어와 이제 맥주는 배달하지 않는단다. 아쉽지만 냉장고에 친구가 주고 간 맥주가 있으니까. 따끈따끈한 치킨에 각자의 맥주와 소주를 따라놓고 .. 2019. 10. 10.
세계테마기행 ​ 절반의 성공이다. 목표했던 바에 크게 못미치지만, 그래도 지난 번보다는 나아졌다. 1월의 헬스 이야기. 한달치만 끊어서 다시 끊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는데(탈의실 누수로 일주일이 연장되었다), 고민이다. 요가같은 GX가 있는 헬스장으로 끊고 싶은데, 집앞이 아니면 잘 가지 않을 것 같아서. 헬스를 끊고 처음 첫주를 부지런히 잘 다닌 것은 오지은 덕분이다. 오지은이 출연한 세계테마기행 때문. '기차를 타고 구석구석, 우리가 몰랐던 일본'이 이번 여행의 테마였다. 오지은이 안내하는 일본 구석구석을 함께 걸으면서 보려고 시간에 맞춰 길 건너 헬스장에 갔다. 헬스장에 입장해 핸드폰 번호를 입력하고, 운동복을 받아 탈의실에서 갈아입고 나와, 물 두 컵을 재빠르게 마시고, 러닝머신 위에 서서 티비를 켜고 EBS.. 2019. 2. 19.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선생님, 오랜만에 편지 드립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회사를 그만둔 후 전혀 예상도 못했던 가게를 시작하고 시간은 어느새 물 흐르듯이 지나가 버렸습니다. 그러는 동안 새로운 만남도 조금은 쓸쓸했던 헤어짐도 있었습니다. 오래전 몇 번이나 이 마을에서 벗어나려 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태어난 후 줄곧 집에만 머물렀던 자신이 답답하고 화가 나서 풀죽어 있던 적도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랬던 저에게서 갑작스레 어머니가 떠나시며 내치듯 혼자가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살아왔던 장소에서 시작된 새로운 시간 가운데 저는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날 묶어두었던 건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선생님, 저는 너무 진지하기만 했습니다. 이제부터 조금 불량해지렵니다. 자신이.. 2017. 1. 12.
연휴동안 할머니의 먼 집립반윙클의 신부다가오는 것들바다의 뚜껑물숨 연휴 동안의 나의 목표였다. 하지만 연휴 내내 씻기도 싫고, 나가기도 귀찮아서 이틀 내내 집에만 있었다. 집에서 보쌈도 시켜먹고, 통닭도 시켜먹었다. 아, 맥주 사러 마트에 한 번 나갔다. 그래서 살도 쪘다. 집에 있으면서, 책도 읽지 않고, 영화도 보지 않고, 내내 티비만 봤다. 아, 한심하다. 티비를 끄고 책을 읽자, 티비를 끄고 밖으로 나가자, 생각만 수십 번 하고. 마침 비가 내려주었던 순간도 있어서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마지막 날에는 너무 심한 것 같아, 상암에 가서 커피도 마시고, 영화 한 편을 보고, 불광천을 걸어 집으로 왔다. 저 리스트 중 만 성공했다! 그래도 연휴 동안 건진 게 하나 있다. 드라마 . 이 드라마에 푹 빠지게 됐다... 2016. 10. 5.
오구실 지난 12월의 메시지. - 언니 72초티비 오구실 알아? - 엉 보는데 언니 생각나. - 귀엽고 몽글몽글한 드라마임. M 덕분에 알게 된 드라마. 12월에 한번 보고, 1월에도 또 한 번 봤다. 2월이 되었으니 한 번 더 봐야지. 몽글몽글한 드라마를 보고 내 생각을 해 준 사람도 고맙고, 오구실도 고맙네. 오구실도 나처럼 연애고자네. 그렇지만 몽글몽글한 연애고자인 것이다. 연어덮밥과 우동을 나눠 먹는 야근, 술이 잘도 들어가서 조심해야 되는 날 잠깐 밖에 나와 바람 쐬는데 따라나오는 두근거림, 무심하게 내일의 약속을 잡는 쫀득쫀득함, 해장국을 먹고 를 보는 휴일 아침. 아, 오구실. 어떻게 그걸 까먹었어. 보고 있으면 마구마구 설레인다. 그리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 2월에는 연애고자짓을 하지 않겠다! 2016. 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