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비를보다66 영희씨의 여기에 사는 즐거움 금요일과 토요일 대게 여행을 다녀오고, 일요일에 집에 있으면서 인간극장을 봤다. 제목은 '여기에 사는 즐거움'. 여행 가기 전에 케이블 채널을 뒤적거리다 우연히 조금 봤는데, 일요일에 집에 있는데 갑자기 생각이 났다. 여행의 여운과 월요일의 두려움에 우울해하고 있던 차였다. 5회를 연이어 봤다. 곰배령에 사는 한 부부의 이야기이다. 화면 가득 겨울의 곰배령의 풍경이 펼쳐졌다. 눈이 끝도 없이 내리는 풍경. 동네 사람들이 다같이 모여 산처럼 쌓인 눈에 길을 내는 장면. 작업을 끝내고 그 눈길 끝에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라면을 끓여 먹는 장면. 영희씨는 손재주가 많은 사람이다. 재료가 주어지면 어느새 요리도 뚝딱 만들어내고, 한겨울 난로가에 앉아 양말을 뜨고, 모자를 뜬다. 하루종일 뜨개질만 하면 좋겠어요.. 2012. 3. 1. 그래도, 살아간다 여자는 눈물이 쏟아질 거 같다. 나란히 앉은 남자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다. 남자에게 이쪽을 보지 말라고 한다. 등을 보이라고 한다. 그리고 남자의 등에 손을 댄다. 보지 말아요. 그대로 있어요. 더이상 말하지 말아요. 남자는 망설이고 있다. 사랑하는 여자가 코앞에 있다. 여자와 남자는 오늘 헤어진다. 헤어지기로 한다. 여자가 남자의 가슴을 때린다. 내가 손을 흔들었잖아요. 자꾸 때린다. 저기요, 손 흔들고 있었잖아요. 흔들고 있잖아요. 아무 말도 안 하고 무시하는 거예요? 남자는 망설인다. 여자를 안아야 할까. 안아도 될까. 남자는 평생 여자를 안아본 적이 없다. 여자가 흐느낀다. 남자가 여자를 안는다. 태어나서 처음 안아본 여자다. 이 여자가 아프면 나도 아프다. 여자가 이제 행복했으면 좋겠.. 2011. 11. 25. 서른 셋, 로맨스가 필요해 7월, 이 드라마를 열심히 봤다. 랑 를 따라한 게 분명한 드라마. 오프닝 음악을 들어보면 멜로디로 시작해서 멜로디로 끝난다. 그런데 괜찮게 따라했다. 뒤늦게 이 드라마에 푹 빠져서 한 편에 700원을 주고 일요일 내내 봤다. 그리고 본방사수. 서른 세살, 여자들의 이야기. 십년을 사귄 남자친구가 있는 선우인영, 첫날밤을 위해 아끼고 아끼는 강현주, 한 남자에게 구속받길 원치 않는 박서연. 어제 마지막 회를 봤다. 결국 선우인영은 나의 예상대로 두 번 바람핀 경력이 있는 십년 사귄 남자친구 성수에게로 돌아갔다. 또 다른 결말도 예상했었는데, 그건 성수에게도 성현에게도 돌아가지 않는 것. 그건 서른 세살의 여자에게 해피엔딩이 아닌 걸까. 이 드라마에서 제일 마음에 남았던 장면은 3화에 나온다. 십년 사귄 .. 2011. 8. 7. Q10 - 라소리가 나는 여자아이를 만났다 (이 글, 스포일러 덩어리예요.) 2010년 겨울, 이 드라마가 내게 와 주었다. 키자라 이즈미의 드라마는 이렇게 표현할 수 밖에. 내게 와 주었다고. 마지막 회를 보고, 퇴근길의 지하철에서 매번 생각했다. 오늘 밤, 큐토에 관한 글을 쓰자. 그리고 내가 사랑했던 장면들을 떠올렸다. 어떤 장면들은 못 견디게 그리워 다시 들여다 보기도 했다. 헤이타가 큐토의 어금니를 누르고, '라 소리가 나는 여자아이를 만났다'고 나레이션 하는 장면. 큐토의 충전 모습을 한 쿠리코 선생님이 '충전하러 왔어요' 라고 축 늘어져 이야기하는 장면. 큐토가 '내일 보자'고 같은 반 아이들에게 인사하는 장면. 담백하게 이별하는 큐토와 헤이타. 그 중 잊을 수 없는 장면은 바로 이 장면. 복도를 지나며 헤이타가 후지노에게 말한다. .. 2010. 12. 28. 사랑이하고싶어사랑이하고싶어사랑이하고싶어 오늘 광화문에 가서 두 개의 선물을 샀다. 오늘도 생일, 내일도 생일이다. 뭐랄까. 생일이라는 거, 그냥 수많은 날들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생각이 좀 달라졌다. 열심히 살아가야 하니까, 태어난 날을 축하해야 한다. 태어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게, 축하의 말을 건네고, 의미있는 축하의 선물을 건네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신이 태어나서 다행이듯, 나도 태어나서 다행이라고. 그러니까 내가 힘을 내기 위해 당신에게 주는 선물이다. 우리 함께, 열심히 살아보자고. 이왕 사는 거 흥이 나게 살아보자고. 태어나서 정말 다행이라고. 그리고 생일이 궁금한 사람에게 이런 문자를 보냈다. '나는 믿고 있다. 언젠가 이런 내가 되어서 좋았다고 생각할 날이 반드시 올 거라고. 왜냐면 우리들은 슬프거.. 2009. 7. 17. 연애시대 산다는 건 어차피 외로움을 견디는 것. 누군가가 그랬지. 지구에 4억 인구가 있다면 4억개의 고독이 있다고. 2009. 5. 9. 이전 1 2 3 4 5 6 7 8 ··· 1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