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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이다방450

주말 지난 주말에는 1시간 40분 거리에 있는 친구네 집에 다녀왔다. 친구는 스테이크도 구워주고, 스크램블도 만들어 주고, 양파도 구워 주었다. 스무살 때 돈이 없었던 우리는 친구에게 찾아가 술을 사달라고 했었다. 자주 그랬다. 친구는 언제나 군말없이 사주었기 때문에 언제나 돈이 넉넉하게 있는 줄 알았다. 사실은 그게 얼마 남지 않은 용돈이었고, 다시 부모님께 전화를 해 조금 더 보내달라고 부탁하는 줄은 정말 몰랐다. 그랬던 키가 크고 삐쩍 마르기만 했던 친구는 이제 구연동화를 하며 아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아빠가 되었다. 또 다른 친구는 샐러드를 만들어주고, 내가 오니까 청소를 실렁실렁 했다고 남편에게 칭찬 받고,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이게 그때 대만에서 니가 사준 다기라며 그 다기로 내가 가지고 간 보이차를.. 2017. 11. 13.
목요일 지난 한주동안 마음이 사막같았다. 결국 두 달 뒤에 살펴보기로 한 일을, 두 달이 되기 전에 하기로 했다. 차장님이 두 달을 기다리는 동안 너무 힘들거라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정말 그렇더라. 괜찮고 마음을 잘 다스리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주에 혓바늘도 나고 눈이 시뻘겋게 충혈이 되었다. 책도 안 읽히고, 음악도 안 들렸다. 안되겠다 싶어 연차를 내고 아침 일찍 병원에 다녀왔다. 덕분에 괜찮아졌고, 안심이 됐다. 가보니 결론은 그냥 두 달 기다려도 되었던 거였는데, 그렇게 초조하고 겁이 나고 서러웠댔다. 오늘 가길 잘했다. 마음과 몸은 정말 연결되어 있는 게 맞는 게, 새벽에 욱씬거렸던 것이 오전에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제 마음 편히 기다리면 된다. 마음이 나아지니, 먹고 싶고, 걷고 싶고, 읽고 .. 2017. 11. 9.
토요일의 산책 아침에는 단호박 스프를 끓여 먹었다. 얼마전 구내식당에 나온 메뉴인데 너무 맛있어서 직접 해보고 싶어졌다. 단호박을 찌고 양파를 잘게 채썰어 포도씨유와 마가린을 넣고 볶았다. 버터와 올리브유를 넣어야 한다는데, 집에 있는 게 포도씨유와 마가린 뿐이었다. 우유를 넣고 끓이다 조금 식히고 난 뒤 믹서기로 갈았다. 그리고 다시 몽글몽글 끓여 후추를 뿌리고 먹었다. 건강한 맛이 났다. 점심으로는 당근을 채썰어 계란말이를 만들고, 이번주에 주문한 노르웨이 고등어에 카레가루를 뿌려 구웠다. 어젯밤에 쪄 놓은 브로콜리와 버섯도 함께 먹었다. 밥은 검은 콩을 넣은 현미밥으로 지었다. 움직여야 할 것 같아 조그만 북페스티벌이 열리는 서울혁신파크에 가봤다. 처음 가보는 거였는데, 불광동인 줄 알았는데, 녹번동이었다. 불광.. 2017. 11. 5.
십일월 어제는 퇴근을 하고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 있는 서점에 들러 영어 잘하는 방법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강사는 듣기부터 해야 말을 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아이가 언어를 배우는 것처럼 한 문장을 수십번 따라하다보면 저절로 말을 할 수 있게 될 거라고 했다. 외우지 말라고 했다. 그냥 끊임없이 따라하라고 했다. 세상의 온갖 손쉬운 학습법에 현혹되지 말라고 했다. 임계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더디지만 물을 한 방울 한 방울 담다보면, 언젠가 항아리에서 물이 쏟아질 것이라고 했다. 외국인은 대부분 서스럼 없이 접근을 하지만, 3분도 안돼 이 아이가 내 말을 하나도 못 알아 듣고 있구나 눈치 챈다는 말에, 웃음이 나왔다. 웃펐다. 우리는 서점 지하에 줄지어 앉아 와우, 마델, 쉬즈마델, 룩킹굳, 하우스더패밀리굳 이라.. 2017. 11. 1.
지난 여름 그래 혼자이면 뭐 어때 싶다. 늘 혼자이면서 혼자가 아니니깐. 어쨌든, 여름이 갔다. 2017. 10. 29.
조림이 사실 조림이가 모임에 얼마 나오지 않을 줄 알았다. 그 날, 조림이가 온 날 비가 많이 왔었고, 내가 선정한 책을 읽고 이야기했었다. 줌파 라히리의 . 우리는 노잼 멤버를 결성하며 어색한 분위기를 끌어올리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중간에 소윤이가 왔는데, 내가 데리러 나갔다. 소윤이에게 어쩌면 이제 안 나올 것 같아, 라고 이야기했었다. 소윤이가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라고 말했던 것 같다. 새벽까지 술자리가 이어졌고, 3차를 가기 전에 조림이가 집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내일 아침 일찍 강아지를 데려 와야 한다고 했다. 유기견을 입양하기로 했다고. 강아지 이름은 '마리'가 되었다. 그 때 조금 얇은 겉옷을 입고 있었던 것 같으니 가을 즈음이었나 보다. 그리고 다음해 봄에 우리는 전주에 가기로 했다... 2017. 10.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