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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이다방450

혼자 이번주는 혼자 일어나고, 혼자 잠이 들었다. 동생들이 여행 중이다. 막내는 목요일날 돌아왔고, 둘째는 오늘 돌아온다. 혼자서 온전한 저녁과 밤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집에 들어와 다이어트를 한답시고 풍성한 샐러드를 만들어 먹고, 어떤 날은 맥주도 한 캔 마셨다. 한 캔 이상 마시면 다음날 혹시나 못 일어날 까봐 겁이 나서. 어떤 날은 음악을 들었고, 어떤 날은 과제를 했다. 어떤 날은 책을 읽어보려 노력했으며, 어떤 날은 수업을 끝내고 친구와 맥주를 마시고 밤버스를 탔다. 금요일에는 Y씨와 함께 차장님에게 생일턱을 냈다. 이 날도 역시 밤버스를 탔는데, 정류장을 잘못 찾아 한참을 걸어가 탔더랬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버스에 사람들이 없었다. 좋은 자리에 앉아 창문을 살짝 열었다. 바람이 불.. 2017. 6. 18.
안주는 계란지짐이와 복어포 내 기억에 따르면, 외할아버지는 노년에 항상 외로움과 술에 취해 계셨다. 외로움이 먼저인지, 술이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어린 내가 보기에도 외할아버지는 고집이 세고 외로운 사람이었다. 그리고 손녀인 내게는 따스한 사람이었다. 같은 읍에 살았던 우리가 외갓집에 하도 놀러오지 않자 할아버지는 직접 우리 아파트에 찾아오셔서 멀뚱멀뚱 한참을 계시다 가시곤 했다. 아, 나는 왜 그렇게 애교 없는 손녀였을까. 얼마전 외삼촌네랑 만났는데, 그 자리에서 우리는 외할아버지가 손재주가 무척 뛰어난 사람이란 걸 알았다. 오늘은 외식의 날이어서 S씨와 N씨와 함께 근처 휴게소에 가서 올해 첫 모밀국수를 먹었다. 돌아오는 길에 왜 이렇게 에세이들이 수도 없이 출간되는가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나눴는데, 내가 그랬다. 우리 아버지.. 2017. 6. 9.
이른 저녁은 포장해온 동네 병천순대에 칭다오 캔맥주 월요일에 만난 남희 언니는 봄에 다녀온 핀란드 여행 이야기를 해줬다. 일년동안 정말정말 일만 했던 언니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고 한다. 나는 물었다. 언니, 카모메 식당 거기 다녀왔어요? 응, 금령아, 다녀왔어. 언니는 항상 말을 할 때 상대방의 이름을 꼬박꼬박 불러준다. 언니는 헬싱키에서 카모메 식당의 촬영지도 다녀오고,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도 보고, 그 감독이 운영하는 바에도 다녀왔다고 했다. 그리고 전도연과 공유가 나왔던 영화 촬영지와 비슷한 숲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에도 머물렀다고 했다. 그곳에서 하는 일이라곤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창밖의 설원 풍경을 보면서 침대 위에서 책을 읽고, 주인 아저씨가 길을 만들기 위해 썰매를 끌러 가는 길에 동참하는 일. 언니는 이곳을 일부러.. 2017. 6. 6.
저녁메뉴는 야채버섯찜 요즘 디바 제시카의 여행영어 유투브 동영상을 공부하고 있다. 동생이 먼저 듣기 시작했는데, 사실 별로라고 생각했다. 예쁜 척 하는 사람, 이라고 멋대로 생각해버렸다. 그래서 동생이 들을 때 다른 컨텐츠를 찾아서 듣고 있었다. 그것들은 지루했다. 그런데 먼저 일어나서 출근준비를 하는 동생이 틀어오는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 때문에 그녀를 다시 보게 됐다. 그리고 여행영어 동영상을 봤는데, 재밌고 귀에 쏙쏙 들어오게 가르치더라. 발랄해서 듣고 있다보면 나도 모르게 업이 되는 효과도 있는 것 같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디바 제시카의 다른 영어 컨텐츠를 찾아 공부해 봐야겠다. [디카 제시카의 '이 여자가 사는 법 - 진정한 여행이란?' 편] 부자신가봐요? 마음이 부자죠. 전 진짜 십만원 이상의 가방을 사본 적은.. 2017. 5. 30.
Happy Birthday D-25. 2017. 5. 28.
저녁은 맥주 없는 전기구이 통닭 티비가 이번주에 사망했다. 동생이 아침에 티비를 켰는데 화면이 나오질 않았다. 그 뒤 여러가지 시도를 해보았는데, 화면은 나오지 않고 소리만 나온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백라이트가 나간 거란다. 우리는 엄마가 알뜰폰을 살 때 경품으로 함께 주던 중소기업 티비를 쓰고 있는데, 고장이 나고 검색해보니 17만원에 팔고 있는 티비였다. AS를 신청하면 8만원이 든단다. 방문하면 3만원. 11만원을 내고 고칠 가치가 있는가,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티비는 내 베프여서 보지 않으니 영 아쉽다. 8시 뉴스도 봐야하고, 심심함을 달래줄 예능도 봐야 하는데. 8시에는 영 아쉬워 티비를 켜고 목소리만 들어보았다. 거대한 라디오가 따로 없네. 이건 또 운명 같아서, 티비 좀 그만보고, 핸드폰 좀 그만하고 책 좀 읽고 공부 .. 2017. 5.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