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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이 풀리는 작은 여행
    서재를쌓다 2014. 8. 10. 09:06

     

     

        <잠깐 저기까지만,>과 마찬가지로 이 책에도 작은 여행들이 나온다. 마스다 미리는 어디선가 이곳이 좋더라는 정보를 접하고 어디 그럼 한번 가볼까 하고 훌쩍 떠난다. 혼자서,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 이 책에서는 편집자 네코야마 씨와 주로 떠난다. 마스다 미리가 여기가 좋다고 하던데 한번 가볼까요 하면, 네코야마 씨는 재빠르게 정보를 수집한 후, 여기 뭐가 좋고 이렇게 가면 된대요 하고 동참하는 것. 후기에서 마스다 미리는 밤새 춤을 춘 구조하치만 여행과 교향곡 9번 합창곡의 즐거운 체험이 특별히 더 좋았다고 꼽았지만, 내가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여행은 해파리 여행이었다. 신에노시마 수족관의 숙박 나이트 투어. 수족관 구경도 하고, 전시실 안에서 저녁도 먹고, 전시실 안에서 잠도 자는 여행이다. 이런 여행이 국내에도 있다면, 당장 신청하고 싶어질 정도. 마스다 미리는 한밤의 해파리를 마주하고 늘 그렇듯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해간다.

     

        빌린 담요를 펴고 어슴푸레한 해파리 수조를 바라보았다. 한 명씩 잠에 빠져들었고, 어느새 나도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한밤중에 눈을 떠서 휴대전화를 보니 새벽 2시였다. 몇 명은 의자에 앉아 해파리를 보고 있었다.

        나도 해파리를 응시했다. 움직임이 확실히 둔했고, 해파리도 밤인 걸 아는지 얌전했다. 마치 심장박동처럼 해파리는 몸을 펼쳤다 구부렸다 하며 물 속을 떠다녔다. 아무 생각도 없이 떠다니는 것 같아도 신기하게도 서로 부딪치지 않았다. 해파리는 싸우지도 않는다. 그것이 그들의 일이며 삶이다.

        밤의 수조관에서 마음이 평온해졌다.

        살아가면서 많은 실패나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고 고집을 부리기도 하지만, 상관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 생각이 변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뭐든 용서하고 언제나 착하게 살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이상적인 나를 추구하면서 그렇지 못한 자신의 한심함에 실망하면 무엇하랴. "해파리 나이트에 같이 갈래?" 하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는 나도 제법 괜찮지 않나? 이런 친구를 소중히 여기며 50대, 60대가 되는 것도 유쾌하지 않을까. 해파리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해파리에 싫증이 나서 이번에는 대수조를 보러 갔다. 정어리 대가족도, 커다란 가오리도, 복어도, 쏨뱅이도, 슬로모션처럼 헤엄치는 물고기들이 매우 아름다웠다. 낮에는 사람들로 북적거려 제대로 보지 못하는 거대한 수조를 밤에는 마음껏 볼 수 있었다.

       해파리 방보다 여기에서 자는 게 더 재미있었을 텐데!

       후회하긴 했지만, 해파리도 나름대로 귀여웠다.

       해파리 나이트.

       바닥이 딱딱해서 잠자리가 불편하긴 해도 인생에서 단 한 번인 하룻밤이다. 그쯤이야 어떻게든 견딜 수 있었다. 여름 끝 무렵의 신비로운 해파리 여행이었다.

    - p.7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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