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자전거 여행 - 아름다운 문장들서재를쌓다 2009. 6. 15. 13:29
자전거 여행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생각의나무 5월에는 정기승차권을 다 썼다. 정기승차권은 한 달 동안 지하철만 60번 이용할 수 있다. 한 달이 지나면, 횟수가 남아도 소용이 없다. 다시 한 달을, 60번을 충전해야 한다. 몇 달을 정기승차권을 샀지만, 어느 달도 60번을 다 쓴 적은 없었는데, 5월에는 다 썼다. 이건 내가 5월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는 일. 발발거리면서 5월의 거리를 참 많이도 돌아다녔다는 증거다. 나는 5월에 공연장에도 가고, 극장에도 가고, 술집에도 가고, 카페에도 가고, 서점에도 갔다. 참 많이도 돌아다녔다. 아, 5월에는 친구에게서 예쁜 하얀색 운동화도 선물받았다. 6월에는 더 많이 걸어야지. 그리고 이건 6월에 생긴 습관. 아침마다 7호선 건대입구에서 2호선 ..
-
여보, 나좀 도와줘서재를쌓다 2009. 6. 8. 00:51
여보, 나좀 도와줘 노무현 지음/새터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그가 이제 이 땅에 없다는 사실이, 이렇게 강했던 그가 스스로 바위산 위에서 몸을 던졌다는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이제 이 땅 위엔 없고, 그 날 새벽 바위산 위에서 스스로 몸을 던졌다. 책의 마지막, 238쪽에서 239쪽에는 지은이의 약력, 즉 노무현 대통령의 약력이 나와 있다. 경남 김해군 진영에서 출생한 1946년부터 1993년에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최연소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해까지 기록되어 있다. 책은 1994년에 발간되었다. 그 뒤로 2009년까지. 이 책의 기록은 93년에 멈췄지만 그는 2009년까지 쉼없이 달려왔다. 그 기록들은 아마도 240쪽을 넘어 241쪽을 넘어 242쪽 너머까지 이어졌겠지. 그리고 243쪽..
-
돼지꿈 - 새로이 시작하기에도, 포기하기에도 어려운서재를쌓다 2009. 6. 7. 20:47
돼지꿈 오정희 지음/랜덤하우스코리아 친구는 요시다 슈이치를 만나는 자리에서 이 책을 가지고 왔다. 나를 만나러 오다, 나를 기다리다 산 책이라 했다. 짧은 글들이 담긴 책인데, 내가 오는 동안 몇 편을 읽었다고 괜찮았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그 날도 비가 왔다. 우리는 요시다씨를 만나고, 우산을 펴고 우겹살을 먹으러 갔다. 그리고 언제였더라. 김동영 작가를 만나는 날이었던가. 친구는 또 한 번 이 책 이야기를 꺼냈었다. 다 읽었다고, 아주 좋았다고, 너도 읽으라고 했다. 그리고 책 속의 어떤 한 소설의 느낌을 이야기해줬는데, 나는 요시다씨를 만난 뒤 잠깐 들른 커피숍에서 읽었던 이 책 속 작은 은점이(작고 강한 아이다) 이야기 때문이 아니라, 내 친구가 말해준 그 이야기 때문에 이 책이 빨리 읽고 싶어졌..
-
내가 가장 예뻤을 때 - 마해금이는 예쁘다서재를쌓다 2009. 6. 4. 23:27
내가 가장 예뻤을 때, 표지를 봤을 때 공선옥스러운 표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청보리밭에서 막걸리 한 잔 나누고 싶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 공선옥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의 표지가 아니었다. 이건 너무 예쁘잖아, 색도, 일러스트도. 그렇게 생각했다. 작가가 가지고 있는 투박한 이미지에 비해서 너무 팬시적인 표지라고. 책을 다 읽고 다시 표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표지가 너무 예뻤다. 이건 공선옥이 '쓴' 이야기지만, 스무살 아주 예쁜 해금이와 그의 친구들의 이야기다. 그러니까 표지 속 민들레를 예쁘게 후-하고 부는 볼이 발그레한 아이는 해금이. 해금이는 예쁜 아이다. 이야기를 다 읽고 나니, 이 표지가 이해가 되었다. 해금이에겐 아주 예쁜 표지가 필요하다. 예쁜 색이 필요하고, 예쁜 얼굴이 필요하다. 마해금..
-
7월 24일 거리 - 밤의 버스를 좋아한다서재를쌓다 2009. 5. 24. 22:03
7월 24일 거리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난주 옮김/재인 요시다 슈이치의 는 작은 항구도시에 사는 주인공 사유리가 출근길 항구에서 나비의 시체를 보면서 시작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표본이었던 호랑나비가 항구 제방에 떨어진 것을 본 것이다. 사유리는 조금 특별하다. 이를테면 일본의 작은 항구도시에서, 포르투갈의 리스본을 꿈꾸는 여자다. 사유리는 자신의 고향의 거리들을 리스본에 있는 거리로 바꿔 부르기를 좋아한다. 물론 혼자 있을 때의 일이다. 예를 들면, 늘 버스를 타는 '미루야마 신사 앞'이란 정거장을 '제로니모스 수도원 앞'이라고 부르고, 제방과 나란한 현도는 '7월 24일 거리'라고 부른다. 재개발 덕분에 항구에 조성된 '물가 공원'은 '코메르시오 광장'이라고 부르는 식이다. 이렇게 부르면, 사유미가..
-
그림 같은 신화 - 이제 난 신화를 읽어야겠어서재를쌓다 2009. 5. 21. 08:31
그림 같은 신화 황경신 지음/아트북스 5월 7일 목요일 저녁 7시 반에 나는 황경신 앞에 앉아 있었다. 그곳은 이리카페였고. 황경신은 크게 갈 지자를 그리며 걸어가면 세 걸음이면 닿을 만한 거리에 앉아 내게 신화 이야기를 들려줬다. 예쁘고, 슬프고, 아름다운 그림들도 보여줬다. 나는 황경신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무척 발랄해서 (옷차림도 발랄했다) 놀랬고, 우리 만남의 초반부가 생각보다 지루해서 놀랬고, 어느새 내가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푹 빠져 있는 것에 놀랬고, 살까말까 망설였던 책을 결국 사게 만들었던 그림 같은 신화 이야기에 놀랬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행복했다. 이 책은 12명의 신화 속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황경신이 그 인물들에 엮인 이야기들을 조근조근 들려주고, 그 신화 이야기를..
-
서울, 어느 날 소설이 되다 - 그런 것들 뿐이예요서재를쌓다 2009. 5. 3. 21:02
서울, 어느 날 소설이 되다 하성란.권여선.윤성희.편혜영.김애란 외 지음/강 이 소설집에는 모두 9편의 소설이 들어 있다. 이혜경, 하성란, 권여선, 김숨, 강경숙, 이신조, 윤성희, 편혜영, 김애란의 소설이다. 모두 서울을 배경으로 한 소설들이다. 서울에 머물고 있거나, 서울에 입성하려 하는. 각 소설의 앞에는 작가의 작은 사진과 함께 서울이란 공간에 대한, 서울이란 공간에 대해 쓴 이 소설에 대한 짧은 '작가의 말'이 있는데. '나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강이 없었더라면 당신과 나는 어떻게 만났을까', '나는 자주 서울에 간다. 영화를 보러 서울에 가고, 술을 마시러 서울에 가고, 어슬렁거리기 위해 서울에 가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서울에 간다', '올해로 서울에 산 지 십 년이 됐다...
-
지난 책과 영화 이야기들모퉁이다방 2009. 4. 26. 21:30
오늘은 달게 늦잠을 잤고, 꿈도 꿨다. 한옥집으로 이사하는 꿈이었는데, 그 한옥집이 근사했다. 국민학교 친구들도 만났다. 그 한옥집은 지금 사는 곳보다 꽤 먼 곳에 있었고, 친구들은 먼저 떠나는 바람에 나는 지리로 모르는 그 곳에서 한참을 머뭇거리면서 서성거렸지만, 깨어나서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뭐 괜찮았던 꿈이었던 것 같다. 꿈이라는 게 원래 이렇게 이야기를 해버리거나, 어딘가에 끄적이고 나면 이상해 보이는 이야기니까. 고 느낌이 중요한 거니까. 괜찮은 꿈이었다. 최근에 내 주위에 꿈을 꾸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는데, 그 중 한 사람에게는 이렇게 말해줬다. 꿈을 꾸면 좀 더 즐거울텐데요. 꿈을 꾸면 꿈꿀 수 있으니까. 내 생각은 그렇다. 지난 책과 영화 이야기들. 그냥 보고 흘려버린 것들이 ..
-
더 리더 - 영화와 책극장에가다 2009. 4. 15. 00:12
를 본 건 3월의 일이다. 김연수의 에 관한 칼럼은 읽은 건 4월의 일. 시간이 빨리가고 있다. 그동안 영화잡지를 꾸준히 사(얻어) 보면서 에 관한 글을 많이 읽었다. 좋다는 글도 있었고, 좋지 않다는 글도 있었다. 어떤 부분은 거듭 읽으면서 맞아, 맞아 고개를 끄덕였고, 어떤 부분은 말도 안돼,라며 혼자서 열을 내며 흥분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주에 읽은 김연수의 칼럼. 첫 줄 '본디 이 칼럼이 고향친구를 떠올리며 영화에 대해 떠들어댄다는 취지로 마련됐다는 걸 알지만, 오늘만큼은 그 정다운 얼굴이 좀 빠져주셨으면 한다.'로 시작해 마지막 줄 '부터 볼 테니까 아예 칼럼제목을 '나의 친구 그녀의 영화'로 하면 안될까?'를 읽는 동안 내가 고개를 몇 번이나 끄덕였을까. 같이 영화를 봤던 H씨는 (내게 거..
-
레볼루셔너리 로드 - 소설과 영화 사이서재를쌓다 2009. 3. 22. 21:25
(스포일러 있어요) 영화 를 두 번 봤다. 한 번은 왕십리 CGV에서, 한 번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아트하우스 모모는 처음 가봤는데, 그 곳의 분위기에 반해버렸다. 근데 좌석이 좀 불편하긴 했다. 앞뒤 좌석의 간격이 좁고, 앞자리에서 보면 목 아프겠다는 느낌이. 아무튼.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본 건, 예매권이 생겨서 한 번 더 본 거였는데, 보길 잘했다 싶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말이다. 두 번째 보니,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완전히 다르게 다가왔다. 이건 정말 특이한 경험이었는데, 두 번째로 볼 때 그 마지막 장면에서의 해석이 달라지면서 뭔가 가슴이 벅차왔다. 다시 시작할 수 있겠구나, 희망을 가져도 되겠구나,는 생각이 드는 거다. 윈슬렛 언니는 실패했지만, 우리는 꽤 괜찮게 살아갈 수 있겠구나,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