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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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집 아저씨 이사가는 날모퉁이다방 2007. 10. 21. 13:54
옆 집 아저씨는 약간 대머리다. 옆 집 아저씨는 큰 키에 마른 체형이다. 옆 집 아저씨는 언제나 츄리닝 차림이다. 옆 집 아저씨는 셈을 잘한다. 옆 집 아저씨는 자주 동네를 느린 걸음으로 산책한다. 옆 집 아저씨 집 앞에서는 언제나 자주 타지 않는 듯한 탐나는 자전거가 있다. 내가 옆 집 아저씨에 관해 알고 있는 건 이게 전부다. 아저씨를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건, 한 달에 딱 한 번. 아저씨는 그 달 초에 전기요금 청구서와 본인의 전기세 분량의 돈을 들고 우리집 문을 두드린다. 누구세요? 그러면 아저씨는 항상 옆 집이예요, 라고 하신다. 그리고 매달 17일마다 계량기를 체크해서 적어둔 네자리 숫자를 이용해서 뺄셈을 한 뒤 이번 달은 이만큼 나왔어요, 하시면서 돈과 청구서를 건네주신다. 우리는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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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쇼, 라디오 그리고 비모퉁이다방 2007. 10. 18. 23:47
- 이우일씨 홈페이지 갔다가 안 사실. 김영하 작가 새 책이 나온단다. 조선일보에 연재해온 80년생에 관한 이야기라고 했는데, 한 회도 못 읽었었다. 빨리 나오는구나. 예스24에서 예약주문하면 친필사인본도 한정 증정한단다. 정말 올 하반기에 쏟아지는 책들 때문에 행복해 죽을 지경. 며칠 있으면 책값이 오른다는데. 책 많이 안 사보지만 살 사람은 사보니깐 이익을 내자는 건가. 자세한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책값이 점점 부담이 되어가고 있는 건 사실이다. 요즘 대부분은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정말 소장하고 싶은 책만 인터넷에서 주문한다. 아무튼 반가워요. 김영하 작가님. 이번에도 감사히, 잘 읽겠습니다아. :) - 요즘 KBS 쿨FM에서 가을개편특집으로 주는 빈티지 라디오가 너무 갖고 싶다. 주파수 숫자에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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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 4모퉁이다방 2007. 10. 17. 21:29
- 오늘 하루종일 몸소 느꼈다. 겨울이 오고 있다는 걸. 추워졌다. 1년내내 목과 코에 이상이 있는 동생은 감기에 걸리셨고. 가습기가 없으므로 끙끙대는 동생을 위해 빨래를 돌린다. 오늘 밤은 방을 가로질러 촉촉한 수건들을 널어놓고 동생의 코 안도, 나의 꿈도 촉촉해지길. - 기대와 실망, 희망과 좌절이 날실과 씨실처럼 자연스럽게 엮여진 채 노력없이 허무한 오늘이 또 이렇게 흘러간다. - 아, 김연수 블로그 발견. 제목부터 반해버린 이번 책,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그의 블로그에서는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들이 잔뜩 줄지어 흘러나온다. 이 책은 올 가을, 왠지 제일 마지막에 읽도록 아껴두고 싶다. - 엔젤인어스, 라떼도 맛나더니 핫도그세트도 맛나다. 늦은 점심으로 조용한 2층, 푹신푹신한 쇼파에 기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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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목요일 저녁.모퉁이다방 2007. 7. 26. 21:38
01. 드디어 도서관에 위화의 '형제'가 들어왔다. 새 책 신청한 덕분에 도서관에서 제일 처음 이 책을 읽게 됐다.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이 새 책일 때, 아직 한번도 자국이 남지 않은 책에 첫 표지를 꾹꾹 눌러 접을 때의 느낌 최고다. 내가 좋아하는 위화님이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로 웃기고 울려주실지 궁금하다. 얼른 읽어야지. :) 02.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극장에서 다시 봤다. 역시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한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집에서 몇 번을 봤을 때도 눈물이 나오지 않았는데, 극장에 앉아 똑같은 장면들을 다시 보고 있는데 어느 순간 마음이 아파왔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다. 내게도 떠나야 할 때 너무나 즐거워서 떠날 수가 없는 학창시절이 있었으면, 미래에서 달려온 치야키를 평생 기다릴 사랑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