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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뜨개질
    모퉁이다방 2007. 11. 25.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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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생일에 선물해줬었는데, 앞에서는 그렇게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았는데 말이예요. 자주 하고 다니면서 아꼈었나봐요. 잃어버렸다고 하더라구요. 기차에서 두고 내려서 다시 찾으려고 전화하고 난리였다면서 이번 생일선물도 그걸로 해줄 수 있냐는 그 친구의 부인이기도 한, 내 친구의 부탁 (친구도 친구의 남편도 우리 셋 모두 스무살 때부터 친한 친구였는데 어느새 둘이 결혼을 해버렸어요. 친구의 남편도, 친구의 아내도 모두 제 친구예요) 에 기억을 더듬어서 작년에 실을 산 쇼핑몰을 찾아내고, 같은 실을 찾아내서 주문을 하고 바로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두꺼운 실이라 이틀만에 금방 떴는데 작년에 이 실을 뜨고 있을 때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거예요. 그 때 내 친구들은 결혼을 앞두고 있었고, 이렇게 빨리 결혼하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다가 결혼식장에서 친구의 웨딩드레스를 보는 순간 아, 정말 둘이서 결혼하는구나, 싶었던 기억들. 제주도의 결혼식 풍습은 꼭 동네 사람들을 불러 잔치를 한대요. 친구가 제주도 사람이라 제주도까지 따라가서 어머니께서 푸짐하게 준비하신 신부상을 받고 배가 터지도록 먹었던 기억. 함께 간 친구와 제주도 바다를 걸었던 기억. 결혼식장에서 오래된 사람들을 만났던 기억. 신혼여행에서 다녀 온 친구와 밤새 술 마셨던 기억. 이렇게 생생한데 1년 전의 이야기라니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시간은 빨리 가는군요.

       또 친구 중 누군가가 결혼을 하고 이렇게 믿어지지 않는 추억들이 또 하나하나 쌓이고 그러다보면 우리 모두 나란히 사이좋게 나이가 들겠지요. 늘 함께할 수 있기를, 함께하지 않는 순간까지도 함께있다고 믿는 날들이기를 한 코 한 코 뜨개질을 하면서 바래봅니다. 이렇게 한 코 한 코의 추억들이 쌓이다보면 우리 모두 나이가 들면 근사한 목도리가 언젠가 완성될 것을 믿어 보기도 하구요.

        사진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이 실이 정말 예뻐요. 머플러라는 실인데, 7호색이구요. 8mm 바늘로 4타래를 28코로 잡아서 겉뜨기 앞뜨기 반복해서 한 코씩 짜면 예쁜 목도리 하나가 완성이 되요. 마지막엔 술도 달구요. 실이 두꺼워서 시간도 별로 안 걸리구요. 작년에 8호색 실로도 짜서 친구에게 선물했었는데, 그것도 참 예뻤어요. 은은하게 세, 네가지 색깔이 혼합되어 있는 실인데요. 그래서 단색인 것보다 더 예쁜가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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