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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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도착여행을가다 2017. 6. 22. 07:52
정말이지 긴긴 비행이었다. 사실 혼자 이렇게 비행기 오래 타기 싫어서 멀리 있는 여행지를 생각하지 않은 것도 있었는데, 좀이 쑤셔서 잠도 자지 못하고 영화도 제대로 보지 못한 몇몇 시간들만 제외하면 그래도 잘 보냈다. 책을 조금 읽었고, 영화는 를 온전히 봤다. 와 다른 몇몇 영화를 졸다 보다 졸다 보다를 반복했다. 아직 배가 꺼지지 않았는데 싶었지만, 기내식이 나오면 꼬박꼬박 먹었다. 맥주는 첫 기내식에 같이 먹었는데, 왠지 몸이 안 받는 거 같아 더 마시지 않다가 간식에 새우깡이 있길래 한 캔 더 달라고 해서 마셨다. 몸이 영 이상해 더이상 마시진 않았다. 원래 앉으려고 예약해뒀던 자리는 옆자리 할머니가 간곡하게 부탁하시는 바람에 바꿔주었다. 바꾼 자리도 나쁘진 않았지만, 예약자리가 좀더 좋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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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출발여행을가다 2017. 6. 21. 13:10
기억에 남는 여행은 언제나 실패하는 에피소드들이 있었다. 비행기를 놓치기도 했고, 소매치기를 당할 뻔 하기도 했고, 계획했던 곳을 못가기도 했다. 그렇지만 좋았다. 그래서 더 좋았다. 그러므로 나는 이번 여행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기로 한다. 다만 모든 것을 잃게 되는 에피소드만 일어나지 않기를. 이번 여행을 생각하면서 어떤 이미지들이 떠올랐는데, 처음은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주인공이 긴긴 여행을 떠나게 된 순간 그에 손에 들린 게 책 한 권과 기차표 하나였다는 것. 두번째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인천까지 오는 비행기에서 작은 등 하나 켜두고 두꺼운 책을 긴 비행 내내 읽던 서양인 청년. 세번째는 리스본 테주강에서 이어폰을 끼고서 미동도 하지 않고 강을 바라보던 동양의 여자아이. 가서 쓰라고 차장님이 주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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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의 홋카이도를 떠나며여행을가다 2016. 12. 27. 21:56
삿포로를 떠나는 날. 이른 오후 비행기라 늑장을 부렸다. 좀더 일찍 나왔으면 좋았을 걸. 돗자리를 챙기고 편의점에 들러 도시락과 아침 맥주를 샀다. 숙소 앞에 큰 공원이 있었다. 숙소에 처음 도착했을 때 반나절 정도는 공원을 둘러보자고 계획했지만, 어느새 마지막 날. 이번 여행에서 못 한 것은 다음 여행 때 하기로 한다. 호수가 보이는 잔디밭 그늘에 돗자리를 깔았다. 도시락을 꺼냈고, 맥주캔을 땄다. 그야말로 모닝맥주. 도시락도 맥주도 맛있었다. 아침이라 한산한 공원 분위기도 좋았다. 이따금 개와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이 우리 앞을 지나갔다. 핸드폰을 켜고 최백호의 목소리로 부산에 가면을 들었다. 친구는 갑자기 짱구 춤을 출 수 있다며 호숫가 가까이로 가 생전 처음 보는 춤을 추어댔다. 나는 그걸 또 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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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의 홋카이도, 오타루의 낮과 밤여행을가다 2016. 12. 22. 22:48
오타루 가는 날 아침. 역시 따가운 햇볕이 비치고 (이때 고층예약 후회했다. 더 비쌌는데- 흑), 나갈 채비를 했다. 삿포로 역의 북적대는 카페에서 토스트 + 커피 모닝세트로 아침을 해결했다.친구는 배가 아파 혼자서. 데친(그렇겠지?) 베이컨도 좋더라. 오타루행 기차를 탔다.갈때는 느긋하게 지정석으로, 올때는 저렴하게 자유석으로 오기로 했다. 출발- 창밖을 구경하다보니, 얼마 안 가 바다가 나왔다. 와, 바다다. 오늘도 맑음- 간이 테이블을 내리고 구청사에서 산 엽서를 쓰다보니 어느새 오타루역 도착. 엽서를 마무리하고, 간이 테이블을 올리고 기차에서 내렸다. 관광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역사에서 친구랑 번갈아가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오타루에서는 떨어져서 다니기로 했다. 어제 많이 걸은 탓에 친구 다리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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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의 삿포로, 둘째날 밤여행을가다 2016. 12. 15. 23:38
삿포로 맥주축제에 왔다. 으아 진짜로 이곳에 오게 되다니. 친구의 휴가 날짜는 팔월 중순으로 정해져 있었고, 날짜에 맞춰 여행지를 정했다. 삿포로로 온 것은 맥주축제가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때마침 맥주축제라니, 완전 우리를 위한 축제인 것이다. 삿포로역에서 행사장인 오도리 공원으로 걸어가는데 두근두근했다. 둘이서 완전 들떠 있었다. 오전에 텅비어 있었던 행사장이 꽉 차 있는 게 멀리서도 보였다. 가자! 축제의 현장으로- 우우. 첫번째, 삿포로 부스. 이른 시간이었는데 벌써 만원이었다. 자리가 없다, 친구야. 자리가 없어도 신난다. 이 많은 사람들이 모두들 맥주를 마시고 있구나. 결국 자리를 찾지 못한 우리는 서서 마십니다. 짠- 구석 테이블에서 나란히 서서 천씨씨 맥주를 홀짝홀짝 마시는데, 너무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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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의 삿포로, 둘째날 오후여행을가다 2016. 12. 14. 22:45
홋카이도 대학에 갔다.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라는 말로 유명한 윌리엄 클라크 박사를 초빙한 대학. 역에서 좀 걸어야 한다기에, 이미 너무 많이 걸었기에 갈까말까 망설였는데 가길 잘했다. 걸어보니 그리 멀지 않았고, 학교 건물과 나무들 뿐이었는데, 그게 좋았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캔맥주를 샀다. 교내에서 마셔도 될지 모르겠지만 나무들 사이에 돗자리를 깔아놓고 한 캔하면 좋을 것 같아서 일단 샀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잎이 무성한 나무들이 훅하고 시야에 들어왔다. 화장실이 급해 건물 안으로 들어갔는데, 건물 안이 고요했다. 유명한 플라타너스 길을 보기 위해 걸어가다, 학교 식당 건물이 있길래 들어가서 메뉴 구경을 하고 나왔다. 배가 부르지 않았더라면 먹어보는 건데. 에 나왔던 전갱이 튀김이 반찬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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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의 삿포로, 둘째날 오전여행을가다 2016. 12. 13. 22:40
둘째날은 삿포로 시내를 쉬엄쉬엄 돌아보기로 했으나, 이동할 때 왠만한 거리는 걷기를 원했던, 그리고 그에 걸맞게 길을 참으로 잘 찾았던 친구 덕에 엄청 걸었다. 정오가 되자 우리가 벌써 엄청나게 걸었다는 게 다리를 통해 느껴질 정도로 아침부터 잘도 걸었다. 그리하여 2016년 여름 삿포로는 다리의 기억. 아침. 고층이라 햇빛이 엄청나게 쏟아져 들어오더라. 야경을 본다고 커튼을 치지 않고 잤는데, 해가 뜨면서 온몸이 뜨거워지면서 깼다. 물론 내가 깬 게 아니라, 친구가. 나란 인간은 어떤 환경에서든 잘 자는 인간. 안쪽 침대에 잤던 친구가 창가로 와서 커튼을 치고 다시 잤다. 하루를 시작해봅니다. 걷다 보니 친구가 가고 싶어했던 거리가 나왔다. 이렇게 가까이 있었다니. 물론 친구는 밤의 거리를 원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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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원주와 홍천, 춘천 사이여행을가다 2014. 9. 18. 20:26
한달에 한번씩 지금까지 해보지 못했던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을까. 그렇게 해보자, 라고 다짐했다. 그렇다면 8월에 내가 한 일은 홍천의 오션월드에 간 일. 물놀이를 좋아하지 않는 내가, 그래서 여름의 제주에서도 한번도 바다에 들어가지 않았던 내가, 이번 여행에서도 다들 물놀이 하는 동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겠노라 선언했던 내가, 물놀이를 한 것. 야외의 유수풀에서 튜브를 타고 파도를 즐겼다. 처음에는 무서웠는데, 도넛 모양의 풀장 어디서든 발이 바닥에 닿는 것을 확인하고는 파도를 찾아 다녔다. 물 위를 둥둥 떠다니며 해가 지는 하늘을 올려다 본 것도 8월에 한 일. 안으로 갈수록 발이 점점 닿지 않았던 파도풀에도 도전했지만, 무서워서 얼마 못 있었다. 그러고 보면, 여행을 떠나면 되겠구나. 그러면 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