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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0

Hoegaarden 가는 곳마다 호가든이 따라 붙었다. 마트에선 한 여자가 '여긴 호가든 없나요?' 라고 외쳤고 요조의 글에선 '젤리가 들어있는 것 같은 맛있는 호가든' 이라고 나를 약올렸다. 검색창에 호가든을 쳤다. 다들 이 맥주가 얼마나 맛있는 가를 경쟁하듯 자랑하고 있었다. 벨기에 맥주. 나는 세계 지도에서 벨기에를 찾았다. 너무 작아 내 삼성 지능업 세계 지도에선 특산물도 표시되어 있지 않은 나라. 고 작은 나라를 엄지 손가락으로 꾹 누르고선 그래, 호가든을 사러 가자, 며 이마트로 향했다. 누군가가 자기는 이 맥주만 마신다고 칭찬했던 레페 브라운도 벨기에 맥주였다. 큰 카스 맥주 세 병 살 돈으로 작은 벨기에 맥주 두 병을 사곤 룰루랄라 돌아왔다. 흠. 호가든은 가볍고 달큰했다. 혀 끝에서 부드러운 벨기에 맛이 났.. 2008. 4. 4.
그러니까 언니 말은 나는 목련꽃이 너무 예뻐 꽃이고 싶어요, 라고 말했다. 언니는 한참 있다 자지러지게 웃으며 나는 니가 꽃 사고 싶어요, 라고 말하는 줄 알았어, 한다. 그러니까 언니 말은 너는 꽃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나는 빨강머리앤 DVD를 어떻게 사게 되었는지 말했다. 너무 비싸서 남자친구 생기면 사 달라고 할 작정이였는데 그냥 사 버렸어요. 언니는 잘 했어, 언제 생길지도 모르잖아, 한다. 그러니까 언니 말은 당분간 니가 남자친구 생길 일은 결코 없다는 뜻이다. 2008. 4. 3.
홍대 비닐 어느날 동생이 을 당장 사야겠다고 했다. 지금 사면 DVD도 같이 준대. 며칠 후 빳빳한 종이의 새 책을 받아든 동생은 좋아라 야금야금 아끼며 카오산 로드의 사람들을 만났다. 언니. 그거 아나? 카오산 로드에는 여행자들이 많아서 비닐 같은 데에 칵테일을 넣고 빨대 꽂아서 파는 데가 있단다. 가격도 싸고. 사람들이 길거리 돌아다니면서 마신다네. 태국에서 칵테일 향을 담은 바람이 몰려오는 것 같았다. 그런 천국이 있단 말이야? 걸어다니면서 마시는 달짝지근한 알코올의 맛은 어떨까. 이국적인 거리 위에서 커다란 배낭을 맨 채 살짝 취해가는 어느 저녁은 얼마나 황홀할까. 그리고 홍대에서 '비닐'을 발견했다. 지난 여름, 꼭 비닐에서 칵테일을 테이크 아웃해서 홍대거리를 돌아다녀야지, 생각했었는데 늘 음악이 너무 좋.. 2008. 3. 13.
장진 감독님 - 결혼이라는 사회가 아주 오랫동안 만들어준 제도 안에 제가 들어갔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너무 결혼이 하고 싶어가지구요. 아직까지는 되게 좋구요. 결혼을 한 것 때문에, 가정이 생긴 것 때문에 작품이 순해지거나 아니면 뭔가 작가로써 해야할 치열함이 사라질 것 같지는 않더라구요. 제가 원래 저번 달에 독자들과 만나는 시간이 있었는데 드라마틱하게 그 날 바로 전 날 저희 아버님이 돌아가셨어요. 생각보다 좀 일찍 돌아가셨는데. 그리고 한 달 있다가, 한 이주일 전에 제가 아이를 낳았어요. 짧은 기간동안에 결혼도 하고, 제 인생에 어떤 아주 큰 교훈을 차지하셨던 분이 돌아가시고, 도저히 생길 것 같지 않았던 아이가 생기고. 저도 지금 약간 혼란스럽거든요. 혼란스러운데 근데 그건 있는 것 같아요. 좋은 작품은.. 2008. 3. 6.
새싹 봄이 왔다. 창문을 활짝 열어둬야지. 모두들 이렇게 노력하고 있으니 나도 분발해야지. 힘을 내자. :) 고 했는데 눈이 오네. 3월의 함박눈. 그리고 거짓말같이 그쳤다. 2008. 3. 4.
아차산, 용마산 등반 일요일. 아차산에 올랐다가 용마산을 거쳐 내려왔다. 아차산은 오르기 쉬웠는데, 용마산은 초행길이라 하산길을 잘못 선택한 탓에 고생했다. 넘어지고 미끄러지는 위기까지. 진땀 꽤나 흘렸다. 그야말로 바위산.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폴짝 폴짝 잘도 오르 내리시는데, 젊은 우리들이 끙끙대는 모습이란. 앞으로 등산화 준비하고 자주 올라야겠다. 힘들었지만 건강해지는 기운을 팍팍 받았다. 우리는 어제 많이도 내려다봤다. 구리시도 내려다보고, 광진구도 내려다보고. 강도 내려다보고, 아파트도 내려다보고. 그렇게 내려다보니 속이 시원해지더라. 아, 청설모도 봤다. 나무 위에서 잘도 재주를 부리던 녀석. 토토로를 닮았다며 귀여워해줬더니 우리 위 나무들을 타고 넘어가 자신이 얼마나 귀여운지 증명해줬다. 도시 가까이 있는 산이라.. 2008. 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