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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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알약 - 거리에서 흰 코뿔소와 마주칠 확률서재를쌓다 2008. 1. 13. 02:29
푸른알약 프레데릭 페테르스 지음, 유영 옮김/세미콜론 꽤 오래되었어요. 을 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거요. 'TV, 책을 말하다'에 한창 빠져있던 때 소개되었던 만화책이였어요. 실제 작가 자신의 경험이 고스란히 들어간 작품이여서 충격적이었고 유럽에서 인기도 꽤 끌었다고 해요. 내용이 에이즈에 걸린 여자와 사랑에 빠진 이야기거든요. 여자의 전 남편 사이에 태어난 아이도 에이즈에 걸렸구요. 그러니까 '어느 날 사랑에 빠졌는데 그녀와 그녀의 아이가 에이즈라고 한다. 그런 하찮은 에이즈따위는 우리 사랑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못한다. 이렇게 견고한 우리들의 사랑을 보라.' 이런 내용은 절대 아니구요. 작가임이 분명한 이 만화책 속의 주인공 남자는 자신이 사랑에 빠진 여자가 에이즈라는 사실을 알고 주위가 깜깜해지면서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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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없는 사람 - 커트 보네거트, 당신을 이제서야 만납니다.서재를쌓다 2008. 1. 8. 18:35
나라 없는 사람 커트 보네거트 지음, 김한영 옮김/문학동네 커트 보네거트. 소설은 아니지만 그의 이름으로 된 책 읽은 것은 이번에 처음입니다. 워낙에 유명하신 분이니 여기저기서 이름을 들었고 언젠가 읽어야지, 내내 생각만 하고 있었어요. 을 읽는데 첫 수필이 익숙하다 생각이 들었는데, 기억을 더듬어 보니 이라는 잡지에서 그의 죽음을 기리면서 단행본으로 출간하기에 앞서 수필 한 편을 소개했던 것을 읽었던 기억이 있었어요.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내가 2008년 첫 책으로 이 책을 읽게 된 건 정말 잘 된 일이다, 이제 좋은 책들만 읽게 되는 한 해만 읽게 될 계시인 것이다, 라고 생각을 했을 정도로 짧지만 강한 책이였어요. 우선 김애란 작가 이야기예요. 지난 해 낭독회에서 어떤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김애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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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즐링 주식회사 - 기차가 길을 잃어버릴 때극장에가다 2007. 12. 28. 16:26
이 영화를 봐야겠다고 생각한 첫 번째 이유는 자주 가는 say"bonvoyage".com의 이우일 님의 짧은 글 때문이였어요. 아마존을 통해서 구입하신 듯한 의 OST 사진 밑에 이런 멘트가 있었죠. "영화를 안 보고 ost만 사서 들어도 실패할 리가 없다. wes anderson의 영화 음악은. 별 다섯."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자주 가는 신어지님의 블로그 메인 사진이 의 포스터라는 걸 알아차린 후였어요. 아는만큼 보인다고 바뀐 메인 사진이 이 영화 포스터인 줄 모르고 있었거든요. 기대되는 개봉예정영화 포스터를 걸어놓으시는 것 같아서 분명 괜찮은 영화겠구나 생각을 한거죠. 그러고도 냉큼 개봉하자마자 보러 가지도 않았어요. 이제 곧 끝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던 저번주 토요일 날 혼자 어슬렁 어슬렁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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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뜨거운 순간 - 그러니까 우리의 스무 살 이야기극장에가다 2007. 12. 28. 13:21
전체적으로 과잉되어 있어요. 제목도 그렇고, 감정들도 넘쳐나죠. 하지만 그렇지 않고서야 우리의 스무살의 사랑을 이야기할 수 있나요? 그토록 뜨거웠던 순간을요. '에단 호크'스러운. 딱 '에단 호크'스러운 영화인 것 같아요. 우리가 기억하고 좋아하는 그의 모습은 영화 와 속의 모습들이잖아요. 젊고, 반항적이고, 타협하지 않으며, 사랑을 노래하는 촉촉한 눈을 가진 휘청휘청 위태로운 모습. 다른 많은 영화들 속의 그는 그렇게 오래 기억에 남지 않았어요. 에서 에단 호크는 스무살 윌리엄의 아버지로 등장하는데, 아무리 그가 나이가 들어다지만, 아무리 그의 주름살이 흠뿍 패였다지만, 아무리 극 중에서 어린 나이에 사고를 쳐 윌리엄이 태어났자지만 그는 겨우 삼촌정도밖에 느껴지지 않았다구요. 찾아보니 주인공 윌리엄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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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후아유 - 완벽한 추도사를 위한 고군분투극장에가다 2007. 12. 27. 17:24
콩가루 집안 이야기는 거의 대부분 유쾌하고 따뜻한 것 같아요. 도 그랬고, 도 그랬었고, 도 그랬고, 얼마 전에 본 도 그랬어요. 그리고 이 영화 까지요. 장례식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전혀 슬프거나 무거운 영화가 아니예요. 장례식을 이유로 모여든 각기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웃지 못할 사건들로 인해 서로 얽히면서 사소하지만 진정한 마음을 생각하게 되는 영화예요. 그렇다고 너무 가벼운 영화도 아니구요. 한참을 웃고 즐기다보면 아, 그래 역시 가족이 있었지, 라는 소소한 따뜻함을 느끼지는 영화예요. 다른 콩가루 집안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이 그랬듯이요. 꽤 많은 인물들이 등장을 해요. 형만큼 유명한 소설을 쓰고 싶어하는 소심한 다니엘 (어디서 봤나 했더니 의 다알시였군요), 비행기는 1등급으로 꼭 타야하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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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 당신의 그 촉촉함 때문에서재를쌓다 2007. 12. 27. 10:33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김연수 지음/문학동네 을 읽고 그의 작품들을 거꾸로 읽어나가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도 천천히 다시 읽고. 그럴려면 2005년에 출간된 를 먼저 읽었어야 했는데 그보다 3년 전에 출간된 를 먼저 읽었어요. 순전히 '7번 국도'라는 닉네임을 쓰신 분이 달아주신 댓글 때문에요. '는 단편집이지만 눈물 펑펑 쏟으며 읽었던 기억이...' 이 댓글이요. 예전에 곡예사님이 를 추천해주시면서 '울어버릴 지도 몰라요' 라는 문장 하나에 어떻게든 그 책을 빌려보려고 애썼던 것처럼 저는 '눈물이 날지도 모르는' 소설에 맥을 못 추리는 것 같아요. 네. 그리하여 를 읽었고, 7번 국도님이 쓴 댓글처럼 저도 울어버렸어요. 좋더라구요. 정말. 어제 지하철에서 마지막 장까지 읽을 수 있었는데 일부러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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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크리스마스에도 변함없이 '나홀로 집에' 즐기기극장에가다 2007. 12. 25. 19:54
올해도 어김없이 를 봅니다. 크리스마스에 때마침 감기에 걸려주는 덕분에 밖에 나갈 생각도 못하고 하루종일 방콕했습니다. 조용한 크리스마스를 보내자, 오늘은 그냥 지나가는 날들 중 하루일 뿐이라고 애써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니까 뭔가 '크리스마스'스러운 일 하나쯤은 해야한다고 생각을 했고 동생과 함께 TV앞에 앉아 올해도 어김없이 를 봤습니다. 이제는 너무 많이 봐서 장면들을 다 외워버린 이 영화. 저희 집은 이 영화때문에 치즈 피자를 시켜먹기 시작했습니다. 전에는 자고로 피자란 토핑이 듬뿍듬뿍 얹어진 피자가 최고,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언젠가 다같이 를 보다가 우리도 케빈이 저렇게 열광하는 치즈만 달랑 얹어진 피자를 시켜먹어보자,라고 합의를 보고 시켜 먹어봤는데 의외로 그리 느끼하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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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쇼 -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내는 퀴즈쇼서재를쌓다 2007. 12. 20. 14:00
퀴즈쇼 김영하 지음/문학동네 어디선가 이런 글귀를 봤어요. 너희 20대들, 지금 잘 해나가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는. 그래서 를 쓰게 되었다는 작가님의 글이요. 그래서 출간하자마자 단번에 주문했습니다. 을 읽으면서 소설이 나랑 맞지 않는 것 같은 삐그덕거리는 소리를 들었지만, 그의 이전 소설들은 충분히 좋았으므로 새 소설을 읽는데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좀 아껴서 뒤에 읽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다른 책들이 밀려있어서 낭독회를 다녀온 뒤에 읽게 됐어요. 낭독회에 같이 간 친구는 20대에게 위로가 되는 책, 이라는 것에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적어도 자신에게는 그렇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읽고 있는 중간에 친구에게 무척 재미있다, 고 이야기했습니다. 정말 그랬어요. 꽤 두꺼운 분량인데도 책장이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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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블루스 - 저는 그냥 여기서 내려주세요극장에가다 2007. 12. 18. 14:59
TVN에서 하는 택시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이영자와 김창렬이 번갈아가면서 택시 운전을 하고 손님을 태우고 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인데요. 많이 보지는 않았는데요. 보면 간혹 지나가던 진짜 손님을 태워 주기도 하는데, 주로 초대된 연예인들을 태우고 근황들을 물으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택시 안의 토크쇼 형식의 프로그램이예요. 이 프로그램이 좋았던 건 어느 날의 기억 때문이였어요. 좋은 사람들이랑 오래간만에 얼큰하게 술 한잔을 하고 지하철이고 버스고 다 끊겨서 택시를 잡아 탔던 밤이였는데요. 택시 안에 라디오가 흘러나왔어요. DJ 목소리가 익숙했는데 누군지는 확실히 모르겠어요. 조금 나이가 있으신 분이셨는데요. 멘트가 멋졌어요. 어떤 노부부가 저녁 모임을 위해서 한껏 차려입고 나가려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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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에 걸린 사랑 - '영원히 행복하게'를 믿나요?극장에가다 2007. 12. 18. 12:33
이 영화는 만약이라는 가정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만약 맑고 아름다운 동화 속 공주님이 메마르고 삭막한 지금의 시대로 보내진다면 어떻게 될까? 그래도 '영원히 행복하게'의 해피엔딩일까? 영화는 우리에게 익숙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아름다운 공주가 숲 속에 살고 있습니다. 숲 속 동물들의 도움을 받아 청소를 하고, 음식을 만들고, 바느질을 합니다. 그리고 라라라라- 노래를 흥얼거리며 운명의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려요. 첫 눈에 반할, 내 노래를 듣고 화음을 맞춰줄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의 나의 왕자님이요. 그리고 동화 속에서는 왕자님은 꼭 갑자기, 우연히 나타나잖아요. 왕자님은 공주님의 노래 소리를 듣고 한 걸음에 달려오고 멍청한 괴물을 물리치고 나무 끝에 매달려 있다 떨어진 공주를 무사히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