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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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노이드 파크 - 아직 준비가 안 된 성장통극장에가다 2007. 12. 14. 18:30
아직 준비가 안 됐어. 거길 준비하고 오는 사람은 없어. 알렉스에게 친구는 에 가자고 합니다. 자유롭지만 위험한, 짜릿하지만 불법인 공간.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사람들에게는 천국인 그 곳. 파라노이드 파크. 알렉스는 거기에 가기에는 자신이 아직 준비가 되지 않다고 말합니다. 울퉁불퉁한 그 곳을 엄청난 속도로 달리고 점프해대며 누구도 맛 보지 못할 쾌감을 전해주지만 그만큼 다칠 각오를 해야 하는 곳. 파라노이드 파크. 친구가 말합니다. 거길 준비하고 오는 사람은 없어. 알렉스는 그 곳에 뛰어듭니다. 누구도 엄청난 속도를 달리는 나를 잡아줄 사람이 없는 곳, 넘어져도 뼈가 으스려져도 모두 내 잘못인 곳. 왼쪽, 오른쪽 시계추처럼 왔다갔다 보드를 타다보면 제자리로 돌아올 줄 알았는데 쉽게 멈출 수 없는 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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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복희씨 - 누가 이런 이야기를 해 주겠어요?서재를쌓다 2007. 12. 10. 17:19
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지음/문학과지성사 몇 해 전에 을 읽었습니다. 그 소설을 무척이나 좋아해서 누군가가 함께 읽었으면 하고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마침 명절이 다가왔고, 숙모라면 이 소설을 함께 읽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었어요. 할머니댁 에 내려가기 전에 한 권을 구입했어요. 그리고는 책의 앞 부분에 뭐라고 작게 끄적거렸던 기억도 있어요. 읽고 너무 좋아서 숙모 생각이 났다느니, 항상 고맙다느니 그런 식의 짧은 편지였을 거예요. 그리고는 잠이 들려고 하는 숙모 곁에 마치 고백을 하는 소녀처럼 떨리는 손으로 놓고 나가려는데, 잠에서 깬 숙모가 뭐냐고 물으셨어요. 저는 그냥 선물이예요,라며 고백 뒤 대답을 듣지도 않고 도망가는 소년처럼 방문을 닫고 냉큼 나와버렸어요. 숙모가 그 책을 읽으셨는지, 읽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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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틱붐 - 서른 살 케익의 촛불을 끄는 순간무대를보다 2007. 12. 10. 02:43
지금부터 제가 할 이야기는 저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이기도 해요. 그러니까 우리들의 이야기인 셈이죠. 서른이 아직 먼 당신이, 서른을 코 앞에 둔 당신이, 그리고 서른을 훌쩍 지나온 당신이 겪게 되거나, 겪고 있거나, 겪었던 이야기예요. 제 이름은 조나단이예요. 그냥 존이라고 불러줘요. 제가 지금 제일 두려운 게 뭔지 아세요? 틱틱, 붐. 째각째각, 쿵. 왜 이렇게 제 가슴이 초조하고 째각거리기만 하는지 아세요? 전 일주일 후면 서른이 됩니다. 그래요. 어쩌면 서른이라는 나이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단지 숫자 삼십에 불과한 것인지도 몰라요. 어릴 때는 꿈꿨죠. 내 나이 서른이 되면, 근사한 곡들을 많이 만들어 놓고, 그렇게 동경하는 브로드웨이 무대 위에 내 작품을 올리고, 많은 사람들이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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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 - 시계추로부터 시작된 사랑과 싸움극장에가다 2007. 12. 8. 13:51
가끔 길을 가다보면 우두커니 서 있는 남녀를 발견하곤 해요. 왜 저렇게 가만히 마주보고 서 있나 유심히 쳐다보면 두 사람은 서로를 잔뜩 짜증나는 얼굴로 마주선 채 시선을 돌려 외면하고 있거나, 너보다 짜증나는 사람은 내가 세상 살면서 본 적이 없다는 투로 매섭게 서로를 째려보고 있어요. 이런 이들은 누구봐도 연인임이 분명해요. 싸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거죠. 그런데 왜 하필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오가는 한 가운데에서, 지하철 입구나 거리 한복판에서 꼭 그러고 있냐는 거죠. 지나가면서 사람들이 대놓고 힐끔거리면서 쳐다보는 게 그들에게는 전혀 보이지 않는 거예요. 사랑에 빠진 순간도 그러하듯 그렇게 서로에게 화를 낼 때도 다른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고, 오직 나의 연인만 보이는 거죠. 모든 세상이 우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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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 나의 절망을 받아주렴서재를쌓다 2007. 12. 1. 17:00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문학동네 온전한 김연수를 읽은 것이 이번이 처음입니다. 단편 한 두 편을 읽었고, 동생이 도서관에서 빌려온 청춘의 문장들은 동생이 읽지 않을 때 틈틈이 훔쳐봤는데 다 읽기도 전에 반납되었구요. 그러니까 온전한 김연수 작가님의 장편을 읽은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김연수 작가님의 책은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는데, 쉽지는 않은 것이 확실한 것 같습니다. 그저 한 문장, 한 문장을 읽어내려가기만 하면 되는 글은 아니였어요. 한 문장을 읽고 조금 쉬고, 한 문단을 끝내고 머릿속의 생각들을 정리하게 되는 시간들이 많았어요. 우선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 뭔가 저를 포근하게 보듬어주는 제목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첫 장의 메리 올리버의 기러기라는 시도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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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클레이튼 - 라스트 씬의 조지 클루니극장에가다 2007. 11. 29. 13:48
이 영화의 러닝타임이 2시간이니까 정확하진 않지만 30여분이 지나면서 두 명의 관객이 일어서서 극장을 나갔습니다. 앞쪽에 앉은 사람들이라 나가는 걸 또렷히 볼 수 있었어요. 그들을 보고 용기를 얻었는지 갑자기 몇 몇의 관객들이 더 일어나 극장문을 열고 유유히 사라졌어요. 아, 이건 시사회였기때문에 가능한 일이였어요. 돈 내고 들어온 관객들이라면 중간에 나갈 일은 없었겠죠. 겨우 30분 보구요. 그 때까지만 해도 저는 그들을 이해했어요. 처음부터 알 수 없는 고백조의 나래이션으로 시작되서 등장인물의 얼굴도 헷갈리고 배역의 이름도 헷갈리고 있는데 끊임없이 알 수 없는 대사들이 이어지는 거예요. 마이클 클레이튼으로 나오는 조지 클루니의 아들이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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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뷰티풀 게임 - 아름다웠던 그 시절을 추억하며무대를보다 2007. 11. 29. 10:49
여기 한 때 초록빛 그라운드 곳곳을 누비며 최고의 팀이였던 아일랜드의 벨파스트 축구팀이 있습니다. 그들은 한 때 최고의 팀이였어요. 각자 살아온 환경도 생각하는 가치관도 달랐지만 이들은 온전히 축구 아래에서 하나가 될 수 있었어요. 오직 달리는 것, 내 곁에 패스를 해 줄 니가 있다는 것, 너의 패스를 잡아 골을 넣을 수 있는 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시절이였지요. 우선 선수들을 소개할께요. 우선 벨파스트의 주장 존이예요. 존은 정말 축구밖에 모르는 순진한 아이예요. 이 세상은 모두 축구에 의해서 돌아가는 줄 아는 녀석이예요. 그래서 사랑에도 쑥맥인 녀석이예요. 여자친구는 늘 존에게 축구보다 자신을 더 사랑해달라고 하지만 사실 여자친구도 그라운드 위에서의 존을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해요. 순진하고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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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 사색빙수 한 그릇 드실래요?극장에가다 2007. 11. 27. 11:19
여행지 한 곳을 추천할께요. 일본 남쪽 바닷가의 작은 민박집이 있어요. 이름은 하마다. 아주 작은 간판만 붙여져 있으니 찾아가실 때 주의하셔야 해요. 공항에서 민박집까지 찾아가기 힘들지도 몰라요. 민박집 아저씨가 올려놓은 지도는 형편 없거든요. 쭉 가다가 이쯤에서 나와야하는데 슬슬 불안해지는 지점에서 80M 더 가서 오른쪽, 이런 식의 지도예요. 이 따위의 지도를 가지고 하마다 민박집을 헤매지 않고 잘 찾아왔다면 당신은 여기에 머물 재능이 충분히 있는 거예요. 이 곳에 올 때 주의사항이 있어요. 이 곳은 복작복작한 바닷가 관광지가 아니예요. 이를테면 사색을 위한 여행지죠. 그러니까 큰 짐은 필요없어요. 아주 간단한 손가방 하나만 들고 오세요. 한번 이상 손님에게 권하지 않는 조금은 무신경한 유지아저씨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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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거스트 러쉬 - 올해 본 음악영화 중 제일 별로였던극장에가다 2007. 11. 21. 20:28
가을 들어서 까지 음악영화를 세 편 봤어요. 와 와 . 는 아직까지 롱런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더라구요. 가을 초입에 봤었는데, 혼자서 극장에서 보기에 좋은 영화인 것 같아요. 제 주위 분들도 거의 혼자서 봤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면 꼭 OST를 이어폰으로 듣고 싶은 영화예요. 는 에디트 삐아프의 전기 영화였는데, 그녀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는데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구요. 배우의 연기도 좋았고, 영화 속에서 들어왔던 삐아프의 음악들을 그녀의 평탄치 않았던 생애에 푹 젖어서 들으니 벅찬 감동이 몰려오던 그런 영화였어요. 역시 영화를 보고 그녀의 음악들을 찾아서 들으면서 그 날의 감동을 되새겼어요. 가 제일 별로였네요. 기사를 보니까 음악영화의 이유있는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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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리베이비 - 세상을 향한 그녀의 서툰 발걸음극장에가다 2007. 11. 21. 12:30
셰리는 마약을 사기 위해 돈을 훔치다가 잡혀서 감옥생활을 해요. 그리고 가석방되어서 겪는 힘든 일상과 지친 마음을 담은 영화예요. 그녀에게는 알렉시스라는 딸이 있구요. 딸은 오빠네가 맡아서 키워주고 있어요. 가장 마음에 들었던 스틸 사진이 있었는데, 셰리가 버스 창가에 얼굴을 대고 비내리는 창밖을 기분 좋게 바라보는 사진이요. 영화는 이 장면에서부터 시작해요. 가석방이 된 셰리가 버스 안에서 커다란 헤드셋을 꺼내 음악을 들으며 촉촉해진 창 밖의 풍경에 미소짓는 장면에서요. 셰리는 이제 모든 게 다 잘 될거다, 다시 태어나서 열심히 살아볼거다, 이제는 정말 좋은 엄마가 되어볼거다, 라며 미소를 지었지만 살아간다는 것은 그녀의 어둡고 짙은 눈화장처럼 쉽지가 않아요. 이 영화의 제목인 셰리베이비는 두 가지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