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웨스트 32번가 - 진실과 거짓을 섞어 마시는 그 곳극장에가다 2007. 11. 20. 13:29
의 크레딧이 모조리 다 올라가고 나면 'In memory Michael Kang'이라는 자막이 잠깐동안 뜹니다. 그 밑으로 언제부터 언제까지라는 날짜도 함께요. 찾아보니 실제로 거짓 자백을 한 어떤 사건에 영감을 얻어 감독이 이야기를 붙여 만든 영화라고 하네요. 는 제목 그대로 웨스트 32번가의 한인 사회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예요. 한인타운의 한 룸싸롱의 영업이사인 전진호(정준호 역)가 총에 맞아 살해당하고, 변호사 존 킴(존 조 역)은 자신의 출세를 위해서 한 한국계 소년이 연관되어 있는 사건을 맡아 무죄를 입증시키려고 하고, 그 사건이 전진호의 뒤를 이은 마이크(김준성 역)와 연관이 되어 있어요. 존과 마이크는 같은 한국계라는, 그리고 한 사건의 진실에 대해 알아야 하고, 알고 있는 사이로 점점 자주 ..
-
이브닝 - 너무 달콤하기만 한극장에가다 2007. 11. 19. 04:06
극 중 클레어 데인즈의 딸인 토니 콜레트가 말해요. 물론 클레어 데인즈는 주인공 앤의 젊은 시절로 출연한 거예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딸인 토니 콜레트가 말해요. 그녀는 아이를 가지자는 애인의 프로포즈를 듣고 있는 중이였어요. 정확하게 생각나진 않지만 꽤 고전적이지만 그런대로 근사했던 말들이였던 것 같아요. 토니 콜레트가 말하죠. 아, 너무 달콤해. 그러자 애인이 화를 내요. 그저 달콤하기만 한거냐면서, 너는 늘 이런 식이라면서. 토니 콜레트의 대사는 영화 을 대신해서 설명해주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명료한 문장이예요. 이 영화는 너무 달콤하기만 해요. 제가 이 영화를 얼마나 기대했는지 몰라요. 좋아하는 여자 배우들이 총 등장하고 가을에 사랑이야기라니. 예고편 속 분위기는 정말 근사했..
-
혀 - 죽이고 싶을만큼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줄게서재를쌓다 2007. 11. 17. 12:54
혀 조경란 지음/문학동네 지난 낭독회에 갔을 때 표지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어요. 낭독회에 참석했던 어떤 분이 표지가 참 마음에 듣다고 하셨어요. 연주빛이며 보라빛들도 마음에 들고 그림도 마음에 든다고 하셨어요. 제목과 달리 익살스런 그림이라면서요. 그러자 조경란 작가님께서 아, 그렇게 느끼셨나요, 저는 이 눈을 보고 너무 슬퍼보였는데, 라고 나즈막하게 말씀을 하셨어요. 저도 이 표지가 정말 마음에 들어요. 요즘 읽을 때 불편한 띠지가 많은데 이 책은 띠지인 것 같은데 하나의 표지가 접힌 거예요. 그래서 접혀있는 표지종이를 쫙 펼치면 예상외의 그림이 펼쳐져요. 꼭 껴안고 있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뜨거운 스튜 냄비 안에서 펄펄 뜨겁게 달구워지고 있고 슬픈 눈을 한 요리사는 마지막 향신료를 넣는 거예요. 코..
-
라비앙 로즈 - 난 아무 것도 후회하지 않아요극장에가다 2007. 11. 14. 13:23
는 두 가지를 위한 영화예요. 에디트 삐아르의 명곡 'Non, Je Ne Regrette Rien'과 영화 속에서 에디트를 연기한 배우 마리온 꼬띨라르요. 저는 정말 두 가지에서 소름이 바짝 돋아서 영화를 보는데 자꾸 눈물이 쏟아졌어요. 우선 영화 는 에디트의 명곡 'Non, Je Ne Regrette Rien' 이 곡을 위해서 존재하는 영화예요. 영화의 마지막에 에디트는 도저히 몸 상태가 악화되어 무대에 오르지 못할 지경이 되어서도 이 노래를 부르기 위해, 관객들의 환호성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오직 노래를 하기 위해 무대 위에 섭니다. 그리고 이 노래를 불러요. 나는 아무 것도 후회하지 않는다면서요. 정말 과거의 아무 것도 후회하지 않는다면서요. 다시 시작할 거라면서요. 당신과 함께라면요. 에..
-
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 - 잘 있나요, 훌리아 식구들서재를쌓다 2007. 11. 13. 01:32
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 1,2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 황보석 옮김 / 문학동네 제가 를 읽은 건 순전히 곡예사님 때문이예요. '울지도 몰라요' 요 한 문장때문이였죠. 요절복통으로 웃기다가 마지막에 더욱 쓸쓸해진다는 강추 멘트때문이였어요. 그리고 정말 곡예사님 말처럼 읽는 내내 히죽거리다가 마지막에 정말로 쓸쓸해져버렸어요. 울지는 않았지만요. 예전에 하루종일 영화를 본 적이 있어요. 극장에서요. 시네큐브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특집으로 하루종일 좋은 애니메이션을 상영하던 날이 있었는데 상영작 모두 보고 싶어서 다 예매를 해 버렸어요. 다행히 쉬는 틈이 길어서 중간중간에 나와서 커피도 마실 수 있었고 밥도 먹을 수 있었어요. 그렇게 하루종일 조그맣고 어두운 극장에서 앉아서 이웃집 토토로며 원령공주며 ..
-
로스트 라이언즈 -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레드포드의 메세지극장에가다 2007. 11. 12. 14:04
변명을 하자면 이래요. 그 날은 평소와 다르게 불편한 구두를 신고 많이 걸어다녔고, 지나치게 많이 먹었어요. 그리고 커피 한 잔을 깔끔하게 마시고 를 보러 들어갔어요. 그리고 구차하게 변명을 또 하자면 예전에 극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어서 저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다가 자버리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요. 참 이런 소리까지 하다니. 그 때는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매일 한 편씩 영화를 봤는데 보다가 너무 졸릴 때가 있었어요. 영화의 좋고 나쁘고에 상관없이요. 그러면 아무 거부감없이 내일도 볼 수 있으니깐 그냥 조금 자자, 그러면서 자주 잤어요. 흠. 그래서요. 를 보다가 잤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메릴 스트립에 로버트 레드포드, 톰 크루즈를 앞에 두고 말이죠. 정치영화라는 건 알고 들어갔지만, 처음에 좀..
-
색, 계 - 뱀처럼 당신을 파고 들거예요극장에가다 2007. 11. 10. 19:08
이안 감독의 전작 만큼은 아니였어요. 격정적인 사랑의 절절함을 기대하고 갔었거든요. 그런 면에서는 이 사랑의 격정을 더 절절하게 표현했어요.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동성과의 긴 시간을 두고 이어지고 끊어지는 사랑이였잖아요.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의 음악이 더 시려 마음을 추스렸었는데, 이안 감독의 신작 는 보다 육체 관계에 있어서는 격정적이였지만 마음, 감성에 있어서는 절절해지는 순간 딱 끊거든요. 그래서 뭔가 아쉽고 안타깝고 이 이야기가 더 계속 되었으면 했어요. 양조위가 어루만지는 침대 위에서 일어나 막 부인, 아니 치아즈가 사라진 곳에서 한 방울 눈물을 흘려주었으면. 결국 가지지 못한 다이아 반지를 차가운 손가락 위에라도 끼워주었으면. 제멋대로 다음 이야기를 머릿 속으로 이어나가봤어요. 그 후에도 ..
-
더 버터플라이 - 겉멋만 잔뜩 부린 지루한 스릴러 영화극장에가다 2007. 11. 10. 15:54
에는 없는 것이 많습니다. 스릴러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이 전혀 없구요. 매력적인 연기를 하는 배우가 없어요. 그리고 자신 앞에 마주한 허무맹랑한 범죄에 대해서 왜,라며 물음표를 단 고민이 없어요. 그저 질질 끌려 가는 거죠. 영화는 내용은 이렇습니다.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한 가정이 있어요. 에서 스파르타를 울부짖었던 카리스마 제라르 버틀러(닐 랜달 역)가 남편으로 등장하고 그에겐 아름다운 아내와 어여쁜 딸이 있어요. 영화는 처음부터 아내의 친구를 아침 일찍 집으로 불러들여 저런 남편이 없다, 얼마나 행복한 가정이냐,는 말을 시키며 눈에 너무 보이는 설정을 박아둡니다. 그리고 상사와 별장 약속이 있는 닐과 친구와 하루를 보내기로 한 애비는 딸을 베이비시터에게 맡기고 ..
-
히어로 - 청국장을 좋아하는 기무라 타쿠야극장에가다 2007. 11. 3. 13:04
이런 남자가 있어요. 홈쇼핑을 빠져서 홈쇼핑 상품들은 이것저것 재지 않고 무조건 사고 보는 남자. 축구 가이드북이 스페인어로 되어 있다고 대신 스페인어 따라잡기 CD를 넣어준 홈쇼핑에 항의 한번 하지 않고 묵묵하게 스페인어 강의를 시종일관 듣고 다니는 남자. 직업은 검사. 하지만 틀에 박힌 건 싫어해요. 낡은 청바지에 편안한 후드티, 갈색 잠바를 입고 출근하는 남자. 무엇보다 발로 뛰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남자. 책상 앞에서 머리 굴려 가며 퍼즐을 끼워맞추기보다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발로 뛰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남자. 안 그런 척하지만 매일 사건으로 상처입은 사람에게 들러 마음을 쓰다듬어 주는 남자. 네잎 클로버의 행운을 믿는 남자. 수박으로 돌돔을 잡을 수 있다고 믿는 남자 (그런데 정말 ..
-
판타스틱 자살소동 - 반짝반짝 빛나지는 않더라도극장에가다 2007. 11. 1. 21:12
살다가 갑자기 죽고 싶을 때 있잖아요. 자다가 중요한 시험을 놓쳐버렸을 때, 내가 맞서는 세상이 너무나 부조리하게 느껴질 때, 내 생일을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그런 날. 괜히 죽고 싶다, 그래 자살해버리자 생각이 드는 그런 순간들 있잖아요. 은 그런 순간들을 독특하고 판타스틱하게 그려낸 옴니버스 영화예요. '암흑 속의 세 사람', '날아라 닭', '해피버스데이' 이 세 편의 단편으로 90여분의 유쾌한 자살소동이 펼쳐집니다. 이 작은 독립영화가 눈에 띄는 이유는 아무래도 눈에 익은 배우들이 많이 출연해서 그런 거 같아요. '암흑 속의 세 사람'의 첫 영화 출연인 타블로. 김가연, 박휘순. 한여름양은 김기덕 감독님 영화에 많이 출연했었구요. '날아라 닭'의 김남진. 아, 광고로 익숙한 얼굴인 이혜상도 묘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