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을가다169

포르투갈, 포르투의 밤과 아침 2015년 7월 7일 화요일과 8일 수요일 일기는 빈페이지들이다. 어딘가를 꼭 가야된다는 생각 없이 편하게 걸어다녔다. 그래서 갔던 곳을 또 가기도 했고, 어떤 것들은 미련없이 포기하기도 했다. 더위에 지치면 숙소에 들어와 에어컨과 음악을 틀어놓고 쉬었다. 그래도 늦잠을 자지 않고 이른 아침에 일어나 조식을 챙겨 먹었고, 점심도 챙겨 먹었고, 저녁도 먹었다. 매일 그곳의 맥주도 마셨다. 포르투에서 나흘 밤을 보냈다. 모두 다 이곳 숙소에서 보냈다. 일기가 없는 이틀의 밤과 새벽, 아침의 사진들. 낮에도 혼자였지만, 밤과 새벽에는 온전히 혼자였다. 2015. 10. 6.
포르투갈, 드디어 포르투 2015년 7월 6일 월요일. 리스본을 떠나면서 수첩에 이렇게 적었다. ㅇ 포르투에서는 펜 한자루를 사자. ㅇ 첫날은 주변산책만 하자. 맛집을 찾지 말자. 물과 간식을 가득 사두자. ㅇ 웃고 다니자. 먼저 인사하자. ㅇ 주문을 포르투갈어로 하도록 노력하자. ㅇ 외롭다고 생각하지 말자. 결국, 이 항목들에 두 개의 동그라미, 한 개의 엑스, 두 개의 세모가 그려졌다. 리스본을 떠나 포르투에 도착했다. 동생과 여행을 계획할 때 리스본보다 포르투를 더 기대했더랬다. 우리가 조사해본 바에 의하면 리스본보다 포르투가 더 좋았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작은 도시라 걸어서만 다닐 수도 있고, 리스본보다 좀더 본래의 포르투갈의 모습을 더 간직하고 있는 곳이라고 들었다. 동생이 회사에 말해 휴가를 더 늘리고 여행사에 일정을.. 2015. 10. 3.
포르투갈, 차우! 리스보아 리스본에서 포르투까지 가는 기차표는 여행상품에 포함되어 있었다. 캄파냐 역까지만 오픈 티켓으로 예약을 할 수 있었는데, 여행상품에는 상벤투 역까지 가는 기차표를 제공한다고 되어 있어서 여행사에서 2등석을 1등석으로 업그레이드해줬다. 가보니 캄파냐 역에서 상벤투 역은 무척 짧아서 따로 표 검사도 안 하더라. 아무튼 덕분에 더욱 쾌적하게 이동했다. 공짜 커피도 마시고, 느려 터지긴 했지만 와이파이도 됐다. 12시 즈음의 기차를 타면 좋겠다 싶었다. 그 전에 어제 충전한 비바 카드에 남은 금액이 아까워 빠르게 조식을 먹고 숙소 앞에서 출발하는 28번 트램을 마지막으로 한번 더 탔다. 소매치기 언니들 때문에 가지 못한 대성당도 트램 안에서 구경하고, 테주강이랑도 작별인사를 하고, 그렇게 리스본과 작별을 고했다... 2015. 8. 26.
포르투갈, 단 한 권의 책 처음엔 페소아의 를 제본해 갈까 했다. 80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니 7권 정도로 제본을 하고 하루에 한 권씩 들고 다니면 좋을 것 같았다. 고작 서문을 읽었는데, 너무 좋아서 황홀할 지경이었으니. 포르투갈에서 포르투갈 시인이 쓴 글을 읽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봤다. 결국 게으른 나는 제본할 곳을 찾지 못했다. 두꺼운 책은 서울에서 천천히 읽기로 했다. 요시다 슈이치의 를 주문하기도 했다. 혼자 잘 해내가는 이야기를 읽고 싶었는데, 이 소설이 그런 이야기인 것 같았다. 곡예사 언니랑 언젠가 이 책 얘길 했는데, 언니는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 중에 이 책이 제일 좋다고 했다. 나는 나 안 읽었나봐요 기억이 안 나요, 하니 언니가 너도 분명 읽었을 텐데, 했는데. 이번에 주문하면서 보니 내가 주문을 했.. 2015. 8. 26.
포르투갈, 리스본, 마지막 밤 리스본의 소매치기 언니들을 만난 뒤, 간이 콩알만 해진 나는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맛있는 걸 먹으면서 기운을 내보자고 결정했다. 여행 전, 점심시간에 컴퓨터 앞에 앉아 밥을 먹으면서 블로거들의 이런저런 추천 맛집을 찾아보고 수첩에 적어두고 구글지도에도 저장해뒀는데, 이 곳은 그 중 하나였다. 뭐라고 써뒀냐면, Cervejaria da Trindade 세르베자리아 다 트린다트 레스토랑 겸 맥주홀 -> 흑맥주 (엄지 척!) 1.80 사그레스 맥주회사에서 옛 수도원을 개조해서 운영 Rua Nova Trindade 20C 매일 10시-1시 30분 새우, 삶은 조개요리 15- 포스 궁전 옆에서 전차형 엘리베이터 글로리아선 이용 하차 후 도보 5분 흠. 이 때 리스보아 카드는 만료되었으니, 내일 오전까지 쓸 비아.. 2015. 8. 23.
포르투갈, 리스본, 알파마지구 7월 5일 일요일. 리스본에서 맞는 세 번째 새벽. 새벽 네시에 깼다. 어제 저녁도 못 먹고 '잘' 잔 탓에, 일찍 잠이 깼다. 몸은 피곤한데, 잠을 길게 자질 못하고 자꾸 중간에 깬다. 잠깐씩 숙면하는 건가. 꿈을 꿨는데 사람들과 신나게 뛰어다니며 밤새 노는 꿈이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 주문할 때랑 길 물어볼 때만 빼면 거의 얘기를 못했네. 숙소에 욕조가 있어서 피로도 풀 겸 아침 반신욕을 했다. 이번 여행에서 딱 한 권만 읽었다. 욕조에 들어가 몇 페이지를 읽었다. 슬픈 내용인데, 우울하지 않았다. 오히려 따뜻한 느낌이었다. 오늘 하루도 잘 보낼 수 있을 거야, 토닥여 주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아침을 맞았다. 7시 땡 하자마자 내려가 조식을 먹었다. 숙소 앞에 트램 출발하는 정류장이 있어 트램이 .. 2015. 8.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