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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자
    모퉁이다방 2017. 6. 18. 14:16










       이번주는 혼자 일어나고, 혼자 잠이 들었다. 동생들이 여행 중이다. 막내는 목요일날 돌아왔고, 둘째는 오늘 돌아온다. 혼자서 온전한 저녁과 밤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집에 들어와 다이어트를 한답시고 풍성한 샐러드를 만들어 먹고, 어떤 날은 맥주도 한 캔 마셨다. 한 캔 이상 마시면 다음날 혹시나 못 일어날 까봐 겁이 나서. 어떤 날은 음악을 들었고, 어떤 날은 과제를 했다. 어떤 날은 책을 읽어보려 노력했으며, 어떤 날은 수업을 끝내고 친구와 맥주를 마시고 밤버스를 탔다. 금요일에는 Y씨와 함께 차장님에게 생일턱을 냈다. 이 날도 역시 밤버스를 탔는데, 정류장을 잘못 찾아 한참을 걸어가 탔더랬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버스에 사람들이 없었다. 좋은 자리에 앉아 창문을 살짝 열었다. 바람이 불어오니, 아, 진정한 초여름밤이 되었다. 얼마전 S씨는 밥 먹다 말고 내게, 아 금령씨 초여름 좋아하지 않아요? 라고 물었다. 차장님에게 메시지가 왔다. 거기에 환하다, 는 말이 있었다. 조림이에게는 새책 한 권과 헌책 한 권을 선물한 덕에 엽서를 받을 수 있었는데, 조림이의 엽서에는 성장하는 여름, 이라는 말이 있었다. 두 말이 쭈구리 여행을 걱정하고 있는 내게 큰 힘이 되어 주었다. 나는 요즘 정밀아에 흠뻑 빠져있고, 마침내 시작될 여행을 준비하기는 커녕 다가오기만을 가만 기다리고 있다. 정보를 찾기는 커녕 가서 들을 음악을 채워넣고, 어쩐지 그곳에서 읽으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책들만 잔뜩 주문해놓았다. 어떤 여행이 될까, 나도 궁금한 여행. 스페인어는 커녕 영어도 잘하지 못하고, 여행지에 대한 자세한 정보도 없는 내가 혼자서 보낼 열 두 밤이 어떻게 채워질지 비워질지 궁금하다. 너무 고독하지 않기를 바라며, 고독해지면 위안이 될 수 있는 문장들을 수첩에 채워넣고 있다. 오늘 아침에는 이런 문장을 읽었다. "그리고 여행 중 밀려오는 고독을 즐길 수 있는 마음가짐이면 충분합니다." 되뇌여본다. 나는 충분하다.

     

    D-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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