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극장에가다257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 그러고 보니 십일월 첫날이었네. 충무로에서 영화 을 보았다. 조림이는 니카라과로 가기 전에 롤랑 바르트의 를 함께 읽자고 했다. 조림이는 소설보다 에세이를 좋아하고, 특히 일기를 좋아한다. 영화를 볼 때에는 책을 다 읽은 후였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책 생각이 났다. 는 롤랑 바르트가 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 날부터 쓰기 시작한 일기이다. 일기는 2년 뒤에 끝났고, 6개월 뒤 롤랑 바르트는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리고 한 달 뒤 사망한다. 그는 일기에 생전 어머니를 떠올리고, 그리워하고, 그녀가 이제 곁에 없음을 슬퍼했다. 영화 은 미래의 이야기이다. 인공지능이 죽은 이의 모습을 하고 앉아 있다. 남은 이는 이제는 세상에 없는 이의 모습을 마주하고, 과거에 함께한 이야기를 나눈다. 남은 자는 죽은 이의 모습.. 2017. 11. 12.
우리의 20세기 간만에 아네트 베닝을 봤다. 나는 여전히 아네트 베닝하면 다. 우아했던 미소와, 낮은 허밍 소리. 의 아네트 베닝은 많이 늙었는데, 에 비하면 주름이 아주 많아졌는데, 여전히 멋지더라. (물론 분장을 했겠지만) 민낯같이 평범한 일상의 얼굴도 자연스럽고, 클럽에 가기 위해 잔뜩 꾸몄을 때는 여전히 아름답더라. 저렇게 자연스럽고 멋지게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꿈은 책을 읽고, 맥주를 마시는 할머니. 아네트 베닝이 맡은 역할은 늦은 나이에 아들을 낳고, 이혼을 한 뒤 혼자 사춘기 아들을 키우며 살아가는 역할이다. 다음 달에 죽는다는 진단을 당장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줄담배를 피운다. 사춘기 아들이 온전히 커 나가는데 자신 혼자만으로 부족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아들의 성장에 필요한 여러가지.. 2017. 10. 31.
아이 앰 히스 레저 퇴근할 때 친구에게서 메시지가 왔는데, 김주혁이 죽었다는 내용이었다. 세상에, 그 김주혁이? 말도 안돼. 네이버를 켰더니 기사가 있었다. 얼마 전에 그가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싶다고, 딸이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 인터뷰 기사를 봤는데. 세상은 정말이지 모르겠다. 이렇게 허망할 수 있나. 당장 내일의 삶도 장담할 수 없으니,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사랑할 수 밖에. 나는 김주혁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을 좋아했다. 도, 도 여러 번 봤었다. 시월의 어느 금요일 밤에는 히스 레저를 보러 극장에 갔다. 나는 이제 히스 레저보다 그의 부인이었던 미셸 윌리엄스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그녀가 좋은 작품을 고르고, 좋은 연기를 할 때면 어김없이 그를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훌륭한 여자를 좋아했구나, 역시 사람.. 2017. 10. 30.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8시 20분 영화였다. 어젯밤에 확인을 하고 잤다. 7시 30분 즈음 일어났다. 귀찮았지만, 주말 아침 자전거를 타고 가 조조영화를 보는 뿌듯함을 알기에 세수를 하고 크림과 선크림을 바르고 옷을 갈아입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도착하면 표를 끊고, 투썸에서 따뜻한 라떼를 사먹어야지 생각하며 룰루랄라 자전거를 타다가, 커브길에서 반대편에서 오던 자전거를 피하지 못했다. 아직 자전거를 능숙하게 타지 못해서 사람들이 별로 없는 직진의 길에서만 신나게 탈 수 있는데, 그래서 다리로 진입하는 커브길에서는 내려서 걷거나 소심 운전을 하곤 하는데, 다리 위에 자전거가 꽤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심하지 못해 아저씨와 부딪혔다. 아저씨가 왜 그러냐고 하셔서, 아직 잘 타지 못해서 그렇다고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를 드렸다. 어.. 2017. 10. 28.
행복 목욕탕 이번 주말에는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 원래는 아침시간에 진관사에 가거나, 상암에 가 조조영화를 보거나, 저녁 늦게 역촌에 가 좋아하는 우유식빵을 사오는 일 등을 생각했었는데, 그냥 집에 있었다. 요즘엔 몸도, 마음도 무기력해지는 느낌이다. 계획했던 일들을 하지 못하고, 외로운 마음을 자주 들여다보게 된다. 그래도 출퇴근은 열심히 하고 있으며, 퇴근 시간 달라진 파주의 공기와 노을과 밤공기에 새삼 가을이란 녀석이 다가오고 있구나 느낀다. 이번주에는 회식도 했다. 서로의 여행 얘기를 하며 드물게 2차까지 갔다. 셋이서 택시를 타고 서울로 왔는데, 자유로를 타고 공덕까지 오는 밤풍경이 아주 근사했다. N씨는 어디선가 본 외국의 어디 같다고도 했다. 어제는 집에서 을 봤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무.. 2017. 8. 27.
내 사랑 바르셀로나에서 극장에 꼭 한번 가고 싶었더랬다. 혹시나 한국영화가 상영하는 곳이 있다면 대박 행운일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그런 극장은 없었다. 조림이가 추천했던 을 영화소개 프로그램에서 몇번이나 보아서, 못 알아 듣더라도 보면 좋지 않을까 싶어 시간까지 알아뒀지만 결국 가질 못했다. 그러고보니 바르셀로나에서 계획하지 않았던 일을 한 것도 많았지만, 계획했던 일도 결국 하지 못한 일도 많았다. 당연하게도. 도 극장 상영작에 있었는데 포스터 제목이 원제 'Maudie' 그대로였다. 왜 으로 한국제목을 지었을까. 흑- 금요일에 30분 늦게 퇴근을 했다. 회사에서는 휴가 전에 부글대는 일이 있었는데, 휴가 때는 하나도 생각이 안 났다가, 휴가 직후에는 그래 그래라 마인드였는데, 이제 일상에 완벽하게 적응을 .. 2017. 7.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