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가다257 본 얼티메이텀 - 나의 앞모습을 마주할 때 (스포일러 있어요) 본 시리즈를 극장에서 본 건 처음이다. 이전 시리즈도 처음부터 끝까지 본 적이 없고, 케이블에서 해 주면 중간부터 봐서 이번 마지막 을 보기 위해서 1,2편을 해주는 시간에 맞춰서 새로이 봤다. 그리고 후회했다. 왜 내가 이 시리즈들을 극장에서 보질 않았는지. 그래서 본 시리즈 중에서 최고는 이번 이게 된 것 같다. 사람들은 를 최고로 치던데, 나는 큰 스크린 앞에서 빵빵한 사운드를 옆에 끼고 본 이 집에서 허접하게 본 어떤 시리즈보다 최고로 느껴졌다. 끝나고 극장을 나오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제임슨 본 최고' 제임슨 본에게는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다. 없는 것은 일단 말. 그는 행동으로 말을 하는 사람이다. 최소한의 말만 뱉어낸다. 그래서 나는 무뚝뚝해보이는 본이 좋더라... 2007. 10. 3. 원스 - 남자와 여자가 노래할 때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요.) 남자가 스크린 앞에 섭니다. 어째선지 모르지만 상처난 기타를 메고 빈 케이스를 앞에 두었어요. 그리고 어쿠스틱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합니다. 멜로디는 슬퍼요. 가사는 더 애절하구요. 슬픈 사랑의 종말을 노래하는 남자의 표정은 내 마음 속 언젠가의 기억을 울컥 떠올리게 합니다. 나는 그의 빈 케이스에 칠천원을 넣어주었지만, 어쩐지 액수가 너무 적은 거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남자는 두시간 내내 노래 했거든요. 두시간 내내 내 마음을 울렸거든요. 오늘 밤은 남자가 불러주었던 멜로디가 머리속을 떠나지 않을 것 같네요. 따라라라 따라라라. 여자가 그 남자 앞에 섭니다. 노래하는 남자에게 말을 걸더니 다음 날에 애완동물처럼 진공청소기를 질질 끌고 옵니다. 남자.. 2007. 10. 2. 영화 '행복'에 관한 잔상들 늘 그렇다. 좋았든 별로였든 허진호 영화는 보고 나면 머릿속에서 여러번 곱씹어보게 된다. 어제 을 보고 오늘 든 이런저런 생각들. 하나. 허진호 영화 속 여자들을 생각해보면 얼굴이나 분위기는 부드럽고 여리고 보듬아주고 싶은 이미지로 비슷비슷하지만 영화 속 그들은 남자들보다 더 적극적이다. 심은하는 늘 먼저 한석규의 사진관을 방문하는 입장이었고, 의 이영애는 먼저 라면을 먹고 가라고 하더니 자고 갈래요? 라고 했고, 의 손예진도 술에 취해 농담조로 이야기하긴 했지만, 두 사람에게 복수하게 우리 사귈래요, 라는 과감한 멘트를 날렸다. 그리고 의 임수정도 저 옮는 병 아니예요,라며 그를 유혹했다. 둘. 영화 속에서 유난히 거울을 보는 씬이 많이 등장하는데 은희(임수정)이 거울을 보는 씬들은 대개 초반부였다. .. 2007. 9. 21. 영화 '행복'을 보고 투덜거리다 허진호 감독님께. 감독님. 오늘 시사회를 보고 나왔는데 맥주 생각이 간절했어요. 영화를 보면 술, 담배하면 몸 다 망친다는 교훈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왜 그렇게 술이 땡기던지요. 같이 간 친구랑 좋아하는 술집에 가서 한 잔 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시간이 너무 늦어서 그냥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맥주 두 병을 샀습니다. 그리고 영화 생각을 하면서 한 병 마셨어요. 친구도 집에 들어가서 한 잔 한다고 했으니 어쩌면 장소만 다르지 우리는 함께 술 한잔 하는건지도 모르겠어요. 감독님 영화를 처음 본 건 진주의 극장이었어요. 친구가 소개해준 남자아이와 함께 봤는데, 영화가 그 아이만큼이나 심드렁했어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저 사실 그때 졸았는지도 모르겠어요. 지루하다는 느낌만 남아있거든요. 그러다 대학생이.. 2007. 9. 21. 사랑의 레시피 - 내 이름은 조이예요 내 이름은 조이.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난 빨간색을 좋아해요. 내겐 빨간색이 들어간 알록달록한 목도리, 빨간색 털모자, 따뜻한 빨간색 장갑이 있어요. 흠. 흠. 사실은요. 그래요. 사실은, 얼마 전에 엄마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냈어요. 케이트 이모를 만나러 뉴욕으로 가던 중이였는데. 오랜만에 이모를 만난다는 사실에 엄마와 난 무척이나 들떠있었는데. 끔찍한 사고가 나고 말았어요. 나는 조금 다쳤고 엄마를 잃었죠. 난 단 한번도 엄마가 없는 세상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이 세상엔 우리 두 사람이 전부였거든요. 아빠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다구요. 가끔 아빠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난 엄마 하나만으로 충분했어요. 정말이예요. 정말이지 공작새 털로 눈을 가리며 장난을 치던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나는 엄마를 .. 2007. 9. 18. 살을 갉아먹는 마음의 병, 거식증 니가 생각하는 니 몸을 그려봐. 갸날픈 몸을 가진 여자는 자기 키만큼 커다란 도화지에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몸을 그린다. 여자는 도화지 위에 자신을 그려넣지 않는다. 갸날픈 여자와는 너무나 차이가 나는 통통한 남자인 것만 같은 몸을 검정색 펜으로 그린다. 정말 이게 너의 몸이라고 생각해? 여자는 진심으로 이 몸이 자신의 몸과 똑같다고 말한다. 갸날픈 여자를 도화지에 바짝 붙여 세우고 여자의 몸을 따라 빨간색 펜으로 선을 그린다. 진짜 그녀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뒤로 물러서서 자신과 자신이 생각하는, 너무나 다른 두 몸을 보는 여자. 이게 진짜 너야. 빨간색 펜은 진실을 말하고, 검은색 펜은 마음의 굴절을 말한다. 여자는 거식증, 섭식장애, 영혼을 잠식시키는 병에 걸렸다. 은 섭식장애에 걸려 치료센.. 2007. 9. 1. 이전 1 ··· 37 38 39 40 41 42 4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