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4월 화요일의 일. 멀리까지 움직여야 하는 날이라 일찍 일어났다. 오늘은 핑시선 기차를 타고 고양이 마을 허우퉁에 갔다가 스펀에서 풍등을 날리고, 지우펀에 가서 홍등을 보고 딘타이펑의 샤오롱바오를 먹는 일정. 역시 오늘도 조식을 먹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핑시선 기차를 타러 가기 전에 시먼딩의 오래된 커피집에 가서 동생에게 선물해 줄 커피콩도 사고, 커피도 한 잔 마시기로 했다. 펑다커피라고 60년 전통의 커피집이었는데, 사실 커피맛은 잘 모르겠더라. 선물할 커피콩도 진열되어 있던 것 중에 제일 양이 적게 있었던 (그래서 인기가 제일 많은 거라 생각했던) 윤기가 차르르 했던 것으로 골랐는데, 서울에 와서 내려보니 탄맛이 너무 강해서 아직까지 많이 남아 있다. 

 

    타이페이 메인 스테이션에서 루이팡 역까지 간 뒤 핑시선 열차를 탔다. 핑시선 열차를 타니 죄다 한국 사람이었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한국어가 정말! 여기가 한국인가 싶을 정도였다. 대만 비행기표가 귀했던 이유가 있었다. 기차는 천천히 달렸다. 고양이 마을로 유명한 허우통에 내려 마을을 한바퀴 돌려고 하자 비가 보슬보슬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맞자 싶어 우산도 안 쓰고 걷다가 빗줄기가 조금씩 세져서 결국 우산을 폈다. 고양이들이 정말 많았다. 조용한 마을 전체가 고양이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면 된다. 진짜 고양이들, 고양이 캐릭터 물품을 파는 가게 등등. 고양이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마을을 떠나질 못할 듯. 비만 내리지 않았으면 산책 풍경이 아주 근사했을 것 같은 마을이었다. 예전 탄광 마을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 산도 푸르고 하늘도 훤했다. 오르막 길로 조금만 오르면 풍경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게 가슴에 시원한 한 줄기 바람이 불어 나가는 것 같았다. 친구와 나는 기념품 가게에서 고양이 모양 연필도 샀다.

 

    마을로 들어오는 핑시선 열차를 타고 조금 더 가 스펀역에서 내렸다. 스펀역에서는 기차철길 위에서 풍등을 날릴 수 있다고 했다. 여행 오기 직전에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를 봤는데, 거기서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풍등을 날린다. 각자 상대방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한 면에 적고 서로가 그 면을 볼 수 없게 그대로 불을 올려 하늘 위로 올려보낸다. 일단 스펀역에 내려서는 닭다리 볶음밥이 그렇게 맛있다고 해서 내리자마자 가게 앞에 줄을 섰다. 닭다리 안에 볶음밥을 넣고 소스를 발라 숯불에 굽는 건데, 진짜 맛있었다. 너무 맛있어서 하나씩 더 사먹고 싶었는데 먹어야 할 것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어 포기했다. 닭다리 볶음밥을 먹으면서 스펀을 걷는데 커다란 개가 계속 달라붙었다. 먹을 걸 달라고. 조금 떼어 주면 계속 따라올 것 같아서 외면하고 계속 걸었다. 풍등가게 중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가용엄마네로 갔다. 원하는 색깔을 선택할 수 있고, 네 면에 글씨를 쓸 수 있게 거치대를 마련해준다. 나는 한 면에는 우리 여행에 대해, 또 다른 한 면에는 내가 올해 이루고 친구도 이뤘으면 하는 것에 대해 썼다. 친구는 한 면에는 한국에 있는 남편에게 하고 싶은 말을, 또 다른 한 면에는 내가 올해 이뤘으면 하는 것에 대해 썼다. 소원풍등이 완성이 되면 그걸 기차길로 들고 가 가게 직원이 풍등을 잡고 있는 것부터 풍등을 떠올리는 장면, 풍등이 하늘 높이 날아가는 것까지 꼼꼼하게 사진을 찍어둔다. 우리와 함께 철길로 간 직원은 대만 사람이었는데, '포-오-즈'라고 말하며 우리의 일관적인 포즈를 지적했다. 우리 풍등은 타지 않고 오래오래 날아갔다. 우리는 풍등이 높이높이 올라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가만히 올려다 봤다.

 

    다시 루이팡으로 돌아와 버스를 타고 지우펀으로 이동했다. 지우펀은 사람이 정말 많았다. 중국인들, 일본인들, 한국인들. 모두 관광객들 뿐이었다. 우리는 지우펀 골목골목을 한바퀴 둘러본 뒤에 지우펀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계단에 앉았다. 나는 충동적으로 부엉이 모양 오카리나를 샀는데, 그 계단에 한국 아이들이 단체로 오카리나를 사서 연습해보고 있었다. 지우펀은 동네 전체가 와이파이존이다. 계단에 앉아 이리저리 검색을 해 본 친구는 여기 싸고 맛있고 오래된 완자집이 있다고 했다. 우리는 취두부 냄새가 가득한 골목길을 내려가 초입에 있는 완자집을 찾았다. 국수 하나와 완자탕 하나를 시켰는데, 가격은 저렴한데 맛있었다. 대만족. 편의점에서 맥주 하나씩을 사서 다시 계단을 찾았다. 해가 지고 풍등이 켜질 때까지 맥주를 마시며 기다리기로 했다. 바람이 시원했다. 계단에 앉아 서울에 있는 친구에게 선물로 산 병따개 사진을 찍어 보냈고, 다음 여행은 꼭 셋이 오자고 말했다. 내일이면 여행의 끝이다, 시간이 너무 금방이다, 아쉽다는 이야기도 했다. 홍등이 켜졌다. 골목으로 사람들이 모였다. 가파른 골목을 내려가는데 홍등 불빛이 너무 예뻐서 사람들에 치여도 짜증 한 번 안 나더라. 골목 중턱의 찻집에서 친구는 내내 갖고 싶어했던 차주전자와 찻잔 세트를 샀다.

 

   지우펀역에서 루이팡역까지 버스를 타고, 루이팡역에서 중샤오푸싱역까지 전철을 타고 가서 딘타이펑에서 대만에서의 마지막 저녁식사를 했다. 샤오롱바오와 볶음밥을 시켰다. 맥주도 한 병 시켜 나눠 마셨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 지우펀에서 산 병따개로 어제 사 둔 타이완 생맥주 병을 따서 마셨다. 마지막 밤인데 한 병으론 부족하다며 매일 밤 내려갔던 숙소 앞 세븐일레븐에서 캔맥주를 사서 야외 테이블에 앉아 마셨다. 매일 밤 같은 테이블에서 맥주를 마시던 노숙자 분위기의 할아버지가 계셨는데, 마지막 밤에도 어김없이 나와 계셨다. 그리고 그 날은 관광객 한 명이 혼자 캔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관광객에게 말을 걸더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 남자는 싱가폴에서 왔다고 했다. 한국에서 온 우리 둘은 맥주를 마시다가 마지막 밤이라는 분위기에 취했고, 마지막 밤이니 그에 걸맞는 이벤트를 하자고 했다. 우리에겐 똑같은 엽서가 한 장씩 있었다. 용캉지에에서 산 엽서인데, 커다란 고양이 모양의 열기구를 타고 가는 고양이들이 그려진 분홍빛의 엽서였다. 너무 예뻐서 각각 한 장씩 샀다. 같은 엽서이니 서로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남겨서 바꿔서 간직하자고 했다. 새해에 이루고 싶은 것도 세가지씩 쓰고 꼭 이루어보자고 했다. 내가 엽서와 펜을 가지러 숙소로 다시 들어갔고, 친구는 맥주를 한 캔씩 더 샀다. 나는 우리가 그동안 함께 여행한 도시들을 나열하고, 니가 있어 그곳들이 특별했다고, 항상 고맙다고 했다. 친구는 여기서도 이렇게 좋은 기억인데 한국에 가서는 얼마나 더 좋은 기억이 될까라고 했고, 정말 좋은 가을밤이라고 했다. 그리고 기분 좋게 방으로 올라와 대만에서의 마지막 꿈을 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