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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 일단 가고봅시다!
    서재를쌓다 2014. 10. 3. 22:19

     

     

    책을 떠나보내며, 잊지 않으려고 옮긴 구절들.

     

       리장 고성이 유명해진 건 지진 때문이다. 1996년 리장이 속한 윈난성 일대에 대지진이 발생했는데 리장 고성 내의 전통 가옥들은 아무런 피해없이 멀쩡했다. 발 빠른 중국 정부는 이 사실을 알리고자 리장 고성에 많은 돈을 투자했고, 1999년 이에 화답하듯 유네스코가 이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면서 서서히 이름이 알려졌다. 그때부터 대대적으로 진행된 개보수 끝에 리장 고성은 관광지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관광지로 거듭났다.

       "도대체 얼마나 좋은 곳이기에 그 무서운 버스를 타나 했는데, 세상에, 이런 곳이 있었네!"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버스에서의 무용담과 그 끝에 찾아낸 보물에 대해 조잘대는 엄마의 얼굴이 잔뜩 상기되어 있다. 엄마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느려졌다를 반복한다. 이들이 저만치에 있든 아니든 상관없이 요리조리 참 잘도 돌아다닌다. 과연 엄마의 호들갑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리장 고성은 소문대로 무척이나 아름답다.

        맨질맨질한 돌담길이 미로처럼 끝도 없이 이어져 있는데, 워낙 곳곳이 아름다워 발걸음을 딛는 곳마다 모두 옳은, 나만의 길이 된다. 고풍스런 기와지붕이 여기저기 넘실대고, 깜찍한 수로들이 부지런히 골목골목을 휘감아 돈다. 도대체 언제부터 저곳에 있었을까 싶은 키 큰 버드나무는 우아하게 몸을 흔들며 우리를 유혹한다. 더불어 골목 어디에나 피어 있는 수많은 꽃들은 세상의 모든 색을 늘어놓은 듯 화사하다.

       너무 인위적이라느니 너무 관광지화되었다느니 말도 많은 곳이지만, 그 모든 말이 시샘처럼 느껴질 정도다. 딱 봐도 리장은 원래 미인이다. 민낯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데 자기를 보러 오는 이들이 너무 많아 어쩔 수 없이 살짝 분을 찍어 바른 것뿐이다. 한참을 걸은 끝에 찾아낸 숙소마저 마음에 쏙 든다. 짐을 풀기 무섭게 엄마가 여전히 상기된 목소리로 한마디 내뱉는다.

       "아들, 가능한 한 여기에 오래 머물자."

    - <엄마, 일단 가고봅시다!> p.72-73

     

        <엄마, 일단 가고봅시다!>와 <엄마, 결국은 해피엔딩이야!>를 읽으면서 제일 마음에 남았던 구절이다. 중국에서 시작된 엄마와 아들의 해외여행은 장장 300일간 이어지고 런던에서 그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리장은 여행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만난 여행지이다. 빠른 여행 속도와 불편한 환경에 지쳐갈 즈음 도착한 곳. 엄마와 아들은 리장에서 바램대로 오래 머물며 심신을 회복한다.

        그리고 리장에서 예순 살의 엄마는 이렇게 말한다.

        "엄마는 살면서 처음으로 내일이 막 궁금해져."

     

        엄마와 아들은 몇년 뒤 다시 여행을 떠났다. 엄마가 그렇게 바랬던 남미로. 현재 여행 중이고, 작가의 블로그에는 매일매일 그날의 이야기가 업데이트된다. 책으로 엮어질 그들의 남미 이야기를 기다리며. 다른 사람에게 또 다른 종류의 여행의 꿈을 키워줄 고마운 책에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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