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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를쌓다

순간의 꽃

by GoldSoul 2014. 9. 28.

 

 

 

오늘도 누구의 이야기로 하루를 보냈다

 

돌아오는 길

나무들이 나를 보고 있다

 

*

 

소쩍새가 온몸으로 우는 동안

별들도 온몸으로 빛나고 있다

이런 세상에 내가 버젓이 누워 잠을 청한다

 

*

 

노를 젓다가

노를 놓쳐버렸다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

 

*

 

4월 30일

저 서운산 연둣빛 좀 보아라

 

이런 날

무슨 사랑이겠는가

무슨 미움이겠는가

 

*

 

여보 나 왔소

모진 겨울 다 갔소

 

아내 무덤이 조용히 웃는다

 

*

 

이런 시들에 포스트잇을 하나 둘 붙이다 시집이 포스트잇으로 너덜너덜해졌다.

박웅현은 이렇게 말했단다.

"처음 읽고 줄 친 게 열 개였어요. 그다음에 다시 읽었더니 스무 개로 늘구요. 다시 읽었더니 오십 개로 늘어요. 그런 책입니다."

아, 나는 세월이 지나고 다시 읽게 되면 시집 전체에 포스트잇을 붙이게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