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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양연화
    극장에가다 2014. 9. 20. 22:12

     

     

       <화양연화>를 보고 캄보디아로의 여행을 꿈꾸다 마침내 다녀온 사람의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때까지 <화양연화>를 제대로 못 봤다. 매번 틀어놓고 왠만큼 보다 잤다. 극장에서 봤어야 했는데. 그 사람 글을 읽고 영화 속 캄보디아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다시 시도했지만, 그때도 잤다. 늘 늦은 밤이었고, 술을 한 잔씩 한 날이기도 했다. 9월의 휴가날, 아침 일찍 일어나 이불을 개고 주변을 정돈하고 소파에 앉아 심호흡을 하고 무료영화 코너를 뒤적거려 <화양연화>를 재생시켰다. 그리고 마침내 보았다. <화양연화> 속 캄보디아를. 그곳은 아주 쓸쓸했다. 한때의 영광따위. 양조위는 돌 틈에 흙을 채우고 식물을 심었다. 거기에 자신의 비밀을 묻었다. 비밀은 틈을 메꾸며 잘 자라날 것이다. 오래 머무는 이 없이 쓸쓸한 그 곳에서 홀로.

     

        Ss는 백수 시절, 집에 틀여박혀 종일 여행채널을 보았다고 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Ss는 돈이 떨어져 여행을 떠나지 못하니 그렇게 여행하는 자와 여행지의 풍경을 종일 보았다고 했다. 질리지도 않더라고 했다. 강화도의 한 펜션에서 Ss는 즐겨보았던 채널과 즐겨보았던 프로그램을 알려줬다. 그 뒤로 나도 여행채널을 본다. 혼자 티비를 볼 때면 여행채널에서 뭐 하고 있나 항상 점검하고 다른 채널로 돌린다. <여행의 발견>이라는 프로그램은 일반인 둘이서 가고싶은 나라로 한 열흘 정도 여행을 떠난다. Ss는 한때 심각하게 이 프로그램에 지원을 할까 생각을 했다고. 보통 10화까지 이어지는데, 늘 이어서 방영해 주진 않아서 내가 지금까지 끝까지 완주한 건 '라오스' 편. 여자 둘이 라오스를 여행했다. 사실 1회를 처음부터 못 봐서 둘이 정확하게 어떤 사이인지 모르겠는데, 추측해보면 다른 여행에서 만난 언니 동생사이인 것 같다. 둘의 성격은 달랐지만 서로 배려해가며 잘 다녔다. 마지막에 둘은 라오스를 떠나 캄보디아에 간다. 앙코르와트에서 일출을 본다. 그리고 일몰을 보러 높은 위치에 있는 유적지에 올라간다. 맥주 한 캔씩과 파인애플 안주 하나씩 들고. 그곳에 앉아 해가 지는 것을 보며 맥주를 마신다. 그렇게 여행의 마지막을 근사하게 맞이한다. 언니는 이 여행으로 인해 앞으로의 삶이 분명 변할 것 같다고 인터뷰를 하고, 동생은 모든 일에는 일장일단이 있다는 인터뷰를 한다.

     

       두 영상을 보고 언젠가 나도 캄보디아에 가보고 싶어졌다. 북적이는 앙코르와트 말고 왕조위가 묻어둔 비밀이 자라고 있을 듯한 쓸쓸한 앙코르와트에.

     

       9월 18일, 그러니까 <화양연화>를 본 날 아침의 메모. <화양연화>의 대사들이다.

    - 내게 자리가 있다면, 내게로 올 건가요?

    - 그 시절은 지났고 이제 거기 남은 건 아무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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