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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이다방

잔인한 사월

by GoldSoul 2013. 4. 4.

 

   일요일에 한석규가 나온 힐링캠프를 찾아 보았어요. 좋은 배우구나 생각했습니다.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나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은 변함없는 사람인 것 같아요. 누가 생겼다고, 없었던 뭔가가 생겼다고 변하는 사람이고 싶지 않아요. 한석규의 말처럼 젠체하지 않는 사람. 잘난 척 하지 않고, 있는 척 하지 않고. 내가 가지고 있는 걸 일부러 과시하지 않는 사람, 함께 하면 그게 서서히 드러나며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나는 잘 지내고 있어요. 별일 없답니다. 이 좋은 봄밤에 술을 마시고 넘어져 무릎이 깨지기도 하고, 그래서 두 번밖에 안 신은 구두 앞코가 완전히 헤지기도 하고, 인터넷으로 주문한 구두는 사이즈가 안 맞고, 걷지 않고 꼬박꼬박 저녁을 챙겨먹으며 다시 살이 찌고 있지만 괜찮아요. 책을 많이 주문했어요. 그 책들을 다 읽을 거예요. 걸어갈 수 있는 영화관이 두 군데나 되요. 이사하면서 손잡이가 깨져 어쩔 수 없이 버렸던 남원에서 사온 커다란 컵을 친구가 남원의 그 집에서 다시 사줬어요. 집에 있는 다기에 지리산에서 사온 어린잎으로 만든 찻잎을 넣고 물을 팔팔 끓여 우려내곤 마지막 방울까지 모조리 따르면 딱 맞는 커다란 잔이예요. 이사하면서 방송을 엘지로 바꿨는데, <접속>도 무료고 <옥희의 영화>도 무료지 뭐예요. 그래서 <접속>도 다시 보고, 극장에서 놓친 <옥희의 영화>도 공짜로 보았어요.

 

    그리고 요즘 저는,

 

 

 

이건 오백잔이 아니라 천잔이예요. 천 씨씨. 효자동에 좋아하는 통닭집이 있어요.

 

 

홍대에도 좋아하는 빵집이 있어요. 이 파이 맛은 정말 예술. 하지만 비싸요.

 

 

<문 라이즈 킹덤> 보고 한 잔 하려고 찾다 발견한 술집.

아저씨들 가는 술집이 좋아요.

두 번 갔어요. 단골이 되고 말 거예요.

 

 

이사하고 산 커다란 책장. 요즘 꽃도 사고 있어요.

 

 

집 앞 횡단보도에서 파는 전기구이 통닭.

한 마리에 육천원이구요. 두 마리에 만원. 진짜 맛있어요.

 

 

걷기도 했습니다.

 

 

출근 전에 결말이 너무 궁금해 밥 빨리 먹고 읽었던 소설. 이제 우리 어떡하죠?

 

 

<오후 3시의 나> 책소개를 보고, '밤 9시의 나'를 기록해보겠다며 알람을 맞춰두고 있어요.

그런데 건질 사진이 별로 없어요. 9시의 나는 시시해요.

 

 

<연애의 온도>를 보고 중국집에서 짜장면 먹었어요.

영화 보면서 어찌나 먹고 싶었던지. <연애의 온도>는 좋았어요. 괜찮은 영화였어요.

 

 

귀엽고 저렴한 만보기지만, 그래서 망가지기 쉬운. 조심히 다뤄줘야 하는 아이.

 

 

삼월에는 연차를 쓰고, <안나 까레니나>를 보았어요.

 

 

완벽한 엔젤링. 저렇게 마셨더니 모두들 사진을 찍으라며 기가 막히게 마셨다며.

 

 

잔인한 사월에도, 여행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읽고 있는 책의 첫 장. 세상에! 둘리틀이 남편이었어요.

 

 

    요즘 나는 이렇게 잘 지내고 있어요. 걱정 말아요.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 꽃이 피기 시작했으니, 좋은 일 많을 거예요. 내게도, 당신에게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