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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 휴가 중
    모퉁이다방 2010. 7. 27. 21:38

        지난 주 목요일부터, 여름 휴가 중이다. 내일이 휴가 마지막 날. 원래는 담양을 가기로 했지만, 여러가지로 틀어져 버렸다. 담양에 가서 메타세콰이어 길을 걷고, 떡갈비를 먹고, 소쇄원의 나무 기운을 듬뿍 받고 오는 등의 계획이 있었지만. 그건 다음달로 미루고. 멀리 떠나지 않고 하루하루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고 있다. 우선 손꼽아 기다렸던 영화들을 봤다. <인셉션>과 <이끼>. 두 영화 다 너무 기대해서 그런지 생각보다는 별로였다. <이끼>는 보고나서 기분이 좋지 않았고 (그래서 군자에서 집까지 걸어왔다), <인셉션>은 뭐랄까. 아쉬움이 많은 영화였다. 꿈 이야기라서 기대를 많이 했었거든. 씨네21에선가 올해 최고로 과대평가될 영화라는 평을 봤는데, 그 의견에 동감. 

        미술관에도 갔다. 드라마 <달콤한 인생>의 오연수처럼 우아하게 차려입진 못했지만, 오연수처럼 오디오 서비스를 이용했다. (이동욱 같은 연하남을 만나지 못한 것은 당연한 얘기.) 평일날 미술관에도 연인들은 많더라. 난 두 쪽 다 끼어도 잘 들리지 않아서 볼륨을 마구마구 높였는데, 그이들은 이어폰 한 쪽씩 나눠 끼고, 팔짱도 끼고 이 그림 저 그림 잘도 옮겨 다니더라. ㅠ 한 시간 넘게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물 건너온 영국의 풍경화들을 봤다. 그림을 보면서 길고 생소한 화가의 이름들을 소리내어 봤다. 내 앞의 그림 너머 그 시대, 그들이 보았을 풍경을 떠올려봤다. 미술관을 나와선 마음에 들었던 그림의 천피스 퍼즐 앞에서 떠나지 못하고 살까말까 십여 분을 망설였다. 천피스에 액자까지 삼만 육천원이다. 퍼즐 카페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우리 집이 내 상체만큼만 더 넓었더라면 샀을 거다. 집이 좁아서 퍼즐은 카페에서만 해야 한다는 슬픈 현실을 뒤로 하고 돌아섰다. 아흑. 

        주말에는 친구를 만나 맥주를 마시고 있었는데, 우연히 그이(?)들을 만나 데킬라를 얻어 마셨다. 내가 데킬라를 병째 마신 날은 어김없이 취했었는데, 역시 그 날도 그랬다. 좋았다. 화끈한 여름밤. 그리고 어제는 춘천에 다녀왔다. 담양에 못 간 대신, 당일 코스로 다녀온 춘천. 김유정역에 내렸는데, 김유정 박물관도 월요일 휴관이라 문 닫고, 그곳의 맛집도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날부터 휴가더라. 버스 타고 춘천 가서 닭갈비랑 막국수 먹었다. 서울이랑은 뭔가 다른 춘천의 닭갈비. 맛나더라. 닭갈비 먹고는 소양댐에 가서 원없이 구름 구경을 했다. 더웠지만, 시원했다. 바람도 불고, 구름도 많고, 모든 게 평온했다. 유람선 타고 청평사 입구까지 갔다가 막배 시간 때문에 청평사에는 올라가지 못하고 산 입구까지만 걷다 내려왔다. 다음엔 꼭 소양댐에서 자고, 청평사에 아침 일찍 올라가야지.

        오늘은 아쉬운 청평사 생각에 인터넷 검색을 하다, <생활의 발견>에서 김상경이 올라가다 내려온 그 길이 내가 걸었던 그 길이라는 걸 떠올리곤 <하하하>를 봤다. 청평사의 회전문에 얽힌 전설이 <생활의 발견> 추상미 이야기랑 연관되어 있다는 것도 이번에 검색하면서 알았네. <하하하>를 보면서는 휴가 전에 이 영화를 봤다면 통영에 가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나폴리 호텔에서 자고, 횟집에서 회 먹을 때는 손으로 집어서 초장에 떡 하니 찍어먹고. 이순신 장군도 꿈에서 만나보고. 좋은 것만 보고 좋은 생각만 하고. 크- 아, 이렇게 휴가가 끝난다. 집에 쟁여둔 세계맥주와 선물 받은 와인을 땄다. 담양에 가지고 가서 친구들이랑 먹으려고 했던 와인인데. 내일이면 휴가가 끝나니까. 내일은 돌아다닐 작정이다. 대학로에 가서 영화도 보고, 뮤지컬도 보고, 커피도 마실 거다. 들어와 씻고 일찍 자야지. 6시에 일어나야 하니까. 이번 여름, 정말 덥다.




        이건 소양댐 위의 풍경. 배 타고 갈 때 찍었다. 저 구름 봐봐. 캬- 아, 나 갤럭시S 샀다. 이건 갤럭시로 찍은 사진. 오다기리 새 드라마가 30일에 시작한단다. 그것도 기다리고 있는 중. 8월 초에는 명필름에서 하는 행사 중에 접속 상영회가 있단다. 이것도 가고 싶다. 또 8월에는 제천이 있지. <오션스>는 이번주 개봉이고, <악마를 보았다>도 8월. 신난다. 신나. 휴가가 끝나도 즐길 거 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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