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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통
    모퉁이다방 2020. 3. 4. 23:30

     

       주말부터 왼쪽 이가 욱신거렸다. 낮에는 아무 이상도 없는데, 밤에 자다가 너무 아파 깨곤 했다. 치아 상태가 엉망일 때가 있었는데, 그때도 이런 치통을 느낀 적은 없어서 주말 내내 불안했다. 다니는 치과에 전화를 했는데 화요일 야간진료 예약이 꽉 찼다고 했다. 아파서 잠을 못 잔다고 하니 와보란다. 얼마나 아픈가, 온도에 따라 통증이 있는가, 음식을 씹을 때도 아픈가 등등의 질문이 이어지고 결국 정확하게 보기 위해서 씨티를 찍었다. 왼쪽 윗쪽 사랑니 앞의 이가 이상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뿌리에 염증이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고. 아무래도 신경치료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흑- 치아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게 또 후회된다. 정말이지 치아가 튼튼한 것은 복이다. 큰 복- 평일 오전에만 가능하다고 해서 날짜를 잡고 치통을 가라앉혀줄 약을 처방받았다. 약 먹고 잤음에도 어제 아파서 또 깼다.

     

       집에 화분이 여섯개 있다. 둘은 입주가 끝날 무렵에 떨이로 팔던 화분이고 셋은 선물받은 화분, 하나는 삭막한 집에 제일 처음 들인 로즈마리 화분. 로즈마리를 제외하고 나머지 다섯 개의 화분은 큼지막하다. 제일 큰 화분은 파키라였는데, 과거형인 이유는 지금은 없어졌기 때문에. 화분만 남아있다. 무성했던 잎은 진작에 다 떨어졌고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나무기둥만 남겨두었는데 뿌리벌레가 계속 생기는 통에 지난 주말에 기둥과 흙까지 모두 버렸다. 결국 커다란 화분만 남았다. 원인은 과습. 잎이 무성해서 볼 때마다 뿌듯했는데 시드는 건 한순간이더라. 나머지 커다란 아이들은 잘 자라주고 있다. 파키라의 교훈으로 물은 주 주지 않는다. 겨울에는 좀 부족한 게 오히려 낫더라. 스투키는 물을 언제 줘야 하는지 가늠할 수가 없었는데 몸통이 어쩐지 너무 홀쭉해보인다 싶어 이때다 하고 주니 다음날 몸통이 굵어지고 단단해지더라. 주말이 되면 여인초와 몬스테라의 커다란 잎에 분무기로 물을 뿌려준다. 어쩐지 간지러운 등 긁어주듯 시원해하는 것 같다.

     

       파키라는 갔지만 남은 아이들에게는 새잎이 올라오고 있다. 잎이 넓은 식물들의 새잎은 신기하더라. 잎이 지금의 모습 그대로 솟아나는 게 아니라 동그랗게 말린 채로 솟아나더라. 돌돌 꼬여있는 잎들이 조금씩 커지면서 지금의 모양대로 사르르 펴진다. 여린 연둣빛을 하고서 새내기 티를 잔뜩 내다가 어느새 옆의 언니오빠들을 따라 원숙한 초록색이 된다. 그리고 누가 언니오빠이고 누가 동생인지 모르게 어느새 잘 어우러지더라. 치통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는 새벽이면 통증을 조금 가라앉히려고 거실로 나간다. 차가운 물을 떠놓고 소파에 가만히 앉아 천천히 물을 마신다. 그러다보면 그 새잎들이 보인다. 진짜 이쁘구나 싶다. 니네는 치통이 뭔지도 모르지? 그렇게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쩐지 통증이 조금 나아지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다. 다음 주면 말려있는 새잎이 예쁘게 펼쳐지겠지. 오늘은 약이 좀 받기를 바라며. 밤새 잘 자라, 얘들아. 오늘밤은 우리 만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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