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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월
    모퉁이다방 2020. 3. 2. 22:07

     

       남기고 싶은 것들이 많았는데, 아무 것도 쓰지 못한 채 삼월이 왔네. 어느 날, 출근길인가 퇴근길에 가산디지털단지역 지하철 문이 열렸는데 순간 깨달았다. 이 역이 연애시절 남편네 동네에 왔다 돌아가는 길에 어쩔 수 없이 정차했던 역이었다는 걸. 주말 오전의 열차는 가산디지털단지에서 멈췄다. 이곳까지만 운영하는 열차라고 했다. 곧 기다리면 또다른 열차가 올 거라고. 그 열차는 멀리까지 갈 거라고 했다. 날씨가 흐렸다.  역사  바깥인지 안인지 그 경계선 즈음에 커다란 벚꽃나무가 있었다.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사람들이 모두 그 벚꽃을 찍어댔다. 흐렸는데도 가득했던 벚꽃 때문인지 환하게 느껴졌다. 이제는 매일 지나는 역인데도 핸드폰을 보느라 잠을 자느라 그 흐린 봄날의 기억을 잊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핸드폰도 보지 않고 잠도 자지 않고 멍하니 밖을 내다보고 있었는데, 나뭇잎도 꽃잎도 없이 덩그라니 서 있는 나무를 보고 깨달았다. 아, 그곳이 이곳이었지! 이 나무에도 곧 꽃이 피겠구나. 하나 둘 피기 시작하다 꽃잎이 떨어질 정도로 가득해지겠구나. 사람들은 또 멈춰서서 너도나도 꽃사진을 찍겠구나. 그러다 열차가 오면 또 무슨일 있었냐는 듯 우르르 열차를 타고 멀리들 가겠구나. 저 멀리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지만, 봄이 오고 있구나.  이런 저런 소소한 생각들을 하면서 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나중에 우리들, 이렇게 말하리라 상상하면서. 2020년 늦겨울은 정말 어마어마했다.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잘 견디고 있길. 그런데 <디디의 우산>은 좀 힘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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