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하도리 가는 길
    여행을가다 2017. 2. 16. 22:30


       지난 시월 금요일, 밤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왔다. 친구의 회사동료 결혼식이 제주에 있었다. 친구는 남편과 일찌감치 제주에 내려와 출산 전 마지막 여행을 즐겼다. 나는 S와 퇴근을 하고 김포에서 만났다. 밤비행기는 처음이었다. 친구와 오빠가 공항으로 마중을 나와줬다. "혼저옵서예 WELCOME 이금탱 김성구"를 종이에 커다랗게 적어두고. 친구가 회사숙소를 싸게 빌렸다고 했다. 방이 세개나 되니 하나씩 쓰자고 했다. 친구에게 숙소 위치를 물어봤는데, 하도리였다. 강아솔 노래의 그 하도리. 검색해보니 근처에 철새도래지가 있었다. 그래서 가사에 철새가 나온 거였구나. 우리는 제주에 각자의 캠핑의자를 가지고 가기로 했다.


       제주의 밤은 조용했다. 공항에서 하도리까지 가는 동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고요한 밤풍경이 창밖으로 지나갔다. 밤하늘은 새까맣지 않고, 해뜨기 전의 새벽녘처럼 검푸렀다. 떠다니는 구름도 보였다. 친구는 우리에게 이층을 쓰라했다. 만삭이라 높은 계단을 잘 오르지 못하겠다고 했다. S와 나는 이층으로 올라갔다. S는 방을 차례로 스윽 보더니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언니가 큰 방을 써요. S는 배려심이 많다. 일요일 아침까지 내 방이 될, 계단을 오르면 오른쪽에 있는 그 방은, S의 방보다 창밖이 더 잘 보였다. 이상한 구조물이 창 바로 옆에 있어 확 트이진 않았지만 가만히 내다보고 있으면 편안해 지는 풍경을 보여줬다. 자그마한 밭이 내려다보였다.


      우리는 1층의 탁자에 둘러앉아 친구와 오빠가 사다놓은 전복주먹밥과 유자 맥주를 마셨다. 오빠는 문어를 삶아 접시 한가득 숙회를 만들어줬다. 늦은 밤, 배불리 먹다가 함께 티비를 봤다. 새벽 1시가 되자 각자의 방에 들어가 자기로 했다. 계단을 올라와 방에서 세면도구를 꺼내서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하고, 발도 씻었다. S는 내게 케이블 여행채널을 소개해준 여행왕인데, 이번 여행에서는 샴푸&린스 + 바디워시 + 폼클렌징이 붙어있는 팩을 선사해줬다. S에게 인사를 하고 방에 들어왔다. 창문을 닫고, 보일러를 잔뜩 높이고 요를 펴고 누웠다. 책도 읽고 일기도 쓰고 자려고 했는데 눕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다.


       그리고, 알람 소리 없이 깬 제주의 아침. 시간을 확인하고, 소리를 최대한 내지 않고 세수를 했다. 선크림만 바르고, 핸드폰과 일회용 카메라, 이어폰, 지갑을 챙겨 나왔다. 핸드폰 지도로 바다가 있는 방향을 찾아본 후 이어폰을 꽂고 걸었다. 강아솔이 노래했다.




    하도리 가는 길




    따뜻한 밝은 햇살




    하얗게 곱게 핀 억새 웃고 있네




    지금쯤 철새들은 호숫가 위를 날까

    생각에 잠겨 가던 길을 멈춰 보네




    언젠가 이 길 역시 우리의 추억이지




    지금 나는 이 길을 가 어릴 적 나와 함께




    하도리 가는 길 멈춰서 뒤를 보네

    아무도 없는 이 길에 나 혼자만




    텅 빈 파란 하늘

    가끔씩 부는 바람에




    슬픔도 잠시 가던 길을 다시 가네




    언젠가 이 길 역시 우리의 추억이지




    지금 나는 이 길을 가

    어릴 적 나와 함께




    하도리 가는 길 푸르른 바다 저 편




    멀리서 내 님이 나를 오라 부르네




    멀리서 내 님이 나를 오라 부르네




    멀리서 내 님이 내게 손짓을 하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