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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팔월의 홋카이도를 떠나며
    여행을가다 2016. 12. 27. 21:56




       삿포로를 떠나는 날. 이른 오후 비행기라 늑장을 부렸다. 좀더 일찍 나왔으면 좋았을 걸. 돗자리를 챙기고 편의점에 들러 도시락과 아침 맥주를 샀다. 숙소 앞에 큰 공원이 있었다. 숙소에 처음 도착했을 때 반나절 정도는 공원을 둘러보자고 계획했지만, 어느새 마지막 날. 이번 여행에서 못 한 것은 다음 여행 때 하기로 한다. 호수가 보이는 잔디밭 그늘에 돗자리를 깔았다. 도시락을 꺼냈고, 맥주캔을 땄다. 그야말로 모닝맥주. 도시락도 맥주도 맛있었다. 아침이라 한산한 공원 분위기도 좋았다. 이따금 개와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이 우리 앞을 지나갔다.


       핸드폰을 켜고 최백호의 목소리로 부산에 가면을 들었다. 친구는 갑자기 짱구 춤을 출 수 있다며 호숫가 가까이로 가 생전 처음 보는 춤을 추어댔다. 나는 그걸 또 동영상으로 찍었다. 서로 좋은 여행이었다고 자축했다. 친구가 여행을 직전에 취소할 뻔 했는데, 그렇지 않아 다행이라고, 별탈 없이 많이 걷고 많이 먹고 많이 마셔서 다행이라고, 다시오지 않을 2016년 8월 우리들의 여름날을 자축했다. 한치 앞의 일을 모르는 게 인간인지라, 우리는 그렇게 다가올 일도 모르고 아침의 공원에서 맥주를 마시며 즐거워 했더랬다. 몇달이 지난 뒤에 친구가 말했다. 그래도 잘 다녀온 것 같아. 응, 그런 거 같아. 친구는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내고 있다.


       이번 여행 역시, 좋은 순간도 있었고,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다. 여행이 계속되면서, 나는 내가 좀더 성장하기를, 좀더 나은 인간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다음의 또다른 좋은 여행을 꿈꾸며 면세점에서 삿포로 클래식을 잔뜩 사가지고 돌아왔다. 그렇지만 이제 여행맥주는 여행지에서 실컷 마시고 돌아오려고. (물론 실컷도 마셨지만!) 돌아와서 마시니 어쩐지 그 맛이 나질 않더라. 삿포로로 떠나는 E 때문에 시작했지만, E가 삿포로에 있는 동안에도 계속되고, E가 돌아온 뒤에야 끝난 삿포로 여행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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