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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주영화제
    여행을가다 2017. 5. 2. 22:08


       올해도 전주영화제에 갔다. 소윤이가 1월에 전주로 내려갔고, 4월의 시옷의 모임이 전주에서 있었다. 우리는 함께 내려가 영화를 보고,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마주하고, 맥주를 마시고, 밤길을 함께 걷었다. 여행 중에도 즐거웠지만, 여행이 끝나자마자 그리워지는 것이 많아졌다.




    점심을 먹고 영화를 보러 가다가 9와 숫자들 공연을 우연히 발견!

    단톡방에 올려 각자 갈길을 가던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런던에 있던 민정이는 이런 감동적인 선물을 해 주었다.

    보자마자 살 수밖에 없었다구, 언니꺼야, 라는 말을 해준 고마운 민정이.




    전일슈퍼 맞은편 가맥집에서 모기향이 너무나 좋다고 감탄을 연발하는 시옷.




    우리도 무언가 적자.

    우리는 우리로 존재하자! 중국사랑 쁘띠동환님이 함께한 4월의 시옷.




    봄이의 제안에 이런 아름다운 등도 마주했다.




    그야말로 아름다웠던 빛.




    등나무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었는데, 아주 잘 나왔다

    시옷 인생샷 나옴.

     



       해가 지기 전부터 하루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여러 번 옮기며 맥주를 마셨고, 조림이와 소윤이랑 소윤이가 예약해둔 숙소까지 걸었다. 다들 피곤하고 무거워서 숙소까지 걸어가는 길을 힘들어했는데, 다음날이 되니 정말 거짓말같이 근사한 추억이 되어 있더라.




       잠에서 깨어날 민정이를 기다리는 동안 커피를 내려 마시고, 어제 미처하지 못한 책 얘기를 했다. 4월의 시옷의 책은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이었는데, 참 좋았다. 조림이도 좋았다고 했다. 책을 읽자고 제안한 소윤이는 다행이라고 말했다.




    조림이가 언니가 포스트잇 붙힌 부분 읽어줘요, 라고 말했고

    나는 조림이는? 물었다.

    우리는 각자 좋았던 부분을 읽었고, 그 이유에 대해 말했다.




    아침부터 모주 마시는 녀자들.

    순천으로 떠날 거면서 모주를 살 수 없냐고 물어보는 녀자.




    소윤이는 전주에서 먹었던 음식 중에 콩나물 국밥이 최고라고 했다.




    조림이는 계속 이 모주를 가족과 친구들에게 맛보이고 싶다고 했다.

    우정식당은 모주를 직접 만든다고 했는데, 정말 맛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영화를 기다리며 소윤이랑 가진 다정한 커피타임.

    소윤이는 초록색 일기장을 보여줬다.

    이런저런 지난 일기들을 보여주며, 언니, 나 이랬대, 하며 웃어댔다.

    나는 소윤이의 성실함과 밝음이 새삼스레 부러웠다.




    이번 영화제에서 세 편의 영화를 보았는데, 순위를 매겨보자면,

    친애하는 우리아이 > 시인의 사랑 > 돌아온다.

    <친애하는 우리아이>는 계속계속 생각이 난다.




       마지막 영화를 보고 전날 가지못한 전일슈퍼에 혹시나 영업하나 전화를 했더니 한단다. 휴무일인데, 오늘은 한단다. 포장만 해가려 했는데, 가게 안에 사람들이 한 테이블 밖에 없는 걸 보니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포장해갈 것도 시키고, 혼자 먹을 것도 시켰다. 더워지기 시작하는 슈퍼 한 구석에 앉아 혼자 맥주를 마시고 황태를 먹었다. 혼자서 빠르게 알딸딸해지는 게 외롭기도 하고, 즐겁기도 했다.




    맥주를 마시며 엽서도 썼다.




    버스 시간이 남아 걷다 보니 노송광장.




    아, 좋네.




    전날 전주돔에서 얻었던 맥주를 숙소 냉장고에 넣어뒀는데 잊지 않고 가지고 나왔다.

    광장 한켠 벤치에 자리잡고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두번째 엽서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걸었다.




    이팝나무.




    전주는 무척 더웠다. 이제 여름인가 보다.




    이 초록 앞에서는 얼마 전에 사둔 책이 생각이 났다.

    함께 읽는 친구는 그를 '산책자'라고 말했다.




       택시가 잡히지 않아 우여곡절 끝에 터미널까지 걸어갔는데 출발 3분 전에 버스 앞에 도착했다. 거기까지 가는 동안 숨이 몇번이나 끊어질 뻔 했고. 글렀어, 나는 버스를 놓치고 말거야, 몇번이나 포기를 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고 뛰고 또 뛰어 버스를 놓치지 않은 나에게 박수를! 그 뒤의 버스들이 다 매진이라 죽어라 뛸 수 밖에 없었다는. 자리에 앉자마자 목이 엄청 말랐고, 휴게소에 도착하자마자 물을 두 개나 샀다!




    그러니까, 잘 보고, 잘 먹고, 잘 만나고, 잘 자고, 잘 걷고, 더불어 잘 뛰고 왔다는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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