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5 완득이 - 자식, 좀 웃기더라 완득이 김려령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친구네 자취방은 옥탑방이었다. 그 건물의 3층까지 올라가다보면 큰 철제문이 나왔다. 왜 대문에나 있을 법한 그런 철제문. 그 철제문을 열쇠로 따고 올라가면 주인집이 나오고, 한 층을 더 올라가면 옥상이 나왔다. 친구의 자취방은 거기 있었다. 말이 옥탑방이지 여름 밤, 문 열어놓으면 날벌레가 조금 들어오는 것만 빼곤 나는 그 방이 좋았다. 지은지 얼마 안 되서 깨끗하고 무엇보다 넓었다. 그 때 나는 동생이랑 둘이서 나란히 누우면 꽉 들어차는 좁은 하숙방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친구의 옥탑방은 정말 대궐같았다. 안락하고 아늑했다. 친구는 자주 놀러오라고 하고선 밥도 만들어주고, 술도 사다줬다. 친구의 옥탑방에서 가장 좋았던 건 자고 가고 다음 날이었다. 문을 열고 나와.. 2008. 5. 18. 여행할 권리 - 참 다행이다, 당신 글을 읽을 수 있어서 여행할 권리 김연수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꿈에 김연수 작가가 나왔다. 무슨 내용인지 기억나진 않지만, 중요한 건 '내' 꿈에 김연수 작가가 나왔다는 거다. 꿈이 미래를 예언해주는 건 아닐까 간절히 바라면서 깨어나던 아침들이 있었다. 그 때 나는 꿈을 부여잡고 놓칠 않았다. 그리고 어느 날 예언처럼 깨달았다. 그 집착이 참 부질없다는 것을. 그러니 이제 꿈을 꾸고 프로이트의 을 뒤적거리는 날들은 없다. 누군가 내 꿈에 나오는 건 뭔가 이유가 있는 거다. 무언가 켜 둔 채로 잠에 들었거나, 그 사람을 많이 생각했거나. 이번의 경우는 후자다. 김연수 작가의 블로그에서 곧 여행에 관한 산문집이 나온다는 글을 보고 그 뒤로 매일 인터넷 서점 검색창에서 '여행할 권리'를 검색했다. 알라딘에서는 모린 오코너의 만.. 2008. 5. 17. 신경림 시인 북콘서트에 다녀와서 지난 수요일, 신경림 시인 북콘서트에 다녀왔다. 신경림 시인도 시인이지만 노래 손님들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신청하면서 꼭 당첨됐음 좋겠다 했는데 운 좋게도 초대받았다. 요조와 김광진. 신경림 시인은 이번에 로 시집을 내셨고, 김광진씨는 '아는지'로 6년만에 컴백하셨고, 요조는 앨범 낸지는 좀 됐지만 요새 꽃미녀 광고의 배경음악으로 더욱 유명해지고 있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홍대 상상마당으로 가서 요 세 분을 만났다. 생각만큼 좋았다. 뜻밖의 선물도 받고. 요조. 드디어 요조를 직접 만났다고요조. 왠지 무대 위에서 수줍음을 많이 탈 거라고 상상했었는데, 말도 잘 하고, 라이브도 잘 하고. 목소리가 어찌나 마음을 녹이던지. 슈슈..슈팅스타,로 시작하는 '슈팅스타'를 불렀다. 야호. 제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 .. 2008. 5. 5. 자운영 꽃밭에서 나는 울었네 - 나는 바보작가 공선옥이 좋다 자운영 꽃밭에서 나는 울었네 공선옥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지난 주, 비가 내리던 어느 날 갑자기 마음이 쓸쓸해졌다. 마음 속 묵직한 무언가 휙 빠져나간듯 공허해지는 순간이 있다. 당장 우산을 챙겨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다이어리에 공선옥 책들의 청구기호를 적어놓은 페이지를 펼쳤다. 를 빌릴 생각이었는데 손은 자꾸만 자운영 꽃밭쪽으로 갔다. 두 책을 펼쳐놓고 뒤적거리다 자운영 꽃밭을 들고 나왔다. 잘한 짓이었다. 물론 마흔에 길을 나선 작가의 이야기도 그랬겠지만 자운영 꽃밭 속 작가의 이야기는 따스하고 따스해서 쓸쓸한 내 마음을 요리조리 잘도 어루만져주었다. 나는 정말 이 책을 금세 읽어버릴 것이 두려워 아껴가며 읽었다. 자주 책장을 덮고 두꺼운 표지 양장을 쓰다듬었고, 혼자 있는 방 안에서 자주 소리내.. 2008. 5. 2. 명랑한 밤길 - 낮게 거니는 비 내리는 밤길 명랑한 밤길 공선옥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기어코 맥주 2병을 사왔다. 집에서 가져온 예쁜 팔각형 유리컵에 맥주를 좔좔좔 따르고 벌컥벌컥 마셨다. 달다.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을 한 뒤 책이 들어왔다는 문자를 받고 달려가 받아와놓고선 다른 책만 읽어댔다. 그러다 반납기간이 얼추 다가오는 것 같아 연장을 하려고 홈페이지에 들어갔는데 벌써 누군가 예약 신청을 해버린 바람에 연장이 안됐다. 연휴동안 내려가서 다 읽고 오자고 생각했는데 뒹굴거리기만 한 탓에 반납기간이 넘어서 읽기 시작했다. 누군가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텐데. 염치없게도 3일을 더 가지고 있었다. 내일은 꼭 반납해야지. 첫번째 단편, '꽃 진 자리'를 읽고선 맨 앞 장의 작가 사진을 유심히 봤다. 이름을 소리내어 읽었다. 공.선.옥. 두번째 단편.. 2008. 2. 13. 이전 1 다음